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E-GMP 플랫폼 기반 배터리 전기차는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기아는 아직 크로스오버와 SUV만 라인업에 포함되어 있는 반면, 현대는 세단 모델인 아이오닉 6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대형 SUV 아이오닉 9이 추가되며 전기차 라인업이 더욱 강화됐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전기차로서의 파워트레인은 이미 입증됐다.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 EV9이 3년 연속 월드 카 어워즈에서 올해의 차로 선정되며 그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테슬라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전기차 판매량을 기록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양산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800볼트 시스템을 채용한 점, 그리고 디지털 시대의 인터페이스에서 경쟁 브랜드를 앞선 점이 주효했다. 디지털 원주민들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는 차별화에 성공했으며, 아날로그 감각을 완전히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자주 사용하는 버튼과 스위치를 적절히 배치해 기존 인테리어에 익숙한 사용자들에게 이질감을 주지 않았다.
아이오닉 9은 3열 시트가 있는 대형 SUV로, 미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모델임을 크기에서 짐작할 수 있다. 전장이 5미터를 넘고 휠베이스도 3미터 이상으로, 이 크기의 차량은 미국, 중국, 한국 시장 모두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특히, 이 시장에서 양산 브랜드 중 3열 SUV 경쟁자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미국에서는 포드 F-150 라이트닝과 쉐보레 실버라도 EV 같은 픽업트럭이 강세를 보이며, SUV로는 기아 EV9과 볼보 EX90 정도가 3열 모델로 아이오닉 9과 비슷한 포지션을 차지한다. 캐딜락 리릭과 같은 프리미엄 모델도 있지만, 새로운 전기차 시대에서는 이러한 구분이 점차 모호해질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라인업에서 경쟁 브랜드보다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해, 아이오닉 9은 현대라는 양산 브랜드의 모델이지만, 내연기관 시대와는 다른 포지셔닝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아이오닉 9의 핵심 슬로건은 ‘Built to Belong(공간, 그 이상의 공감)’이다. 현대차는 초연결 사회 속에서 단절감을 느끼는 고객들에게 공동체와 함께 머무르며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넉넉하고 유연한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는 실내에서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 경험(UX)이 중요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외관 디자인은 공력의 미학을 담은 에어로스태틱 실루엣과 파라매트릭 픽셀의 조화를 통해 새로운 실루엣을 완성했다. 루프가 뒤로 갈수록 경사져 내려가는 형태는 새로운 시도가 아니지만, 측면 숄더와 테일램프 유닛은 보트를 모티브로 한 디자인 요소를 강조한다. 공기역학을 최적화한 설계 덕분에 공기저항계수(Cd)는 0.259로, 대형 SUV로서는 뛰어난 수치를 달성했다. 물론 전면 투영 면적이 넓어 공기저항은 세단보다 크지만, 이는 전기 SUV의 특성상 예상 가능한 부분이다.
아이오닉 9의 인테리어는 3열 시트 배열과 2열 시트의 90도 또는 180도 조절이 가능한 구조를 통해 실용성을 극대화했다. 디지털 미러 화면을 전통적인 사이드 미러와 같은 그래픽으로 처리한 점도 눈에 띈다. 도어 트림과 시트백 등에 원형을 모티브로 액센트를 주어 부드러움과 따뜻함을 표현했다. 다만, 인테리어 컬러가 밝은 계열일 때 디자인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오닉 9은 다양한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 기능을 제공한다. 전방·측방 주차 충돌 방지 보조,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2, 디스플레이 테마 변경 등은 사후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추가 구매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차량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며 개인화된 사용 경험을 즐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차체 외부와 내부에 친환경 소재와 재활용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지속 가능성을 강조했다. 아날로그 시대 내연기관차와는 전혀 다른 차 만들기의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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