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가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의 기반이 될 'EXP 15'를 공개했다. EXP 15는 2025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에서 데뷔할 예정이다. (벤틀리)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벤틀리가 브랜드 역사상 가장 정숙하고 감성적인 GT 모델을 예고했다. 오는 11일 영국에서 열리는 ‘2025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Goodwood Festival of Speed)’ 개막을 앞두고 벤틀리는 차세대 전기차 비전을 집약한 ‘EXP 15 콘셉트카’를 전격 공개했다.
EXP 15는 벤틀리의 전동화 전략 전환을 선언한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순수 전기 GT 모델로 단순한 디자인 스터디를 넘어 향후 전기차 라인업의 기술적·감성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롤링 랩(Rolling Laboratory)’이다. 영감을 준 모델은 '블루 트레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전설적인 1930년대 3인승 벤틀리 스피드 식스다.
벤틀리가 내세우는 EXP 15의 핵심은 ‘감정의 회복’이다. 내연기관 시대에 익숙했던 엔진음 대신 정숙성을 극대화한 사운드 환경을 구현하고, 디지털 기술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용자들을 위해 직관적인 아날로그식 조작계를 남겨뒀다. 가죽 대신 천연 섬유와 리사이클 금속, FSC 인증 목재를 활용해 지속가능성과 럭셔리를 동시에 실현한 점도 눈에 띈다.
실내는 마치 고급 오디오 룸처럼 구성됐다. 운전자 중심의 레이아웃과 더불어 최소화된 스크린, 그리고 사용자의 터치에 반응하는 아날로그 방식의 다이얼이 조화를 이루며 고전적이면서도 미래적인 감성을 동시에 제공한다. 벤틀리는 이를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라 명명하며, 기술보다 감성에 무게를 둔 전기차 시대의 럭셔리 해석으로 설명했다.
EXP 15는 벤틀리가 새롭게 개발 중인 전기차 전용 아키텍처를 바탕으로 설계됐다. 듀얼 모터 기반의 고성능 파워트레인을 탑재해 브랜드 전통의 부드러운 가속감과 장거리 주행 능력을 모두 갖췄으며, 배터리 및 열관리 시스템에 대한 정보는 아직 비공개 상태다. 다만 벤틀리는 “시승 가능한 프로토타입이자 기술 개발을 위한 실험 플랫폼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벤틀리는 오는 2030년까지 전 모델을 순수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EXP 15는 단지 한 대의 콘셉트카가 아니라 향후 벤틀리가 어떤 모습으로 전동화 시대를 맞이할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EXP 15 '블루 트레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전설적인 1930년대 3인승 벤틀리 스피드 식스를 영감으로 디자인됐다. (벤틀리)
벤틀리모터스 CEO 아드리안 홀마크(Adrian Hallmark)는 “EXP 15는 벤틀리의 미래를 상징하는 모델로, 럭셔리 GT의 감성을 전기차 시대에 어떻게 계승하고 발전시킬지를 보여주는 설계적 선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감정을 깨우는 오브제여야 한다는 신념을 담았다”고 강조했다.
EXP 15는 굿우드 페스티벌에서 일반에 처음으로 실물이 공개된다. 양산 여부나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벤틀리의 첫 순수 전기차는 2026년 출시가 유력하며 EXP 15의 디자인 언어나 기술이 상당 부분 반영될 전망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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