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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다비, 도시만 있는 게 아니라고요?

2026.10.26. 11: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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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스카이라인 너머, 아부다비에는 맹그로브와 오아시스, 야생의 섬이 펼쳐진다. 도시의 속도를 내려놓는 순간, 우리가 몰랐던 아부다비가 시작된다.

물 위에서 만나는 초록
주바일 맹그로브 파크

아부다비에서 초록을 찾아 멀리 헤맬 필요는 전혀 없다. 화려한 마천루 사이에서 살짝 방향만 틀어도 곧바로 맹그로브가 우거진 진짜 숲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것도 육지의 숲이 아니라 바닷물 위에 뿌리를 내린 맹그로브의 세상, 바로 '주바일 맹그로브 파크(Jubail Mangrove Park)'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물과 뿌리 위로 유유히 이어지는 약 2km의 목조 보드워크. 매혹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건 '밀물과 썰물'이다. 물이 그득하게 차오르면 바다거북과, 알록달록한 물고기들이 보드워크 아래를 유유히 헤엄치고, 물이 빠지면 바삐 굴을 파는 작은 농게들의 귀여운 무대가 펼쳐진다. 똑같은 길이라도 시계바늘이 몇 시를 가리키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이 연출된다. 숲을 좀 더 깊이 탐험하고 싶다면 카약에 올라타 보자. 보드워크를 걷거나 맹그로브 사이 잔잔한 물길을 따라 카약을 타다 보면, 시끄러운 도시의 소음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자연의 소리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여행 BGM이 되어 준다. 해 질 녘이면 붉은 노을 아래서 요가나 필라테스, 호흡 프로그램 같은 웰니스 클래스가 열려 정적인 힐링을 더한다.

맹그로브에서 바다까지
물과 함께 보내는 아부다비의 하루

맹그로브를 제대로 즐기려면 발 대신 노를 쥐어 보는 것도 방법이다. 맹그로브 내셔널 파크(Mangrove National Park)에서는 해가 스멀스멀 뜨거나 넘어가는 때에 가이드와 함께 카약에 올라 수로를 유유자적 누빌 수 있다.

양옆으로 빽빽하게 들어선 맹그로브가 녹음의 벽을 이루고, 고요를 깨며 간간이 끼어드는 왜가리의 울음소리가 근사한 효과음이 되어 준다. 오전 내내 맹그로브의 녹음을 신나게 만끽했다면, 오후엔 청량한 바다로 무대를 옮길 차례다. 아라비아만을 마주한 사디야트 비치 클럽(Saadiyat Beach Club)부터 맘샤 비치 사디야트(Mamsha Beach Saadiyat), 카이 비치(Kai Beach)까지 취향 따라 고를 수 있는 감성 해변과 비치클럽들이 기다린다. 여기서 꿀팁 하나. 굳이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데이패스 한 장이면 프라이빗 비치와 에메랄드빛 수영장을 럭셔리하게 누릴 수 있다.

해가 지면 다시 화려한 도심으로 돌아와 셰이크 자이드 그랜드 모스크의 웅장한 흰 대리석 돔을 감상하거나 코니쉬 해변을 설레는 마음으로 걸어 보자. 답답한 도심과 광활한 자연 사이에서 굳이 하나만 고를 필요가 없다는 점. 이거야말로 아부다비가 가진 가장 매력적인 반전 요소다.


사막에서 만난 초록
알 아인 오아시스

사막의 색은 무조건 황금빛이라는 편견은 알 아인(Al Ain Region)에 도착하는 순간 깔끔하게 깨진다. 축구장 1,600개가 넘는 약 1,200ha 규모의 알 아인 오아시스(Al Ain Oasis)에는 14만 7,000여 그루의 대추야자나무가 빽빽하게 군락을 이루고 있다. 거대한 야자 잎 지붕이 햇빛을 가려 주는 약 7km의 산책로를 걸을 때 할 일은 명확하다.

살랑이는 바람 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다가 마음에 드는 벤치에 툭 앉아 보는 것. 길가를 따라 흐르는 수로는 물 없는 땅을 일궈 낸 옛 사람들의 지혜, 전통 관개 시스템 '팔라즈(falaj)'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이 울창한 초록은 그저 예쁜 풍경을 넘어 척박한 자연을 삶의 터전으로 바꾼 치열하고도 아름다운 흔적이다. 바쁘게 달리던 걸음을 멈추고 거대한 나무 그늘 아래 오래 머무르면, 그 자체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근사한 여행이 된다.

5,000년의 시간 위에서 보내는 밤
제벨 하핏 데저트 파크

오아시스에서 초록빛을 원 없이 누렸다면, 이젠 또 다른 풍경을 만날 차례다. 해발 1,240m 제벨 하핏(Jebel Hafit) 기슭에 자리한 제벨 하핏 데저트 파크(Jebel Hafit Desert Park)에는 웅장한 암석과 마른 계곡 사이로 약 5,000년 전 청동기시대에 지어진 벌집 모양 무덤들이 고즈넉하게 반겨 준다.

현지 석회암으로 쌓아 올린 고대 무덤 곁을 따라 하이킹을 하거나 산악자전거로 고대 유적 사이를 누비다 보면, 불과 얼마 전 대추야자 그늘 아래를 걸었다는 사실조차 비현실적인 꿈처럼 다가온다.

해가 지면 도심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지만 이곳에선 되레 밤이 기다려진다. 에코 글램핑 돔이나 운치 있는 베두인 텐트에 여장을 풀고, 로맨틱한 캠프파이어와 밤하늘을 빼곡히 수놓는 별을 기다릴 수 있으니까. 아침엔 초록빛 오아시스를 걷고, 오후엔 5,000년 전 고대의 시간 속을 지나, 밤엔 사막의 별빛 아래 잠드는 하루. 여유가 있다면 100년 역사를 품은 카스르 알 무와이지(Qasr Al Muwaiji)까지 들러 볼 것.

섬에 도착했더니 사파리가 시작됐다
시르 바니 야스 아일랜드

아부다비에서 배를 타고 섬에 들어섰는데 느닷없이 기린이 인사를 건넨다. 영화 속 한 장면 같지만, '시르 바니 야스 아일랜드(Sir Bani Yas Island)'에서는 흔한 일상이다. 섬 전체가 거대한 야생의 왕국으로, 아라비아오릭스와 샌드가젤, 치타, 기린, 소말리아타조 등 무려 1만 7,000마리가 넘는 야생동물이 자유롭게 활보한다.

이곳을 제대로 즐기는 최고의 방법은 오픈톱 4WD에 올라타 누비는 에코 사파리, 광활한 대자연을 누비며 동물을 찾아 나서는 맛이 쏠쏠하다. 차에서 내려 선사시대 소금돔과 억겁의 세월을 품은 언덕을 직접 걷는 네이처 트레킹도 매력적이다. 운이 좋으면 야생 가젤과 눈인사를 나누는 특권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이 섬의 진짜 반전은 오전에 동물의 왕국을 탐험하고, 오후엔 청량한 바다 앞 리조트에서 와인잔을 기울일 수 있다는 점. 여행 때마다 머리를 쥐어뜯게 만들던 '모험'과 '휴양' 사이의 야속한 양자택일, 이곳에서는 전부 의미 없어진다.

야생의 섬에서 쉬어 가는 법
사파리 다음은 오롯한 휴식

사파리 섬에 도착했다고 해서 온종일 야생동물을 찾아다니며 체력을 소진할 필요는 없다. 시르 바니 야스 아일랜드의 진짜 묘미는 다이내믹한 액티비티와 밀도 높은 휴식이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는 데 있다. 특히 5성급 '데저트 아일랜즈 리조트 & 스파 바이 아난타라'에 여장을 풀면 오전에 사파리로 대자연을 누비고, 오후엔 아라비아만의 잔잔한 바다를 바라보며 럭셔리 스파로 피로를 녹이는 유려한 동선이 완성된다.

아부다비의 대자연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여행의 가치는 바쁘게 도장을 깨듯 둘러본 장소의 개수가 아니라, 한 장소의 풍경 속에 얼마나 깊이 머물렀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 화려한 마천루에서 살짝만 시선을 돌려도 맹그로브의 초록, 오아시스의 생명력, 고대 산맥의 고요함, 그리고 야생 섬의 생동감이 한 손에 잡힐 듯 펼쳐진다. 도심과 자연, 액티브한 모험과 한가로운 휴식 사이에서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이 모든 반전 매력을 한번에 품어 낼 수 있는 곳이 바로, 아부다비니까.

■숫자로 읽는 아부다비의 자연

아부다비의 자연을 조금 더 선명하게 보여 주는 숫자들이 있다. 맹그로브부터 오아시스, 바다와 야생의 섬까지. 서로 다른 자연이 얼마나 넓고 오래 이어져 있는지 숫자를 통해 들여다봤다.

176km²+
보호받는 해안 그레이 맹그로브 숲

아부다비에서 보호되고 있는 해안 그레이 맹그로브 숲의 총면적은 176km² 이상이다. 도시 가까이에서도 맹그로브의 물길을 따라 걷거나 카약을 타며 이 독특한 해안 생태계를 경험할 수 있다.

147,000+
알 아인 오아시스의 대추야자나무

알 아인 오아시스에는 14만 7,000그루가 넘는 대추야자나무가 자란다. 빽빽한 나무가 만든 그늘 아래로 약 7km의 산책로와 전통 팔라즈 수로가 이어진다.

17,000+
시르 바니 야스 아일랜드의 야생동물

시르 바니 야스 아일랜드에는 1만 7,000마리가 넘는 야생동물이 자유롭게 살아간다. 아라비아오릭스와 가젤, 치타, 기린, 소말리아타조 등 다양한 동물을 섬의 자연환경 속에서 만날 수 있다.

3,000+
아부다비 바다의 듀공

아부다비 문화관광부(DCT)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아부다비 해역에는 3,000마리가 넘는 보호 대상 듀공이 서식하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개체군으로 소개된다.

5,000년
제벨 하핏에 남겨진 시간

제벨 하핏 데저트 파크에는 약 5,000년 전 청동기시대의 벌집 모양 무덤이 남아 있다. 현지 석회암으로 만들어진 무덤은 이 땅에 이어져 온 인간의 시간을 보여 준다.

글 곽서희 기자 사진 ©Department of Culture and Tourism, Abu Dhabi / 자료제공 아부다비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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