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업체 립모터가 글로벌 완성차 그룹 스텔란티스의 스페인 공장에서 전기 SUV 양산을 시작하며 유럽 현지생산 체계를 본격화했다(스텔란티스)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중국 전기차 업체 립모터가 글로벌 완성차 그룹 스텔란티스의 스페인 공장에서 전기 SUV 양산을 시작하며 유럽 현지생산 체계를 본격화했다. 중국에서 개발한 전기차를 유럽 완성차 업체의 기존 생산시설에서 제조하는 방식으로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유럽시장 진출 전략이 완성차 수출에서 현지생산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19일(현지시간) 스텔란티스와 립모터에 따르면 양사는 지난 16일 스페인 사라고사주 피게루엘라스에 위치한 스텔란티스 공장에서 전기 SUV 'B10'의 공식 생산 개시 행사를 개최했다. 립모터는 이어 같은 공장에서 전기 해치백 'B05'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생산 개시는 스텔란티스와 립모터가 추진해 온 전략적 협력이 실제 유럽 생산 단계로 확대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양사는 중국 전기차 기술과 스텔란티스의 생산시설 및 품질관리 체계를 결합해 유럽시장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스텔란티스는 2023년 립모터 지분 약 21%를 인수하고 중국 외 시장에서 립모터 차량의 판매와 생산을 담당하는 합작법인 '립모터 인터내셔널'을 설립했다. 합작법인 지분은 스텔란티스가 51%, 립모터가 49%를 보유하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2023년 립모터 지분 약 21%를 인수하고 중국 외 시장에서 립모터 차량의 판매와 생산을 담당하는 합작법인 '립모터 인터내셔널'을 설립했다(스텔란티스)
사라고사 공장은 스텔란티스의 주요 유럽 생산거점 중 하나로, 오펠 코르사를 오랫동안 생산해 온 시설이다. 현재 푸조 208과 란치아 입실론 등도 생산하고 있으며, 이번 B10 투입으로 중국 브랜드 전기차까지 생산 차종을 확대했다.
스텔란티스는 기존 완성차 생산시설을 활용하는 만큼 신규 공장 건설에 따른 투자 부담을 줄이고 유럽 현지 공급망과 생산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립모터 역시 스텔란티스의 생산 경험과 품질관리 체계를 활용해 유럽시장 대응 속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
첫 생산 모델인 B10은 립모터가 유럽 전기 SUV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C세그먼트 차량이다. 전장 약 4.5m의 차체에 후륜구동 전기 파워트레인을 적용했으며, 유럽시장에서는 최고출력 218마력과 400km 이상의 주행거리를 제공한다.
B10에 이어 생산될 B05는 유럽에서 수요가 높은 준중형 전기 해치백 시장을 공략하는 모델이다. 립모터는 B05를 사라고사 공장의 두 번째 생산 차종으로 발표했으며, 스페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생산은 2027년 상반기 시작될 예정이다. 양사는 이번 생산 개시를 통해 유럽 현지에서 차량을 제조하고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체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스텔란티스와 립모터의 협력은 최근 유럽 자동차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스텔란티스)
스텔란티스와 립모터의 협력은 최근 유럽 자동차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유럽연합(EU)은 중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추가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자동차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유럽 내 생산 차량과 부품을 우대하는 정책도 논의하고 있다.
이에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유럽 현지 공장 건설과 기존 생산시설 활용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생산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유럽에서 차량을 직접 생산하면 중국에서 완성차를 수입하는 방식과 비교해 관세 부담과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다.
립모터는 스텔란티스가 보유한 생산시설과 판매망을 활용해 유럽시장 진출에 필요한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스텔란티스 역시 립모터의 전기차 기술과 부품 공급망을 활용하면서 기존 생산시설의 가동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협력의 실익이 있다.
양사의 협력은 단순 위탁생산을 넘어 기술과 부품 조달 영역으로도 확대되는 부분에서도 주목된다. 스텔란티스는 지난 5월 립모터와 공동 구매를 확대하고 유럽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협력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립모터는 최근 열린 2026 파리모터쇼에서도 소형 전기 해치백 B03와 플래그십 SUV D19를 선보이며 유럽시장 제품군 확대에 나섰다(스텔란티스)
특히 스텔란티스는 사라고사 공장에 새로운 오펠 C세그먼트 전기 SUV 생산라인을 추가하고, 립모터와의 협력으로 확보한 부품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당 모델은 2028년 생산 개시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구체적인 일정과 최종 사업 추진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립모터는 최근 열린 2026 파리모터쇼에서도 소형 전기 해치백 B03와 플래그십 SUV D19를 선보이며 유럽시장 제품군 확대에 나섰다. 여기에 B10의 현지생산 개시와 B05의 추가 생산계획까지 발표하면서 신차 출시와 생산 현지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전략을 구체화했다.
스텔란티스와 립모터의 이번 협력은 유럽 완성차 업체의 생산 기반과 중국 전기차 업체의 기술력이 결합하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보여준다. 향후 B05의 생산 개시와 현지 부품 조달 확대, 추가 차종 투입 여부가 양사의 유럽시장 경쟁력을 가늠할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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