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2017년 시제품 공개 후 9년 만에 2세대 로드스터를 다시 선보였다. 냉가스 추진기를 장착한 시연 차량은 공중에서 회전하고 다른 차량 위를 비행했다. 가격은 공개하지 않았고, 일론 머스크는 생산 시점을 2028년으로 제시했다.
테슬라가 10월 15일 오후 7시 55분(미국 중부시간, 한국시간 16일 오전 9시 55분) 미국 텍사스주 맥그리거에 있는 스페이스X 로켓 개발·시험 시설에서 2세대 로드스터를 공개했고, 행사는 테슬라 유튜브와 X 계정으로 생중계됐다. 머스크는 이 차를 "인간이 직접 운전하는 마지막 세대 자동차 가운데 최고"라고 소개했다.
9년간 공개 지연
2세대 로드스터는 2017년 11월 테슬라 세미(Semi) 공개 행사에서 깜짝 등장했다. 당시 테슬라는 2020년 출시를 약속하고 예약금 5만 달러(약 6,700만 원)를 받았다. 1,000대 한정 '파운더스 시리즈'는 25만 달러(약 3억 3,500만 원)를 미리 내야 했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머스크는 2020년, 2021년, 2023년, 2024년 네 차례 공개를 연기했고, 일정은 이후 계속해서 지체되고 있다. 올해도 4월 1일에서 하반기로 연기된 상태였고, 10월 1일로 잡았던 행사는 시연장 날씨 문제로 2주 연기됐다. 머스크는 행사 시각을 7시 55분으로 정한 공지에 "타이밍이 전부"라는 답글을 남겼다.
뒤집힌 경사로 주행, 차량 5대 도약 시연
시연 차량은 강력한 팬과 추진기를 이용해 천장처럼 뒤집힌 경사로를 거꾸로 달린 뒤 회전하며 지면에 내려앉았다. 달리는 도중 추진기로 차체를 띄워 사이버캡, 사이버트럭, 세미, 모델 Y, 모델 3 위를 뛰어넘기도 했다. 일렉트렉에 따르면 공중에서 차체를 한 바퀴 뒤집는 '킥플립' 장면도 선보였다.
테슬라는 시속 0~60마일(약 97km) 가속을 1초 안에 마치는 장면도 시연했다. 머스크는 이 가속 시연을 두고 "실제로 도로를 달릴 차"라고 강조했다. 다만 엔가젯은 시연 동작이 미리 프로그래밍된 것이었고, 운전석에 앉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는 연출용이었다고 전했다.
퍼포먼스, 스러스트, 로켓 트림 3종
신형 로드스터는 기본형 '퍼포먼스'에 '스러스트'와 '로켓' 확장 패키지 2종을 더하는 구조다. 테슬라는 이 패키지를 '오그먼트(augment)'라고 부른다.
- 퍼포먼스: 2인승 도로 주행용. 능동형 공기역학 장치와 다중 모드 흡입 시스템을 갖췄다. 시속 60마일 도달 1.6초 미만. 일반 예약으로 판매한다.
- 스러스트: 2인승 레이싱용. 후면 냉가스 추진기를 더했다. 시속 60마일 도달 0.9초 미만. 한정 판매한다.
- 로켓: 1인승. 차체 둘레에 상승과 회전을 담당하는 추진기를 장착했다. 시속 60마일 도달 0.59초 미만, 최고 속도 시속 230마일(약 370km) 이상. 초청받은 고객만 살 수 있고 일반 도로 주행 승인은 받지 않았다.
테슬라가 밝힌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00마일(약 483km) 이상이며, 트림별 주행거리는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냉가스 추진기, 흡입 팬 탑재
스러스트와 로켓 트림의 추진기는 압축 가스를 분사해 힘을 얻는 냉가스 방식이다. 연소 과정 없이 저장해 둔 가스를 내뿜는 구조다. 테슬라는 스페이스X 기술을 바탕으로 대기 중에서도 작동하도록 새 하드웨어와 제어 장치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압축 가스는 탄소섬유로 감싼 고압 용기(COPV)에 담아 차체 빈 공간마다 배치했다. 가스를 많이 실을수록 공중에 떠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테슬라는 추진기가 타이어가 견딜 수 있는 힘의 4~5배를 낸다고 주장했다. 타이어 접지력이라는 가속의 물리적 한계를 추진력으로 극복하는 방식이다. 흡입 팬은 차체 아래 공기를 빨아들여 차를 노면에 밀착시킨다. 테슬라는 이 장치만으로 정지 상태에서도 차를 뒤집힌 채 붙들어 둘 수 있다고 밝혔다.
트랙 모드에서는 차고가 낮아지고 능동형 리어 윙이 펼쳐진다. 리어 윙을 움직이는 구동 장치는 옵티머스 로봇용으로 개발한 부품이다. 테슬라는 이때 생기는 다운포스가 F1 경주차 수준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SR-71 정찰기, F-35 전투기 참고 디자인
테슬라는 2017년 시제품과 크게 달라진 외관이 미국 정찰기 SR-71과 전투기 F-35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전조등은 차체 안에 숨겼고, 후미등은 차체 너비 전체를 가로지른다. 새 흰색 도장 '아노 화이트'는 로켓 보호 코팅에서 착안했고, 금빛으로 착색한 유리는 우주복 헬멧의 금색 바이저를 본떴다.
실내에는 전자식 조향(스티어 바이 와이어)용 요크 핸들과 중앙 터치스크린, 운전석 앞 소형 화면 2개가 들어갔다. 무게를 줄이려고 좌석 위치를 고정하고 수동 조작 장치를 썼으며, 마그네슘과 티타늄, 탄소섬유를 곳곳에 사용했다.
가격 미공개, 2028년 생산
테슬라는 트림별 가격을 공개하지 않은 채 예약을 다시 시작했다. 예약 즉시 5,000달러(약 670만 원)를 내고 10일 안에 4만 5,000달러(약 6,030만 원)를 추가로 송금하는 조건이며, 기한 안에 송금하지 않으면 예약이 취소된다. 합계 5만 달러는 2017년 예약금과 같은 금액이다. 엔가젯에 따르면 스러스트 패키지는 10일 안에 24만 5,000달러(약 3억 2,850만 원)를 추가로 납부하는 조건이며, 로켓 패키지는 가격을 밝히지 않았다.
머스크는 생산 시점을 "실제로는 2028년"이라고 밝혀, 2017년 약속보다 8년 늦어질 전망이다. 머스크는 로드스터가 테슬라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2017년 발표 대비 사양 변화
일렉트렉은 2017년 발표 내용과 이번 사양을 비교했다. 주행거리는 620마일(약 1,000km)에서 300마일 이상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시속 250마일(약 402km) 이상으로 약속했던 최고 속도는 로켓 트림 기준 230마일 이상으로 낮아졌고, 2+2 구조의 4인승은 최대 2인승으로 줄었다. 반대로 가속 성능은 2017년 약속(1.9초)보다 기본형부터 빨라졌고, 스러스트와 로켓 트림은 리막 네베라 등 현존 최고 수준의 전기 하이퍼카보다 빠르다고 테슬라는 주장했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머스크는 올해 초 팟캐스트에서 로드스터는 "안전이 주된 목표가 아니다"라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긴다면 이 차를 사지 말라고 말했다.
외신 평가, 기술 호평과 약속 이행 의문
일렉트렉은 대기 중에서 작동하는 냉가스 추진기, 차를 천장에 고정할 수 있는 흡입 장치, 옵티머스 구동 장치로 움직이는 리어 윙을 한 차에 결합한 점은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시연에서 공개된 묘기는 한정 판매나 초청 전용 트림의 기능이고 일반 도로 주행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2017년 사양을 믿고 5만~25만 달러를 맡긴 예약자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물었다. 이 기사를 쓴 프레드 램버트 기자는 2017년 파운더스 시리즈 로드스터를 추천 보상으로 받기로 하고 지금까지 기다려 온 당사자라고 밝혔다.
일렉트렉은 행사 도입부가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연결을 부각하는 데 집중했다며, 두 회사의 합병 가능성을 염두에 둔 연출로 봤다. 블룸버그는 이번 시연을 부진한 자동차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시도로 해석했다. 테크크런치는 9년간 반복된 지연과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해 온 예약자들을 짚었다.
야후 파이낸스에 따르면 행사 당일 테슬라 주가는 10월 15일 정규장에서 전일보다 1.29% 내린 362.44달러에 마감했다.
2028년 생산 약속 이행 주목
테슬라는 신형 로드스터에 스페이스X 추진 기술과 옵티머스 구동 장치, 자체 설계 역량을 함께 적용했다. 판매 대수보다는 테슬라 기술력을 알리는 상징 모델로서의 의미가 큰 차량으로 평가된다.
다만 공개된 성능 수치는 모두 테슬라가 제시한 목표치이고, 양산 차량으로 검증된 기록은 아직 없다. 추진기를 장착한 차가 공공도로를 달리려면 안전 규제 통과가 필수지만, 로켓 트림은 이미 도로 주행 승인을 받지 않은 차로 소개됐다. 2028년 생산 약속을 지키는지, 2017년 예약자에게 어떤 조건을 제시하는지가 신형 로드스터의 신뢰도를 가를 전망이다.
자세한 내용은 테슬라 로드스터 공식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테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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