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알람 소리에 잠을 깨 휴대전화를 충전하며 잠드는 24시간 함께하는 동반자, 휴대폰. ‘요람에서 무덤까지’ 함께 한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휴대폰은 이제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생활문화의 핵심이다.
SK텔레콤(이하 SKT)은 최근 휴대폰이 바꾼 현대인의 삶의 풍경을 재미나게 묘사한 화보집 ‘현대생활백서1,2’를 펴냈다. 이동통신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에피소드집이다. 책 속의 휴대폰은 이제 더 이상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내는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아니다.
휴대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이 1998년이니 10년도 안 되는 사이에 현대인들에게 휴대폰은 ‘기기’가 아닌 ‘의미’가 된 셈이다.
▲현대생활백서 중
휴대폰족들은 버스보다 지하철을 좋아한다. 급정거나 오르막 내리막이 없어서 액정이 흔들리지 않고 게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남성들이 맘에 드는 여성을 보면 수줍어하며 종이를 건네고 번호를 적어달라고 했지만 이제는 휴대폰을 주며 전화번호를 찍어달라던 2000년대를 지나 여성 휴대폰을 낚아챈 뒤 자기 휴대폰 번호로 통화 버튼을 누르고 돌려주는 터프가이들이 등장하고 있다. 휴대폰 때문에 새로운 예절도 생겼다. 화장실에서 옆 칸 사람이 통화하고 있을 때 잠시 기다렸다가 물을 내려주는 것이 현대인의 ‘센스’다.
▲현대생활백서 중
“여보세요”란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구인지 모를 때 하던 말. 이제는 보통 “네, 선배님!”, “응, 엄마!” 등으로 전화를 받는다. ‘유비쿼터스’란 언제 어디서나 자장면을 시켜먹을 수 있는 세상을 일컫는 말이자 언제든지 근처에서 가장 맛있는 자장면집, 가장 가까운 자장면집 정보를 찾아낼 수 있는 세상을 일컫는 말이다.
▲현대생활백서 중
휴대폰은 만능이다. 못하는 것이 없다. 만국 공용어인 에스페란토를 몰라도 외국여행에서 불편함이 없다. 여행가기 전에 화장실, 밥 등 중요 물품을 사진으로 찍어 두었다가 현지에서 찾기 어려울 때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많은 사용자들이 현대생활백서 자유게시판에 휴대폰 관련 에피소드를 올리고 있다 ⓒK모바일

▲298명의 사용자들이 직접 참여한 현대생활백서 Vol. 2 중 ⓒK모바일
이같은 '생활의 중심' 캠페인이 대중에게 어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SKT의 ‘생활의 중심’ 캠페인은 ‘휴대폰이 필수품’인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이끌겠다는 야심에 찬 전략이 숨어있다. 이에 대한 소비자들 반응은 대체적으로 호의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일부 네티즌은 이러한 새로운 광고방식에 대해 반감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생활 속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을 공공의 무대에 올려 때론 유쾌하고 찡하게, 때론 씁쓸하게 우리의 모습을 비추고 있고 휴대폰을 매개로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나’의 이야기라는 공감으로 상품 광고가 주는 거부감을 최대한 덜어냈다는 평이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는 “생활의 중심 캠페인은 생산자의 일방적인 전달이 아닌 사용자 중심의 프로슈머 방식이 호응을 얻은 이유”라며 “현 사회의 트렌드를 정확히 집어내 광고의 작품성과 임펙트를 잡은 올 해 인상적인 광고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고 평했다. 그러나 휴대폰 관련 커뮤니티의 한 네티즌은 "SKT가 이제는 SKT형 라이프스타일을 소비자에게 교묘히 세뇌시키려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단순한 상품광고가 아니라 소비자의 의식과 라이프스타일을 파고드는 새로운 유형의 광고가 향후 시장에서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K모바일 박경아 기자 daily@kmobi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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