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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현장의 경험을 확장한다” 플라잎이 말하는 제조 특화 스킬 파운데이션 모델

2026.10.16. 11: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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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체결 특화 피지컬 AI 기업 플라잎이 경험에 기반한 제조 특화 스킬 파운데이션 모델을 제안한다 / 출처=플라잎
조립·체결 특화 피지컬 AI 기업 플라잎이 경험에 기반한 제조 특화 스킬 파운데이션 모델을 제안한다 / 출처=플라잎

[IT동아 강형석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이 피지컬 AI(실물 인공지능)로 확대되는 가운데, 전 세계 기술 업계가 주목하는 건 AI 모델 구축이다. 그중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건 영상과 명령을 토대로 행동을 구현하는 '인식·언어·행동(Vision·Language·Action)' 모델과 공간 변화를 예상하는 '월드 모델(World Model)'이다. 이 외에도 여러 피지컬 AI 모델이 개발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피지컬 AI 보고서에서 로봇이 사전에 정해진 규칙을 따르던 '규칙 기반'에서 기계가 환경을 경험하며 스스로 배우는 '학습 기반'으로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기술과 산업 현장 사이의 괴리감이다. 산업 현장은 0.1밀리미터의 미세한 공차, 1초의 지연에 민감할 정도로 엄격하다. 시연 중 사과를 조금 세게 쥐어 흠집이 나는 것은 웃어넘길 수 있지만, 전자회로 기판에 커넥터를 비틀어 꽂아 핀이 휘어지거나 나사가 헛돈다면 수억 원에 달하는 설비 전체가 멈춰 서고 이는 곧 기업의 손해로 이어진다.

현재 전 세계 로봇 시장을 이끄는 범용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들은 주변에 무엇이 있고, 어디로 팔을 뻗어야 하는지 등을 파악하는 공간 이해에 능하다. 다만 부품이 맞물리는 찰나의 마찰력, 나사산이 엇갈릴 때 튀어 오르는 반발력, 작업대 진동에 따라 요동치는 미세한 위치 오차를 극복하는 능력은 다른 접근을 요구한다.

세상을 폭넓게 이해하는 지능을 가졌다고 해서, 곧바로 현장에 투입해 장인처럼 행동할 수 없다. 꾸준한 경험으로 구축된 감각과 행동이 필요하다. 이에 조립·체결 특화 피지컬 AI 기업 플라잎(PLAiF)은 제조 현장에서 반복되는 작업의 숙련을 축적하고, 그렇게 쌓은 숙련을 새로운 작업으로 빠르게 이어가는 특화 AI, '스킬 파운데이션 모델(Skill Foundation Model)'을 제안한다.

한 번 배운 기술을 경험으로 이어가는 스킬 파운데이션 모델

로봇은 하나의 AI가 아니라 특화된 파운데이션 모델들을 상황에 따라 활용한다. 카메라 영상과 언어 지시를 받아 곧장 모터 명령을 출력하는 시각·언어·행동 모델, 움직임을 예상해 행동을 계획하는 월드 모델(World Model), 좋은 행동을 판별하는 보상 모델(Reward Model), 학습 데이터를 여러 로봇 몸체에 두루 쓰려는 목적의 체화된 모델(Embodied Model) 등 다양한 로봇 AI가 쓰인다. 이들은 주로 사물을 인지하고 기초적인 궤적을 계획하는 상위 인지 중심의 범용 로봇 모델이다.

플라잎이 제안하는 스킬 파운데이션 모델은 로봇이 공정 수행 과정에서 검증된 작업 노하우와 숙련을 디지털 자산으로 축적하고 이를 확장해 나가는 인공지능 특화 숙련 체계다. 시각과 언어를 바탕으로 주변 정황을 파악하고 다음 행동을 거시적으로 판단하는 게 범용 파운데이션의 역할이라면, 스킬 파운데이션 모델은 산업 현장 안에 특화된 행동을 이행한다. 범용 모델이 지닌 폭넓은 상황 이해력과 결합해 작동하면서도 오롯이 제조 현장이 요구하는 높은 반복 완성도와 정밀도에 집중하는 구조인 셈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사원을 예로 들어보자. 최신 이론과 물리 역학에 통달한 이 신입사원은 기존의 거대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에 가깝다. 사물의 위치를 금세 알아채고 도면도 척척 읽어낸다. 그런데 공장 설비에 투입되어 부품 체결을 맡기면 상황이 달라진다. 볼트가 미세하게 깎여 뻑뻑할 때 힘을 어느 각도로 주어야 하는지, 커넥터를 밀어 넣을 때 딸깍하는 감각이 날 때까지 손목을 얼마나 비틀어야 하는지는 배우지 못한 탓이다.

플라잎의 스킬 파운데이션 모델은 제조 환경의 경험을 디지털 자산으로 축적하고 확장한다 / 출처=플라잎
플라잎의 스킬 파운데이션 모델은 제조 환경의 경험을 디지털 자산으로 축적하고 확장한다 / 출처=플라잎

반면, 20년 경력의 현장 반장은 눈감고도 손끝에 전해지는 저항감만으로 불량 여부를 즉각 감지한다. 이 현장 반장의 작업 노하우와 숙련도를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지능으로 학습해 놓은 체계가 바로 스킬 파운데이션 모델인 셈이다.

과거의 제조 자동화 시스템은 설비 환경이 조금만 바뀌어도 문제를 일으킨다. 지그(Jig)라 부르는 고정틀 위에 부품이 정확히 놓여 있어야만 로봇 팔이 정해진 궤적대로 조립하는 구조여서, 부품 형상이 조금만 바뀌어도 막대한 비용을 들여 설비를 통째로 뜯어고쳐야 했다.

스킬 파운데이션 모델은 기존 제조 자동화 시스템의 한계를 피지컬 AI 기술의 유연함으로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둔다. 조립, 부품 삽입·체결, 정렬 등 제조 공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사람의 일솜씨에 의존하던 핵심 작업들을 스킬 단위로 정밀하게 분석하고 데이터화하기 때문이다.

스킬 파운데이션 모델의 잠재력은 숙련의 확장에 있다. 개별 작업마다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방식에서 벗어나, 정렬·삽입·체결 등 다양한 제조 작업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행동 패턴을 학습하고 새로운 작업에 활용해 추가 데이터 수집과 학습 부담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로 인해 다른 모양의 부품이나 새로운 작업이 주어져도 간단한 학습 과정을 거치면 현장에 즉시 적응할 가능성이 열린다. 작업 성공 경험뿐 아니라, 흔들림과 편차를 교정해 낸 미세한 극복 경험까지 고스란히 모델에 쌓여 다음 공정의 진입 장벽을 낮춰줄 전망이다.

로봇보다 중요한 것은 행동에 따른 ‘결과’

피지컬 AI 산업에는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쓰이지만, 시장의 주목을 받는 건 두 팔과 두 다리를 쓰는 휴머노이드(이족보행 로봇)다. 휴머노이드들이 현장에서 물건을 옮기고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모습에 시장은 환호한다. 그런데 전 세계 산업을 이끄는 기업들의 생각은 다르다. 공장의 경영진과 생산 엔지니어에게 가장 중요한 건 로봇이 사람의 다리를 가졌는가, 팔이 몇 개인가가 아니다. "이 로봇이 우리 설비에 투입돼 제품을 분당 몇 개의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가?"이기 때문이다.

산업 현장이 피지컬 AI 기반 자동화에 설비 투자를 결정하는 근거는 결과의 신뢰성이다. 현장은 99.99%에 수렴하는 작업 성공률, 정해진 공정 내에 한 치의 오차 없이 반복 작업을 끝마치는 예측 가능성을 요구한다. 다품종 소량 생산 시대에 발맞춰 제품 설비가 바뀔 때마다 멈춰 서는 공정 전환 시간을 단축하는 것 외에도 설비 투자 비용을 단기간에 회수할 수 있는 명확한 경제성(ROI)도 필요하다.

이 네 가지 조건을 채우지 못한다면, 수억 원을 호가하는 최첨단 휴머노이드도 공장 안에서는 고가의 상품에 불과하다. 작업대에 단단히 고정된 6축 다관절 로봇이든, 레일 위를 달리는 양팔 로봇이든 형태와 상관없이 결과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대만 폭스콘(Foxconn)이 엔비디아 블랙웰(Blackwell) 서버 생산 설비에 피지컬 AI 솔루션을 배치할 당시, 선택의 기준은 겉보기의 유려함이 아니라 고밀도 커넥터와 케이블을 망가뜨리지 않고 정확하게 끼워 넣는 정밀 실행 능력이었다. 손가락이 인간과 똑같이 생겼는지보다, 사람의 숙련도를 얼마나 정밀하게 대체하느냐가 도입의 성패를 갈랐다.

제조 현장에서 가동 중인 플라잎 양팔로봇 / 출처=플라잎
제조 현장에서 가동 중인 플라잎 양팔로봇 / 출처=플라잎

작업마다 개별적으로 파편화된 현장 경험들이 스킬 파운데이션 모델에 집중된다면, 공정 적응 속도는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증된 기본기들이 모델 내에 차곡차곡 쌓이게 되고, 복잡한 신규 공정이 주어지더라도 이 스킬들을 조합해 해결할 수 있다. 플라잎이 조립과 체결이라는 스킬 파운데이션 모델의 본질에 집중하는 배경이다. 폼팩터 경쟁이 아니라, 작업 완성도라는 본원적 가치에 매진하는 게 제조 자동화 시장의 신뢰를 얻는 지름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제조 특화 스킬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에 속도 내는 플라잎

조립·체결 특화 피지컬 AI 기업 플라잎은 산업용 로봇 자동화 과정 중 까다롭기로 손꼽히는 조립·체결 라스트마일(최종 단계)을 위한 스킬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에 역량을 집중해 왔다. 그 중에서 플라잎의 차별점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통합 제어 및 AI 기술력과 그 기술력을 토대로 실제 생산 현장에서 검증된 경험을 스킬로 쌓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부품을 끼우고 조이는 과정에서 생기는 접촉, 실패, 복구의 경험은 인터넷이나 시뮬레이션만으로는 얻기 어렵고, 실제 생산 설비에서만 쌓인다. 플라잎은 완성차 대기업과 자동차 부품 제조 1차 협력사(Tier-1)의 생산 현장에서 실증과 현장 테스트를 완료하고 양산 진입 단계에 들어섰다. 현장에서 축적한 이 경험이 곧 스킬 파운데이션 모델을 키우는 자산이 된다.

시장 역시 플라잎의 행보에 주목한다. 기술의 혁신성과 현장 상용화 속도를 인정받아 2026년 상반기 139억 원 투자 유치에 이어 2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추가 유치함으로써 총 159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라운드를 마무리, 본격적인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로봇 산업의 중심은 움직임에서 숙련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플라잎은 로봇이 세상을 보고 움직이는 것은 긴 여정의 출발점일 뿐이며, 미래 제조 패러다임의 승패는 누가 먼저 인간 장인의 경험과 숙련도를 로봇에 이식하느냐에 달렸다고 봤다. 생산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피지컬 AI, 플라잎의 스킬 파운데이션 모델이 열어갈 제조업의 지각변동에 산업계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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