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그린 영화에는 꼭 빠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 이른 아침 주인공을 깨우는 블라인드, 깨끗하게 청소된 거실, 말 한마디로 일정이나 날씨를 알려주는 따위의 신들이다. 멀게만 느껴졌던 스마트홈이고, 놀랍게도 이런 것들은 이미 실현 가능하게 된 지 오래다. 의도하지 않았어도 우리네 가정은 점점 스마트홈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더욱 길어진 만큼 우리 집을 스마트하게 탈바꿈하기 위해 이번 주 갖환장은 스마트홈 특집이다. 계량컵 필요 없는 수도꼭지부터 쾌적한 수면을 위한 침대 매트리스, 심지어 음성 하나로 나만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변기까지. ‘이런 것까지 스마트할 필요가 있나’ 싶은 것들로 모아봤다. 상상할수록 탐나는 이 아이템들에 집중해 보자.
신선한 달걀을 먹고 싶다면?
Quirky Egg Minder
브런치 카페에 가면 어떤 메뉴에도 빠지지 않는 재료가 바로 달걀이다. 항상 정갈하고 깨끗하게 구워진 달걀 프라이가 음식 위에 살포시 올라있는데, 여기서 중요한 건 바로 달걀 프라이의 노른자다. 터지고 안 터지고의 문제가 아니라 노른자가 봉긋하게 솟아있고 탱탱함이 유지되고 있느냐가 신선도를 파악하는 핵심이다. 대부분 브런치 카페의 달걀은 회전율이 좋아 신선한 편이지만 가정에 구비해 둔 달걀들은 이에 비해 신선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외형이 다 똑같아 선입선출이 안 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Quirky Egg Minder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달걀 트레이다. 14개의 달걀을 담을 수 있고 투명한 뚜껑이 있는 아주 평범한 모습이지만 스마트폰과 연결해 전용 앱으로 신선도를 체크할 수 있는 스마트홈 디바이스다. 기본적으로 달걀이 트레이에 몇 개가 담겨있는지 파악하기 좋고, 가장 먼저 넣어둔 달걀이 어디에 놓여있는지도 알려줘 오래된 달걀이 방치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방지해 준다. 달걀의 신선도가 떨어질 때가 되면 달걀을 소비하라는 알람까지 해준다. 기본 설정값은 4주다.
달걀의 개수가 적게 남았을 때 달걀을 구매하라고 알려주는 기능도 유용하다. 달걀 소비량에 따라 최소 개수는 유연하게 설정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이라면 트레이가 수용할 수 있는 달걀이 14개뿐이라는 것인데, 어차피 뚜껑 때문에 높이는 높아질 수밖에 없으니 단수를 높여 더 많은 달걀을 담을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듯싶다. 가격은 9.99달러.
오래 머무르고 싶어~
Numi 2.0
화장실은 우리가 하루 동안 꽤 자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다. 반신욕을 즐긴다거나 메이크업을 화장실에서 한다면 (또는 변비가 심하다면) 특히 그렇다. 그런데 화장실은 뭔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라기보단, 볼일을 빠르게 해결하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크다. 아니, 애초에 볼일을 해결하는 행위 자체가 편리하고 쾌적할 수는 없는 걸까?
Numi 2.0은 변기다. 화장실에서 내 목소리를 인식해 내가 원하는 주변 환경을 만들어주는 스마트 변기라 할 수 있다. 변기 시트를 따뜻하게 하고, 주변 조명을 원하는 밝기로 지정하고, 자동으로 환기 시스템을 가동하는 등의 개인화 설정이 가능하다. 변기를 다 사용하고 물을 내리는 것 외에도 물 청소에 자외선 소독, 알아서 변기 커버를 닫는 것까지 말끔하게 해내도록 할 수도 있다. 이 모든 시스템이 내 목소리를 인식함으로써 한 번에 설정할 수 있다.
깔끔한 외형에 네모난 디자인이 변기보다는 상당히 진화된 인테리어 제품처럼 보이는 것도 장점. 나뿐만 아니라 함께 사는 가족의 음성을 인식하면 또 아예 다른 환경이 조성돼 아예 다른 화장실처럼 보이기도 한다. 음성인식은 알렉사로 구동되며, 가격은 7,000달러다.
빨리 먹지 마세요!
HAPIfork
다이어트의 가장 큰 적은 단연 식욕이다. 체중 조절을 위해 열심히 운동하고도 살이 잘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식욕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냥 굶는 등의 극단적인 방식으로 식사를 제한하면 다이어트 효과는 빠르게 볼 수 있는 대신 금방 다시 살이 쪄버린다. 탈모와 역류성 식도염, 소화 장애와 같은 각종 부작용은 덤이다. 건강한 식이 조절이 필요한 이유다.
HAPIfork는 건강한 다이어트를 위한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생긴 건 전동칫솔의 포크 버전. 식사 도구까지 충전해 써야 하는 게 납득이 되진 않지만, 무선 이어폰이 대중적으로 자리 잡은 걸 보면 아예 이해 안 될 것도 아니다. 어쨌든 HAPIfork는 지시등과 내부 진동으로 식사를 천천히 하도록 돕고, 밥을 먹는 주기가 너무 빨라도 경고를 해주는 일종의 다이어트 코치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내 식사 기록과 실제로 먹은 양까지 추적해 준다.
보통 식사할 때 먹는 시간이 20분이 지나면 사람의 뇌는 배가 부르다는 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먹는 양을 떠나서 말이다. 그런 점에서 HAPIfork는 먹는 양이 아닌 먹는 시간에 초점을 두고 건강한 다이어트를 유도하는 제품이다. 밥을 천천히 먹도록 도와주니, 먹는 양 역시 자연스럽게 줄어들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다. 가격은 99달러.
잠이 가장 중요한 당신을 위해
The Pod Mattress
겨울이 오면 침대 위에 온수 매트를 깔고, 겨울이 가면 그 온수 매트를 다시 접어 창고에 보관한다. 온수 매트의 크기가 침대만 하니, 부피가 있어서 사실 폈다 접었다 하는 게 보통 일은 아니다. 하지만 여름은 시원하게, 겨울은 따뜻하게 나기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다. 땀이 많거나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들에겐 특히 더 그렇다.
이들에게 The Pod Mattress는 삼신가전 급의 편리함을 제공한다. 겨울엔 히팅 기능을 가동해 온수 매트처럼 따뜻하게 잠들 수 있고, 여름엔 쿨링 기능으로 에어컨을 튼 것과 같은 쾌적함을 선사한다. 귀찮아서 온수 매트를 여름에도 깔아놓고 있는 사람들, 침실에 에어컨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꽤나 희소식이다.
기능만으로 매력적인 매트리스지만 침대 사이즈별로 구매할 수 있는 데다가 더욱 편안한 쿠션감을 위해 토퍼를 더하고, 방 온도를 감지해 자동으로 쿨링 혹은 히팅 온도를 맞춰주는 Pro 모델이 있다. 매트리스 레이어를 두툼하게 설계한 Pro Max 모델도 있으니 선택의 폭은 넓다. 퀸 사이즈 기준 기본 모델의 가격은 2,595달러, Pro 모델은 3,095달러, Pro Max 모델은 3,595달러다.
주방에서도 자유로운 손
Sensate
집에서 살림 좀 해본 사람이라면 주방이 얼마나 중요한 공간인지 공감할 것이다. 정말 많은 시간을 주방에서 보낼뿐더러 싱크대는 마를 날이 없다. 그래서 Sensate는 특히 매력적인 스마트홈 아이템이다. 굳이 손잡이를 조작하지 않아도 되는 터치리스 제품으로, 수도꼭지 안쪽에 손을 가져다 대면 물이 나와서 설거지할 때나 요리할 때 물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도꼭지 안쪽 센서 외에도 음성명령을 통해 물을 나오게 할 수도 있다. 대신 이 기능은 좀 더 진보된 방향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가령 ‘물 500ml 따라줘’와 같은 명령을 내리면 별도의 계량컵이 필요하지 않은 셈이다. 싱크대에 냄비를 두고 ‘냄비를 가득 채워줘’와 같은 명령도, ‘물 두 컵 부어줘’ 따위의 모호한 명령도 가능하다.
Sensate는 구글 어시스턴트, 알렉사, 애플 홈킷 등으로 작동하며, 전용 앱으로 각종 설정이 가능하다. 음성명령 기능이 필요하지 않다면 이를 제외한 터치리스 단독 모델로도 구매할 수 있다. 음성명령 기능 포함 모델의 경우 1,378달러, 터치리스 모델의 경우 942달러다. 크롬, 스테인리스, 블랙, 골드 및 니켈 투톤 등의 다양한 색상을 선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