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KIMST×IT동아] IBK기업은행-KIMST 상생형 해양수산 창업벤처기업 지원사업은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이 전담하고, IBK기업은행 출연,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이 수행합니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혁신 기술로 바다의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는 전국 유망 해양수산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우리가 무심코 마시는 물 한 잔, 들이마시는 공기, 식탁에 오르는 음식 속에는 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불청객이 숨죽이고 있다. 문명의 편리를 이끌던 플라스틱이 잘게 부서져 5밀리미터(mm) 이하의 미세 플라스틱, 1마이크로미터(1/1000 밀리미터) 미만의 나노 플라스틱이 됐고, 이제는 생태계는 물론 인체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과거의 환경오염이 바다 위를 떠도는 거대한 쓰레기 더미나 해양 생물의 사체처럼 눈에 띄는 모습이었다면, 오늘날 인류가 마주한 오염은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에 가깝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2년 발표한 '글로벌 플라스틱 전망(Global Plastics Outlook)'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플라스틱 연간 생산량은 2019년 4억 6000만 톤을 넘어섰지만 재활용 비율은 9% 안팎에 그친다. 보고서는 지금과 같은 소비 흐름이 이어지면 2060년 플라스틱 사용량이 12억 톤을 웃돌고, 폐기물도 10억 톤 이상으로 불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버려진 플라스틱은 햇빛과 파도, 풍화 작용을 거치며 미세한 입자로 부서진 뒤 지구 전역을 떠돌며 생태계를 위협한다.
미세·나노 플라스틱이 몸속까지 들어온다는 경고도 나온다. 2024년 3월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실린 이탈리아 캄파니아 대학교 연구팀의 논문이 대표적이다. 연구팀이 심혈관 질환 환자 257명의 경동맥 플라크(혈관 벽에 쌓이는 지방 덩어리)를 분석했더니, 58.4%인 150명의 조직에서 폴리에틸렌과 폴리염화비닐 같은 미세·나노 플라스틱이 나왔다. 플라스틱 입자가 검출된 환자군은 검출되지 않은 환자군보다 심근경색·뇌졸중이 발생하거나 사망할 위험이 4.53배 높았다.
미세·나노 플라스틱을 찾아내고 걸러내는 시장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업 팩트엠알(Fact.MR)이 2026년 5월 내놓은 보고서는 2025년 약 14억 달러(약 1조 8700억 원)였던 시장이 2026년 16억 달러(약 2조 14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에는 정수장과 하수처리장의 대형 여과 필터를 이용한 물리적 방식이 주류였지만, 최근에는 나노 단위의 초미세 입자까지 잡기 위해 생물학적 분해 기술, 효소 반응, 화학적 흡착 기술을 결합한 해법이 시장을 이끈다는 분석이다.
국내에도 미세 플라스틱의 측정과 제거, 데이터 관리까지 하나로 연결하는 솔루션을 앞세워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기업이 있다. 바이오·환경 딥테크(고도의 연구개발에 기반한 첨단 기술) 기업 디컴포지션(Decomposition)이다. 막연한 공포의 대상이던 미세·나노 플라스틱을 일상의 관리 영역으로 끌어왔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렇다면 어떤 기술적 차별점이 있을까. 최명현 디컴포지션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미세 플라스틱, 측정해야 관리할 수 있다
"매일같이 바다거북의 뱃속에서 플라스틱 파편이 나왔다거나 먹는 샘물에서 수만 개의 미세입자가 검출됐다는 보도가 이어집니다. 사람들은 심각한 불안을 느끼지만, 정작 '내가 방금 마신 수돗물에, 내 아이가 먹는 우유에, 혹은 내 몸속에 미세 플라스틱이 얼마나 들어 있는가'를 즉각 확인할 방안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디컴포지션은 미세 플라스틱으로부터 사람의 건강을 지키는 딥테크 기업이다. 미세 플라스틱을 측정하고 제거하며 데이터로 관리하는 솔루션을 만든다. 최명현 대표는 미세 플라스틱이 바다나 하천만의 문제가 아니라 매일 마시는 물, 먹는 음식, 쓰는 생활용품을 거쳐 몸속까지 들어온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고 대처할 수 있도록 돕고자 창업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기존 분석 체계는 일상과 거리가 멀었다. 물 같은 시료(분석 대상 샘플)에 섞인 미세 플라스틱을 가려내려면 수억 원을 호가하는 고가 장비가 필요했다. 레이저를 쏴 물질 고유의 신호로 성분을 구별하는 라만 분광기, 빛의 흡수 패턴으로 성분을 읽는 적외선 분광기(FT-IR), 시료를 열로 분해해 나온 가스를 분석하는 열분해 가스 크로마토그래피(Py-GC/MS)가 대표적이다. 고도의 훈련을 받은 석·박사급 전문 인력이 매달려야 했고, 분석을 의뢰한 뒤 결과를 받기까지 몇 주에서 길게는 몇 달이 걸렸다. 공인된 시험 표준 규격마저 갖춰지지 않아 분석 비용 부담도 컸다.
최명현 대표는 이 문제의 해결에 매달렸다. 그는 "측정할 수 없는 대상은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하지 못하면 제거하는 길도 막힙니다. 연구실 안에서 고가 장비로 몇 달씩 걸려 내놓는 분석 보고서만으로는 시민들의 일상을 지키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진단이 빠르고 손쉬워져야 제거 기술도 제자리를 찾고, 측정 데이터가 누적되어야 사회적 해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검출 키트 하나나 제거 제품 한 가지만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고 보아 전 과정을 잇는 통합 솔루션을 구상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디컴포지션이 내세우는 가치는 막연한 공포를 손에 잡히는 통제권으로 바꾸는 일이다. 이를 상징하는 대표 브랜드가 '오미리(5mm)'다. 학계와 환경기구가 미세 플라스틱을 정의할 때 기준으로 삼는 크기, 5밀리미터를 그대로 이름에 담았다. 눈으로 알아보기 어려운 5밀리미터 이하의 위협을 소비자가 일상에서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다스리도록 돕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몸 밖 생활환경에서 입자의 유입을 막는 자가 검출 키트와 기능성 세정제, 몸속에 들어온 입자를 분리해 내보내는 바이오 제품까지 이어지는 제품군은 이런 고민에서 나왔다. 기업부설연구소와 자체 제조시설을 함께 운영하며 기초 연구, 제품 생산, 유통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은 구조도 상용화 속도를 끌어올리는 밑바탕이 됐다.
딥테크 기술 토대로 “검출부터 체내 배출까지”
디컴포지션의 차별점은 미세 플라스틱을 찾고, 줄이고, 데이터로 관리하는 기술을 한데 묶은 데 있다. 대다수 환경 기업이 특정 필터 제조나 검사 대행에 머무르는 사이, 이 회사는 전 주기를 아우르는 제품군을 갖추는 데 힘을 쏟았다.
효소 반응과 형광 물질(빛을 내는 물질)이 달라붙는 성질을 접목한 검출 기술이 그 출발점이다. 복잡한 광학 장비 없이도 용액 속 미세·나노 플라스틱을 식별하고 양까지 측정한다. 1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나노 플라스틱은 기존 광학 현미경으로도 잡아내기 어려워 분석의 사각지대로 꼽혔는데, 디컴포지션은 효소 기반 형광 정량법(빛을 내는 물질의 신호로 양을 재는 방식)으로 이를 검출한다. 이 연구는 분석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탈란타(Talanta)에 실려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확보한 기술을 생활 속으로 옮긴 결과물이 간이 검출 키트 ‘5미리 테스트(5mmTest)’다. 가정이나 사업장에서 마시는 물의 오염 여부를 몇 분 안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전문 기관의 몫이던 환경 분석을 일반인도 해볼 수 있다. 일상에서는 섬유나 피부에 달라붙은 미세 플라스틱을 끌어당겨 물과 함께 씻어내는 '오미리 워시'와 핸드워시를 선보인다. 평소처럼 손을 씻고 세척하는 것만으로 미세 플라스틱 잔류량을 낮추는 구조다.
몸속으로 들어온 입자를 다루는 바이오 기술도 개발했다. 연구진은 인체에 해롭지 않으면서 플라스틱 입자를 흡착하는 미생물을 찾으려 수많은 천연 자원을 뒤진 끝에, 고초균(바실러스 서브틸리스, Bacillus subtilis)의 한 균주인 ‘DCP04’를 발굴했다. 이 균주가 장 환경에서 미세 플라스틱 표면에 달라붙어 몸 밖으로 빠져나가도록 유도한다는 점을 주목 받았다. 연구 결과는 식품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푸즈(Foods)에 게재됐다. 디컴포지션은 이 균주를 바탕으로 장내 미세 플라스틱 관리를 돕는 유익균 제품 '오미리랩 플라바이오틱스'를 준비 중이다. 몸속에 들어온 플라스틱까지 관리 대상에 넣으며 기술 범위를 넓힌 셈이다.
측정 결과를 지리정보시스템(GIS, 위치 정보를 지도 위에 겹쳐 보여주는 체계) 지도에 실시간으로 기록하는 데이터 플랫폼도 구축했다. 지역별, 수계(강과 하천으로 이어진 물길)별 오염도를 한눈에 보여줘,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수자원 관리 정책을 세울 때 도움을 준다.
새로운 시장 개척의 어려움, 과학적 근거로 극복하다
새로운 시장은 길이 닦이지 않은 땅과 같다. 기술 완성도를 높였어도 사업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걸림돌은 적지 않다. 최명현 대표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디컴포지션을 이끌며 겪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기준의 부재'를 꼽았다.
"사회적 관심과 우려는 매우 높지만, 측정 결과를 해석하고 신뢰를 부여할 공인 기준치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미비한 상태입니다. 어떤 물에서 리터당 몇 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나왔을 때 이것이 인체에 어느 정도로 위험한지, 정화 설비를 거친 후 어느 수준까지 낮춰야 합격선인지 가늠할 국가적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보니 정밀한 검출 키트나 저감 제품을 개발해 내밀어도 현장 실무자들은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주저하곤 합니다."
공인 규격이 없는 시장에서는 기술을 설득하는 데 많은 자원이 든다.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친환경 마케팅'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위험도 따른다. 여기에 연구개발비 조달, 양산 설비 확충, 해외 판로 개척에 쓸 사업화 자금과 전문 인력 확보라는 딥테크 스타트업 공통의 숙제까지 겹쳤다.
디컴포지션은 정면 돌파를 택했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쌓는 데 역량을 모았고, 탈란타와 푸즈 같은 공신력 있는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실으며 이름을 알렸다.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한 학술 데이터는 제도가 비어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와 기관의 믿음을 얻는 보증서나 다름없다.
현장 검증(실증)에 대한 의지는 공공과 산업 현장으로 이어졌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 등 공기업과 손잡고 정수장과 수처리 현장의 실측 데이터를 모았고, 환경 전문 기관과 협력해 실제 오염원에 기술을 적용하는 작업도 계속했다.
최명현 대표는 "제도가 만들어지기를 기다리기보다, 우리가 현장에서 쌓아 올린 데이터와 실증 사례가 훗날 표준 가이드라인의 밑거름이 되도록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엄격한 환경 규제를 적용하기 시작한 유럽 수처리 시장에 진출해 현지 테스트를 진행하는 까닭도 글로벌 사례(레퍼런스)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목적에서 출발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위축되는 대신 과학적 근거로 시장의 기준을 세우겠다는 선택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발판이 됐다.
사업 확장 마중물 된 ‘상생형 해양수산 창업벤처기업 지원사업’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상용화하지 못하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스타트업, 벤처 기업이 제품을 상용화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디컴포지션이 성장의 문턱 앞에서 고민하고 있을 때 징검다리가 되어준 것이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KIMST)과 IBK기업은행의 '상생형 해양수산 창업벤처기업 지원사업'이었다.디컴포지션은 지원사업을 통해 오미리 세정 세제와 생활 제품을 추가 개발을 진행했다. 미세 플라스틱 저감 기술을 브랜드 차원으로 확장하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최명현 대표는 상생형 해양수산 창업벤처기업 지원사업이 기업의 체질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품 위주의 파편화된 기술에 머물렀다면 시장에서 브랜드를 안착시키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지원 프로그램을 거치며 세정제와 핸드워시, 식수 키트 등 오미리라는 통합 브랜드 아래 다채로운 라인업을 갖춘 포트폴리오를 확립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 중심의 연구소 벤처가 대중과 호흡하는 라이프스타일 딥테크 기업으로 진화하는 결정적 계기가 마련된 셈입니다"라고 말했다.
글로벌 환경·보건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할 것
디컴포지션이 쌓아 온 기술과 노력은 사업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분석화학 분야의 탈란타와 식품과학 분야의 푸즈에 잇따라 논문을 실어 학술적 신뢰를 구축했고, 핵심 균주와 분석 기술을 아우르는 국내외 특허도 확보했다.
소비자 접점 확대에도 속도가 붙었다. 브랜드를 오미리로 통일한 뒤 신선식품 플랫폼 마켓컬리에 입점해 인지도를 높였고, 국내외 여행객이 몰리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도 진열대를 마련했다. 서울 이태원과 명동 등 주요 상권의 오프라인 매장으로 판로를 넓혔다. 미국 아마존에도 자리를 잡으며 북미 시장 공략에도 시동을 걸었다.
"미세 플라스틱 문제를 떠올렸을 때 세계 어디서나 가장 먼저 기억나는 기업이 디컴포지션이기를 바랍니다. 사람들은 플라스틱의 위험을 체감하면서도 뾰족한 대안이 없어 무력감에 빠지곤 합니다. 우리는 그 막연한 불안을 일상 속 확인과 실천으로 바꾸고자 합니다. 포항에서 출발한 작은 기업이지만, 우리가 구축한 과학적 기술과 데이터는 세계 곳곳의 식수와 식탁을 지키는 든든한 방패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보이지 않는 위협에 맞서 일상의 안심을 전하는 글로벌 환경·보건 솔루션 기업을 목표로 묵묵히 전진하겠습니다."
체내 미세 플라스틱 관리 시장에 도전하는 디컴포지션은 앞서 소개한 '오미리랩 플라바이오틱스'를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음식과 물로 들어온 미세 플라스틱을 장 속에서 붙잡아 내보내도록 돕는 제품으로, 최명현 대표는 기능성 유익균 시장에 새로운 기준을 세울 것으로 기대했다.
공공과 기업 간 거래(B2B) 영역에서는 미량까지 잡아내는 형광 검출 기술과 GIS 데이터 플랫폼을 앞세워 정수장, 산업 폐수 처리장, 지자체의 수계 감시망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다. 소비자 대상 사업(B2C)에서는 오미리 브랜드를 중심으로 세정제, 플라바이오틱스 같은 생활 소비재 제품군을 늘리고, 국내는 물론 환경 규제가 앞선 북미와 유럽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