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여행길이 꽉 막혔다. 학생들에게도 직장인들에게도 1년에 한 번 밖에 없는 여름 방학, 여름휴가인데 집에만 콕 박혀있을 수밖에 없다니. 하루빨리 코로나 사태가 끝나길 기도하며 상상 속으로 나마 여행을 떠나보자. 혹시 알까? 내년에는 이 상상이 현실이 될지.
이번 주 갖환장은 여행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할 파트너, 가방으로 선정했다. 여행 중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이 재미있고 신기한 가방들이 어떤 기지를 발휘하는지 함께 살펴보자.
베테랑 도둑도 이건 못 훔칠걸?
클릭팩 프로
여행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것.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이다. 여기서 안전은 내 몸의 안전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내 물건의 안전도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유명 관광지는 소매치기 천지다. 얼마나 솜씨가 좋은지 가방에 칼집을 내도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하지만 걱정 마시라. 이 가방을 메고 있다면 소매치기가 무슨 짓을 하든 걱정할 필요가 없다.
클릭팩 프로(CLICKPACK PRO)는 베테랑 소매치기도 혀를 내두르는 철통보안 가방이다. 지퍼는 잠금장치로 잠가놔 열지 못하고, 내려놓은 가방도 측면의 와이어 자물쇠로 묶어두니 가져가질 못한다. 이 자물쇠는 미국 교통안전청(TSA)에서 인증한 자물쇠로, 미국 출입 보안 검열 시 자물쇠에 손상을 주지 않고 검사를 받을 수 있다(미국은 입국 때 의심스러운 가방이 발견되면 TSA 요원이 주인의 허락 없이 가방을 열어본다. 이 과정에서 자물쇠가 파손될 수 있는데, 승객은 파손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칼? 아무리 긁어도 흠집조차 나지 않는다. 내부에는 파우치 형식으로 수납공간이 세분화되어 있어 가방 안으로 어떻게 손을 뻗었다고 해도 물건을 바로 훔칠 수가 없다.
문제는 나도 물건을 넣고 꺼내기가 쉽지 않다. 매번 가방을 열 때마다 잠금장치를 풀어야 하니 성격 급한 사람은 속이 터질 것 같다. 가방 겉면에 작은 수납공간이 있긴 하지만, 아주 작기 때문에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 물건을 자주 꺼내야 한다면 보조가방이 필수. 안전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게 아쉽다. 가격은 149달러, 한화로 약 17만 원대.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호버글라이드
혹시 낭만적인 청춘 배낭여행을 꿈꾸고 있는가? 그럼 당신의 여행에서 '힐링'이 사라질 수 있다. 짐을 줄이고 줄여 생활에 꼭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들만 담는다고 해도 짐이 한가득이다. 그렇게 무거워진 가방은 여행하는 내내 어깨와 무릎을 짓누른다. 어쩌면 며칠 안 가 뛰기는커녕 천천히 걷는 것조차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배낭여행을 가겠다고 고집을 피우겠다면, 가방을 하나 소개해 줄 테니 건강을 위해 이 가방을 메도록 하자.
플로팅 백팩, 호버글라이드(HoverGlide)는 나로 인해 발생한 충격은 스스로 감당하겠다는 아주 기특한 가방이다. 등판에 도르래 원리를 이용한 이중 프레임이 달려 있어 몸을 움직일 때마다 가방이 함께 움직여 충격을 줄여준다. 미국 육군과 해병대의 도움을 받아 성능 테스트를 해본 결과 일반 가방보다 86%나 충격이 적다고 한다.
이 가방은 구경하는 맛도 있다. 사람의 몸은 위아래로 흔들리는데 가방만 혼자 고고히 떠 있으니 꼭 합성한 것처럼 보인다. 가격은 479달러, 한화로 약 55만 원부터. 혹시 가격도 합성한 거 아닌가 싶었지만 아니었다. 명품백이다.
벗지 말고 당기세요!
울프백
백팩은 뚜벅이 여행자들이 가장 즐겨 사용하는 가방이다. 두 손도 자유롭고 무게를 양쪽 어깨로 분산시키니 크로스백보다 더 많은 양의 짐을 넣을 수 있다. 여러모로 여행과 참 잘 어울리는 가방이지만, 여기에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다. 뭐 하나 꺼낼 때마다 가방을 벗어야 한다. 그래도 이 번거로움, 울프백(wolffepack)이 해결해 줄 수 있으니 다행이다.
울프백은 가방을 메고 있는 상태에서 가방 주머니를 앞으로 가져올 수 있다. 등판과 가방 본체가 분리되기 때문. 어깨 끈에 부착된 버튼을 누르고 당겨주면 어깨 끈과 등판은 그대로인 채 가방 주머니만 쑥 내려간다. 와이어에 연결돼 대롱대롱 달려 있는 가방 주머니를 앞으로 가져와 볼일을 보고 다시 어깨 끈을 당겨주면 원상 복귀된다.
그냥 어깨 끈을 풀어 앞으로 가져오는 거나 손잡이를 당겨 앞으로 가져오는 거나 똑같이 번거로워 보이지만, 7개의 국제 디자인상을 받은 가방이니 특별함만큼은 인정해 주자. 가격은 124.95파운드, 한화로 약 19만 원부터. 일상용, 여행용, 육아용, 겨울 스포츠용, 카메라 장비용 등 다양한 버전으로 출시됐다.
애주가들을 위한 꿈의 가방
포르토비노
숨 막히도록 아름다운 풍경은 발을 꽁꽁 묶어버린다. 그래서 취하게 된 강제 휴식, 입이 좀 심심하다. 커피 한 잔이 가장 무난한 선택이 될 테지만, 이왕 여행 온 거 와인으로 분위기를 살려보자. 와인을 어디서 구하냐고? 당연히 가방이지 어디겠는가.
포르토비노(portovino)는 와인 가방이다. 와인병을 넣는 가방이 아니라 진짜 와인을 넣는 가방이다. 가방 자체가 커다란 와인병인 셈. 담긴 와인은 가방 아래쪽 작은 주머니를 통해 디스펜서처럼 따라 마실 수 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바로 음료 주머니 덕분. 포르토비노의 안쪽에는 음료 주머니를 숨겨두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음료 주머니의 용량은 무려 1.5L, 와인이 2병이나 들어간다. 절연 처리를 해 온도 유지도 해준다.
가방으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하다. 수납공간이 충분해 데일리 핸드백으로도 괜찮은 수준. 와인을 넣으면 넣은 만큼 무게가 나가는 게 흠이지만, 이건 마시면서 줄일 수 있으니 이 정도 단점은 눈감아주자. 가격은 86.95달러, 한화로 약 9만 원대.
미래에서 오셨어요?
키백
갖환장 여행 가방 특집 마지막 아이템은 화려한 백팩으로 가져왔다. 미래에서 온 듯한 이 가방은 여행을 와 신나는 나의 기분을 어떻게든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 하는, MBTI가 'E'로 시작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키백(Keeback)은 외형부터 독특하다. 천이 아닌 단단한 재질로 만들어졌고, 중앙에는 1044픽셀의 LED 패널이 길게 늘어뜨려져 있다. 이곳은 전용 앱을 통해 꾸민다. 비행기 게임, 자동차 경주 등 몇 가지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을 제공하며, 직접 입력한 글자도 띄울 수 있다. 밝기는 주변 환경에 맞게 눈에 잘 들어오도록 알아서 자동 조절된다.
LED 패널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면 이번엔 음악으로 귀까지 사로잡아보자. 키백은 블루투스 스피커도 자처하는 인싸 가방이다. 가방 하단 양옆으로 10w의 스피커를 탑재한, 무려 2채널 스피커다. 배터리는 13,600mAh로 대용량. 가방 아래쪽 USB 포트로 다른 기기도 충전할 수 있다. 가격은 399달러, 한화로 약 45만 원이다.
기획, 편집 / 다나와 안혜선 hyeseon@danawa.com
글 / 양윤정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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