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자동차가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으로 3분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볼보자동차)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스웨덴 볼보자동차가 올해 3분기 대규모 적자로 돌아서며 전 세계 사업장에서 2500명을 추가 감원하는 고강도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규제 및 친환경차 보조금 철회 여파가 겹친 결과다.
CEO가 직접 "아직 바닥을 친 것이 아니다"라고 진단까지 하면서 이런 판매 부진에 따른 적자와 구조조정을 반복하는 위기 상황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실적 발표 직후 볼보 주가는 장중 최대 30% 폭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23일(현지시각) 발표된 볼보자동차 실적에 따르면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3% 급감한 669억 크로나(약 8조 8000억 원)에 그쳤다.
수익성은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3분기 45억 크로나(약 4억 500만 유로) 흑자였던 순이익은 이번 분기 57억 크로나(약 7400억 원) 순손실로 급격히 돌아섰다. 여기에 분기 현금 순유출 규모만 약 90억 크로나(약 1조 1800억 원)에 달해 유동성 압박이 가중됐다.
볼보의 실적을 짓누른 핵심 요인은 미·중 양대 시장의 급격한 악화다. 특히 중국에서는 지리 그룹이 대주주로 버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 경쟁력과 스마트 소프트웨어를 앞세운 중국 현지 브랜드들과의 출혈 경쟁에서 밀려났다. 3분기 볼보의 중국 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0% 가까이 증발했다.
볼보는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해 50억 크로나(약 6600억 원) 규모의 추가 비용 절감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발표한 180억 크로나(약 3000명 감원 포함) 규모의 기존 구조조정에 더해지는 조치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인력의 약 6%에 해당하는 2500명을 추가 감원한다. 스웨덴 본사에서 약 2000명, 글로벌 사업장에서 약 500명을 줄일 예정이다. 외부 컨설턴트 계약 해지와 자연 감소, 희망퇴직 패키지 등을 통해 인건비 부담을 줄여 내는 방안도 추진한다.
호칸 사무엘손(Håkan Samuelsson) 볼보 최고경영자(CEO)는 "단순히 글로벌 모델을 들여와 현지에서 조립하던 방식의 시장은 ‘제로(0)’를 향해 가고 있다"며 "현재 시장은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이어 "단기간 내에 극적인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손익분기점을 낮추기 위한 추가 긴축 조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볼보는 비용 절감과 함께 2030년까지 맞춤형 신차 13종을 투입하는 정면 돌파에 나선다. 유럽에서는 주력 전기차 EX60 증산과 함께 2027년 늦여름 보급형 전기차(BEV)를 투입해 지배력을 다진다. 미국은 조직을 4대 권역으로 쪼개고 롱레인지 PHEV 투입과 2027년 1분기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 공장 XC60 현지 양산으로 속도전을 편다.
극심한 침체를 겪는 중국 시장은 거점 통폐합 등 긴축을 거쳐 내년 중반부터 지리 테크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탑재한 전용 신차 2종을 우선 양산한다. 생산 체계 역시 글로벌 5개 전용 공장으로 압축하고, 중국 청두와 벨기에 겐트 공장에서 지리그룹과의 다브랜드 공동 조립 및 부품 공용화를 전격 추진해 제조 단가를 낮춘다는 계산이다.
한편 차기 리더십의 부담은 한층 가중됐다. 폭스바겐그룹 산하 슈코다(Škoda)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클라우스 첼머(Klaus Zellmer)가 2027년 10월 이전 사무엘손 CEO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을 예정이지만 취임 전부터 회사의 구조적 위기가 수면 위로 폭발하면서 그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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