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한만혁 기자]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협업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이 늘고 있다. 스타트업이 투자자와 기업 앞에서 자사 솔루션을 소개하는 데모데이,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만나 협업 가능성을 타진하는 밋업, 대기업이 함께할 스타트업을 공개 모집하는 협업 공모전 등이 매달 곳곳에서 열린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한두 차례 기술검증(PoC)을 진행한 뒤 흐지부지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시간과 인력을 투입했지만, 손에 잡히는 성과는 얻지 못하고 끝나는 것이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경기혁신센터)가 운영하는 ‘유니콘 브릿지(Unicorn Bridge)’는 협업 매칭 다음 단계에 집중한다. 유니콘 브릿지는 대·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을 1:1로 연결해 PoC부터 투자 유치, 해외 진출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으로, 대·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이 단순히 PoC에서 멈추지 않고 투자 유치와 해외 진출까지 이어지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덕분에 유니콘 브릿지는 처음 프로그램을 시작한 2021년 이후 지속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5년간 131개 대·중견기업, 394개 스타트업이 참여했으며, 그중 PoC 매칭 355건의 성과를 거뒀다. 2023년 1월 이후 참여한 154개 스타트업의 경우 평균 매출 성장률은 69%, 사업화 전환율은 67%에 이른다.
유니콘 브릿지의 성공 비결 ‘2단계 매칭 구조’
경기혁신센터는 대·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을 통한 성장 기반을 제공하기 위해 유니콘 브릿지를 운영한다. 스타트업은 좋은 기술을 갖고 있어도 대기업의 네트워크나 자본에 접근하기 어렵다. 경기혁신센터는 이러한 문턱을 낮추고 PoC부터 전략적 투자까지 성장 단계에 맞는 협업모델을 제공한다. 대·중견기업에게는 자사에 적합한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내부 연구개발(R&D)만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신기술이나 서비스를 빠르게 검증 및 도입하도록 지원한다.
경기혁신센터는 유니콘 브릿지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 기술성, 시장성, 성장성을 갖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기업의 현재 단계와 목표에 맞춰 성장 방향을 설계한다. 이어 기술을 필요로 하는 대·중견기업의 사업적 니즈와 스타트업의 기술을 정교하게 매칭하고, PoC 과제 설계부터 실증까지 밀착 지원한다.
이를 통해 경기혁신센터는 유니콘 브릿지 참여 기업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는 숫자로도 드러난다. 경기혁신센터는 2021년 이후 전략투자형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126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전담기업 KT는 PoC를 마친 스타트업에 263억 원을 직접 투자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이 단순히 PoC에 그치지 않고 실제 투자까지 이어진 것이다.
이들 협업이 투자로 이어질 수 있었던 비결은 매칭 방식이다. 경기혁신센터는 유니콘 브릿지의 대·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을 매칭할 때 2단계로 접근한다. 1단계는 ‘수요를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 경기혁신센터 담당자가 대·중견기업의 기술·사업 수요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스타트업의 기술력과 사업 적용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한 후 협업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1차 선별한다. 그다음 대·중견기업이 실제 협업할 스타트업을 직접 선택한다. 단순히 많은 기업을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 스크리닝을 통해 매칭의 정확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높은 매칭 적합도가 양사의 협업 의지와 실행력을 끌어올리고, 실제 PoC와 후속 사업으로 이어지는 기반이 된다는 것이 경기혁신센터의 설명이다.
매칭 이후에도 경기혁신센터가 함께한다. 대·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이 PoC를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협업 과정과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양측의 소통과 후속 협의를 지원한다. PoC 이후에는 성과와 기업의 성장 단계에 따라 후속 사업화와 투자 기회로 연결한다.
기업 매칭부터 글로벌 진출까지 원스톱 지원
유니콘 브릿지는 기업 매칭부터 PoC, 후속 사업화·투자 및 글로벌 진출까지 연결하는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이다. 시작은 수요기업 실무진과의 직접 매칭 및 PoC 기회 제공이다. 경기혁신센터는 스타트업이 실제 자사 기술을 활용할 대·중견기업 사업부서 실무진과 1:1로 만나도록 지원한다. PoC 단계에서는 양사의 협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후속 협업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한다.
PoC 이후에는 경기혁신센터 성장 지원 프로그램 ‘밸류업(Value-Up) 액셀러레이팅’을 통해 성장 단계별 맞춤 지원을 제공한다. 협업 성과가 후속 사업과 투자, 판로 확대로 이어지도록 돕기 위함이다. 밸류업 액셀러레이팅은 ▲기업 분석을 바탕으로 맞춤형 성장 전략을 세우는 ‘스프린트엑스(Sprint-X)’ ▲산업 분야별 기술, 투자, 글로벌 진출 전문가와 1:1로 컨설팅하는 ‘인뎁스(In-Depth) 네트워킹’ ▲매주 투자 단계와 분야별로 투자설명회(IR) 발표 기회를 주고, 경기혁신센터가 투자와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TIPS) 추천을 검토하는 ‘스타트업 815 IR’ ▲글로벌 전시회 참가와 어워드 수상,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을 연계하는 ‘글로벌 스타벤처’ ‘글로벌 톱티어(Top-Tier)’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국내외 네트워크 기회도 제공한다. 유니콘 브릿지 선정 기업은 131개 파트너사를 보유한 경기혁신센터 네트워크에 보육기업으로 등록된다. 유니콘 브릿지가 끝난 후에도 다른 파트너사와 다시 연결될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이다. 경기혁신센터 채널을 통한 홍보와 데모데이, IR 등에 참여할 기회도 꾸준히 제공한다. 글로벌 대기업과의 접점 확보도 지원한다. 경기혁신센터는 인텔, 램리서치, 볼보, 미쉐린, 유니레버 등 글로벌 대기업과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스타트업의 해외 기술·사업 협력 기회를 발굴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운송장비·자동차 제조 기업인 볼보와 51건 매칭을 통해 비밀유지협약(NDA) 1건, PoC 2건 등의 성과를 창출했다.
김경진 경기혁신센터 오픈이노베이션팀장은 “스타트업에 필요한 것은 단순히 대기업을 많이 만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협업 수요가 있는 사업부와 만나 기술을 검증해 보는 기회”라며 “유니콘 브릿지는 수요에 맞는 기업을 연결하고 PoC를 통해 협업 가능성을 확인한 뒤, 그 결과가 후속 사업화와 투자 등 다음 기회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KT·이녹스·LG전자 등과 협업···매칭 정확도로 ‘만족도 ↑’
경기혁신센터는 KT, 이녹스, LG전자, 카카오모빌리티, 아이티센 등과 함께 ‘유니콘 브릿지 with 수요기업’, 유니레버, 볼보, 미쉐린, 구글 등 글로벌 기업과 함께 하는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경기도형 오픈이노베이션 ‘민간주도 오픈이노베이션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가장 오랜 파트너는 KT다. 경기혁신센터는 지난 2016년부터 KT 구매·사업부서와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PoC 프로그램 ‘KT 콜라보레이션’을 운영해 왔다. 중견기업 이녹스와는 2021년부터 전략투자형 오픈이노베이션을 함께 운영하며 반도체 소재, 부품, 로봇 분야 스타트업을 발굴했다.
2024년부터는 경기도와 함께 ‘민간주도 오픈이노베이션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경기도 내 우수 스타트업과 SK에코플랜트, 카카오모빌리티, HD현대삼호 등 대·중견기업을 매칭해 기술사업화 검증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3년간 대·중견기업 57개사와 스타트업 103개사가 참여했다. 해당 사업은 경기도 내 스타트업을 대·중견기업의 실제 수요와 연결해 기술 검증부터 후속 사업화까지 이어지도록 지원한다. 단순 매칭에 그치지 않고 기업 간 협업을 실질적인 사업 기회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2026년 유니콘 브릿지, AI·반도체·로보틱스 등 혁신 스타트업 발굴
경기혁신센터는 2026년에도 다양한 유니콘 브릿지를 운영한다. 올해 유니콘 브릿지는 대·중견기업이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는 ‘전략투자형’과 대기업의 실제 산업 현장에서 기술을 검증하는 ‘PoC형’으로 나뉜다.
전략투자형의 대표 사례는 이녹스와 아이티센이다. 이녹스는 인공지능(AI), 로봇, 반도체, 2차전지 등 미래 산업 분야 혁신 스타트업을 선정해 총 26억 원 규모의 전략투자를 진행하고,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등 글로벌 전시회 참가를 지원한다. 올해 상반기에는 아이티센의 AI·클라우드·디지털전환(DX) 등 전략 사업영역과 연계해 해당분야 스타트업에 10억 원 내외를 투자하며 스케일업을 도왔다. 투자 이후에는 경기혁신센터의 TIPS 추천과 액셀러레이팅을 연계해 후속 성장을 지원했다.
PoC형의 중심에는 KT가 있다. 올해 KT 콜라보레이션은 소비자 대상 AI 서비스, 기업 AI 전환(AX) 솔루션뿐 아니라 6G, 인공위성, AI 기반 무선 기지국(AI-RAN), 양자보안 등 미래기술까지 모집 분야를 넓혔다. 선정 기업은 KT 사업부서와 1:1로 협업하며 평균 7000만 원의 지원금을 받고, 실제 사업 적용을 위한 기술 검증과 PoC를 진행한다. 검증 결과에 따라 후속 협업과 사업화 가능성까지 모색하는 구조다.
유니콘 브릿지가 지향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은 분명하다. 대·중견기업의 수요를 정확히 읽고 적합한 스타트업을 연결해 PoC와 전략투자, 후속 사업화로 협업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다. 경기혁신센터는 앞으로도 기업의 협업 목적과 스타트업의 성장 단계에 맞춰 오픈이노베이션 모델을 고도화하고, 검증된 협업이 투자와 사업화, 글로벌 시장 진출로 이어지는 성장 경로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