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와 소비자들의 신차 구매 부담이 맞물린 상황에서 전기차 시장의 경쟁 기준이 주행거리와 성능뿐 아니라 차량 가격으로 이동하고 있다(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중국에서 1000만 원 안팎의 초저가 전기차가 잇따라 등장하고 유럽에서도 2만 유로 미만의 보급형 전기차 경쟁이 확대되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에도 가격 인하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 둔화와 소비자들의 신차 구매 부담이 맞물린 상황에서 전기차 시장의 경쟁 기준이 주행거리와 성능뿐 아니라 차량 가격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일 주요 외신과 완성차 업체의 발표를 종합하면 중국 BYD는 지난달 20일 2세대 소형 전기차 '시걸(Seagull)'을 출시하고 시작 가격을 6만 5900위안으로 책정했다. 한화로 약 1300만 원대에 해당하는 가격으로 기존 모델보다 가격을 낮추면서 차체 크기와 배터리 성능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신형 시걸은 전장이 4205mm로 기존보다 425mm 길어졌으며, 기존 4인승에서 5인승으로 승차 인원을 확대했다. 30.1kWh와 39.2kWh 배터리를 적용하고 중국 CLTC 기준 각각 320km와 420km의 주행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상위 배터리 사양에는 BYD의 2세대 블레이드 배터리와 플래시 차징 기술이 적용된다. 회사 측은 해당 사양에서 배터리 잔량 10%에서 70%까지 충전하는 데 약 5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중국 BYD는 지난달 20일 2세대 소형 전기차 '시걸(Seagull)'을 출시하고 시작 가격을 6만 5900위안으로 책정했다(BYD)
중국에서는 1000만 원에도 미치지 않는 전기차도 판매되고 있다. 상하이자동차·GM·우링 합작사인 SGMW가 올해 3월 출시한 5세대 '우링 홍광 미니 EV'는 시작 가격이 4만 4800위안으로 한화 약 900만 원대에 해당한다.
홍광 미니 EV는 4도어 4인승 구조를 갖춘 초소형 전기차로 중국 CLTC 기준 205km와 301km의 주행거리 사양을 제공한다. 최고출력 30kW의 전기모터를 탑재하고 도심 이동에 필요한 기본적인 기능을 중심으로 구성해 가격을 낮췄다.
중국의 저가 전기차 경쟁은 단순히 차량 가격을 낮추는 수준을 넘어 배터리와 충전 기술, 실내 공간 등 상품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BYD는 기존 소형 전기차의 가격을 낮추면서도 차체를 키우고 일부 사양에 최신 충전 기술을 적용해 가격 대비 상품성을 높이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러한 가격 경쟁은 유럽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중국 브랜드의 시장 확대와 전기차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만 유로 미만의 소형 전기차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중국의 저가 전기차 경쟁은 단순히 차량 가격을 낮추는 수준을 넘어 배터리와 충전 기술, 실내 공간 등 상품성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SGMW)
르노그룹 산하 다치아는 신형 '스프링(Spring)'의 시작 가격을 1만 7900유로로 책정했다. 한화로 약 3000만 원 안팎에 해당하는 가격으로 해당 모델은 기존 중국 생산 모델과 달리 유럽에서 생산되며, 르노 '트윙고'와 플랫폼을 공유해 개발 및 생산 비용을 낮추는 전략을 적용했다.
다치아는 신형 스프링의 생산을 슬로베니아 노보메스토 공장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유럽 생산 전환을 통해 중국산 전기차에 적용되는 유럽연합의 추가 관세 부담을 피하고 일부 국가의 전기차 구매 지원 요건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르노 역시 소형 전기차 '트윙고 E-Tech 일렉트릭'을 1만 9490유로부터 판매하고 있다. 한화로 약 3300만 원 수준으로 최고출력 60kW의 전기모터와 27.5kWh 배터리를 탑재했으며, WLTP 기준 최대 263km의 주행거리를 제공한다.
트윙고는 차체 길이 3.79m의 도심형 전기차로 유럽 소비자들이 일상적인 이동에 필요한 기능과 가격 경쟁력을 함께 고려하도록 개발됐다. 르노는 프랑스에서 구매 지원 조건을 충족하는 소비자의 경우 실구매 가격이 1만 4720유로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트렌드는 국내 보급형 전기차를 중심으로 가격 경쟁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오토헤럴드 DB)
이런 글로벌 전기차 시장 트렌드는 국내 보급형 전기차를 중심으로 가격 경쟁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 BYD코리아는 올해 2월 소형 전기 해치백 '돌핀'을 보조금 적용 전 2450만 원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또한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은 2787만 원부터, 기아 레이 EV는 2835만 원부터 판매되는 등 국내에서도 2000만 원대 전기차 선택지가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 브랜드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신차를 추가 투입할 경우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가격 및 상품성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수 있다.
소비자들의 신차 구매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전기차는 내연기관 경차와 소형차의 대안으로도 검토될 수 있다. 실제로 국내 경차 시장은 장기적으로 판매 규모가 크게 축소되고 있다. 국내 경형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는 2012년 20만 4150대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감소세를 보였으며, 2024년에는 10만 대 아래로 떨어졌다.
특히 중국산 저가 전기차가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투입될 경우 기존 경차와 소형차 시장의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미 국내 전기버스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했던 사례와 유사한 현상이 다시 발생할 수 있는 것.
중국에서 시작된 초저가 전기차 경쟁이 유럽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 시장 역시 이러한 변화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전망이다(오토헤럴드 DB)
중국에서 1000만 원대에 판매되는 전기차가 국내에서도 기존 경차와 경쟁할 수 있는 가격에 출시된다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신차 구매 비용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소비자들에게는 내연기관 경차와 소형차를 대체할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한편 중국에서 시작된 초저가 전기차 경쟁이 유럽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 시장 역시 이러한 변화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기존 경차 시장이 장기적으로 축소되고 소형차 선택지도 제한적인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전기차의 등장은 새로운 수요를 형성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 오토헤럴드(http://www.autoherald.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