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옷장 한가득 옷이 쌓여 있건만 입을 옷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한결같은 취향에 맞춰 사는 바람에 이 옷이 이 옷이고, 저 옷이 저 옷이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특별한 날에는 특별한 옷을 입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 평범하기 그지없는 나의 옷장에 특별함을 한 스푼 더할 때가 왔다.
평소 안 입던 스타일?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디자인? 그런 건 공짜로 줘도 안 입는 거 다 알고 있다. 이번 주 갖환장은 평범함을 가장한 비범한 의류 특집으로 준비했다. 과연 이 옷들이 내 옷장을 채울만한 수준이 되는지 지금부터 확인해보자.
여행을 편안하게~
adv3nture 후드 집업
겉보기엔 갖환장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평범한 후드 집업이다. 굳이 특징을 찾자면 다른 겉옷보다 주머니가 많고 소매가 조금 긴 정도? 이 후드 집업의 진면목은 직접 입고 여행을 떠나봐야 안다. 'adv3nture'라는 이름이 알려주듯 '어드벤처'에 최적화됐기 때문. 단순히 움직이기 편한 걸 넘어 옷이 해줄 수 있는 온갖 편의를 꼭꼭 담아놨다.
adv3nture의 주머니는 9개. 대부분의 주머니가 맥주병도 넣을 수 있을 정도로 큼지막하다. 당연히 테이크아웃 커피는 우습게 들어간다. 가슴 쪽 주머니에 넣어두면 크게 날뛰지 않는 한 음료가 쏟아질 염려도 없으니 인간 컵홀더가 될 수 있다. 어디 컵홀더뿐이랴. 지퍼는 또 병따개 대용으로 쓰인다. 괜히 주머니의 수납력을 소개할 때 '맥주병이 들어간다고' 표현한 게 아니다.
모자는 베개가 된다. 모자 안으로 옷을 차곡차곡 말아 넣으면 동그란 야외용 베개로 변신한다. 이외 여권 전용 주머니, 주머니 속 비밀 주머니, 핸드워머 소매 등 여행에 도움이 될만한 기능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가격은 139달러, 한화로 약 16만 원대다.
빛으로 낙서를 한다?
Solar Charged Jacket
밤은 위험하다. 캄캄한 어둠에 뒤덮인 세상은 모든 걸 집어삼킨다.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빛나는 무언가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자동차나 자전거와 같은 탈것들은 조명이라도 있으니 안심할 수 있지만, 그냥 맨몸이라면? 나 여기에 있다고 손전등을 계속 들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 멋이 안 사는 공사장 야광 조끼라도 사야 하나 고민 중이라면, 이건 어떤가. 멋과 안전, 그리고 재미까지 세 마리의 토끼를 잡은 태양열 재킷이다.
Solar Charged Jacket은 빛으로 빛을 낸다. 간단히 말해 야광 스티커 재킷 버전이다. 한동안 빛을 양껏 받아야 밝게 빛나는 내 방 천장의 야광 별 스티커와는 달리 이 재킷은 빛에 노출되는 즉시 밝게 빛난다. 손전등을 옷에 비춰주면 바로 빛이 닿은 부위가 형광 녹색으로 빛나기 시작한다. 손전등을 붓 삼아 낙서도 가능할 정도. 야광 빛은 신기하게도 어둠 속에서만 모습을 드러낸다. 빛을 받는 시간이 길수록 오래가며, 최대 12시간까지 유지된다.
빛 속에선 특별함이라고는 1도 없는 평범한 회색 바람막이다. 그래도 230g으로 아주 가볍고 생활 방수까지 가능해 나름 괜찮은 편에 속하는 재킷이다. 물론 가격은 안 괜찮지만. 495달러, 한화로 약 57만 원대.
이 구역 인싸는 바로 나!
LED 소리반응 티셔츠
이번에도 빛나는 옷이다. 태양열 재킷이 안전을 위해 발광했다면 이 티셔츠는 오로지 나를 위해, 내가 주목받기 위해 발광한다. 인싸들의 필수 아이템, LED를 박아 넣은 티셔츠다. 그냥 넣기엔 심심했는지 소리가 들릴 때마다 LED가 춤을 춘다.
설명은 거창하지만 대단한 기술이 접목된 건 아니다. 평범한 면 티셔츠에 소리에 반응하는 LED 장치를 찍찍이로 고정한 것뿐. 이 장치는 AAA 사이즈 건전지 2개로 작동한다. 오디오 이퀄라이저, 와이파이, 충전 중인 배터리, 헤드폰, 선글라스, 다이아몬드 등 23가지 디자인이 있으며, 마음에 드는 그림이 없다면 주문 제작도 가능하다.
찍찍이로 부착한 프린팅이 다소 조잡해 보이지만, 메인은 프린팅의 퀄리티가 아닌 LED의 퀄리티. 일단 음악이 흘러나오고 내 몸에서 LED가 번쩍거리기 시작하면, 엉성한 프린팅마저 만족스러울지도 모른다. 가격은 2만 2,000원.
벗기 위해 입어라
탈의실 드레스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일단 주위를 둘러보자. 탈의실은커녕 화장실조차 보이지 않는다. 안이 적나라하게 보이는 차 안도 위험. 사람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커다란 나무 뒤도 위험. 죄다 다른 사람에게 노출될 위험이 가득한 곳밖에 없다. 이제 더 이상의 선택지는 없다. 옷을 입은 채로 갈아입는 수밖에.
탈의실 드레스는 사람들이 가득한 공원 한복판에서도 옷을 자유롭게 갈아입을 수 있게 해준다. 노출? 있을 리가. 우선 옷을 입은 상태에서 그 위로 드레스를 입는다. 이때 상의는 위로 덮지 말고 안으로 집어넣어 가슴을 가린 뒤 끈만 당겨 목뒤로 묶어준다. 치마를 입었으니 하의를 갈아입는 건 일도 아니다. 상의 역시 과감하게 벗어던져도 안에 드레스를 입고 있기 때문에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그 위에 다른 상의를 입고 드레스를 입었던 그대로 다시 벗어주면 변신 완료. 다른 옷을 입지 않아도 된다.
그냥 원피스로 입고 다녀도 무방하다. 가슴 뒤편에 몸에 맞게 조일 수 있는 끈이 있어 여러 가지 스타일을 연출할 수도 있다. 옷을 갈아입기 위해 또 하나의 옷을 입어야 하는 셈이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은 곳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되니 이 정도의 번거로움은 참아주자. 가격은 59달러, 한화로 6만 원대.
축구선수의 꿈을 이뤄드립니다
축구 팬 셔츠
축구 경기를 볼 때, 누구나 한 번쯤은 내뱉는다는 그 말. “내가 대신 뛰어도 저것보단 잘하겠다” 당연히 대신 시합에 나가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티셔츠를 입는다면 간접적으로나마 그라운드를 열심히 누비는 선수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축구 팬 셔츠는 한 패션 테크 기업이 유럽 축구 리그 팬들을 위해 제작한 옷이다. 쇄골 부분에 있는 센서로 특정 선수의 움직임을 포착해 그 피드팩을 촉각으로 전달받을 수 있다. 킥이나 페널티, 파울 등등 선수가 어떤 행동을 할 때마다 마치 4D 영화를 보는 것처럼 감각이 그대로 공유된다는 말. 골이라도 넣으면 함성까지 진동으로 증폭시켜준다니 감동이 두 배, 세 배로 커지는 건 안 봐도 비디오다.
자매품 미식축구 저지도 있다. 축구도, 미식축구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만큼 팬들 사이에서 열풍이 불 법도 한데 아쉽게도 아직 상용화되진 않았다.
기획, 편집 / 다나와 안혜선 hyeseon@danawa.com
글 / 양윤정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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