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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타입 01’... 1000마력 괴물로 깨어난 재규어의 ‘파괴적 승부수’

2026.10.08. 10:5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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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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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타입 01. (재규어) 재규어 타입 01. (재규어)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깊은 침묵 속에 빠져 있던 영국의 전통 프리미엄 브랜드 재규어가 드디어 베일을 벗고 잠에서 깨어났다.

재규어 랜드로버(JLR)는 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브랜드 리론칭 이후 선보이는 첫 번째 양산형 순수 전기차이자 플래그십 4도어 그랜드 투어러(GT) ‘타입 01(Type 01)’을 전격 공개했다.

기존 내연기관 모델의 단종과 파격적인 브랜드 리브랜딩 과정에서 불거진 거센 논란을 뒤로하고 브랜드 탄생 이래 가장 급진적인 디자인과 압도적인 기술력을 앞세워 글로벌 럭셔리 전기차 시장에 정면 승부수가 통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클래식 오마주와 급진적 미래가 결합한 외관

재규어 타입 01. (재규어)

타입 01의 외관 디자인은 기존 프리미엄 세단이나 SUV 시장의 상식을 송두리째 뒤흔든다. 재규어는 이번 신차를 디자인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18개의 실물 크기(풀사이즈) 모델을 제작해 경쟁을 펼치는 이른바 ‘프로젝트 르네상스(Project Renaissance)’를 진행했고 그중 가장 파격적이고 과감한 안을 양산 모델로 최종 낙점했다.

디자인을 총괄한 앤디 휠은 “모든 조건을 두루 만족시키려 하면 결국 밋밋하고 평범한 바닐라 같은 차가 된다”라며 “양털을 깎아주고 알을 낳으며 젖을 짜주는 돼지(독일식 관용구: 모든 걸 다 갖춘 완벽한 만능 동물) 같은 비현실적인 타협 대신,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독창성을 선택했다”라고 개발 배경을 밝혔다.

재규어 타입 01. (재규어)

신차의 실루엣은 1960년대 전설적인 명차 ‘E-타입’을 오마주해 전기차임에도 보닛이 앞으로 길게 뻗은 클래식 ‘롱 노즈’ 비례를 구현하고, 지면에 극도로 바짝 엎드린 낮고 와이드한 4도어 GT 프로포션을 갖췄다.

차체 전면부는 라디에이터 그릴 자리에 촘촘한 수평 스트라이프 패턴(루버) 패널을 적용하고 얇고 날렵한 수평형 LED 헤드램프를 상하로 분할 배치해 사이버틱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완성했다.

후면부 역시 파격의 연속이다. 전통적인 후면 유리창(리어 윈도우)을 완전히 없앤 대신 루프에서 트렁크 리드까지 매끄럽게 떨어지는 패스트백 라인을 구축했고 전면부와 통일감을 주는 와이드 수평 슬랫 디자인 속에 얇은 리어램프를 일체화했다.

볼륨감을 한껏 부풀린 뒤 펜더와 플러시 타입 도어 핸들, 날카롭게 꺾여 내려오는 독특한 C필러 형상은 마치 도로 위를 달리는 미래형 조각품을 연상시킨다

1000마력·850V 시스템... 역사상 가장 파격적 실험

재규어 타입 01. (재규어) 재규어 타입 01. (재규어)

디자인만 파격적인 것이 아니다. 차체 밑바탕에는 재규어가 독자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JEA(Jaguar Electric Architecture)’가 적용됐다.

기존 플랫폼을 개조하지 않고 대신 백지상태(Clean-sheet)에서 새롭게 설계해 50:50에 가까운 전후 무게 배분과 브랜드 사상 가장 단단한 차체 비틀림 강성을 완성했다.

파워트레인은 전륜에 1개, 후륜에 2개 등 총 3개의 고성능 전기 모터를 탑재해 최고출력 1000마력 이상의 폭발적인 힘을 뿜어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60마일(약 96km/h)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3.1초(0-62mph는 3.2초)에 불과하다.

재규어 타입 01. (재규어) 재규어 타입 01. (재규어)

850V 고전압 충전 시스템을 도입해 배터리 효율과 편의성도 극대화했다. 13분의 초급속 충전만으로 최대 200마일(약 320km)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고 1회 충전 시 복합 기준 최대 400마일(고속 정속 주행 시 320마일)을 달릴 수 있다.

JLR은 타입 01에 대해 “재규어 역사상 가장 기술적으로 진보하고 강력하며 공기역학적인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파노라믹 글라스 아래 미니멀 라운지... 인테리어 대변혁

재규어 타입 01. (재규어) 재규어 타입 01. (재규어)

가장 눈길을 끄는 변화 중 하나는 과거 영국식 클래식 우드와 아날로그 버튼을 고집하던 관습을 완벽하게 탈피한 실내 공간이다. 타입 01의 실내는 거대한 일체형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가 실내 전체를 감싸며 탁 트인 개방감을 제공한다.

운전석 전면에는 대형 24인치 와이드 OLED 운전자 디스플레이가 수평으로 시원하게 뻗어 있고 센터패시아 중앙에는 7인치 세로형(Portrait)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자리해 차량의 주요 인포테인먼트와 공조 기능을 직관적으로 제어한다.

재규어 타입 01. (재규어) 재규어 타입 01. (재규어)

운전대 역시 독특한 형상의 미니멀 투-스포크 스티어링 휠을 장착했고 복잡한 물리 버튼을 극도로 절제한 미니멀리즘 인터페이스를 완성했다. 시트는 12방향 전동 조절 기능을 지원하는 최고급 버킷형 시트를 탑재했다.

여기에 재규어가 새롭게 개발한 친환경 고기능성 첨단 패브릭 직물 소재를 대거 적용해 마치 현대적인 모던 가구 갤러리나 최고급 라운지에 머무는 듯한 안락함과 미래지향적 감성을 동시에 전달한다.

재규어 타입 01. (재규어) 재규어 타입 01. (재규어)

톰 홀든 인테리어 총괄 디자이너를 비롯한 디자인 팀은 수개월간 매주 수십 장의 스케치를 펼쳐놓고 마라톤 회의를 거치며 기존 양산차의 틀을 깨는 실내 조형을 빚어냈다.

'운구차 같다' vs '엄청난 걸작'... 극과 극의 상품평

재규어 타입 01. (재규어) 재규어 타입 01. (재규어)

타입 01이 공개되자마자 전 세계 자동차 업계와 소셜미디어는 찬반양론으로 들끓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 평가 매체 에드먼즈의 앨리스터 위버는 “만약 재규어가 다른 일반적인 차들과 비슷한 평범한 디자인을 내놨다면 브랜드에 아무런 희망도 없었을 것”이라며 파격적인 도전에 지지를 보냈다.

영국의 유명 자동차 저널리스트 스티브 파울러 역시 “믿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하다. 영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디자인”이라고 밝히고 “모두를 만족시킬 필요는 없다”고 평가했다.

재규어 타입 01. (재규어) 재규어 타입 01. (재규어)

반면 혹평도 만만치 않다. 소셜미디어상에서는 독특한 후면부와 각진 차체를 두고 “테슬라 사이버트럭과 벤틀리 콘티넨탈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 같다”, “재규어 특유의 우아한 곡선미가 사라진 운구차(Hearse)를 연상시킨다”는 냉혹한 반응이 잇따랐다.

이렇게 타입 01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리고 있는 것에 대해 재규어 매니징 디렉터 로든 글로버는 오히려 당연하고 의도된 결과라는 입장이다.

그는 “진정으로 훌륭한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당당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라며 “우리는 애매한 6~8점짜리 대중적인 차를 만들 생각이 없다. 고객의 강렬한 소유욕을 자극하는 10점짜리 차를 원했고 이미 5만 명 이상이 사전 관심을 등록했다”고 밝혔다.

13만 달러로 점프한 가격... 타입 01의 승패 가른다

재규어 타입 01. (재규어) 재규어 타입 01. (재규어)

타입 01의 등장은 재규어가 BMW나 아우디 등과 경쟁하던 대중적 프리미엄 시장을 완전히 떠나 초호화 럭셔리 브랜드로의 체질 개선을 선언했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가격대 역시 대폭 수직 상승했다. 과거 재규어의 미국 평균 거래 가격은 6만~7만 달러 수준이었지만 이날 공개된 타입 01의 북미 시작 가격은 13만 500달러(영국 기준 13만 파운드, 한화 약 1억 7000만 원)대로 두 배 이상 뛰었다.

판매 전략 역시 고객의 자택이나 프라이빗 컨트리클럽으로 직접 시승차를 가져다주는 1:1 맞춤형 VVIP 서비스 체제로 전면 개편된다.

재규어 타입 01. (재규어) 재규어 타입 01. (재규어)

그러나 재규어의 최대 시장인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둔화(캐즘) 국면에 접어든 데다 포르쉐 타이칸, 메르세데스-AMG 등 유럽 전통 강자들은 물론 급성장하는 중국산 하이엔드 전기차들과도 정면 대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편 재규어는 이번에 공개된 플래그십 GT 타입 01을 시작으로 향후 3종의 전용 전기차 라인업을 차례로 구축할 계획이다. 타입 01의 사전 주문은 2027년 초부터 시작하고 본격적인 고객 인도는 2027년 하반기로 예정돼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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