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2026 뉴욕 국제 오토쇼(2026 New York International Auto Show)’에서 공개한 ‘볼더(Boulder)’ 콘셉트를 AI로 생성한 가상의 픽업트럭. (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현대자동차가 조기 단명한 싼타크루즈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정통 방식의 중형 픽업트럭 개발에 나선다. 승용차 기반의 크로스오버형 픽업이 아니라 토요타 타코마, 포드 레인저와 정면으로 경쟁할 수 있는 바디온프레임 방식의 ‘진짜 픽업’이다.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블로그는 21일(현지시간) 현대차가 호주와 아시아·태평양 시장을 겨냥한 더블캡 중형 픽업트럭, 이른바 ‘유트(Ute)’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픽업 수요가 높은 호주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전략적 시장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대차의 첫 픽업 싼타크루즈는 투싼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모노코크 방식의 준중형 크로스오버 픽업이다. 승용차에 가까운 승차감과 도심 활용성을 앞세웠지만 견인력과 적재 능력, 험로 주행 성능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북미 소비자들의 반응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미국 시장에서 포드 매버릭 등 경쟁 모델에 밀리며 기대만큼 존재감을 키우지 못한 싼타크루즈는 결국 판매 부진으로 생산 종료 시점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2021년 출시 이후 약 5년 만에 사실상 단종 수순을 밟고 있다.
새 픽업은 차체와 프레임을 분리한 래더프레임 구조가 유력하다. 험로 내구성과 견인·적재 성능을 강화해 토요타 하이럭스와 타코마, 포드 레인저, BYD 샤크 6 등이 차지하고 있는 시장을 직접 겨냥한다. 현대차 호주법인 개빈 도널드슨 최고운영책임자(COO)도 시장 진입이 늦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적합한 파워트레인을 앞세워 강한 인상을 남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파워트레인으로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가 거론된다. 전기모터의 즉각적인 토크를 활용하면 정지 상태에서 무거운 트레일러를 끌어낼 때 유리하고 강화되는 호주의 신차 효율 기준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다만 고전압 배터리와 전기모터가 추가되면서 늘어나는 차체 중량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차량 자체가 무거워지면 최대 적재량과 견인 능력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EREV는 엔진이 발전만 담당하고 전기모터가 바퀴를 구동해 주행 감각과 토크 응답성에서는 유리하지만 배터리와 엔진을 함께 탑재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차량의 기반을 마련하는 방법으로는 GM과의 공동 개발 또는 기아 타스만의 래더프레임 아키텍처 활용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확대하고 있는 GM과 손잡을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높게 보고 있다. GM의 픽업 개발 경험과 플랫폼을 활용하면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의 정통 픽업 출시 시점은 이르면 2027년 말로 예상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러나 "현대차나 GM이 개발 방식과 출시 일정을 공식적으로 확정한 단계는 아니다"라며 "기아 타스만과 플랫폼을 공유할 가능성을 포함한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고민하고 있다"라고 했다.
현대차는 이와 별도로 미국 시장을 겨냥한 중형 픽업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모델은 ‘볼더(Boulder)’ 콘셉트에서 디자인 영감을 얻고 미국 현지에서 자체 생산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호주·아시아태평양용 모델과 북미용 픽업이 서로 다른 플랫폼과 상품 전략으로 개발될 수도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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