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남시현 기자] AI에게 물어보는 것이 만능은 아니지만 예상외로 쓸만한 조언을 해주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내가 모르는 영역이거나 전문 영역에 한해서는 다양하고 복잡한 데이터를 알아서 정리한 뒤 손쉽게 풀어서 제공하기 때문에 사전에 정보를 얻는 용도로 활용하기 좋다. 하지만 AI가 갈무리한 정보는 어디까지나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그 이외의 영역을 다룬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애프터서비스, 제품 수리 및 고장 관련 질의응답이 그렇다.
일반적으로 AI가 활용할 수 있는 정보는 제조사의 홈페이지에 있는 사양, 사용설명서, 공개된 서비스의 매뉴얼 및 부품, 카탈로그, 수리 안내가 중점적이며, 제한적으로나마 수리업체에서 올린 블로그나 영상, 커뮤니티의 반응, 사용자 경험 등의 정보까지 포함된다. 하지만 제조사의 내부 수리 지침이나 센터별 수리 이력, 엔지니어가 직접 활용하는 수리 및 점검 데이터까지는 포함되지 않으므로 어디까지나 사용자가 설명한 증상을 조합해 가능한 원인을 ‘추측’할 뿐이다.
AI를 통한 AS 질문, 무엇이 문제일까?
그렇다면 제품이 고장났을 때 어디까지 AI를 활용하는 것이 좋을까? 영국의 자동차 정비 서비스 업체 ‘FixMyCar’가 운전자 2545명을 대상으로 AI 활용 여부를 설문조사한 결과, 약 16%가 자동차 문제 정보를 찾는 데 AI를 활용했다고 응답했다. 미국의 자동차 부품 업체 American Trucks는 운전자 1000명 중 자가 수리를 시도한 운전자의 약 56%가 AI의 도움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많은 사용자들이 수리를 진행하거나 수리를 시작하기 전 AI를 활용해 제품 관련 문제를 파악하고 도움을 받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수리 현장의 반응은 달랐다. FixMyCar가 전문 정비사에게 챗GPT의 답변을 검토하게 한 결과 대체로 정확하고 현실적인 원인을 제시했고, 전문가가 이해할 수 있는 논리적인 답변을 제공했지만 장비, 접근 가능한 작업 환경, 실제 경험에 따른 결과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고장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면 AI의 답변 정확도는 더욱 떨어지는 셈이다. 이를 바탕으로 자가수리를 진행할 경우 잘못된 방법으로 수리하게 되거나 오히려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
호주의 커피머신 수리 업체 Complete Cafe Services는 최근 AI 안내를 따른 뒤 장비를 가져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게시글을 올렸다. AI를 활용하면 커피 머신의 유지 관리, 문제 해결 및 일반적인 고장 정보는 확인할 수 있지만 실제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대처하지 못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커피머신이 가열되지 않는 원인 하나만 놓고 봐도 발열체 불량, 온도 조절장치 및 온도센서 고장, 압력 조절장치 및 보일러 제어 시스템 문제, 전기 연결부 손상, 제어보드 오작동, 안전 차단 장치 오작동 등이 있을 수 있지만 AI는 단순히 원인 중 하나를 추측할 뿐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AI에 따른 안내가 고장 진단을 잘못 내리거나, 불필요한 부품 교체를 요구하거나, AI가 생성한 안내를 따라 비전문가가 수리작업을 진행하다가 잘못된 이후에 가져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 덕분에 장비가 추가로 손상되거나, 감전 및 배선 손상 위험, 보일러 압력 제어 문제 등으로 인해 제품 자체의 고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AI를 활용한 제품 문제 질의응답은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제품 수리를 위한 내부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아 제대로 된 정답을 확보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고장에 대한 정확한 물리적 진단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AS센터에서 활용하는 공식 수리 정보와 엔지니어가 직접 진단한 오류 정보를 입력하지 않는다면 AI로 제품의 고장 여부를 진단하는 것은 단순 추측일 수 밖에 없다.
AI로 제품 질문은 ‘가이드라인’ 내에서만··· 수리는 센터가 정답
제품이 고장났을 때 AI로 질문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결국은 AS 센터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게 중요하다. 기자가 실제로 고장난 제품을 AI로 진단해보고 이를 실제 AS 센터로 가져가 결과를 받아보기로 했다. 우선 제품은 캐논코리아가 지난 2010년 출시한 익서스130 디지털 카메라다. 단순 구형 디지털카메라같지만 최근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인물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빈티지 디지털카메라 취급을 받으며 중고가격이 25만 원에서 30만 원대로 형성된 카메라다. 보유 제품은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다.
구글 제미나이 4 아르곤 모델에게 수리 방법과 전원 문제에 대해 질문했다. AI가 제안한 수리 방법은 배터리 수명 확인, 접점 부위 청소, 접점 핀 고장 여부 확인이었다. 구형 제품의 경우 배터리 수명이 다 되었으니 호환 배터리를 구매해 새로 테스트하거나, 접점 부위를 면봉으로 청소한 뒤 다시 장착해보고 전원 여부를 확인하라는 것이었다. 이 방법은 통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배터리 커버가 완전히 닫혀야 전원이 켜지도록 설계돼 있다고 해 별도로 스위치를 누르며 전원을 켜보았지만 역시 작동하지 않았고, 잔류 전원 제거 및 하드 리셋, 재생 버튼으로 켜보기, 렌즈 걸림 확인 등을 제안했지만 어느 하나 통하지 않았다.
직접 수리한다고 했을 때는 플래시 콘덴서를 주의하고 필수 준비물과 케이스 분해 순서, 전원이 안 켜질 때 확인해야 하는 상단 전원 스위치 어셈블리, 배터리 도어 감지 스위치, 메인보드 표면 퓨즈(SMD Fuse) 단선 확인, 내부 백업 배터리 부식 및 누액 점검 등을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이때 수리 출처로는 유튜브, 아이픽스잇, 네이버블로그, 이외 해외 여러 수리 사이트 등이 제시됐다. 실제로 수리를 진행하지는 않았지만 AS센터를 방문하기 전 시도해볼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진행했다는 수준에서 의의가 있었다.
캐논카메라 AS 센터를 방문해 접수 직원과 고객 관련 질문 및 수리 지침 등을 물었다. 캐논플렉스 서비스 접수 담당자는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AI를 통해 증상을 찾아보고 오는 고객들이 있지만 대체로 보증기간 내 혹은 수리 가능 제품이 들어오는 편이어서 AI에 물어보고 찾는 경우는 흔치 않다. 자가 수리의 경우 보증이 취소될 수 있으니 권장하지 않으며 보증기간이 지났어도 부품 보유기간 내에는 수리를 지원하므로 걱정 말고 방문하길 바란다. 방문 전 센터로 연락하거나 카카오톡을 통해 상담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캐논코리아는 전국 13곳에 서비스센터를 운영 중이며 직접 서비스센터를 찾아가 제품을 점검받을 수 있고, 홈페이지나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택배 수리를 접수할 수 있다. 픽업 서비스를 선택하면 택배 기사가 직접 방문해 제품을 수거한 뒤 수리 진행 상황을 안내한다. 제품 구매 후 30일 이내 정품 등록을 완료한 경우 기본 품질 보증기간 1년에 무상 서비스 1년을 추가해 총 2년 간 보증 서비스 기간을 확보할 수 있다. 추가 무상 서비스는 기본보증기간 종료 시점으로부터 1년이다.
만약 수리가 2주 이상 걸린다면 동급 기종을 대여받을 수 있수 있으며, 수리 제품 출고 후 2개월 이내 동일 증상 및 고장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무상으로 수리받을 수 있다. 동일 증상으로 수리가 불가능할 때는 앞서 낸 수리비도 환급받을 수 있다.
아울러 “직접 접수한 캐논 익서스 130처럼 최근에는 구형 콤팩트 카메라는 물론 필름카메라까지 들고오는 고객이 꽤 있다. 이들 제품은 부품 보유기간이 많이 지났으므로 공식 센터에서는 수리가 어렵다. DSLR 역시 2016년 출시된 캐논 EOS 5D 마크 IV 정도까지만 수리가 가능하므로 방문 전 수리 여부를 확인해보시기를 권한다”라고 말했다.
보증 기간 남은 최신 제품, AI에 물어보는 것 의미없어
AI가 제품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은 웹사이트에 게재된 내용이나 자료들을 취합한 결과다. 따라서 온라인에 자료가 없는 최신 제품일수록 AI가 답하기 어렵다. 보증기간이 남아있는 제품을 굳이 직접 뜯어서 수리한 결과를 인터넷에 올리는 사람이 없고, 최신 제품일수록 내부 구조가 더 복잡하기 때문에 자가 수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단순 고장 정보나 제품에 관한 특성도 서비스센터를 통해 확인받는 것이 더 좋다.
지난 6월 출시된 캐논 EOS R6 V를 예로 들어보자. EOS R6 V는 약 3250만 화소의 35mm 풀프레임 센서를 장착했고, 최대 40프레임의 고속 연속 촬영을 지원한다. 캐논 EOS R6 마크 III와 동일한 성능 구성이지만 영상 활용을 위해 인터페이스와 디자인을 변경했고 특히 물리적 장치인 기계식 셔터를 제외해 전자식으로 동작한다.
내구성 측면에서는 배터리실, 카드 슬롯 커버, 단자 커버 등 주요 이음새에 실링 소재를 적용했으며 마그네슘 합금 바디를 적용해 내구성을 높였다. 또한 내부에 액티브 쿨링팬을 내장해 제한없이 장시간 영상 촬영을 지원한다. 그나마 미러리스에서 고장날 염려가 있던 기계식 셔터를 생략함으로써 일반 기계식 셔터 카메라보다 물리적 마모 및 수명 한계에서 더 자유롭다.
EOS R6 V 같은 신제품이 고장났다면 매우 드문 초기 불량이거나, 제품 자체의 이상보다는 충격이나 침수 등 외부적 요인일 가능성이 더 크다. 신제품이기 때문에 인터넷이나 AI에 제품 관련 질문을 하더라도 실사용자 후기나 제품 관련 자료가 부족해 제대로 된 응답을 듣기 어렵고, 수리 이력 등을 인터넷에 올린 사람은 더더욱 없기 때문에 가이드북 등에 적힌 원론적인 대답만 들을 수 있다.
보증기간 있는 제품은 AI보다 센터 우선, 부품 보유기간도 자세히 봐야
정리하자면 보증이 있는 최신 제품이라면 AI에 물어볼 필요 없이 바로 서비스센터를 찾는 게 맞다. 최신 제품은 수리 관련 정보가 인터넷에 없어 제대로된 정보가 제공되지 않으므로 AI의 답변도 신뢰하기 어렵다. 품질보증기간이 끝나도 이는 유효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스마트폰, 휴대폰, 노트북 등의 부품 보유기간은 4년, 컴퓨터 주변기기 및 복사기 등은 5년, 에어컨 및 보일러, 자동차는 8년, TV와 냉장고는 9년간 보유할 것을 법제화했다. 카메라는 주요 제조사 모두 법적 기준에 따라 제품 단종일 혹은 생산 중단일로부터 5년 간 부품을 보유한다.
만약 부품 보유 기간 내 부품이 없어 수리가 불가능한 경우 구입가를 기준으로 감가상각후 잔여 금액을 환급하도록 되어있다. 따라서 AS 기간이 지났어도 5년까지는 확실히 수리가 가능하고, 부품 보유 기간 내에 수리가 어렵다고 하면 법적 기준에 따른 환급도 고려할 수 있다. AI에 문제점을 물어보는 것은 어디까지나 참고 사항이고, 이를 기준으로 자체 판단하거나 고장 등을 진단하는 것보다 AS 센터를 찾거나 질문하는 것이 정확한 해법인 셈이다.
이는 비단 카메라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최근에는 자가 수리가 어려운 거의 모든 것들을 AI에 묻는 경향이 있는데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 AI에게 제품에 대한 문제를 질문할 때는 가급적 간단한 조치 방법이나 의견 정도만 확인하는 게 좋고, 정확한 수리가 필요한 경우라면 전문가에게 맡기자. AI의 성능이 아무리 높아지더라도 모든 답변은 제품에 대한 정보를 갖고 답변을 내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