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가 미국에 신규 공장을 짓기로 결정한 이후 될너 CEO에 대한 독일 정계와 노동계에서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우디)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아우디가 미국 조지아 주에 첫 현지 생산 거점을 설립하기로 발표한 이후 독일 본토에서 거센 정치적 역풍에 직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거 유세장에 게르노트 될너(Gernot Döllner) 최고경영자가 직접 동반 등장해 투자 계획을 공개한 것이 화근이 됐다.
논란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에서 열린 중간선거 지원 유세 현장에서 비롯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연단에서 아우디가 조지아주에 42억 달러(약 5조 5700억 원)를 들여 공장을 짓는다고 공개했다.
함께 무대에 오른 될너 CEO는 마이크를 잡고 "미국 시장을 신뢰하기 때문에 추진하는 장기적인 투자"라고 화답했다. 하지만 이 장면이 공개된 직후 독일 최대 산별노조인 독일 금속노조 이게메탈(IG Metall)은 물론 정치권의 질타도 잇따랐다.
이게 메탈 크리스티아네 베너 위원장은 "대단히 수치스럽고 정치적으로 용납하기 어렵다"라며 "선거 3개월 전에는 임직원이 정당이나 후보와 함께 공식 석상에 나서지 않도록 규정한 내부 정책을 정면으로 위반했다"라고 질타했다.
정치권에서도 "트럼프를 돕는 선거 쇼에 동원된 충격적이고 애처로운 처신", "독일 기업의 대표가 권위주의자의 유세를 도운 꼴"이 됐다는 등의 지적과 함께 될너 CEO의 즉각적인 사임을 촉구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아우디는 26일 긴급 입장문을 내고 공식 해명에 나섰다. 아우디는 성명을 통해 "대표단이 조지아 공장 건립 협상을 추진하기 위해 미국 현지를 방문했다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프로젝트를 발표하자는 초청을 받아 수락했을 뿐"이라며 "이번 결정은 오직 회사의 경제적 이익과 장기적 성장을 고려해 내린 판단"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미국은 글로벌 2위의 핵심 프리미엄 시장이지만 현재 수익성이 나오지 않아 현지 공장 설립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환율과 무역 규제 위험을 줄이기 위한 현지화 전략일 뿐 독일 본토를 소외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발표 무대가 정치적 지지로 비치며 논란을 부른 상황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아우디는 최근의 경영 부진을 이유로 본국에서 강도 높은 긴축과 체질 개선을 밀어붙이고 있다. 모기업인 폭스바겐그룹의 고비용 생산 거점 축소 계획에 따라 독일 네카어줄름 공장이 오는 2034년 가동 중단 후보로 오른 데다 비핵심 부서를 중심으로 대규모 인력 감축과 2030년까지의 임금 동결 등 초긴축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이 때문에 독일에서는 자국 핵심 공장의 폐쇄 수순과 대대적인 인력 감축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도 미국에는 천문학적인 신규 투자를 퍼붓는 것은 자국 노동자와 산업 기반을 외면한 처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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