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5세대 신형 투싼(Tucson)이 공개됐습니다. 현재의, 아니 이제는 전 세대가 된 4세대 모델 투싼과는 전혀 다른 조형 언어의 5세대 모델이 등장한 것입니다. 1세대 투싼이 나온 게 2004년 3월경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그 동안 22년이 지났고 이제 5세대째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C-세그먼트 도심형 SUV 5세대 투싼의 전장ⅹ전폭ⅹ전고는 4,700ⅹ1,905ⅹ1,685(mm)에 2,785mm의 휠 베이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크기는 직전의 4세대 투싼보다 길이는 60mm, 폭은 40mm, 휠베이스는 30mm 늘어난 것입니다.
22년 전에 나왔던 1세대 투싼의 크기는 전장ⅹ전폭ⅹ전고 4,325ⅹ1,800ⅹ1,680(mm)에 2,630mm의 휠 베이스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1세대 투싼 모델보다는 거의 400mm 길어지고, 105mm 넓어지고 휠베이스는 155mm 늘어난 것입니다.
문득 생각이 나서 2000년에 출시된 1세대 D-세그먼트 도심형 SUV 싼타페의 제원을 찾아보니 전장ⅹ전폭ⅹ전고가 4, 500ⅹ1,845ⅹ1,740(mm)에 2,630mm의 휠 베이스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신형 5세대 투싼은 1세대 싼타페 보다 커졌습니다. 거의 26년만에 한 차 급 위로 올라선 크기가 된 것입니다.
2004년의 1세대 투싼은 아반떼 XD 승용차의 전륜구동 플랫폼을 바탕으로 개발된 도심지형 준중형 SUV였습니다. 이 시기에는 세계적으로 크로스오버(crossover) 콘셉트의 SUV, 즉 비포장 도로 주행 중심의 트럭 프레임 구조의 하드코어 4륜구동차량의 딱딱한 성격에서 벗어나 승용차의 모노코크 구조 차체와 승용차의 승차감을 가진 부드러운 도심지용 SUV가 붐을 일으키던 때였습니다.
그런 흐름 속에서 나온 1세대 투싼은 부드럽고 아담한 이미지로 젊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지나 2009년에 나온 2세대 투싼은 더 감성적인 곡선과 곡면의 차체 디자인으로 더 이상 오프로드 주행이라는 감성을 가지지 않은 도심지형 차량이 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해치백 준중형 승용차 대신 준중형 SUV를 사게 된 것도 이 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흘러 2015년에 나온 3세대 투싼은 1세대 투싼의 이형(異形) 휠 아치와 2세대 투싼의 도심지형 차량의 상징과도 같은 이형 헤드램프 디자인, 그리고 크롬 몰드를 두른 현대자동차의 헥사고날 라디에이터 그릴의 디자인을 결합하면서 진화적 디자인의 발전 과정을 교과서적으로 보여줬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지나 2020년에 나왔던 4세대 투싼은 물론 진화적 디자인의 단계를 거쳐 나왔지만, 그 감성에서는 상당히 진보적인 면을 보여줬었습니다. 거대한 크기로 자리잡은 그래픽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주간주행등은 공상과학 영화 속의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뒷모습의 감성도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그런데 4세대까지 투싼의 디자인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것은 곡면과 곡선의 사용이었습니다. 물론 그런 속에서도 모서리를 얼마나 샤프하게 하느냐는 세대 별로 달라져 왔지만, 전체적으로는 곡선과 곡면의 사용이라는 큰 흐름을 같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살펴보는 5세대 투싼은 샤프한 모서리는 물론이고 직선과 각을 세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디자인 테마는 최근에 현대자동차의 신형 차량에서 나타나는 주제 ‘아트 오브 스틸(Art of Steel)’이라는 테마를 공통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트 오브 스틸은 그야말로 금속의 단단하고 샤프한 물리적 특징을 조형 주제로 해서 만들어진 현대자동차의 최근의 조형 언어로, 지난 2010년에 현대자동차가 YF쏘나타를 내놓으면서 제시했던 조형 철학 ‘플루이딕 스컬프쳐(Fluidic Sculpture)’와는 대척점에 있는 조형 철학이라고 할 것입니다.
플루이딕 스컬프쳐는 물론 모서리를 강조하는 조형 감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마치 물이 흐르듯 유기체적인 흐름을 가진 곡선과 곡면으로 이루어진 조형으로 그 이전까지 개성이 두드러지지 않았던 현대자동차의 조형감성을 그 어느 메이커나 브랜드와도 구분되는 디자인 언어로 탈바꿈해 놓은 조형 방법이었습니다.
플루이딕 스컬프쳐의 적용으로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시장에서 현대자동차의 디자인이 일본 등 기존 메이커와 비슷하다는 인식이 사라지면서 현대차가 일본차나 유럽차가 아닌 그야말로 현대차처럼 보인다는 평판을 얻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5세대 투싼의 앞 모습은 수평 주간주행등과 직선적인 디자인-수평적으로는 직선적이지만, 선 자체는 곡선입니다-과 양쪽에 자리잡은 수직형 LED 램프 등으로 디지털적이고 금속성의 인상을 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휠 아치의 개구부 형태 자체는 둥글지만, 차체와 만나는 그래픽적 형태의 휠 아치 프로텍터 형태는 직선적인 6각형을 응용한 기하학적 형태입니다. 그리고 앞 펜더의 볼륨이 앞 도어 패널까지 이어지고 수직으로 꺾인 면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런 감각의 디자인 처리는 얼마 전에 등장한 8세대 아반떼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경향의 조형이 새롭게 등장하는 현대 브랜드의 차량에서 공통적으로 자리 잡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실내는 차체 외판과는 완전히 다르게 크러시 패드와 도어 트림 패널, 앞 콘솔 등에 두툼한 곡면의 볼륨과 마치 원통형, 또는 둥근 파이프가 지나가는 듯한 조형으로 승객을 에워싸는 형태로 만들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트림 류의 디자인은 아날로그적 감성의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차체 외부가 단단한 철판의 인상이라면 실내는 부드러운 패드로 덮인 인상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차체 외부와 내부의 감성이 서로 다른 감성을 지향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흥미로운 측면이라고 보입니다. 차체 외부에서 보이는, 아니 느껴지는 감성은 차가운 금속의 느낌이지만, 실내에서는-물론 커다란 사각형 디스플레이 패널이 설치돼 있지만-전체적으로는 둥글고 부드러운 감성입니다. 게다가 스티어링 휠도 원형이 아닌 둥근 사각형으로 디자인돼 있습니다. 그러나 이건 유기체적 조형과는 결이 다른 것으로 디지털 감성으로 만들어진 곡면의 인상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5세대 투싼은 바로 오늘의 시대, 전통적인 자동차에서 새로운 기술의 디지털 모빌리티로의 전환기에 놓인 오늘날의 지동차의 모습을 실내에서는 더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외부에서는 더 디지털적 감성으로 보여주면서 두 가지의 상반된 흐름을 한 대에 모두 담은 모습으로 나온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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