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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 단결정 구리 증착 솔루션 ‘ASEDep’ 공개···기존 AI 반도체 패키징 한계 돌파

2026.10.12. 17: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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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한만혁 기자] 첨단 소재·패키징 기술 스타트업 CIT(Copper Innovation Technologies)가 원자 단위로 구리를 쌓아 표면을 매끄럽게 만드는 반도체 패키징 기판 제조 솔루션 ‘ASEDep’을 공개했다. 독자 기술인 ASE(Atomic Sputtering Epitaxy)를 기반으로 데이터 전송 속도를 최대 30% 높이고 발열과 신호 손실을 줄이면서도, 기존 생산라인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CIT는 이 기술력을 인정받아 117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고, 플라이 아시아 2026(FLY ASIA 2026) 글로벌 스케일업 챔피언스 어워즈 대상 수상, 테크크런치 스타트업 배틀필드 200(TechCrunch Startup Battlefield 200) 선정 등 국내외에서 잇따라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7 혁신상에도 도전한다.

CIT가 반도체 패키징 기판 제조 솔루션 ASEDep을 공개했다 / 출처=CIT
CIT가 반도체 패키징 기판 제조 솔루션 ASEDep을 공개했다 / 출처=CIT

구리의 물리적 한계 해결하는 ASEDep

인공지능(AI) 칩이 처리한 데이터는 반도체 패키징 기판을 거쳐 메모리나 메인보드 같은 다른 부품으로 전달된다. 반도체 패키징 기판은 칩과 외부 부품을 이어 주는 다리 역할을 하며, 기판 속 구리 배선은 데이터가 오가는 통로 역할을 한다.

AI 칩의 성능이 높아지면서 이 통로를 지나야 하는 데이터의 양도 급격히 늘고 있다. 하지만 통로 역할을 하는 구리는 이미 물리적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일반 구리는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내부는 작은 결정 알갱이 여러 개가 뭉친 구조이기 때문이다. 표면이 거칠고 알갱이 사이의 경계가 많을수록 전기 저항과 발열이 커지고 데이터 전송 효율은 떨어진다. 배선을 더 가늘고 촘촘하게 만들어야 하는 차세대 패키징 기판에서는 이 문제가 한층 심각해진다.

CIT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SEDep을 선보였다. ASEDep은 CIT가 독자 개발한 단결정 구리 소재 기술, ASE 증착 장비, 기판별 맞춤 공정 기술을 하나로 통합한 반도체 패키징 기판 제조 솔루션이다. ASEDep의 기반 기술은 CIT 독자 기술인 ASE다. ASE는 구리를 원자 단위로 제어해 절연체에 오차 없이 가지런히 배열하는 분자 접합 기술로, 접착제 없이도 절연체와 구리를 단결정 구조로 결합한다. 작은 알갱이가 뭉친 일반 구리와 달리 표면이 매끈하고 알갱이 사이의 경계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CIT는 반도체 제조사가 ASEDep을 활용하면 기존 구리의 한계를 넘어 미래 AI 하드웨어에 필요한 차세대 패키징 기판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기존 구리 한계 해결하는 반도체 패키징 기판 제조 솔루션 ASEDep / 출처=CIT
기존 구리 한계 해결하는 반도체 패키징 기판 제조 솔루션 ASEDep / 출처=CIT

균일한 단결정 구리로 데이터 전송 속도 30% 향상

ASEDep의 특징은 크게 여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최대 500×500mm 크기의 넓은 기판에 단결정 구리를 균일한 품질로 구현한다. 넓은 면적에서도 품질이 일정하다는 것은 기존 구리 제조 기술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차세대 패키징 기판을 산업이 요구하는 규모로 생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 표면 거칠기가 3nm 이하인 단결정 구리를 구현한다. 이는 기존 구리보다 20배 이상 평탄한 수준으로, AI 하드웨어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최대 30% 높이는 동시에 신호 손실과 발열은 줄인다.

셋째, 반도체 제조사가 6세대 초극저조도(HVLP) 구리를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HVLP는 표면의 요철을 극도로 낮춘 구리박을 뜻한다. 데이터가 빠르게 오가는 고주파 환경에서는 전기 신호가 구리 표면을 따라 흐르기 때문에 표면이 매끄러울수록 신호 손실이 줄어든다. CIT는 6세대 HVLP가 현재 업계 표준보다 2세대 앞선 수준이며, 이를 통해 더욱 미세한 배선과 높은 회로 집적도,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판이 요구하는 전기적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구리와 절연체를 단결정 구조로 결합하는 ASE 기술 / 출처=CIT
구리와 절연체를 단결정 구조로 결합하는 ASE 기술 / 출처=CIT

넷째, 기존 반도체 제조 장비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 얇은 막을 입히는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물리적 기상 증착(PVD)과 원자층 증착(ALD)이 있다. PVD는 공정 속도가 빠르지만 표면을 정밀하게 다듬는 데 한계가 있고, ALD는 원자 한 층씩 쌓아 정밀도가 높지만 속도가 느리다. 속도와 정밀도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셈이다.

ASEDep은 기존 고속 PVD 장비를 그대로 쓰면서도 ALD 수준의 표면 정밀도를 구현한다. 생산라인을 대규모로 바꿔야 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2% 미만의 추가 설비 투자와 최소한의 생산 중단만으로 도입할 수 있어 상용화의 문턱을 크게 낮춘다. 복잡한 다단계 구리 공정 대신 원자 단위로 제어되는 공정 구조를 적용해 제조 효율과 공정 일관성도 높였다. 별도의 제조 플랫폼을 구축하지 않고도 실리콘 기판, 유리 기판, 차세대 패키지 기판을 모두 지원한다.

다섯째, 원가와 환경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다. 기존 방식은 최고 성능을 내려면 99.9999% 순도의 구리가 필요하지만, ASEDep은 99.99% 순도의 구리로도 동등 이상의 전기적 성능을 낸다. 재활용 스크랩 구리로 초고순도 구리 타깃을 만들 수 있어 원재료 비용을 절감하고 소재 폐기물을 최소화한다. 또한 화학 약품을 쓰지 않는 단일 건식 공정이어서 화학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으며 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다.

여섯째, 기술력을 객관적으로 검증받았다. ASEDep의 핵심 공정, 장비 구조, 소재 기술은 국제 등록 특허 4건과 국제 특허 출원 15건으로 보호받고 있다. 기반 기술은 네이처(Nature),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어드밴스드 매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 등 세계적인 학술지에 실린 동료심사(Peer Review) 논문을 통해 검증받았다.

ASEDep을 통해 생산한 AI 반도체 패키지용 유리 기판 구리플랫패키지코어. 구리를 초평탄, 초극박으로 증착했다 / 출처=CIT
ASEDep을 통해 생산한 AI 반도체 패키지용 유리 기판 구리플랫패키지코어. 구리를 초평탄, 초극박으로 증착했다 / 출처=CIT

AI 가속기, 유리 기판, 6G 등 첨단 산업에 활용

CIT는 ASEDep을 여러 첨단 산업에 활용할 계획이다. 먼저 고밀도 집적이 필수인 AI 가속기용 6세대 HVLP 동박 기판 제조에 적용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기존 구리의 거친 표면으로 인한 고주파 신호 손실과 발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차세대 유리 기판(Glass Substrate)에도 적용한다. 유리 기판은 위아래 회로를 연결하기 위해 유리에 미세한 구멍을 뚫고 그 안을 구리로 채우는데, 이 구조를 유리 관통 전극(TGV)이라 한다. 기존 PVD 공정으로는 99.9999% 초고순도 구리를 쓰더라도 좁고 깊은 TGV 내부에 구리를 고르게 입히기 어렵다. ASEDep은 구리가 잘 붙도록 미리 까는 씨드층(Seed Layer) 없이도 구멍 내부에 구리를 직접 균일하게 증착해, 공정을 줄이고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6G 통신과 로봇 분야도 겨냥한다. CIT는 신호 손실이 매우 적지만 다른 소재와의 접착이 어려운 테프론(PTFE) 소재에 접착제 없이 구리를 직접 증착한 저유전율 연성동박적층판(FCCL)을 구현해 6G 통신 성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는 전자파 노이즈를 크게 줄인 공장 자동화용 서보모터 케이블에도 도입할 수 있다.

CIT의 단결정 구리 기판 생산 설비 / 출처=IT동아
CIT의 단결정 구리 기판 생산 설비 / 출처=IT동아

시리즈A 117억 원 유치… 양산 체제 구축에 속도

CIT는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현재 진행 중인 시리즈A 투자 라운드에서 117억 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다. 투자 라운드에는 하나벤처스의 ‘램리서치-하나 반도체 유니콘 투자조합 1호’, BA파트너스 등 6개 기관이 참여했다.

CIT는 투자 유치 배경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반도체 증착 공정의 한계 돌파다. PVD의 빠른 공정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ALD 수준의 표면 평탄도를 구현하는 ASEDep으로 증착 업계의 오랜 숙제, 즉 속도와 정밀도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이다.

둘째는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시장성 검증이다.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기업이 투자와 장비 협력을 검토하고 있으며, 글로벌 산업용 케이블 1위 기업 랍그룹(LAPP Group)과는 공동 개발을 진행 중이다. 또한 글로벌 고성능 인쇄회로기판(PCB) 기업 등 글로벌 선도 기업과 기술 검증(PoC)을 진행했고,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 등과의 협력으로 구리 증착 유리 기판의 패키징 실증까지 진행 중이다.

셋째는 원천 기술을 양산으로 연결한 팀 역량이다. 정세영 CTO는 20여 년간 구리 단결정을 연구하며 네이처에 관련 논문을 게재했고, 정승 대표는 대구경 실리콘 잉곳과 전선 양산을 이끈 전문가다. CIT는 두 사람의 역량을 결합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6인치(152.4mm)급 대형 단결정 구리 잉곳을 상업적으로 연속 양산하는 체제를 구축했다.

CIT는 이번에 확보한 투자금으로 글로벌 공급망 진입을 위한 스케일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대구경 단결정 구리 잉곳 생산라인 구축, ASE 증착 기술 연구 인프라 확대 및 실증에 활용하고, 핵심 협력사와의 공동 연구개발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맞춰 양산용 증착 장비를 대거 확대할 계획이다. 2029년 이후 본격적으로 증가할 기판 및 타깃 소재 수요에 대비해 100억 원 이상 규모의 설비 투자와 신규 공장 건설도 추진한다.

플라이 아시아 2026 글로벌 스케일업 챔피언스 어워즈 대상을 수상한 CIT / 출처=CIT
플라이 아시아 2026 글로벌 스케일업 챔피언스 어워즈 대상을 수상한 CIT / 출처=CIT

플라이 아시아 대상… 실리콘밸리 무대도 오른다

CIT는 국내외 스타트업 대회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CIT는 지난 10월 7일부터 8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아시아 창업 엑스포 ‘플라이 아시아 2026’의 ‘글로벌 스케일업 챔피언스 어워즈’에서 대상을 받았다. 글로벌 스케일업 챔피언스 어워즈는 해외 진출을 노리는 부산 창업기업을 발굴해 글로벌 진출과 국내외 투자 연계를 지원하는 경진대회다. 서면으로 진행한 예선 심사를 거쳐 6개 기업이 본선에 올라 투자설명(IR) 발표를 진행했으며, 전문위원 평가 90%와 시민평가단 평가 10%를 합산해 순위를 정했다. 수상 기업에는 총 6000만 원의 상금과 함께 기업 홍보 영상 제작, 글로벌 투자자와의 일대일 만남 기회가 주어진다. CIT는 이번 대상 수상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규모를 키울 잠재력을 갖춘 딥테크 스타트업으로 인정받았다.

또한 미국 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가 주관하는 스타트업 경진대회 ‘스타트업 배틀필드 200’에도 선정됐다. 스타트업 배틀필드 200은 테크크런치의 대표 행사인 ‘테크크런치 디스럽트(TechCrunch Disrupt)’에서 열리는 초기 스타트업 경진대회로, 전 세계에서 지원한 수천 개 기업 가운데 200곳만 선정한다. 선정 기업은 행사 기간 전시 공간과 투자자 만남 등의 기회를 얻는다. 그중 20개 기업에는 현장 발표 기회도 제공한다. 올해 테크크런치 디스럽트는 오는 13일부터 15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다.

정승 CIT 대표는 “구리와 스퍼터링은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오래 쓰여 온 기술이지만, CIT는 이 둘을 대체하지 않고 원자 단위로 새롭게 해석해 기존 구리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섰다”라며 “네이처에 실린 단결정 구리 연구 성과를 실제 상용화할 수 있는 제조 솔루션으로 발전시킨 만큼, 이번 투자 유치와 국내외 스타트업 대회에서 거둔 성과를 발판 삼아 양산 체제를 갖추고 글로벌 반도체 패키징 공급망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겠다”라고 말했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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