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는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루체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페라리)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페라리가 브랜드 역사상 첫 순수 전기차를 공개하며 전동화 시대의 본격적인 전환을 선언했다. 최고출력 1050마력,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2.5초, 4도어 5인승 GT 성격까지 더한 새로운 전기차 '루체(Luce)'는 기존 페라리 공식을 다시 쓰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페라리는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루체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이번 모델은 2022년 페라리 캐피털 마켓 데이에서 예고했던 브랜드 멀티 에너지 전략의 첫 결실로 기존 엔진 라인업을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라 전동화를 통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개발된 부분이 특징이다.
루체는 브랜드 최초 순수 전기차인 동시에 페라리 역사상 처음으로 넉넉한 공간을 갖춘 4도어 5인승 구조를 채택했다(페라리)
무엇보다 루체는 페라리 역사에서 상징적인 변화를 담고 있다. 브랜드 최초 순수 전기차인 동시에 페라리 역사상 처음으로 넉넉한 공간을 갖춘 4도어 5인승 구조를 채택했다. 전통적으로 2인승 혹은 2+2 GT 중심이었던 페라리가 보다 실용적인 고성능 럭셔리 GT 시장까지 영역을 넓히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겉으로는 공간과 실용성을 강조했지만 기술 구성은 여전히 페라리답다. 루체는 전용 전기차 플랫폼 기반으로 개발됐으며 각 바퀴에 독립적으로 배치된 4개의 전기모터를 통해 사륜구동 시스템을 구현한다. 122kWh 대용량 배터리와 800V 전기 아키텍처를 바탕으로 최대 350kW 초급속 충전을 지원하며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530km 이상으로 제시됐다.
루체는 전용 전기차 플랫폼 기반으로 개발됐으며 각 바퀴에 독립적으로 배치된 4개의 전기모터를 통해 사륜구동 시스템을 구현한다(페라리)
시스템 합산 최고출력은 1050cv(약 1036마력)이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은 2.5초, 시속 200km까지는 6.8초, 최고속도는 310km/h 이상이다. 공차중량이 2260kg에 달하는 대형 전기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공격적인 수치다.
루체의 핵심은 단순한 고출력보다 플랫폼 통합 제어 기술에 있다. 페라리는 각 바퀴의 구동력과 회생 제동, 조향각, 수직 움직임까지 독립적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을 적용했고 액티브 서스펜션과 독립형 후륜 조향 시스템까지 통합했다. 이를 통해 무거운 전기차 특유의 움직임보다 기존 페라리 스포츠카에 가까운 민첩한 응답성을 구현하겠다는 설명이다.
루체의 핵심은 단순한 고출력보다 플랫폼 통합 제어 기술에 있다(페라리)
전기차에서 상대적으로 약점으로 지적되던 감성 요소도 놓치지 않았다. 페라리는 특허 기반 사운드 시스템을 통해 전기 파워트레인에서도 브랜드 고유의 주행 몰입감을 구현했다고 강조했다. 차량 내부와 외부에서 모두 작동하는 이 시스템은 실제 구동계의 물리적 움직임을 기반으로 사운드를 생성하는 구조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기존 페라리와는 결이 달리한 부분도 눈에 띈다. 루체는 애플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 경과 마크 뉴슨이 이끄는 크리에이티브 그룹 러브프롬(LoveFrom)과 협업으로 완성됐다. 극도로 단순화한 글라스 하우스와 매끄러운 차체 실루엣, 기계식 버튼과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결합한 실내 구성은 기존 페라리보다 미래지향적 성격이 강하다.
루체 디자인은 극도로 단순화한 글라스 하우스와 매끄러운 차체 실루엣, 기계식 버튼과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결합했다(페라리)
한편 이번 루체 공개는 단순한 신차 출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람보르기니와 포르쉐, 메르세데스 AMG를 포함한 고성능 브랜드들이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페라리 역시 더 이상 내연기관 헤리티지만으로 미래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결국 루체는 페라리의 첫 전기차이면서 동시에 브랜드 확장 전략의 출발점으로 전통적인 슈퍼카 브랜드가 전동화를 통해 어디까지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루체는 그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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