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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이 즐거움으로" 리붐, 모션 게임 '하모'로 시니어 시장에 도전장 [인천대 x IT동아]

2026.10.23. 18: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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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학교 X IT동아 공동기획] 인천대학교 창업지원단은 2017년부터 ‘스포츠산업 창업지원센터’를 운영하며 120개 이상의 스포츠산업 창업기업을 발굴·육성했습니다. 2026년에도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주관하는 ‘스포츠산업 예비초기 창업지원사업’ 운영기관으로 연속 선정되며, 창업 단계별 맞춤형 보육과 사업화 지원을 통해 스포츠산업의 미래를 이끌어갈 유망 스타트업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IT동아 박귀임 기자] "어르신들에게 억지로 시키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통해 스스로 움직이고 싶게 만드는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방향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움직임은 줄고, 줄어든 움직임은 다시 몸을 약하게 만들 수 있다. 이 악순환 속에서 어르신들이 게임으로 즐겁게 움직이도록 도우려는 스타트업이 있다. 카메라 동작인식 기반의 시니어 모션 게임 '하모(HAMO)'를 만든 리붐이다.

이승헌 리붐 대표 / 출처=IT동아
이승헌 리붐 대표 / 출처=IT동아

하모는 이용자가 모니터 앞에 서서 팔과 다리를 움직이면 컨트롤러 없이도 게임이 진행된다. 실증에 참여한 복지기관에서 어르신들의 반응을 확인한 리붐은 본격적인 사업화에 나선다. 이승헌 리붐 대표를 만나 창업 배경부터 성장 전략까지 들어봤다.

200시간 봉사활동으로 창업까지

이승헌 대표는 중앙대학교에서 2년 이상 컴퓨터 비전 기반 동작 분석 프로젝트를 맡았고, 이후 스타트업에서 약 1년간 CTO로 일하며 실제 서비스를 개발·운영했다. 시니어 분야에 주목하게 된 것은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시장 변화 때문이었다. 고령화가 가속하면서 새로운 수요가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후 이승헌 대표는 실제 시니어 현장을 이해하기 위해 200시간 이상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현장의 문제를 발견했고, 창업으로 이어졌다. 봉사활동 당시 강사를 초빙해 단체로 동작을 따라 하는 프로그램이 대부분이었고, 이 모습에서 하모의 모티브를 얻었다. 이승헌 대표는 "개발자가 생각하는 좋은 기술과 실제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제품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많이 배웠다"며 "어르신의 문제, 복지사의 문제, 보호자의 문제, 기관의 문제가 모두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승헌 리붐 대표 / 출처=IT동아
이승헌 리붐 대표 / 출처=IT동아

최근 이승헌 대표의 할머니가 낙상 사고를 당했다. 어르신들이 움직이는 것을 두려워하고, 몸이 안 좋다고 움직이지 않으면 상태가 더 나빠지는 악순환이 생긴다는 점을 가족을 통해 더 절실히 느꼈다. 이승헌 대표는 "친할머니에게 보급한다는 마음으로 하모 개발과 시니어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명 '리붐(Leeboom)'은 이승헌 대표의 성 'Lee'와 '터지다'를 의미하는 'Boom'을 합친 것이다. 처음에는 자신을 상징하는 이름으로 출발했지만 창업 후 'Boom'에 의미를 더했다. 사람 안에 잠재된 가능성과 에너지가 다시 터진다는 뜻으로, 사람의 가능성을 발견해 다시 움직이게 하는 회사가 되겠다는 다짐을 담았다. 제품명 '하모'는 '하루 모자람 없는 시니어 피트니스'라는 초기 콘셉트에서 출발했다. 긍정의 뜻을 지닌 사투리 '하모'와 어감이 겹쳐 최종 확정했다.

현장서 찾은 해법

하모는 별도의 컨트롤러나 웨어러블 없이 카메라가 사용자의 신체 움직임을 인식하는 방식이다. 모니터에서 2~3m 떨어진 곳에 서서 화면 속 풍선을 손으로 터뜨리고, 날아오는 공을 막고, 덧셈·뺄셈 문제의 정답 풍선을 고른다. 상체·하체 활동은 물론 반응·인지, 여럿이 함께하는 협동·경쟁 콘텐츠까지 갖췄다.

개발 과정의 가장 큰 난관은 뜻밖에도 인식 정확도가 아니었다. 이승헌 대표는 "처음에는 동작인식 정확도를 높이는 기술적인 문제에 집중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UI와 사용성 문제가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개발자에게는 당연한 버튼이나 화면 전환도 어르신에게는 어려웠고 게임 규칙을 이해하는 방식이나 글씨 크기, 게임 속도도 일반 사용자와 달랐다. 어르신마다 움직일 수 있는 범위와 속도가 다르고 의자나 휠체어를 쓰는 경우도 있어 카메라와의 거리나 조명, 주변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인식 결과가 달라지는 점도 변수였다"고 덧붙였다.

해법은 현장이었다. 이승헌 대표는 "사무실에서 수십 번 테스트하는 것보다 실제 어르신 한 명이 사용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훨씬 많은 정보를 줬다"고 회상했다. 완성품을 들고 가는 대신 일정 수준까지 개발하면 곧바로 기관에서 테스트하고 피드백을 받아 개선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어르신이 어려워하는 지점, 인식이 잘 안 되는 동작, 담당자가 반복해서 설명하는 부분을 직접 보며 하나씩 개선해 나갔다.

이승헌 리붐 대표 / 출처=IT동아
이승헌 리붐 대표 / 출처=IT동아

기관 담당자들의 가장 큰 요구는 운영 편의성이었다. 이승헌 대표는 "아무리 좋은 콘텐츠라도 설치 과정이 복잡하거나 직원이 매번 옆에서 조작하고 설명해야 하면 기관에서는 오래 쓰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피드백에서 나온 것이 얼굴인식 기반 자동 로그인이다. 처음 한 번 촬영해 두면 이후에는 카메라 앞에 서기만 해도 사용자가 인식된다. 디지털 기기가 낯설고 로그인이 복잡하다는 기관 담당자 및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한 기능이다.

개인정보와 초상권 문제는 저장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승헌 대표는 "원본 사진이나 영상을 저장하는 방식 대신 얼굴에서 추출한 특징 데이터를 활용해 사용자를 구분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신체 움직임 역시 영상 자체보다는 관절 좌표와 각도 등의 수치 데이터를 중심으로 처리한다.

전문가 자문으로 게임 개발

하모의 실증 현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어르신들의 반응 차이였다. 이승헌 대표는 "같은 신체 활동이라도 운동이라고 설명할 때와 게임이라고 설명할 때 반응이 상당히 달랐다"고 전했다. 이어 "처음에는 관심이 없던 어르신도 다른 어르신이 게임하는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참여했다"면서 "한 번 해본 뒤 다시 하고 싶다고 말하는 어르신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게임이 단순한 오락을 넘어 시니어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끌어낼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하모의 게임 아이디어는 전문가의 손을 거쳐 다듬어진다. 어르신을 대상으로 운동을 지도하고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는 전문 트레이너가 좋은 동작을 추천하면, 이승헌 대표는 이를 변형해 게임에 접목한다. 의료적 자문은 분당서울대학교병원과 중앙대학교 교수진에게 받는다. 최근에는 날아오는 공을 막는 골키퍼 게임처럼 반응 속도와 상체 움직임을 함께 쓰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고, 개인별 플레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게임과 난이도를 추천하는 기능은 테스트 단계다.

하모는 전문가의 자문을 받은 게임으로 구성돼 있다 / 출처=리붐
하모는 전문가의 자문을 받은 게임으로 구성돼 있다 / 출처=리붐

게임은 곧 측정 도구이기도 하다. 게임 중 쌓이는 움직임 데이터는 관리자용 대시보드에서 회원별 이력과 월간 리포트로 정리된다. 팔을 뻗을 때의 각도, 관절 가동 범위 같은 수치가 핵심 지표다. 낙상 위험도를 가늠하는 FRT(기능적 뻗기 검사), STS(앉았다 일어서기) 등의 측정 항목도 넣어 동적 균형을 점수로 확인할 수 있다. 기관에서는 이 리포트를 출력해 보호자 상담에도 활용하고 있다.

카메라로 동작을 측정하는 솔루션은 이미 시장에 여럿 있다. 이승헌 대표는 "의료용 장비는 진단 도구로는 훌륭하지만 기관이 운영하기에는 번거롭고 낯설다. 지속적인 재미를 주는 것은 더 어렵다"면서 "게임만으로도 즐거움을 주는 것이 리붐의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고령층이 복잡한 조작 없이 반복해서 쓸 수 있는 콘텐츠와 서비스가 많지 않다는 점도 짚었다.

하모의 목표는 '개선'보다 '유지'에 가깝다. 현장에서 '70대 이상에서는 기능 개선보다 현상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기 때문이다. 즐겁게 움직여 지금의 기능이 나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 하모의 목표 중 하나다. 그럼에도 리붐은 효과 검증 결과 기능 개선 효과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중앙대학교에서 주관한 동작구청 건강백세 프로그램에 참여해 8주간 하모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참여 전후로 한 발로 서 있을 때의 자세 안정성과 유지 시간을 측정했다. 리붐은 그 결과 균형 능력이 31.29%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무료 실증 마치고 유료화 시동

리붐은 2025년 6월 설립된 1인 기업이다. 이승헌 대표가 제품 기획과 핵심 개발, 현장 대응을 직접 맡고, 디자인과 하드웨어 제작은 외부 전문가와 협업한다. 이승헌 대표는 "대표가 직접 개발하고 현장에도 나가기 때문에 기관에서 받은 피드백을 바로 제품에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창업중심대학 우수기업에 이름을 올렸던 리붐은 올해 인천대학교 창업지원단의 스포츠 분야 우수기업에 선정됐다. 이승헌 대표는 "초기 스타트업에게는 제품 개발과 현장 검증 및 시장 진입에 필요한 비용이 부담이 될 수 있는데 인천대학교 창업지원단을 통해 사업화 지원금을 받아 필요한 부분에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사업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사업비 지원뿐만 아니라 현재 회사의 역량과 사업 방향을 객관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승헌 리붐 대표 / 출처=IT동아
이승헌 리붐 대표 / 출처=IT동아

리붐은 지난해부터 하모를 무료로 배포하며 데이터를 모았다. 군포시늘푸른복지관를 포함해 5개 기관에서 누적 이용자 112명, 누적 3412회의 세션이 진행됐다. 이승헌 대표는 실증 과정에서 확인한 현장 반응과 수요를 바탕으로 유료화를 추진한다. 제품은 소프트웨어 하모 1.0에 하드웨어(미니PC·모니터·카메라)를 더한 형태로, 32인치와 65인치 두 종류다.

해외 진출은 일본이 첫 목표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해 시니어 산업이 비교적 잘 형성된 시장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일본 H.C.R. 전시를 참관했고, 올해도 현지 네트워크를 쌓았다. 그 과정에서 비접촉 방식으로 시니어의 건강 상태를 측정하는 일본 기업 바이탈DX(Vital DX)를 만났고, 지난 7월 현지에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일본어 번역과 서비스 현지화를 마친 뒤 현지 시설에서 실증을 진행하고, 이후 바이탈DX가 유통·사업 파트너를 맡는 방향으로 협력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일본에서의 경험을 레퍼런스 삼아 싱가포르 등 다른 아시아 시장도 검토한다.

이승헌 대표가 그리는 하모의 미래는 게임기를 넘어선다. 이승헌 대표는 "어르신들이 즐겁게 움직이는 과정에서 신체 활동 데이터가 자연스럽게 쌓이고, 이를 기반으로 개인별 콘텐츠 추천과 기관용 관리 데이터까지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당분간은 시니어에 집중하되 장기적으로는 아동과 장애인으로 확장할 생각이다.

다시 움직임이 즐거움으로. 리붐이 내건 이 슬로건이 현장에서 어떤 숫자로 답할지 관심이 쏠린다.

IT동아 박귀임 기자(luckyim@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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