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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어떤 전개가 펼쳐질지 예측이 안된다! 멀티 엔딩 즐기는 어드벤처 ‘파멸의 오타쿠’

2026.10.16. 17: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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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디게임들이 로그라이크, 덱빌딩, 뱀서라이크 등 인기있는 몇몇 장르에 치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남들이 걷지 않는 독특한 길을 걷는 개발사들이 존재한다. 이번에 ‘파멸의 오타쿠’라는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게임을 선보인 키위사우루스가 그런 곳이다.

이 게임은 대책없는 생활 습관으로 인해 월세도 밀리고, 집도 쓰레기장이 된 대책없는 주인공 진다연이 좋아하는 아이돌 굿즈인 향수를 공동구매하겠다고 다른 이들에게 받은 500만원을 밀린 월세 납부 등으로 탕진한 뒤,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내용을 담은 어드벤처 게임이다.

파멸의 오타쿠
파멸의 오타쿠

향수를 발송해주겠다고 약속한 14일 뒤까지 500만원을 마련해야 하지만, 생활력이 제로인 주인공 입장에서는 집 밖으로 나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며, 그 와중에 아이돌 팬심은 포기할 수가 없고, 향수를 약속한 다른 친구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게임도 접속해야 한다. 현실과 게임을 오가며 어떻게든 14일 안에 돈을 만들어서 공동구매 약속을 지키는 것이 게임의 목적이다.

14일 안에 흥청망청 써버린 공동구매 비용 500만원을 복구해야 한다
14일 안에 흥청망청 써버린 공동구매 비용 500만원을 복구해야 한다

의심하는 게임 속 친구들
의심하는 게임 속 친구들

이 때 구원자로 등장하는 것이 집주인이다. 월세가 일년이나 밀렸음에도 독촉하지 않고 참아준 것만으로도 놀라운데, 자신의 일을 도와주면 돈까지 주겠다고 한다. 누가 봐도 수상한 외모이지만, 주인공 입장에서는 하늘에서 보내준 천사나 다름없다.

주인공이 돈을 벌 수 있도록 일거리를 주는 착한 집주인
주인공이 돈을 벌 수 있도록 일거리를 주는 착한 집주인

하지만 생활력 제로인 주인공은 집 밖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사회성이 떨어지는 안타까운 현실 부적응자다. 게임을 시작하면 사회성 수치가 5인데, 집 밖으로 나가는데 사회성 1이 소모되고, 다른 집 문을 두들기는데도 사회성 2가 소모된다. 맨 처음 만나게 되는 임무가 집주인 대신 도난 조심 안내문을 다른 집에 배달하는 것인데, 한층에 2집씩 4층짜리 조그만 빌라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안에 안내문을 다 돌리지도 못한다. 고작 집 두곳 방문만으로 남은 기간이 하루 줄어드는 것을 보면, 14일만에 500만원을 만드는 것이 말이 되나 싶을 정도로 암담함을 느끼게 된다.

방문을 나서는 것만으로도 사회성 1이 소모된다
방문을 나서는 것만으로도 사회성 1이 소모된다

같은 빌라 주민들도 스토리 전개에 변수를 더해준다. 초반에는 301호에 안내문을 전달하기 위해 문을 두들기면 만날 수가 없는데, 빌라를 벗어나서 공원을 지나 버스 정류장까지 도달하면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면서 301호 주민을 만나게 된다. 301호 주민은 근처 물류센터에서 성실히 일을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생으로, 그녀와의 만남 덕분에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라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내게 된다.

뭔가 비밀이 있을 것 같은 수상한 빌라 주민들
뭔가 비밀이 있을 것 같은 수상한 빌라 주민들

또한, 302호에는 아주 많이 수상한 대출업자도 살고 있다. 500만원을 해결하기 위해 대출을 받으면 선이자 100만원을 떼고 400만원을 일시불로 받게 되며, 기간 내에 이자를 더해 600만원을 갚으라는 황당한 상황이 펼쳐진다. 당연히 안갚으면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새우잡이 배 엔딩이다. 빌라 주민들은 활동하는 시간대가 다르기 때문에, 해당 주민과의 에피소드를 더 보고 싶으면 시간도 맞춰서 방문해야 한다.

아무리 급해도 사채를 쓰면 안된다
아무리 급해도 사채를 쓰면 안된다

주인공인 진다연에게 500만원의 빚이 생기게 되는 직접적인 원인인 게임도 또 다른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게임이 돈을 만드는 것이 말이 되나 싶지만, 게임 속 별무리 뽑기나 아이템 판매 등을 통해 게임 머니인 별을 획득할 수 있고, 이것을 현금으로 환전까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게임의 주인공인 아이돌들과의 친해지면 그들과 함께 하는 미니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는데, 여기서 게임 결과에 따라 별을 획득하고, 이것을 환전해 현금을 만들 수도 있다. 즉, 14일이라는 한정된 시간을 게임에 집중할 것인지, 현실에 집중할 것인지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다른 전개가 펼쳐지는 것이다. 각 미니 게임들은 리듬액션, 장애물 피해 달리기 등 익숙한 것들인데, 익숙한 게임인 만큼 플레이를 하면 할수록 묘한 승부욕이 생기게 된다.

아이돌과 친분을 쌓으면 미니 게임으로 별을 획득할 수 있다
아이돌과 친분을 쌓으면 미니 게임으로 별을 획득할 수 있다

게임머니로 500만원을 복구하려면...
게임머니로 500만원을 복구하려면...

앞서 언급했듯이, 주인공의 사회성 수치가 너무 낮기 때문에 하루에 할 수 있는 행동이 매우 제한적이며, 한 층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10분이 지날 정도로 시간 흐름이 빨라서, 당연히 14일만에 500만원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암담한 마음으로 마지막일을 맞이하면 게임오버 화면과 함께 침대에 누워 다시 14일 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그리고 14일동안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인지, 사회성 수치가 조금 오른다.

즉, 계속 엔딩을 보면서 사회성 수치를 올리고, 올라간 사회성 수치를 잘 활용해서 초반에는 갈 수 없었던 다른 지역까지 활동 범위를 넓히고, 다른 빌라 주민과의 새로운 에피소드도 즐기게 되는 무한회귀물인 것이다.

초반에는 잠깐만 돌아다녀도 사회성 수치가 바닥나서 자야한다
초반에는 잠깐만 돌아다녀도 사회성 수치가 바닥나서 자야한다

회귀하면 사회성 수치가 올라 더 많은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
회귀하면 사회성 수치가 올라 더 많은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처음에는 낮은 사회성 수치 때문에 물류센터로 가는 회사 버스도 탈 수 없지만, 사회성 수치가 올라갈수록 점점 더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진다. 빌라 주민들과의 대화에서 어떤 선택지를 고르는가에 따라서도 친밀도 수치가 다르게 오르기 때문에, 매번 엔딩을 맞이하고 새로운 출발을 할 때마다 이번 생에서는 어떤 선택지를 고르면 어떤 스토리 전개가 펼쳐질지 기대가 된다.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주인공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주인공

소규모 인디 게임사의 작품인 만큼, 당연히 아쉬운 부분도 많긴 하다. 마우스 조작이 아예 없고, ESC 키를 눌러도 메뉴 화면이 나오지 않아, 처음에는 저장, 게임 종료를 어떻게 하는지도 알 수가 없어 매우 당황스러웠다. 참고로 메뉴 화면은 탭키를 누르면 나오며, 잠을 잘 때마다 자동으로 저장된다.

빌라 밖으로 나가서 더 멀리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도 초반에는 알기 힘들고, 주민들과 만날 수 있는 시간대도 만나기 전까지는 별다른 정보를 얻을 수가 없어서, 301호 주민과 만나는 것도 한참 시간이 흐른 뒤 우연히 알게 됐다. 요즘 최신 게임들은 플레이어들의 적응을 돕기 위해 상세한 튜토리얼이나 자연스럽게 동선을 유도해주는데, 이 게임은 모든 것을 플레이어가 직접 몸으로 부딪히면서 알아가야 하는 불친절한 게임이다. 황당한 스토리 전개가 매력인 게임인 만큼, 이용자들이 플레이를 통해 알아가면서 “이런 것까지 구현해둔거야!”라고 놀라게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탭키를 눌려야 메뉴가 나온다
탭키를 눌려야 메뉴가 나온다

대형 게임사들의 게임을 주로 즐겨온 이들에게는 그래픽이나 기본적인 편의성이 많이 부족해보일 수는 있지만, 활동에 따라 점점 더 확대되는 황당한 스토리 전개에서 인디 게임사 특유의 반짝임을 느낄 수 있다. 한국 게임들이 해외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스토리 측면에서 많이 아쉽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눈물없이 엔딩을 볼 수 없다는 평가를 받은 ‘산나비’나, 청소년 세대의 불안감, 서브컬처 팬 문화 등을 유쾌하게 풀어낸 ‘파멸의 오타쿠’처럼 스토리에 힘을 팍팍 준 게임들이 더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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