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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AX] “세계 1위” 구호 뒤 숨겨진 현장의 절망 – 정부 주도 제조업 혁신, 왜 또 실패하려 하는가?

2026.10.20. 12:00:23
조회 수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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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법조사처가 공개한 수치는 충격적이다. AI 도입률 0.1%. 정부가 “2030년 피지컬 AI 세계 1위”를 외치고, 수조 원대의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현장 중소·중견 제조기업 163만 개사 중 단 0.1%만이 AI를 도입했다는 뜻이다. 이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다. 우리 제조업의 미래를 담당할 중소 제조기업들이 정부 정책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더 절망적인 것은 이것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스마트팩토리, 디지털 전환으로 이미 같은 실패를 겪었다. 그리고 지금 그 실수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 역사는 반복된다: 스마트팩토리의 교훈

지난 10년, 정부는 제조업 혁신을 명목으로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했다. 선도 기업 육성, 확산 사업, 교육 프로그램—화려한 정책이 쏟아져 나왔다. 울산의 수십 개 제조기업을 직접 컨설팅하면서 본 현실은 이랬다.

A사는 정부 지원으로 기계에 센서를 달았다. 데이터 수집은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데이터로 무엇을 할지는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담당 직원은 3개월 전 자리가 비었고, 시스템 유지비만 매년 나가고 있었다.

B사는 컨설팅 업체와 함께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했지만, 공급사 변경시 시스템이 호환되지 않아 결국 운영을 포기했다. 정부 지원금을 받은 후였다.

C사는 기계 업체가 제공한 소프트웨어에 종속되었다. 정부 지원으로 도입한 시스템이 그 업체의 이익만 보장할 뿐, 기업의 실제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지난 2025년 중기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한 기업 중 75.5%가 여전히 “단순 데이터 수집” 수준에 머물러 있다. 10년이 지났는데도 기초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것이 정책의 현장 도입률을 말하는 것이다.

○ AX 사업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제조업 AI 전환(AX) 사업은 똑같은 패턴으로 흘러가고 있다.

정부는 목표부터 거창하다. 산업부는 ‘M.AX 얼라이언스’를 통해 “2030년 100조 원 이상의 부가가치 창출”을, 중기부는 “AI 전문기업 500개 사 육성”을 약속했다. 올해만 7,000억 원을 투입하고 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정말 웅장하다.

하지만 성과 관리는 어떻게 되고 있는가?

정부의 핵심 성과지표(KPI)는 “참여 기관 수”와 “AI 팩토리 개수” 같은 ‘투입 실적’이다. 생산성 향상, 불량률 감소, 리드타임 단축 같은 실제 현장의 핵심지표는 관리되지 않는다. 즉, 얼마나 많은 기업에 돈을 나눴는지만 세고, 그 기업들이 실제로 AI로 뭘 했는지는 묻지 않는다는 뜻이다.

울산에서 만난 한 중소 제조기업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정부 지원을 받았는데, 컨설팅 비용과 도입 비용이 대부분이고, 실제로 우리 공장에 필요한 AI가 뭔지는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다. 지원금 용도만 정해져 있고, 실제 성과는 관심 없는 것 같다.”

○ 더 근본적인 문제: 선택과 집중의 부재

2026년 현재, 제조 AX 관련 정책은 산업부, 중기부, 과기통신부 등 세 부처에서 제각각 추진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어디에 신청해야 하나?” 하다가 중복으로 신청하거나 포기한다. 지원 창구가 분산되면, 기업 접근성은 떨어진다.

더 큰 문제는 역량 분산이다. 각 부처가 유사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전문 인력, 예산, 컨설팅 자원이 분산된다. 울산 지역의 경우, 정부 지원 컨설턴트들이 정책에서 요구하는 ‘형식’만 맞추는 데 바빴다. 기업의 실제 문제 해결은 뒷전이었다.

더욱 절망적인 현실이 있다. 정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제조 AI 관련 전담 부서와 인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은 0.8%에 불과하다. 관련 교육 예산을 따로 마련한 기업은 6.6%뿐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기업 내 AI 도입을 이끌 조직 역량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정부가 “AI 도입률을 올리자”고 외치는 것은, 마치 수영 선수 없이 “올림픽 우승”을 약속하는 것과 같다. 선수 육성 없이 메달 개수만 재는 것이다.

《 현장이 보는 현실 》

대부분의 우리나라 중소 제조기업은 AI의 필요성을 안다. 하지만 세 가지 벽에 막혀 있다:

첫째, 비용 장벽. 정부 지원이 있어도 기업 부담금이 크다. 지원금은 정해진 용도에만 쓸 수 있고, 실제 기업이 필요로 하는 데이터 정제나 내부 프로세스 개선에는 쓸 수 없다.

둘째, 인력 부족. AI 도입을 주도할 전문가가 없다. 정부에서 말하는 “AI 교육”은 대부분 일반적인 기초 교육이다. 각 업종, 각 공정에 특화된 AI 구현 능력을 갖춘 인력 풀은 거의 없다.

셋째, 성과 불명확성. 기업들은 AI 도입 후 “정말 효과가 있을까?”에 대한 확신이 없다. 비슷한 공정을 가진 기업의 실제 성공 사례를 보고 싶지만, 정부와 업체들은 “우리 사업이 성공했다”고만 외친다. 구체적인 투자수익률(ROI) 데이터는 거의 공개되지 않는다.

○ 정책의 선후가 뒤바뀌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지적이 정확하다: “현장에서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전문인력 확보를 시장에만 맡겨둔 채 AI 도입률만 끌어올리겠다는 것은 정책의 선후가 뒤바꿨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를 바꿔 말하면 이렇다. 정부가 하면 안 되는 것들을 하고 있고, 해야 할 것들은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하면 안 되는 것: 광범위한 예산 분산, 투입 실적 위주의 성과 관리, 부처 간 중복 사업 추진

해야 할 것: 지역별·업종별 맞춤형 AI 인력 양성, 현장 기반 성과지표 개발, 기업 규모별 단계적 지원 체계, 우수 사례의 투명한 공개와 수평 확산

○ “세계 1위” 구호를 버리고 “현장 도입률”을 바라봐야 한다

지난 스마트팩토리 사업에서 배운 교훈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이것이다: 화려한 목표는 현장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다.

“세계 1위 달성”이나 “100조 원 부가가치”라는 구호는 정책 입안자와 정치인들을 만족시킬지 모르지만, 현장의 한 명의 공장 운영자도 바뀌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다르다.

첫째, 성과지표의 전환이다. 중앙부처는 “참여 기관 수”를 포기하고 “실제 AI 도입 기업 수”와 “도입 기업의 평균 효과” (생산성 향상률, 불량률 감소, 리드타임 단축 등)로 관리해야 한다.

둘째, 부처 통합이다. 산업부, 중기부, 과기통신부의 유사 사업을 하나로 통합하고 지역 중심의 원스톱 지원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인력 양성의 우선순위화다. 정부 예산의 30% 이상을 AI 인력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 일반 교육이 아닌, 각 업종과 공정에 특화된 실무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넷째, 투명성 강화다. 정부가 지원한 프로젝트의 실제 ROI와 성패 사례를 공개해야 한다. 기업들은 구체적인 사례학습을 통해 의사결정을 한다.

20년 기업 컨설팅을 하면서 내가 배운 것 하나는, 좋은 정책도 현장을 모르면 실패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현장을 이해한 정책은 작은 예산으로도 큰 변화를 만든다.

지금 정부의 AX 사업이 스마트팩토리, 디지털 전환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관점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우리가 보여줄 것이 많다”에서 “현장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가”로.

“얼마나 많은 기업에 돈을 줬는가”에서 “몇 개 기업이 실제로 변했는가”로.

“세계 1위”라는 거창한 목표에서 “내 공장에 맞는 AI가 뭔가”라는 현실적 질문으로.

이것이 “바른질문”이고, 이것이 우리 제조업을 살리는 길이다.

이미지 출처: AI 생성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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