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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난징의 우아함에 대하여

2026.10.16. 10: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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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가 잊어버린 중국의 우아함을 찾아서.

난징 어느 골목에서 마주한 평범한 하루
난징 어느 골목에서 마주한 평범한 하루

난징(南京)은 베이징(北京), 시안(西安), 뤄양(洛陽)과 함께 중국의 4대 고도(古都)로 꼽히는 도시다. 중국에서 난징(南京)을 두고 육조고도(六朝古都) 혹은 십조도회(十朝都會)라 부르기도 한다. 육조(六朝)는 난징을 수도로 삼았던 여섯 왕조를 뜻하는데 3세기부터 6세기까지, 약 360년 동안 중국 남부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해 왔다. 이후 명나라와 중화민국 시기의 수도 역할까지 더해지면서 10개 왕조와 정권이 수도로 삼은 도시(십조도회)라는 별칭이 붙은 것이다. 난징의 중심에는 ‘진회하(秦淮河)’라고 불리는 강이 흐른다. 이 강변을 따라 ‘오의항(烏衣巷)’이라는 작은 골목이 하나 조성되어 있는데, 당나라의 시인인 ‘유우석(劉禹錫)’은 이 골목을 소재 삼아 ‘오의항’이라는 시를 남긴다.

“주작교 언저리에 온갖 들꽃 피었는데, 오의항 어귀에 석양이 비꼈구나.
그 옛날 왕도와 사안의 집에 드나들던 제비들,
이제는 백성들 집에 예사로이 날아드네.”

난징이란 도시의 흥망성쇠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시로 한때 이곳을 차지했던 왕씨와 사씨 같은 명문가의 처마 밑을 날던 제비가 세월이 흐른 뒤에는 평범한 백성의 집으로 날아든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10개가 넘는 왕조가 번갈아 이곳을 수도로 삼았지만 가장 오래 버틴 나라가 100년을 겨우 넘겼을 뿐이니, 중국의 역사 속에서 난징의 화려함은 늘 찰나였을 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여행지로서 난징의 매력은 그 찰나에 있었다.


■南京六景, 난징육경
난징을 대표하는 6개의 키워드

木, 나무
난징 도심을 걷다 보면 도로 양옆으로 빽빽하게 늘어선 플라타너스가 유독 눈에 띈다. 중화민국 시기 새 수도인 난징을 근대 도시로 정비하며 대대적으로 심기 시작한 나무다. 특히 중산릉(中山陵, 중국 민주 혁명의 선구자인 쑨원의 묘)으로 향하는 길과 중산로 일대에 대규모로 식재됐다. 당시엔 위엄을 과시하기 위한 조경이었지만, 10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은 시민들의 평범한 오후를 채워 주는 그늘이 됐다. 난징에서 가장 우거진 플라타너스 길은 무숙원(苜蓿园)역에서 중산릉 방향으로 이어지는 길인 능원로(陵园路)다. 새벽녘 인적 없는 능원로는 어둑한 빛 사이로 스며드는 짙은 녹색 빛이 가히 몽환적이다.

大学, 대학
난징은 중국에서 손꼽히는 대학의 도시다. 그중 대표적인 난징대학(南京大學)은 중국 최상위권 대학 연합인 C9에 속하며, 중국 남부를 대표하는 명문대로 꼽힌다. 이 밖에도 동남대학(南大學) 등 여러 대학이 난징에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와의 인연도 흥미롭다. 일제강점기 난징의 금릉대학(金陵大學)에는 한국인 유학생들이 모여들었고, 이들 가운데 일부는 이후 상하이로 건너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활동에 참여했다. 당시 난징은 상하이와 함께 중국 내 한인 유학생과 독립운동가들이 활동하던 중요한 거점이기도 했다.

현무호를 가득 메운 연꽃
현무호를 가득 메운 연꽃

湖, 호수
난징 도심 한가운데에는 현무호(玄武湖)가 자리한다. 약 3.8km2에 달하는 거대한 호수로, 육조 시대부터 왕실의 유람 공간이자 군사적 요충지로 활용돼 왔다. 명나라 때에는 황실 원림으로 정비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현재는 뱃놀이를 즐길 수 있는 도심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호수 안에는 5개의 섬이 흩어져 있고, 각 섬은 다리와 둑길로 이어져 있어 걸어 넘나들 수 있다. 호수 동쪽으로는 명대 성벽이 그대로 맞닿아 있어 성벽과 함께 둘러보기도 좋다.

명대 성벽의 중화문
명대 성벽의 중화문

城墙, 성벽
난징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가 바로 성벽이다. ‘명대(明代) 성벽’은 현존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도성벽으로 꼽힌다. 명나라 초대 황제인 주원장(朱元璋)이 20여 년에 걸쳐 쌓았는데, 원래 길이는 33km가 넘었고, 지금은 25km 가까이 남아 있다. 성벽 위를 걸을 수 있는 구간도 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이 성벽 남쪽의 중화문(中) 일대다. 옹성(甕城) 구조가 온전히 남아 있어 명대 축성 기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점으로 꼽힌다. 일부 성벽 구간은 자전거를 타고 달릴 수도 있다. 성벽에 올라서면 오래된 성곽 아래로 난징의 도심이 한가득 펼쳐진다.

난징의 골목
난징의 골목

小巷, 골목
난징은 골목이 많아 산책하기 좋은 도시다. 가장 유명한 골목은 진회하변의 오의항(烏衣巷)이다. 당나라 시인 유우석이 시로 남긴 그 골목으로 왕씨, 사씨 같은 명문가가 살던 자리였지만 지금은 평범한 상점과 주택이 들어서 있다. 라오먼동(老門東) 일대도 눈여겨볼 만하다. 명나라 시절부터 상업과 문화의 중심지로 번성했던 구역인데, 검은 기와와 오래된 벽, 돌길 같은 전통 건축 요소를 그대로 살려 복원했다. 난징의 민가 박물관이라고 불리는 ‘감희고거(甘熙故居, 간시고택)’도 함께 둘러보면 좋다. 청나라 말기 난징의 부호였던 간희 일가의 집으로, 여러 채의 건물이 미로처럼 이어지는 전통 대저택이다.

라오먼동의 풍경
라오먼동의 풍경

鸭, 오리
난징 사람들에게 오리는 단순한 식재료 이상의 의미다. 난징을 대표하는 음식인 ‘염수오리(水鴨)’는 오리를 소금에 절인 뒤 향신료를 넣은 염수에 담가 익혀 내는 음식이다. 이름과는 달리 짠맛보다는 담백하고 은은한 향이 매력적이다. 백숙처럼 특별한 날에만 먹는 음식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다. 난징의 오리 문화에서 재미있는 점은 오리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살만 먹고 나머지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피와 내장, 뼈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한다. 대표적인 것이 ‘오리혈탕(鴨血)’이다. 오리의 피를 굳혀 만든 선지를 국물에 넣고 오리 내장, 두부, 당면 등을 함께 끓여 낸 음식으로, 아침 식사나 간단한 한 끼로 흔히 접할 수 있다. 오리 피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과 뜨거운 국물이 어우러져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다.


■난징의 예술, 데지 아트 뮤지엄
Deji Art Museum

난징의 최대 번화가인 ‘신제커우(新街口)’ 한복판에는 ‘데지 플라자’가 자리한다. 2006년 문을 연 이후 계속해서 규모를 확장해 온 대형 복합 상업 시설이다.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가 밀집해 있고, 지하철 1·2호선이 만나는 신제커우역과 직접 연결되어 입지도 완벽하다. 데지 플라자 2관 8층에는 ‘데지 아트 뮤지엄’이 자리한다.

2017년 문을 연 이곳은 중국의 데지그룹이 설립한 사립 미술관으로 무려 9,000m2 규모를 자랑한다. 미술관은 자정까지 문을 열기 때문에 시간에 구애 없이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컬렉션의 폭도 상당히 넓다. 약 30년에 걸쳐 구축한 컬렉션에는 신석기 시대부터 명·청대에 이르는 중국의 도자기와 서화, 불교 조각, 가구가 포함돼 있고, 한편으로는 중국과 해외의 근현대미술과 디지털 아트까지 아우른다. 미술관 자체적으로 1만 점이 넘는 작품을 소장하고 있어 고대미술관과 현대미술관의 경계를 굳이 나누지 않았다.

현재는 미술관 자체 소장품 중 하나인 ‘번화금릉도(繁華金陵圖)’를 초광대역 기술로 재해석해, 스마트 손목밴드를 차고 그림 속 인물로 빙의해 볼 수 있는 전시가 진행 중이다. 번화금릉도는 청나라 건륭제 시기 화가 서양(徐扬)이 그린 것으로 알려진 난징의 도시 풍속화다. 여기서 금릉(金陵)은 난징의 옛 이름이다. 중국 역사에서 난징은 시대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불렸는데, 그중 금릉이 가장 유명한 옛 지명이다. 송나라 상인들을 따라다니거나 배달원과 마주치고, 밤하늘에 불꽃을 직접 쏘아 올릴 수도 있다.

이 전시는 프랑스 파리와 미국 보스턴을 거쳐, 2025년 11월엔 유네스코 총회에서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그 옆 전시관에서는 ‘꽃’을 주제로 한 소장품 상설전도 진행 중이다. 2025년 10월 새롭게 개편해 공개한 전시로, 모네, 르누아르, 세잔, 뭉크, 피카소, 마티스부터 앤디 워홀, 쿠사마 야요이, 데이비드 호크니, 나라 요시토모 등에 이르기까지 109명의 작가, 140점의 작품을 통해 약 300년에 걸친 서양과 중국의 꽃 그림을 보여 준다.

Editor’s Pick
반드시 화장실을 둘러볼 이유

데지 플라자에서 화장실 투어를 빼놓을 수 없다. 데지 플라자는 크게 1관과 2관으로 나뉘는데, 특히 1관 화장실을 탐험하고자 하는 이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층마다 디자인을 달리해 설계했는데, 상하이의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인 ‘X+Living’의 손에서 탄생했다. 6층 화장실의 주제는 도시 여행자들을 위한 피난처 같은 정원. 화장실 복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마치 어느 식물원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다. 황금빛 격자와 곡선 구조물 사이로 각종 식물이 늘어서고, 꽃과 곤충에서 따온 형태가 벽과 바닥의 패턴으로 반복된다. 세면대는 정원의 분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었고, 녹색 대리석이 공간 전체의 중심을 잡는다. 무장애 화장실의 자동문과 여러 방향의 손잡이, 기울어진 거울 같은 디테일은 미관만을 고려해서는 나오기 어려운 요소들이다. 5층은 팝과 감각적인 리듬을 주제로 했고, 3층은 몽환적인 분위기의 빛과 영상을 활용했다.


■난징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야 할 이유
The Ritz-Carlton, Nanjing

리츠칼튼 난징은 도시의 중심,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다. 이곳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면 난징은 중국의 대도시와는 결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하늘을 찌르는 초고층 빌딩도, 관광객이 들끓는 번화가도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나지막하고 다정한 건물이 드넓은 땅 곳곳에 모여 있고, 사람들은 제각기 느긋한 리듬으로 각자의 일상을 보낸다. 난징은 중국의 대도시가 잊어버린 우아함을 여전히 품고 있는 도시다.

리츠칼튼 난징에서 바라본 난징 시내. 현무호와 성벽도 어렴풋이 보인다
리츠칼튼 난징에서 바라본 난징 시내. 현무호와 성벽도 어렴풋이 보인다

상하이가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했던 19~20세기를 지나, 글로벌 호텔들이 난징에 속속 들어서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2010년대 들어 인터컨티넨탈, 웨스틴, 샹그릴라, 그랜드 하얏트가 잇달아 문을 열었고, 2020년 리츠칼튼이 가장 마지막으로 이 대열에 합류했다. 리츠칼튼은 개장 이후 난징의 부유층을 한곳으로 집결시켰다. 데지그룹과의 긴밀한 연계 때문이다. 난징을 기반으로 성장한 데지그룹은 대형 쇼핑몰과 타워, 호텔, 문화 시설을 아우르는 복합 개발을 통해 도시를 설계하는 기업이다. 난징의 중심지인 신제커우(新街口) 한복판에 데지그룹이 럭셔리 쇼핑몰과 리츠칼튼 호텔을 포함하는 62층 높이의 거대한 타워를 세움으로써 도시의 상징을 새롭게 만들어 낸 셈이다.

리츠칼튼 난징 로비에는 자체적으로 보유 중인 아트 컬렉션이 가득 전시되어 있다
리츠칼튼 난징 로비에는 자체적으로 보유 중인 아트 컬렉션이 가득 전시되어 있다

리츠칼튼 난징은 호텔 자체가 하나의 갤러리이기도 하다. 건물 38층에 있는 로비를 비롯해 복도, 객실 내부에 이르기까지 눈을 두는 모든 곳에 아트피스가 빼곡하다. 16개국 이상, 7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한 346점의 예술 작품과 936점의 회화 작품. 유리나 도자기 등 다양한 소재로 제작된 4,894점의 장식품, 그리고 예술과 철학 등을 아우르는 6,352권의 방대한 장서까지, 호텔에서 곧장 연결되는 데지 아트 뮤지엄의 연장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투숙객에게만 개방되는 프라이빗 전시장인 셈이다.

리츠칼튼 난징의 객실 전경. 난징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객실은 총 295개다. 그중 32개가 스위트 등급으로, 이그제큐티브 스위트부터 클럽 파노라마 스위트 등 객실 타입 선택지가 다채롭다. 전면 유리창으로 탁 트인 개방감을 살린 객실은 어느 방향에서나 난징의 아름다운 풍경을 조망하기 좋다. 난징 도심과 자금산(紫金山), 현무호(玄武湖)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숨 가쁘게 팽창하는 대도시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었던, 차분함과 안정감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커다란 플라타너스가 양편으로 늘어진 도로를 시선으로 짚어가다 보면, 수세기 동안 수도의 역할을 해온 난징이란 도시의 평안함이 비로소 보이는 것만 같다.

광둥식 레스토랑, 다이 윗 힌
Dai Yuet Heen

난징에서 제대로 된 광둥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리츠칼튼 난징 39층에 위치한 ‘다이 윗 힌’을 추천한다. 광둥식 바비큐와 딤섬을 중심으로 정통 광둥요리를 선보이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140석 규모에 8개의 프라이빗 다이닝룸을 갖추고 있으며, 음식과 함께 프리미엄 와인 셀렉션도 즐길 수 있다. 2025년 미쉐린 가이드 장쑤성 에디션에서 1스타를 받았고, 2026년 미쉐린 가이드 상하이·장쑤·저장에서도 1스타를 유지했다.

난징 최고의 루프톱 바, 플레어
FLAIR

난징의 밤을 가장 높은 곳에서 바라보고 싶다면 플레어 바를 추천한다. 62층에 위치한 리츠칼튼 난징의 루프톱 바이자 레스토랑이다. 동남아시아식 타파스에 다채로운 칵테일, 샴페인을 곁들일 수 있다. 난징의 역사도, 촘촘한 골목도, 현무호도 거대한 도시의 불빛 속에 하나의 풍경으로 겹쳐진다. 난징의 오늘을 가장 직관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 바. 저녁 7시쯤 방문하면 해 질 무렵의 난징과 야경을 한번에 만끽할 수 있다.

글·사진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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