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남시현 기자] 현지시간으로 지난 10월 12일에서 15일 사이,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새너제이에서 2026 OCP 글로벌 서밋이 열렸다. OCP는 오픈 컴퓨트 프로젝트의 약자로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랙, 전력 및 냉각 설계 등을 공개하고 공동 개발하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기술 재단이다. OCP는 2009년 메타(당시 페이스북)가 데이터센터를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는 내부 프로젝트에서 시작했으며 2011년 페이스북, 인텔, 랙스페이스, 골드만삭스, 썬마이크로시스템즈 공동 창업자인 앤디 벡톨샤임이 창립 멤버로 참여해 비영리단체로서 규격화를 시작했다.
2026년 현재 OCP는 서버 및 AI 시스템, 저장장치, 네트워크, 랙·전력, 냉각·시설, 관리 보안, 반도체·칩렛 기술 전반에서 공개 기술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엔비디아, 인텔, AMD, Arm, 퀄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을 포함해 605개 회원사가 활동 중이다. OCP는 절차를 거쳐 표준 규격을 만들고 시장에 이에 따르는 기존 표준화 절차와 달리 참여한 기업들이 함께 설계를 제시하고 만든 것이 사실상 업계 표준화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특히 최근에는 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인프라 시장의 규모가 급성장하며 OCP의 위상과 영향력도 매우 높아진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eSSD 전문 기업 파두가 루비 스폰서로, CXL 기반 메모리 솔루션 및 가속 칩을 개발하는 엑시나가 사파이어 스폰서로, CXL 기반 메모리 확장 솔루션 및 스위치를 개발 중인 파네시아와 신경망 처리 장치(NPU) 기술 기업 리벨리온이 스타트업 자격으로 참여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본진인 실리콘밸리에서 국내 스타트업들이 보여준 저력을 종합해봤다.
리벨리온, Arm과 함께 AGI 기반 신흥 서버 소개
리벨리온은 올해 스타트업 자격으로 참가했으며 Arm AGI CPU와 리벨리온 NPU와의 연동, 에이전트 AI에 대한 공동 발표를 진행했다. 리벨리온은 2023년 10월부터 Arm의 네오버스 컴퓨팅 서브시스템(CSS)을 기반으로 맞춤형 시스템 개발을 지원하는 ‘Arm 토털 디자인’에 합류했고, 지난해 10월 개최된 2025 OCP 글로벌 서밋에서 리벨 아키텍처 및 네오버스 CSS 기반 성과를 발표했다. 이어서 지난 3월에는 Arm이 35년 만에 자체 반도체인 ‘AGI’를 공개하며 서버 CPU 시장으로의 진출을 확정하면서 메타, 오픈AI, 세레브라스를 비롯해 리벨리온도 이 칩을 활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장에서는 제니퍼 글로어 리벨리온 제품관리 부사장과 딜립 라마찬드란 Arm 마케팅 수석 이사가 함께 ‘Rebellions RebelServer× AGI CPU ARM: 에이전트 AI 인프라에 대한 시스템 접근법’ 세션을 진행했다. 제니퍼 글로어 제품관리 부사장은 “Arm과의 협력은 오랫동안 준비해왔으며 실제 구현이 완료된 결과다. Arm의 고성능 CPU는 우리 시스템에 성공적으로 통합됐으며 리벨리온 랙, 포드 등 모든 제품에 Arm 기반 AGI CPU가 탑재돼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리벨리온의 하드웨어는 널리 사용되는 생태계, 가령 파이토치나 vLLM 등을 네이티브로 지원하고, 레드헷 오픈시프트 인증을 획득해 다양한 환경에서도 운영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발표 말미에 제니퍼 글로어는 “기업, 국가 차원의 소버린 AI 인프라 구축에서 소형언어모델, 비전언어모델, 대형언어모델이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며, 우리 팀은 이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가격 대비 성능과 에너지 효율성이 핵심적인 동력이자 지표이며 이 지점에서 리벨리온의 제품이 빛을 발한다”라고 덧붙였다.
파네시아, PCIe 6.4-CXL 3.2 퓨전 스위치칩 기반 성과 소개
AI 인프라 링크 솔루션 기업 파네시아는 현재 핵심 하드웨어인 PCIe 6.4-CXL 3.2 퓨전 스위치를 전시했다. 파네시아는 앞서 2024년 OCP 글로벌 서밋에서 CXL 3.1 스위치를 활용한 AI 클러스터를 처음 전시했고, 올해는 PCIe 6.4-CXL 3.2 퓨전 스위치 전시를 비롯해 CXL 어플라이언스 기업들을 만나 구축 협력 확대에 나선다.
CXL(Compute Express Link)은 CPU, 가속기(GPU, NPU), 메모리 장치를 연결해 메모리를 더욱 유연하게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 개방형 인터커넥트 표준이다. 별도의 CXL 메모리 장치를 활용하면 CPU와 GPU, 시스템 메모리가 CXL 메모리를 풀링, 공유해 시스템 성능 및 효율 전반을 끌어올린다.
CXL은 CPU에 메모리를 추가하는 정도로는 그대로 사용할 수 있지만 파네시아의 PCIe 6.4-CXL 3.2 퓨전 스위치를 활용하면 PCIe 기반 가속기와 SSD, CXL 메모리를 하나의 연결망으로 구축해 연결하고, 자원을 유연하게 배치할 수 있다. 파네시아는 이 기술을 기반으로 향후 데이터센터의 구조적 한계를 개선하려 한다.
파네시아는 앞서 8월 네이처 리뷰 일렉트리컬 엔지니어링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향후 CXL 기반 스위치를 통해 데이터센터가 현재의 대규모 병렬 컴퓨팅을 넘어 단일 칩형 데이터센터 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파네시아가 제시한 데이터센터 아키텍처는 단순히 가설 단계가 아니라 이론적 실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며, 향후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센터 중 채택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성과다.
엑시나, MX1 기반 추론 사례 제시로 실용화에 박차
엑시나는 증가하는 AI 추론용 메모리 수요와 데이터 이동 부담을 줄일 수 있는 MX1 기반의 메모리 인프라 기술을 선보이며, 이를 기반으로 두 가지의 AI 추론 데모도 공개했다. 하나는 CXL 메모리 풀을 통해 여러 AI 추론 서버가 KV 캐시를 공유하는 데모다. KV캐시는 가중치와 별도로 AI가 처리한 정보를 담고 있는 메모리다. 대화 내용이 길어지거나 데이터가 많을수록 KV캐시가 차지하는 용량도 커져 인프라 전반에 부담이 되는데 이를 서버에 따로 저장하지 않고 CXL 메모리 풀에 저장한 뒤 여러 서버가 공유하도록 해 부담을 줄였다.
또한 데이터 인접 프로세싱 기능을 통해 검색증강생성의 핵심인 벡터 검색을 가속하는 데모를 선보였다. 엑시나 MX1은 CXL 메모리 주변에 최대 3072개의 연산 유닛을 배치해 데이터가 CPU를 거치지 않도록 해 시스템 전체 소비전력과 성능 효율을 높인다. 또한 벡터 연산이 필요한 작업은 별도의 벡터 처리 엔진이 처리해 AI 작업 효율을 높였다.
아울러 김주현 엑시나 최고 제품책임자는 14일 ‘데이터 인접 연산을 위한 범용 병렬 프로그래밍’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데 이어, 마벨, 삼성 및 SK하이닉스, 고트브라스 테크놀로지스와 함께 ‘모놀리스를 넘어: 하이퍼스케일 이기종 AI 인프라를 위한 오픈 미들웨어’ 패널 토론에도 참여했다. 15일에는 삼성전자와 함께 ‘에이전틱 AI를 위한 분리형 CXL 메모리 아키텍처: 동적 풀링·공유 및 PNM 오프로딩’을 공동 발표했다.
파두, SSD 컨트롤러가 자료 검색하는 FS-SSD 최초 공개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반도체 전문 기업 파두는 파일 시맨틱 SSD(FS-SSD)를 현장에서 최초로 공개했다. FS-SSD는 6세대 SSD 컨트롤러에 파일 처리 펌웨어를 탑재해 CPU와 운영체제 대신 SSD 내부에서 파일을 찾고 접근 권한 확인, 파일 주소 변환 등을 처리한다.
파두 측은 FS-SSD가 블록 주소가 아닌 파일 자체를 이해하고 관리하는 새로운 방식의 저장장치라고 설명하며, 이를 활용하면 그래픽 처리 장치나 데이터 처리 장치 등의 가속기가 CPU를 거치지 않고 저장장치에서 바로 파일을 읽고 쓸 수 있다. 파두는 FS-SSD를 데이터 처리 장치 기반의 호스트 없는 저장장치 서버와 확장형 파일 저장장치로 발전시킨 뒤 OEM, ODM 파트너사에 기반 설계 제품을 제공할 예정이다.
파두 부스에는 6세대 컨트롤러인 FC6161 기반의 16TB SSD가 전시되었으며, 이전 세대 대비 최대 2.5배 향상된 성능 시연이 진행됐다. 6세대 컨트롤러를 장착한 완제품 SSD의 전체 소비전력은 순차 쓰기 기준으로 동작 시 28와트 미만, 대기 시 5와트 미만이며, 컨트롤러는 읽기 6와트 미만, 쓰기 7와트 미만으로 전 세대 대비 와트당 성능도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국내 AI 인프라 기업들의 차세대 표준화 가능성과 경쟁력 입증한 자리
2026 OCP 글로벌 서밋에 참여한 국내 기업들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분명한 입지가 있음을 보여줬다. 리벨리온은 Arm과 함께 차세대 서버 구성을 통한 NPU 상업화에 시동을 걸었고, 파네시아와 엑시나는 CXL 인터커넥트 및 데이터 인접 연산 기술을 통해 메모리 확장성과 AI 추론 효율 극대화의 실증 사례를 공유했다. 파두 역시 CPU 개입 없이 저장장치가 직접 탐색을 처리하는 FS-SSD를 공개해 저장장치 업계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단순히 부품을 공급하는 수준을 넘어서 AI 가속기, 저장장치, 메모리, 인터커넥트 등 데이터센터 아키텍처 전반에서 상당한 기술 경쟁력을 확보했음을 시사한다.
나아가 OCP가 참여 기업들이 직접 기술 규격을 제안하고 업계 표준을 만들어가는 환경이고, 자체 개발을 넘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함께 공동 연구 및 성과 등을 발표함으로써 차세대 개방형 인프라 생태계의 주요 국가이자 핵심 파트너라는 입지를 공고히 했다. 국내 스타트업들이 제안하는 방향성이 글로벌 표준 설계에 반영될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은 향후 해외 판로 개척, 그리고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 주도권 확보에 중요한 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