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X SBA 공동기획] SBA 미래혁신본부는 CES, 비바텍(VivaTech) 등 글로벌 전시 플랫폼과 연계해 서울 유망 스타트업의 우수한 전시성과 창출과 후속 스케일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IT동아는 SBA와 함께 세계 무대에서 혁신성을 인정받은 유망 스타트업들을 소개합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자율주행 로봇이나 전동휠체어가 아무리 정교하게 길을 찾아도 몇cm 높이의 턱을 넘지 못하면, 이동은 그 자리에서 멈춘다. 배달로봇이 목적지 바로 앞 연석에서 멈추거나, 휠체어 이용자가 작은 단차 때문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대표적인 예다.
기존에는 이런 장애물을 넘기 위해 캐터필러처럼 여러 바퀴를 연결하거나, 더 큰 모터를 사용하는 방식이 활용됐다. 하지만 제품 구조가 복잡해지고 무게가 늘면서 평지 주행 효율이 떨어지고, 제작비까지 높아지는 한계가 있었다.
세이프웨이는 이 문제를 ‘바퀴 자체를 바꾸는 방식’으로 풀고 있다. 김동호 세이프웨이 대표를 서울 가산동 사무실에서 만나 평범한 바퀴에 ‘단차 극복 기능’을 넣은 이유와 향후 상용화 계획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5cm 턱도 누군가에게는 만리장성…바퀴 자체를 바꿔보자”
2017년 설립된 세이프웨이는 노면 상태에 따라 바퀴의 특성을 바꿔 단차와 험지를 넘는 탄성휠 기술 ‘어센더(Ascender)’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핵심은 평지 주행성과 장애물 극복 성능을 하나의 바퀴에서 함께 구현하는 것이다. 기존 탄성바퀴는 단차를 쉽게 넘기 위해 바퀴를 부드럽게 설계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경우 평지에서도 바퀴가 쉽게 눌리고 변형돼 주행 효율이 떨어지고 제품 가격도 상승했다. 세이프웨이는 이를 보완해 평지에서는 바퀴를 단단하게 지지해 일반 바퀴처럼 굴러가도록 하고, 턱이나 요철을 만나면 바퀴가 유연하게 변형돼 장애물을 감싸며 넘어가도록 설계했다.
어센더는 작동 방식에 따라 ‘어센더 AI’와 ‘어센더 제로’로 나뉜다.
어센더 AI는 모터와 제어 시스템을 활용하는 능동형 모델이다. 센서와 AI가 지형 정보를 인식하면, 주행 상황에 맞춰 바퀴 탄성과 움직임을 선제적으로 제어, 단차와 험지를 극복하도록 돕는다. 자율주행 로봇이나, 고중량 모빌리티처럼 주행환경을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분야를 겨냥한다.
반면 어센더 제로는 모터와 센서,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는 무동력 모델이다. 평지에서는 내부 지지 롤러가 탄성 타이어를 받쳐 바퀴의 원형을 유지하고, 단차에 닿아 타이어가 눌리면 그 압력만으로 내부 기계장치가 작동한다. 이후 롤러와 바퀴가 함께 회전하면서 타이어가 턱을 감싸고 올라가도록 돕고, 장애물을 넘으면 별도 조작 없이 다시 평상시 주행 상태로 돌아간다. 전력을 쓰지 않고 기계 구조만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기존 휠체어나 유모차, 물류카트, 배달로봇 등에 바퀴를 교체하는 방식으로 적용을 추진한다.
세이프웨이가 어센더를 개발하며 주목한 것은 거창한 장애물이 아니었다. 보도와 차도 사이 연석이나 건물 입구의 작은 턱이었다.
김동호 대표는 “해외 출장과 전시회에서 배달로봇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관찰하다 보니 운행 영역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눈에 띄었다”며 “기술적으로 목적지를 찾지 못해서라기보다, 연석이나 단차 같은 물리적 장애물이 이동 범위를 제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가족이 사회복지법인을 운영하며 이동약자의 현실을 가까이에서 본 경험도 영향을 미쳤다.
김동호 대표는 “부모님이 사회복지법인을 운영했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고령자나 장애인이 외출할 때, 작은 턱 하나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많이 봤다”며 “휠체어나 실버카의 경우, 5cm 정도의 연석도 혼자 넘어가기 어려운 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터와 배터리를 계속 추가해 동력을 강하게 만드는 것보다 ‘바퀴 자체가 장애물에 맞춰 변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어센더 개발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평지에서는 단단하게, 턱에서는 부드럽게…상반된 조건 하나로 해결
단순히 단차를 잘 넘는 바퀴를 만드는 것만으로 기존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바퀴를 부드럽게 만들면 턱을 감싸며 넘어가기 쉬워지지만, 평지에서는 무게에 눌려 변형되면서 마찰이 커지고 주행 효율이 떨어진다. 반대로 단단한 바퀴는 평지에서는 잘 굴러가지만 턱을 만나면 쉽게 멈춘다. 험지용 차량에서 주로 사용하는 캐터필러도 대안이지만, 많은 부품이 필요하므로 무겁고 구조가 복잡해진다.
세이프웨이가 개발한 어센더는 바퀴 내부에 지지 구조를 넣어 이 상반된 조건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평지에서는 내부 롤러가 탄성 타이어를 안쪽에서 받쳐 원형을 유지한다. 그러다 턱을 만나 바퀴가 눌리면 기계 구조가 작동하면서 롤러가 바퀴와 함께 회전하고, 타이어가 단차를 감싸며 올라갈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특히 어센더 제로는 이 과정에 전기 동력을 사용하지 않는다. 스프링과 스위치, 래칫 기어 등 기계 구조만으로 단차를 감지하고, 작동한 뒤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원리다.
세이프웨이에 따르면, 현재 개발 중인 10인치급 어센더 제로는 바퀴 반지름 수준인 약 125㎜ 높이의 단차 극복을 목표로 설계됐다. 바퀴 하나당 약 50㎏, 4개 기준으로는 최대 200㎏의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
김동호 대표는 “단차를 넘기 위해 바퀴 외부에 복잡한 장치를 붙이는 것이 아니라 기존 바퀴를 교체하는 것만으로 간편하게 기술을 활용하도록 만드는 게 목표”라며 “휠체어부터 유모차, 운반 카트, 배달로봇까지 같은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답 찾는 데 3년…복잡한 구조 버리고 ‘고무의 변형’에서 실마리
세이프웨이가 어센더 기술을 확보하기까지는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김동호 대표는 “창업 초기에는 바퀴 내부의 돌기를 밖으로 돌출시켜 장애물을 붙잡도록 하는 구조 등 여러 방식을 검토했다”며 “실제로 턱을 넘을 수는 있었지만 반복 사용하면 돌기가 손상되는 등 내구성 문제가 발생했고, 바퀴 하나에 여러 개의 모터가 필요할 정도로 구조도 복잡해졌다. 단순하면서도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는 구조를 찾는 것이 선결 과제였다”고 말했다.
그가 찾은 해답은 고무의 탄성이었다.
김동호 대표는 “고무가 장애물을 만나 자연스럽게 찌그러지는 현상을 이용하면, 별도의 복잡한 장치 없이 단차를 붙잡을 수 있다는 데서 실마리를 찾았다”며 “그 결과 평지에서는 바퀴를 내부에서 받치고, 장애물을 만났을 때만 형태를 바꾸는 현재 방식으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구조가 단순하다는 것은 장점이면서 동시에 기술 보호 측면에서는 부담이다. 세이프웨이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초기부터 특허 전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어센더 제로 역시 작동 원리를 중심으로 국내 특허 출원을 마쳤다.
CES 혁신상 계기로 독일 아헨공대와 공동개발…실사용 검증 나선다
세이프웨이가 기술의 가능성을 대외적으로 확인한 계기는 CES 2026 혁신상 수상이었다.
어센더 기술로 CES 2026 혁신상을 수상한 세이프웨이 / 출처=IT동아
세이프웨이는 CES 2026 혁신상 수상을 계기로 해외 기업·기관과 협력 논의를 적극 확대했다. 그 결과, 이달에는 독일 RWTH 아헨공대 산하 자동차공학연구소 ika와 국제공동연구 계약도 체결했다.
세이프웨이는 ika와 함께 고중량 모빌리티에도 적용할 수 있는 능동형 어센더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목표는 적재중량 200㎏ 수준의 플랫폼이 150㎜ 단차와 25% 경사 등을 극복할 수 있도록 기술을 고도화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서울형 R&D 사업을 통해 복지기관 5곳에서 실제 이용자를 대상으로 PoC도 추진한다. 실험실에서 정해놓은 턱을 넘는 데 그치지 않고 휠체어·보행보조기기 이용자가 실제 생활환경에서 어떤 턱과 노면을 만나고, 어느 정도의 보조력을 필요로 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김동호 대표는 “개발자가 5~10cm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해도 실제 사용자가 다니는 곳에는 그보다 높은 턱이 있을 수 있다”며 “이용자가 실제로 만족하는지와 어떤 환경에서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확인해야 안전하게 제품을 상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이프웨이는 어센더 제로 시제품이 완성되면, 글로벌 모빌리티 업체에도 제품을 시험 공급할 계획을 세웠다.
김동호 대표는 “일부 기업과는 업무협약과 비밀유지계약을 맺고 기술 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며, 휠체어와 소형 모빌리티, 배달로봇 등에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사람 대신 고속도로에 서는 ‘신호수 로봇’도 개발
세이프웨이는 바퀴 기술과 별도로 한국도로공사와 자율주행 도로안전로봇 ‘센티넥스(SENTINEX)’도 개발하고 있다. 센티넥스는 SENTINEL(파수꾼)과 NEXT(차세대)를 결합한 이름으로, '사람 대신 위험 속에 서는 차세대 파수꾼'이라는 뜻이다.
고속도로 사고나 낙하물 처리 현장에서는 작업자가 차량 뒤쪽에 서서 후방 차량에 작업 상황을 알리는 경우가 있다. 빠르게 달리는 차량과 마주해야 하는 만큼, 위험도가 높은 업무다.
센티넥스는 이 위치를 사람이 아닌 로봇이 대신 맡도록 설계됐다. 작업차량에서 자동으로 내려와 차선을 따라 약 100~200m 뒤쪽 안전 지점까지 이동하고, LED 전광판과 경광등, 음향 경고를 이용해 후방 차량에 위험을 알린다. RGB-D 카메라와 레이더, GPS, IMU 등을 이용해 차선과 장애물, 접근 차량을 감지하며, 작업이 끝나면 다시 작업차량으로 복귀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김동호 대표는 “고속도로 사고처리 현장은 작업자가 항상 2차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사람이 위험한 위치에 직접 서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센티넥스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센티넥스의 단계적 적용을 검토하고 있으며, 세이프웨이는 향후 로봇이 공사·험지 구간에서 운용되는 단계에서 어센더 기술을 센티넥스에도 접목할 계획이다.
SBA 지원으로 CES 무대 올라…시제품에서 상용화 단계로
세이프웨이는 어센더의 기술 고도화와 해외 진출 과정에서는 서울경제진흥원(SBA)의 지원도 활용했다. SBA 지원을 받아 CES 2026에 참가했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혁신상을 받았다.
2026년에는 서울형 보증연계 R&D 사업에도 선정됐다. 세이프웨이는 이 사업에서 ‘이동약자 생활권 확장을 위한 피지컬 AI 기반 전지형 적응형 다목적 모듈러 모빌리티 플랫폼 개발 및 사업화’를 주관한다.
김동호 대표는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시제품 제작과 반복적인 시험에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며 “SBA 지원 덕분에 실증 단계의 기술을 상용화 직전 단계까지 끌어올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CES 역시 작은 기업이 혼자 준비하기에는 부담이 큰 무대였지만 SBA 지원을 통해 도전할 수 있었다”며 “수상 이후 해외 기업과 연구기관을 만나는 기회가 연쇄적으로 생겼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바퀴 부품 공급부터 완성 모빌리티까지…단차 있는 곳의 표준 모듈 목표”
현재 세이프웨이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시제품 단계인 어센더를 실제 양산 가능한 제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특히 고무와 실리콘 등 탄성 소재가 반복적으로 변형되는 만큼, 내구성 확보가 상용화의 핵심이다. 세이프웨이는 돌이나 턱, 불규칙한 노면 등 실제 환경을 가정한 내구 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사업은 두 방향으로 추진한다. 우선 휠체어·배달로봇·소형 모빌리티 제조사에 어센더 바퀴를 공급하는 B2B 부품 사업을 진행한다. 동시에 어센더를 직접 장착한 이동약자용 모빌리티와 로봇 완제품 사업도 준비한다.
김동호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어센더 제로의 시제품을 완성하고,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에 시험 공급해 실제 제품에서 성능과 내구성을 검증하는 것이 목표”라며 “중기적으로는 독일 ika와 공동연구를 통해 고중량 플랫폼에 적용할 수 있는 어센더 AI 기술까지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휠체어나 유모차, 물류카트, 배달로봇처럼 바퀴가 달린 제품이라면 제조사가 새로운 플랫폼을 처음부터 개발하지 않고, 바퀴만 바꿔 단차 대응 능력을 높이도록 돕고 싶다”며 “궁극적으로는 어센더를 ‘단차가 있는 모든 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표준 바퀴 모듈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