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만 되면 게임업계에 활기가 돈다. 각종 게임사들은 평소 품어왔던 기발한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치며, 각종 황당한 이벤트와 가짜 트레일러를 선보인다. 이는 매년 반복되는 전통처럼 자리 잡았으며, 이용자들 역시 이를 기대하고 즐기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단발성 유머에 그치지만, 예외적으로 ‘실제’ 게임을 출시해 엄청난 스케일로 이용자들을 놀라게 한 사례들이 있다.


나이언틱의 ‘포켓몬 고’도 사실 만우절에서부터 시작됐다. 때는 2014년 4월 1일, 구글은 만우절 이벤트로 ‘구글 맵스: 포켓몬 챌린지’를 선보였다. 이용자들은 구글 지도에서 포켓몬을 찾아 포획하는 미니게임을 체험할 수 있었는데, 하루짜리 이벤트임에도 불구하고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이 이벤트를 보고 가능성을 느낀 사람이 바로 나이언틱의 CEO 존 행키였다. 당시 구글 사내 스타트업이었던 나이언틱은 구글 위치 기반 증강현실(AR) 게임인 ‘인그레스’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존 행키는 이를 포켓몬과 결합하면 대박이 날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구글과 닌텐도의 지원을 받아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만우절 장난으로 공개됐던 포켓몬 구글맵에서 탄생한 ‘포켓몬고(포켓몬 Go)’는 2016년 출시 후 하루 만에 1억 다운로드를 기록할 정도로 크게 흥행해 AR 게임의 대명사로 자리 잡게 됐다.

‘퀴진 로얄’도 만우절 장난에서 출발한 게임이다. 2018년 만우절, 가이진 엔터테인먼트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슈팅 게임 ‘인리스티드(Enlisted)’의 만우절 특별 모드를 선보였다. 이름하여 배틀로열 모드는 프라이팬, 국자 같은 주방 도구를 무기와 방어구로 삼아 최후의 1인이 남을 때까지 싸우는 게임이었다.
이용자들은 독특한 콘셉트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고, 가이진 엔터테인먼트는 반응에 힘입어 이를 진짜 게임으로 개발했다. ‘퀴진 로얄(현 CRSED: F.O.A.D.)’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출시된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는 배틀로얄 게임이지만, 인리스티드 모드에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주방 도구를 방어구로 활용하는 식으로 차별성을 줬다.
특히, 가이진이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게임을 개발했던 만큼 총기류는 현실적인 고증을 따르면서도, ‘의식’ 같은 초자연적인 스킬로 좀비 떼를 소환하는 등 독특한 콘셉트가 결합돼 ‘초능력 배그’라는 별명이 붙게 됐다. ‘퀴진 로얄’은 스팀에서 지금도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유지하며 꾸준히 업데이트되고 있다.
재작년에는 ‘소닉이 죽었다!’라는 밈이 실제로 일어났다. 영화 ‘슈퍼소닉’의 수정 전 불쾌한 골짜기를 유발하는 소닉을 보거나, 소닉 시리즈의 소식이 뜸하면 팬들이 농담처럼 “소닉이 죽어버렸다”라고 말하곤 했는데, 이를 의식한 세가가 만우절에 실제로 소닉 살인사건 게임을 출시해 버린 것이다.


올해는 포켓페어가 ‘팰월드’ IP를 기반으로 한 연애 시뮬레이션을 공개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름하여 ‘팰월드! ~친구(팰) 그 이상~ (Palworld! ~More Than Just Pals~)’, 이하 ‘팰연시’는 팰월드의 독특한 세계관을 연애 시뮬레이션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사실 팰연시가 언급된 건 작년 만우절부터지만, 올해는 아예 스팀 페이지까지 공개하며 확고한 출시 의지를 밝혔다.

스팀 페이지에 따르면 이용자는 명문 학교의 전학생이 되어, 팰들을 만나 우정과 로맨스를 즐길 수 있다. 친구가 되어도 좋고, 연인이 될 수도 있다. 놀랍게도, 팰들을 ‘먹을 수도’ 있다. 원작의 팰 도축 요소가 그대로 들어온 형태로 보인다.
포켓페어의 커뮤니케이션 디렉터인 버키(Bucky)마저 “이 게임은 만우절과 상관없다”며 팰연시를 언급한 만큼 언젠가는 ‘팰월드! ~친구(팰) 그 이상~’을 실제 게임으로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이용자들의 반응이 좋다면 게임사에서 실제로 출시를 고려해볼 수도 있고, 반대로 게임의 가능성을 실험해보기 위해 만우절인 척 게임을 선보여 보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라며, “실제로 출시되길 기대하고 있는 만우절 게임이 있다면 좋은 반응과 관심을 꾸준히 가져주면 좋다. 개발자들에게도 힘이 된다”라고 말했다.
지금도 여러 만우절 장난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는 어떤 게임들이 실제 정식 출시까지 이어질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