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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SD 해킹 차주 80명 송치…소프트웨어 시대, 차주의 권리는 어디까지인가

글로벌오토뉴스
2026.10.29. 11: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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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감독형 주행 보조 시스템 FSD(Full Self-Driving)를 무단으로 활성화한 차주 80명이 경찰 수사를 거쳐 공소청에 송치됐다. 해외에서 비인가 장치를 구매하거나 직접 제작해 차량에 연결하고, 제조사가 제공하지 않는 기능을 임의로 활성화한 혐의다. 경찰은 관련 장치 21개를 압수했다.

이번 사건은 자동차 소프트웨어를 둘러싼 소유권과 안전 규제의 경계가 어디에 있는지 보여준다. 소비자는 자신이 구매한 차량에서 원하는 기능을 사용하려 했지만, 정부는 안전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소프트웨어 변경을 불법으로 판단했다. 여기에 국가별 승인 절차와 완성차 업체의 기술 전략까지 얽혀 있다. 테슬라 FSD를 둘러싼 갈등은 해킹에 나선 차주들의 문제로만 좁혀 보기 어렵다.



현재 국내에서 FSD 이용 여부는 차량의 생산지와 하드웨어 사양, 적용된 소프트웨어에 따라 달라진다.

국회에 제출된 테슬라코리아 자료에 따르면 2026년 9월 말 기준 국내 등록 테슬라는 23만8,968대다. 이 가운데 FSD 이용이 가능한 차량은 5만3,477대로 22.4%에 그쳤다. 나머지 18만5,491대, 전체의 77.6%는 해당 기능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사용 제한 차량 중 중국산 모델 3·모델 Y가 18만3,407대를 차지한다.

미국산 차량 일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미국 자동차 안전기준 인정 특례를 적용받아 FSD를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중국 기가상하이에서 생산된 모델 3·모델 Y는 국내 안전기준과의 적합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기능이 제한돼 있다. 미국산이라고 해서 모든 차량이 해당하는 것도 아니다. 자율주행 컴퓨터 세대와 차량 사양에 따라서도 이용 가능 여부가 갈린다.

여기서 구분해야 할 대목이 있다. 미국산 테슬라에서 FSD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FSD 소프트웨어 자체에 대한 국내의 별도 안전성 검증을 모두 마쳤다는 뜻은 아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은 국정감사 제출자료에서 관련 시험·평가 실적이 없다고 밝혔다. 차량의 인증 경로와 개별 주행 보조 시스템에 대한 안전성 검증은 구별해서 살펴봐야 한다.

중국산 테슬라의 FSD 사용이 제한되는 배경에는 국내 자동차 안전기준과 시스템 작동 방식의 차이가 있다. FSD는 운전자의 감독 아래 차량이 조향과 속도를 제어하고, 차로 변경과 교차로 통과 등 다양한 주행 작업을 지원한다. 그러나 국내 규정은 운전자의 조향 개입과 방향지시등 조작 등 기존 운전 체계를 전제로 마련돼 있다. 도심 주행까지 지원하는 FSD의 작동 방식을 현행 기준에 어떻게 적용할지가 핵심 쟁점이다.



이번 사건에서 차주들은 해외에서 판매되는 비인가 활성화 장치를 구매하거나 차량의 전자제어 시스템에 관한 정보를 이용해 직접 장치를 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기능 활성화 방법과 차량에 관련 기록을 남기지 않는 방법까지 공유했다.

문제는 유료 기능의 잠금을 해제했다는 사실에 그치지 않는다. 자동차관리법 제35조 제2항은 자동차의 안전한 운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임의로 변경하거나 설치·추가·삭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정부와 경찰이 주목하는 부분은 안전성이다. 정식 승인과 제조사의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장치로 주행 보조 기능을 작동시키면 차량이 주변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운전자의 의도와 다르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전자제어 시스템의 작동 조건을 바꾸는 일이기 때문에 기능이 켜진다는 사실만으로 정상 작동과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

FSD라는 이름과 달리 현재 소비자용 FSD는 운전자의 지속적인 감독을 전제로 하는 주행 보조 시스템이다. 운전자가 주행 환경을 감시하고 필요할 때 즉시 개입해야 한다. 제조사의 정식 업데이트와 안전 검증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기능을 강제로 활성화하는 행위는 그 전제마저 흔들 수 있다.

차량을 소유했다고 해서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소프트웨어를 임의로 바꿀 수 있는 권한까지 갖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 소프트웨어는 편의 기능을 넘어 조향과 제동, 주행 판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다만 규제의 문이 언제 열릴지 불투명했던 상황에도 변화가 생겼다. 테슬라코리아는 2026년 10월 22일 국토교통부에 FSD의 국내 사용을 위한 신청서를 제출했다. 보도에 따르면 기존 자동차 안전기준에 예외를 인정하는 특례를 활용해 중국산 모델 3·모델 Y에도 기능을 허용해 달라는 취지다.

쟁점은 법적 근거와 안전성 검증이다.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제114조의2는 기존 기준보다 우수하거나 안전 확보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새로운 장치에 대해 예외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한다. 지금까지는 주로 물리적 장치에 적용됐으며, 이미 차량에 탑재된 컴퓨터와 카메라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활용하는 FSD에 적용할 수 있는지는 별도 판단이 필요하다.

신청서 제출이 곧 승인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적용 대상 차량과 하드웨어 범위, 국내 도로에서의 안전성 검증 방법, 필요한 기술자료, 운전자 감시와 비상 상황 대응 능력 등을 확인해야 한다. 현재 구체적인 승인 일정도 확정되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의 운전자제어지원시스템(DCAS) 국제기준인 UN R171을 토대로 관련 제도 정비가 추진되고 있다. 다만 이 기준을 수용한다고 해서 도심에서 운전자의 손이 운전대에서 떨어진 상태로 작동하는 FSD가 자동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 기준의 적용 범위와 도심 주행 기능에 대한 검증은 별도의 과제로 남아 있다.

이번 신청은 국내 FSD 논의가 원론적인 기준 마련에서 구체적인 승인 검토 단계로 넘어가는 계기다. 그렇지만 승인까지의 시간은 특례의 법적 적용 가능성과 테슬라가 제출하는 기술자료, 정부의 검증 체계에 달려 있다.



테슬라 FSD의 글로벌 확장 과정을 살펴보면 각국이 기술을 받아들이는 방식의 차이가 뚜렷하다. 기능의 이름은 같아도 소프트웨어 버전과 작동 범위, 안전 검증 방식은 시장마다 다르다.

미국에서는 FSD가 소비자용 주행 보조 기능으로 널리 배포돼 있다. 제조사가 차량의 안전기준 적합성을 자기인증하는 체계 아래 기술이 보급되고, 이후 정부의 안전 조사와 리콜 등 사후 감독이 이어지는 구조다. 미국에서도 운전자의 지속적인 주의 의무는 유지된다. 소비자용 FSD가 운전자의 감독 없이 주행하는 완전자율주행을 허용받았다는 뜻은 아니다.

유럽은 사전 형식승인을 중심으로 접근한다. 네덜란드 도로교통청(RDW)은 2026년 4월 18개월이 넘는 시험과 검증을 거쳐 FSD 감독형 시스템에 임시 유럽 형식승인을 부여했다. 다만 최초 승인 자체가 유럽연합(EU) 전역에 자동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네덜란드의 결정을 받아들여 사용을 허용한 국가가 10월 말 기준 10곳에 이르렀지만, EU 전체의 일괄 승인은 여전히 남은 절차다. 관련 표결은 12월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유럽에서도 안전성 논쟁은 계속된다. 제한속도 준수와 운전자 주의 감시, 테슬라가 제시한 안전성 연구의 신뢰도 등을 놓고 규제기관과 교통안전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린다. 기술이 작동한다는 사실만으로 실제 사고 위험 감소까지 입증됐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에서는 데이터 통제와 현지 규제 대응이 핵심이다. 중국은 차량에서 수집되는 주행 데이터의 처리와 해외 이전, 자율주행 관련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에 엄격한 관리 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테슬라가 현지 데이터를 활용하고 관련 승인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일부 차량에서 제한적인 감독형 기능이 작동하고 있지만, 중국에서도 더 넓은 범위의 FSD 승인을 확보하는 일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테슬라 경영진 역시 2026년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추가 승인을 얻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각국의 사례는 FSD의 글로벌 출시가 소프트웨어를 내려받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국은 제조사 자기인증과 사후 감독, 유럽은 사전 기술검증과 형식승인, 중국은 데이터 관리와 현지 제도에 대한 적합성을 중시한다. 한국 역시 국내 안전기준과 국제 규정 사이에서 어떤 검증 경로를 마련할지 결정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비인가 장치로 FSD를 활성화한 차주들의 법적 책임은 별개로 다뤄져야 한다. 승인되지 않은 소프트웨어 변경은 안전 규정의 적용 대상이며, 기능을 원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이유로 예외를 인정할 수는 없다. 도로 위에서는 한 차량의 판단 오류가 다른 운전자와 보행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규제 당국과 제조사의 과제도 분명하다. 국내 등록 테슬라의 4분의 3 이상이 FSD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생산지에 따른 기능 차이는 소비자의 구매 판단과 직결된다. 소비자가 차량을 구입할 때 어떤 기능을 이용할 수 있고, 어떤 인증 절차가 남아 있는지 명확히 안내해야 한다. 제조사는 정식 승인에 필요한 기술자료를 제출하고 국내 도로 환경에 맞는 검증에 협조해야 한다.

정부 역시 안전을 이유로 기능을 제한하는 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어떤 기준이 충족돼야 하는지, 어떤 시험과 평가를 거쳐야 하는지, 기존 특례를 적용할 수 있는지 명확한 절차를 제시해야 한다. 기술이 먼저 출시되고 규제가 뒤따르는 일이 반복될수록 소비자의 혼란과 불법 개조의 유인은 커진다.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시대에는 차량의 성능과 안전이 출고 시점에만 결정되지 않는다. 업데이트 하나로 조향과 주행 판단의 범위가 바뀔 수 있다. 이에 맞춰 자동차 규제도 하드웨어 중심의 인증 체계를 넘어 소프트웨어의 기능과 변경 범위, 검증 책임을 구체적으로 다뤄야 한다.

테슬라 FSD 해킹 사건은 기술을 향한 소비자의 욕구와 안전을 지키려는 제도가 충돌한 사례다. 해킹을 합법화하는 것이 해법은 아니다. 그렇다고 기술의 발전 속도에 맞는 승인 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채 제한만 유지하는 것도 지속 가능한 대응이 될 수 없다. 필요한 것은 무단 개조에 대한 명확한 책임, 제조사의 검증 의무, 정부의 투명한 승인 기준이다. 그 세 가지가 갖춰져야 소프트웨어가 자동차의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
<저작권자(c) 글로벌오토뉴스(www.global-auto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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