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에서 퍼플로 이어지는 예술적 랩핑을 두른 2027 기아 텔루라이드 프로토타입이 알라바마 힐즈의 험로를 질주하고 있다.(기아)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기아가 오는 11월 20일 개막하는 로스앤젤레스 오토쇼를 앞두고 차세대 플래그십 SUV ‘2027 텔루라이드(Telluride)’의 위장막 버전을 공개했다. 미국 알라바마 힐즈에서 오프로드 테스트 중인 모습과 함께 공개된 이번 모델은 본격적인 데뷔를 앞둔 양산 전 시제품으로 새로운 디자인 철학과 기술적 자신감을 동시에 보여주는 전략적 예고편이다.
공개된 티저 영상에서 신형 텔루라이드는 기존의 둥글고 유선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보다 각지고 모듈화된 실루엣이 적용된 모습을 하고 있다. 전면에는 세로형 LED 주간주행등(Vertical DRL)을 새로 적용했고 후면 역시 수직형 LED 조명 구조가 채택될 예정이다.
플로팅 루프(floating roof) 디자인, 도어 윗부분과 루프 사이에 독립된 바디라인, D필러를 블랙 아웃 처리돼 루프가 떠 있는 듯한 시각 효과를 주기도 한다. 또 후면창을 크게 설계해 2·3열까지 개방감이 크게 향상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아디자인센터 아메리카(KDCA)의 수석 디자이너 톰 커른스(Tom Kearns)는 “차체를 감싸는 랩핑 디자인은 단순한 위장이 아니라 디자인 과정의 연장선”이라며 “수백 장의 텔루라이드 스케치를 단순 선으로 환원하고, 서로 교차시켜 완전히 새로운 패턴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독특한 패턴은 ‘오포지트 유나이티드(Opposites United)’ 철학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으로, 자연과 인간의 대조에서 영감을 얻은 조형 언어를 상징한다. 커른스는 “단순히 형태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의 시작과 완성을 하나로 묶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덧붙였다.
신형 텔루라이드는 기존의 둥글고 유선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보다 각지고 모듈화된 실루엣을 적용했다. (기아)
위장막의 영감은 미국 팝아트의 상징 키스 해링(Keith Haring)과 영국 그래피티 아티스트 미스터 두들(Mr. Doodle, Sam Cox)의 작품에서 비롯됐다. KDCA는 텔루라이드의 스케치를 단순화한 라인 아트로 재구성해, 겹겹이 쌓인 선과 실루엣이 차체를 따라 흐르도록 디자인했다.
색상은 전면의 오렌지에서 후면의 퍼플로 이어지는 ‘웜 투 쿨(Warm-to-Cool)’ 그라데이션을 채택했다. 오렌지는 주간주행등(DRL)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보색인 퍼플은 후면부에서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전면 도어 하단에는 좌표 ‘37.9375° N, 107.8123° W’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텔루라이드 이름의 유래가 된 미국 콜로라도주 텔루라이드 타운을 가리키는 ‘이스터 에그’다.
티저 이미지를 담은 영상은 캘리포니아 중부의 알라바마 힐즈에서 촬영됐다. 거대한 시에라 네바다 산맥을 배경으로 한 이 지역은 1억 년 전 지질 변동으로 형성된 바위와 능선으로 유명하다. 영상 속 텔루라이드는 급경사, 모래 지형, 자갈길, 수로 등 험로를 주파하며 극한의 오버랜딩 성능을 선보인다.
기아아메리카 마케팅 총괄 러셀 웨이저(Russell Wager)는 “개발 중인 위장차가 주행하는 모습은 흔하지만, 우리는 그 자체를 하나의 콘텐츠로 만들었다”며 “새로운 텔루라이드가 어떤 지형에서도 자신감 있게 움직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말했다.
2027년형 텔루라이드는 기아 SUV 라인업의 정점에 놓일 모델로, 차세대 디자인 언어와 고급화 전략을 완성할 핵심 주자다. 기아는 이번 위장막 프로젝트를 통해 “숨김 속의 공개”라는 역설적 콘셉트로 브랜드의 자신감과 디자인 철학의 성숙함을 동시에 드러냈다. 텔루라이드 양산형 모델은 11월 20일(현지시간) LA오토쇼에서 베일을 벗을 예정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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