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캠퍼스타운 x IT동아] 서울 캠퍼스타운 사업의 일환으로,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이 IT동아와 함께 ‘2026년 스케일업 D.코리아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동국대 캠퍼스타운과 IT동아는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스타트업들이 진행 중인 사업 전반을 소개하고,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합니다. 이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도전하는 문제를 해결하도록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를 연결해 도우려 합니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기술과 과학이 고도화된 현대 사회에서도 개인이 겪는 불안과 스트레스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취업과 이직, 인간관계 등 삶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논리나 과학적 계산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정서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운세나 점성술, 명상 등 형이상학적 영역에서 심리적 위안과 방향성을 찾으려는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국내외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2025년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30%(30세 미만 청년층의 경우 37%)가 최소 연 1회 이상 점성술이나 타로, 운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교육 플랫폼 에듀버디(EduBirdie)가 2024년 9월 미국 MZ세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5%가 점성술 등을 통해 스트레스 감소와 자신감 향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운세 콘텐츠가 단순한 길흉화복 예측을 넘어 일상적인 ‘멘탈 웰니스(Mental Wellness, 정신적 웰빙)’의 수단으로 소비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글로벌웰니스연구소(GWI)가 2025년 11월 발표한 ‘글로벌 웰니스 이코노미 모니터’에 따르면, 세계 멘탈 웰니스 시장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12.4%씩 성장해 2683억 달러(약 370조 원) 규모에 달했으며, 전체 웰니스 경제 규모 역시 2025년 약 7조 4000억 달러에서 2029년 약 9조 8000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최근 생성형 AI 확산을 틈타 등장한 대다수 AI 운세 서비스들은 이러한 정서적 치유나 자기이해의 기능과는 거리가 있다. 기본적인 만세력(사주 산출 달력) 계산조차 부정확한 상태에서 거대언어모델(LLM)의 환각(Hallucination) 현상이 섞인 근거 없는 풀이를 내놓거나,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자극적인 문구를 앞세우는 사례가 많아 소비자 불신과 시장의 편견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점술에 대한 편견과 양산형 AI의 한계… 동양철학과 기술 접목한 ‘푸리(Pouri)’
AI 기반 웰니스 플랫폼 ‘푸리(Pouri, 구 리드마이사주, 대표 박정훈)'는 이러한 기존 AI 운세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의 전통 사주 명리학을 현대적인 IT 기술과 결합해 ‘멘탈 웰니스’ 콘텐츠로 재해석하고 있다. 사주풀이의 순우리말 ‘풀이’에서 이름을 딴 푸리는 사주를 정해진 미래를 맞히는 점술이 아니라, 개인의 타고난 기질과 성향을 파악하고 선택의 고민을 덜어주는 자기성찰 도구로 정의한다.
박정훈 대표는 캐나다와 중국에서 10년 이상 유학하며 북경대학교에서 정치경제학을 전공한 뒤, 컨설팅 기업 벨앤홈즈(Bell&Holmes)에서 3년간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의 사업 실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박 대표는 “해외와 한국에서 다양한 사업 실사를 진행하며 문화권과 상관없이 현대인들이 삶의 중요한 갈림길에서 불안을 느끼고 방향성을 찾기 위해 기댈 곳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동양철학과 주역에 기반한 사주는 오랫동안 축적된 인간 이해의 학문 체계다. 미신이라는 기존의 편견을 기술적·철학적 접근으로 극복하고, 심리학처럼 현대인의 고민과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웰니스 콘텐츠로 풀어낸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 2025년 10월 창업했다”고 설명했다.
30년 동양철학 연구 데이터와 ‘3단계 AI 검증 구조’로 환각 현상 제어
푸리가 내세우는 핵심 경쟁력은 전문가를 통해 검증된 동양철학 데이터베이스와 이를 왜곡 없이 전달하기 위한 AI 제어 기술이다. 푸리의 명리학 해석 체계 설계와 기술자문에는 30년간 동양철학을 연구해 온 신정원 원광디지털대학교 동양학과 교수(현 교무처장)가 참여하고 있다.
신 교수는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은 연구자로, 2000년대 영문 사주 이론서 ‘라이프 시크릿(Life's Secrets)’을 출간하고 영자신문 코리아타임스(The Korea Times)에 10년 이상 550여 편의 사주·동양철학 칼럼을 연재하며 한국 사주를 영어권에 알린 인물이다. 각국 대사관 초청 강연과 1000건 이상의 외국인 상담을 진행했으며, 그에게 동양철학을 배운 누적 제자는 5000여 명에 이른다.
푸리는 신 교수의 저서 5권과 논문, 상담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주 분석 정보 제공 시스템을 구축해 특허를 출원했다.기술 개발은 7년 이상 AI 분야에 종사하며 액셀러레이터 프라이머(Primer) 투자 유치 경험을 보유한 김성수 CTO가 맡고 있다.
박 대표는 “일반 생성형 AI에 곧바로 사주 풀이를 맡기면 만세력 계산부터 틀리거나 근거 없는 말을 지어내는 환각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며 “푸리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3단계 구조를 적용했다. 첫째로 AI가 아닌 자체 개발 알고리즘을 통해 출생 지역의 경도까지 반영한 정확한 만세력과 사주팔자 여덟 글자를 산출한다. 둘째로 산출된 값을 신정원 교수의 해석 기준이 정리된 온톨로지(Ontology)형 그래프 데이터베이스에 대조해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CTO와 신 교수가 AI 출력 결과물을 직접 확인하고 교정하는 휴먼인더루프(Human-in-the-loop) 검수를 거쳐 일관성 있는 결과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정량 지표로 확인된 초기 수요… ‘정서적 위로’에 초점 맞춘 서비스 구성
2026년 1월 출시된 푸리 웹 서비스는 별도의 앱 설치 없이 생년월일시를 입력하면 개인화된 분석 리포트를 제공한다. 개인의 성향과 강점,직업·재물,인간관계, 시기별 흐름을 분석하는 ‘인생 리포트’를 비롯해 신년운세, 연애·궁합, 수능 리포트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리포트 열람 후 개인의 구체적인 상황을 입력하면 사주 데이터를 바탕으로 답변하는 ‘AI 채팅 상담’ 기능도 지원한다.
회사 측 집계에 따르면 푸리는 출시 9개월 만에 월매출 1억 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으며, 누적 이용자 수 20만 명, 월간 활성 이용자(MAU) 3만 30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단발성 소비에 그치기 쉬운 운세 서비스의 한계를 넘어, 기본 리포트 구매자 대비 AI 추가 질문권의 재구매율이 3.4배(29.2%) 높게 나타나는 등 고민 상담 플랫폼으로서의 리텐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강조한다.
이용자들의 반응이 주로 나타나는 지점은 적중률보다 ‘정서적 위로’다. 푸리는 리포트 마지막에 신 교수의 어조와 칼럼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이용자의 지난 삶을 다독이고 향후 선택을 격려하는 편지를 덧붙인다. 이용자 후기에서도 이 마지막 편지를 통해 불안감을 덜고 심리적 위안을 얻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동국대 캠퍼스타운 스케일업을 통한 과제 진단… ‘난해한 용어’와 ‘수익 구조’ 개선
초기 시장 안착에는 성공했지만, 스타트업으로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았다. 박 대표는 창업 초기 고객이 사주 서비스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 거리로 나가 내·외국인 수백 명을 직접 인터뷰하며 서비스 방향성을 다듬어야 했다.
특히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의 스케일업 D.코리아 프로그램 참여는 내부 시각에 갇혀 있던 사업 모델을 객관적으로 점검하는 계기가 됐다. 푸리는 프로그램을 통해 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SparkLabs) 멘토와 1대1 심층 멘토링을 진행하며 고객 확보 비용(CAC) 관리와 서비스 대중성 확보 방안을 진단 받았다.
박 대표는 “멘토링 과정에서 지적받은 핵심 문제 중 하나는 만세력, 격국, 용신 같은 전통 명리학 용어가 일반 대중이나 해외 이용자에게는 지나치게 생소해 진입 장벽이 된다는 점이었다”며 “해석 로직의 전문성은 내부 기술로 처리하되, 사용자 화면에서는 사주의 기질을 자연물에 비유한 ‘물상’이나 성격유형검사 형태(SPTI)처럼 일상적인 언어로 풀어서 전달하도록 사용자 경험(UX)을 전면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기 스타트업이 빠지기 쉬운 외형 매출 위주의 광고 집행에서 벗어나, 수익성과 공헌이익 데이터를 기준으로 마케팅 비용을 통제하는 운영 체계를 갖추게 된 것도 큰 수확”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K-웰니스 시장 진출 추진… 문화적 장벽 넘는 현지화가 관건
푸리는 국내 웹 서비스를 통해 확보한 현금 흐름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외 웰니스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영문 한국 문화 소개 웹사이트인 ‘베스트 오브 코리아(Best of Korea)’와 B2B 제휴를 맺고 사주 기반 오늘의 운세 콘텐츠를 공급해 월 1만 2000명 이상의 해외 이용자를 확보했으며, 글로벌 점성술 플랫폼들과도 API 연동 및 협업을 타진하고 있다.
향후 출시할 영어권 대상 모바일 앱은 ‘점술’이 아닌 ‘데일리 멘탈 웰니스’에 초점을 맞춘다. 음양오행과 사주 기질 분석을 바탕으로 개인의 감정 상태를 기록하고, 부족한 기운을 보완하는 명상 음악, 호흡법, 일상 루틴, 동양철학 칼럼 등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오행 기질에 맞춘 아로마 미스트(향수)와 NFC 기반 디지털 부적 키링 등 실물 웰니스 상품으로의 비즈니스 모델 확장도 테스트하고 있다.
물론 서구권 이용자들에게 아직 생소한 동양의 사유 체계를 단순 번역이 아닌 현지의 문화적 맥락으로 자연스럽게 설득해 내고, 일회성 호기심을 지속 가능한 구독 모델로 전환하는 것은 푸리가 글로벌 시장에서 증명해야 할 과제다.박정훈 대표는 “사주라는 개념이 얼핏 형이상학적으로만 보일 수 있지만, 푸리가 지향하는 바는 수천 년간 이어져 온 동양의 인간 이해 체계를 논리적인 데이터로 구현해 현대인의 불안과 선택의 고민을 덜어주는 것”이라며 “진로와 인간관계 등으로 심리적 위안과 방향성이 필요한 개인 이용자나, 동양철학 기반의 웰니스 콘텐츠 협업을 희망하는 국내외 파트너사라면 포털 사이트 등에서 ‘푸리(Pouri)’를 검색해 문을 두드려 보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통 동양철학의 자산을 AI 기술로 정제해 ‘양산형 운세’와의 차별화를 선언한 푸리가 국내를 넘어 글로벌 멘탈 웰니스 시장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