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시스템은 독일에 유명한, 이제는 더 이상 의문의 여지가 없는 하이엔드 오디오의 대명사격 메이커라고 할 수 있는 MBL의 원(One) 브랜드 시스템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필자의 개인적인 얘기부터 시작해보고 싶다. 사실 필자가 오디오 평론을 1980년대부터 시작해서 1990년대에 이른바 메이저 언론이라고 불리는 쪽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는데 필자의 오디오 평론가 생활 초창기가 상당히 험난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가 하면 어느 잡지라고 얘기하진 못하지만 상당히 유명한 잡지인데, 그 잡지에서 필자에게 특집 기사를 부탁했다. 그 내용이 뭐냐 하면 오케스트라에 맞는, 오디오 보컬에 맞는 오디오 등 이런 식으로 해서 기사를 좀 써줄 수 있는지 부탁을 하길래 필자가 대뜸 그자리에서 이렇게 대답을 했다.
“그게 도대체 뭔 소립니까? 성악을 듣는 오디오 시스템으로는 교향곡 듣지 말라는 얘깁니까? 교향곡 듣는 시스템으로는 실내악 못 듣겠네요?” 필자가 그 자리에서 반문을 해버렸다. 그랬더니 필자에게 그럼 더 나은 대안이 있는지 물었는데, 이런 대답을 해줬다.
“나는 작곡가를 위한 오디오는 해줄 수 있겠다. 그래서 각각의 작곡가 5명을 제대로 재생할 수 있는 오디오 시스템을 구성해서 글로 써주겠다.” 이런 얘기를 하고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두 달 만에 쫓겨났다. 그때는 사실 글 쓰는 능력이나 이런 것이 조금 미흡한 부분도 꽤 크게 작용을 했지만 결국은 쫓겨나고 말았다.
그런데 그로부터 한 3~4년 뒤에 월간 객석이라는 잡지에 기고를 하고 있었는데, 그 월간 객석의 편집장을 만나서 이야기하던 와중에 “뭐 오디오 기사 좋은 거 있으십니까?” 이런 얘기를 하길래 이 얘기 저 얘기 늘어놓다가 ‘작곡가를 위한 오디오’라는 기획을 얘기를 해주었다.
그랬더니 “그거 좋네요.” 하고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월간 객석에서 한 여섯 달에 걸쳐서 ‘작곡가를 위한 오디오 시스템’이라는 특집을 필자가 꾸며줬다.

그런데 왜 이런 얘기를 하느냐? 이게 도대체 MBL하고 무슨 관계가 있냐? 이런 생각을 하실 것 같은데, 이 특집의 맨 마지막 최종 대미를 장식하는 특집 기사가 뭐였냐 하면 바로 말러를 위한 오디오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당시에 필자가 말러를 위한 오디오 시스템을 제시하면서 그때 내세웠던 스피커가 바로 MBL이었다. 그다음에 파워 앰프도 MBL. 프리앰프도 MBL.
그때가 필자의 기억으로는 1990년대 후반으로 기억을 하고 있는데, 필자가 MBL을 중심으로 한 시스템을 말러에 적합한 시스템이라고 지목을 했던 것은 비슷한 무렵에 MBL 시스템을 실제로 들어봤는데 그때 딱 떠오르는 생각이 작곡가 말러였던 것이다.
‘아, 말러를 저 시스템으로 제대로 재생을 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필자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이번에 MBL 원 브랜드 시스템 리뷰를 준비하면서 홈페이지도 조사를 해보고 이런저런 내용을 살펴보다 보니까 홈페이지에 회사에 연혁란이 있었다. 그런데 그 연혁의 첫 줄이 필자의 시선을 잡아 끌었다.
방사음의 기원
그래서 그 내용을 잠깐 인용을 하면서 시작을 하고 싶은데 그 내용은 이렇다. 방사음의 기원이라는 내용으로,
1970년대 중반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의 열렬한 숭배자는 하나의 고민거리를 갖고 있었다. 이 사람은 바로 볼프강 멜레츠키(Wolfgang Meletzky)였는데, 볼프강 멜레츠키는 자신의 고향인 베를린에서 열린 라이브 콘서트에 참석하면서 말러의 작품에 자신이 감정적으로 휩쓸려 망아의 상태에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거실에 있는 하이파이 시스템으로는 베를린 필하모닉이 있는 곳에서 그가 경험했던 음악의 색채, 그리고 다이나믹의 폭, 그리고 감정의 비행을 전혀 복제해낼 수가 없었다.
젊은 전자 공학자로서 이러한 모순은 멜레츠키를 아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왜 가정용 오디오 시스템은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에 담겨있는 영혼이 불타오르는 듯한 힘을 전달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 대신 감정의 박력과 강렬함을 거의 담아내지 못하는 나무 상자에서 쏟아져 나오는 평면적이고 평범한 음표들만 나오는 것일까?
필자가 잠깐 인용한 위의 문장을 딱 보고 난 다음에는 ‘이게 무슨 일일까? 필자가 당시에 90년대 후반 당시에 처음으로 이 시스템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올렸던 작곡가가 말러였는데 이 회사의 설립자라고 하는 볼프강 멜레츠키라는 이분도 이 시스템을 개발하게 된 동기가 말러였다니! 이걸 단순히 우연의 일치로만 봐야 할까?’ 물론 우연의 일치일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적어도 이 MBL의 풀 시스템을 들으면서 항상 떠올리는 작곡가는 말러이다. 왜 그럴까? 구스타프 말러의 음악을 오디오로 재생한다는 것은 사실 하이엔드의 끝판왕이 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또 비슷한 작곡가 중에 안톤 브루크너가 있다. 부르크너도 비슷하지만 부르크너하고는 또 다른 면이 있는데 부르크너의 음악은 그렇게 색채가 컬러풀하지 않다. 그에 비해서 말러의 음악은 그 음악 자체가 아주 컬러풀하고 다이나믹하고 음악이 표현할 수 있는 표현의 극한치까지를 요구한다. 바로 그런 이유로 해서 항상 오디오 시스템을 재생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말러 앞에 가면 무릎을 꿇고 마는 것이다.
그렇다면 단순히 스피커 시스템을 크기를 키우고 출력을 높이고 그렇게 하면 거기에 대한 대답이 나올까? 실제로 필자도 그렇게 한번 해본 적도 있다. 하지만 거기로 가봤을 때도 그렇게 썩 좋은 대답은 잘 나오지 않았다. 여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마침 이번에 리뷰를 준비하면서 설립자 멜레츠키 씨가 이 라디알슈트랄러(Radialstrahler), 전방향 라디에이션(Radiation)으로 전방향 방사라고 할 수 있는데, 보통 녹음 용어로 얘기할 때는 옴니디렉셔널(Omnidirectional)이라고 한다. 옴니(Omni)라는 것은 전방향이라고 하기도 하고 또 무지향성이라고 하기도 한다.
무지향성이라는 것은 어떤 특정한 방향성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향성은 다이렉티비티(Directivity)로 다이렉티비티라는 것은 각도를 얘기한다. 그래서 모든 마이크나 스피커나 이런 것들은 다 지향성을 갖는데, 옴니디렉셔널이라고 할 때는 전방향에서 들어오는 소리를 마이크라면 그 소리를 다 받아들이는 것이고, 스피커라면 360도 방향으로 소리를 발성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면 이게 또 대체 무슨 말인가? 이렇게 그다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올 것이다.
MBL에 대해서
이제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MBL의 연혁부터 설명을 하겠다. 우선 첫째 회사 이름이 MBL이라는 이름이 된 것은 이 회사를 창립하는 데 있어서 중심이 됐던 세 사람의 이니셜을 따온 것으로 앞서 언급한 멜레츠키(Meletzky)와 엔지니어링 파트를 만들었던 바이네케(Beinecke), 그다음에 제품의 검수와 마케팅을 맡았던 렌하르트(Lehnhardt)라는 사람이다.
이 세 사람이 어떤 의미에서 보면 동업을 한 것이 아니었던가 이런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고서야 각자 세 사람의 이름을 이니셜로 적어서 회사 이름을 정할 리가 없는 것이다.

물론 회사가 상당히 오래되었기 때문에 현재 이분들은 더 이상 활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 CEO는 크리스티안 헤멜링(Christian Hermeling)이 맡고 있고 수석 엔지니어는 유르겐 라이스(Juergen Reis)라는 사람이 맡고 있다.
필자가 과거에 1990년대부터 시작해서 2000년대 사이에 상당히 많은 양의 제품들의 리뷰를 담당했었다. 그러면서 필자가 항상 MBL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호평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어떻게 흠을 찾기가 쉽지 않은 그런 회사이다.
그러면서 필자가 이 회사를 얘기할 때는 항상 이 회사가 추구하는 것을 어떤 형태로든 정리를 하면서 시작을 해야 하는데 그랬을 적에 필자가 항상 MBL을 논할 때면 쓰는 문장이 있다.
“장인 정신을 중시하는 독일의 기술 전통과 음향에 대한 모더니즘적 관점을
독창적으로 결합해 내는 것을 지향하는 회사다.”
필자가 항상 이렇게 정의를 하면서 MBL의 사운드를 평했던 기억이 난다. 여기서 지금 좀 중요한 말은 뭐가 있냐 하면 독일의 어떤 장인 전통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이 많은 분들이 잘 알고 계시는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런데 모더니즘(Modernism)적 관점이라는 말을 필자가 썼다. 이 모니즘적 관점에 대해서는 설명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모더니즘적 관점이라는 건 뭐냐 하면, 먼저 모더니즘 앞에는 로맨티시즘(Romanticism)이 있었는데 로맨티시즘이라고 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자발성의 상태를 의미한다.

하지만 거기에는 엄격한 질서보다는 각각의 요소들이 자유롭게 서로 어우러지면서 하나의 생명력을 갖는 유기체 같은 속성의 소리를 추구하는 면이 바로 로맨티시즘이라고 한다면, 모더니즘의 관점이라고 하는 것은 뭐냐 하면 아주 잘 구획되고 잘 정리되고 앞으로 나아갈 바가 어딘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러면서 그것을 어떻게 엔지니어링으로 구현해 낼 수 있는지, 그것을 추구하는 사운드를 필자는 모더니즘적 관점이라고 정의를 내리는 것이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보면 MBL이라는 회사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독일 사람들의 특성, 합리주의라든지 또는 이성을 절대적으로 신봉한다든지 하는 그런 것에 아주 적합하게 맞는 회사라고 해도 될 것 같고 바로 이 사람들의 이러한 시각 속에서 탄생한 스피커가 라디알슈트랄러라고 하는 아주 독특한 스피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라디알슈트랄러(Radialstrahler)란?

아무래도 이번에 라디알슈트랄러를 중심으로 설명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이 라디알슈트랄러라는 것은 앞서 설명한 대로 소리가 360도 방향으로 나가는 스피커이다. 그러면 일반 스피커는 어떻게 돼 있다는 것일까? 우리가 잘 아는 그대로이다. 큰 통이 하나 있고 우리가 흔히 배플이라고 하는 곳에 구멍을 뚫어서 거기에 드라이브 유닛을 박아놓고 소리를 낸다.
그런데 라디알슈트랄러는 재밌는 것이 뭐냐 하면 인클로저 또는 캐비닛이 필요가 없다. 왜 그러냐면 소리가 360도 방향으로 나가기 때문에 인클로저가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바로 여기에 가장 큰 특징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럼 360도 방향으로 갔을 때 어떤 이득이 있는가? 하는 이 문제에 대해서 설명을 해야 될 것 같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서 설명을 하려면 사전 지식이 조금 필요하다. 그게 뭐냐 하면 가장 이상적인 소리는 어떤 것이냐? 바로 여기에 대한 일정한 관점과 해석이 필요하다.
오디오의 역사를 살펴보면 대략 1960년대 후반부터 리얼 사운드에 대한 상당히 심도 깊고 폭넓은 논의가 일어난다. 바로 이 시기에 이른바 오리지널 원음이라는 것이 뭐냐? 이런 식의 다양한 질문들이 많이 나왔다. 그것은 왜 그렇게 됐을까? 스피커에서 내는 소리가 과연 실제 소리와 얼마나 유사하며 실제 소리의 속성을 감지하고 있는가 하는 바로 그러한 문제였다.

그런데 1960년대 후반, 70년대에 아주 특이하고 재미난 사람이 나온다. 음향학 박사인 보스(Bose)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보스라는 브랜드에 바로 그 사람이다. 이 사람은 무슨 얘기를 하는가 하면 우리가 클래식 음악 콘서트홀에 가서 듣는 소리를 실제로 분석을 해보니 우리가 악기로부터 직접 듣는 소리는 10% 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럼 나머지 90%는 뭡니까? 그랬더니 그건 반사음이라는 것이다.
반사음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 악기에서 소리가 나와서 옆벽을 치고 나오는 것은 1차 반사음이라고 한다. 그다음에 소리가 앞으로 나아가서 뒷벽을 치고 돌아오는 것을 2차 반사음이라고 하기도 하고 흔히 그것을 잔향이라고 한다. 그리고 녹음에서 이러한 잔향 처리를 기술적으로 하는 것을 가리켜서 리버브레이션(Reverberation)이라고 한다.
이 보스 박사에 의하면 우리가 실제로 공연장에서 듣는 소리의 실제 소리는 전체 소리의 10% 밖에 안 된다. 그럼 나머지 90%는 1차 반사음과 2차 반사음이 섞인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결과 보스에서 아주 재미난 스피커가 나왔다. 오각형으로 캐비닛을 만들어가지고 앞에는 드라이브 유닛이 하나, 뒤쪽은 8개를 붙였다. 왜 그렇게 했느냐? 반사음을 내기 위해서 앞에는 직접음, 나머지는 벽을 치고 나오는 소리를 만들어야 이것이 자연스러운 소리가 된다. 그래서 탄생한 스피커가 901이다. 상당히 한동안 인기를 많이 끌기도 했지만 요즘에는 많이 보지 못했다.
그 다음에 또 필자의 기억에 떠오르는 것이 1980년대 후반쯤에 난데없이 캐논에서 무지향성 스피커를 만들었던 적이 있다. 버섯 모양으로 생긴 무지향성 스피커를 일본에서 가져와서 한번 들어본 기억이 있고 그 다음에는 독일의 저먼 피직스(German Physiks)라는 회사도 있었고 최근에 팔콘랩(FalconLab)이라는 신흥 회사가 무지향성 제품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MBL이 설립된 해가 1979년이니까 설립된지 40여년이 되었는데, 재밌는 것은 뭐냐 하면 이 MBL이라는 회사는 처음에 나올 때부터 이 컨셉을 가진 모델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그 기본 구조는 지금까지도 바뀌지 않았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그만큼 최초의 기술이 가지고 있는 오리지널 테크놀로지 완성도가 높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면 도대체 이 라디알슈트랄러는 도대체 어떻게 만든 스피커인지 설명을 하는게 좋을 것 같다. 라디알슈트랄러를 살펴보면 마치 꽃봉오리와 같은 모양으로 일반적인 스피커와는 형상이 다른데, 이러한 구형의 형태를 하고 있는 이유는 소리를 전방향으로 방사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사용되는 아주 얇은 금속판이 있는데 그 금속판의 이름을 라멜라(lamella)라고 한다.
이 라멜라의 윗 부분을 축에 걸어놓는데, 그런데 스피커가 되려면 뭐가 필요할까? 바로 마그넷과 코일이 있어야 하는데, 이 사람들은 어떻게 그 문제를 해결을 했는가 하면 마그넷과 코일을 아래쪽에서 거는 구조를 선택했다.

이러한 구조는 음성 신호가 나올 때 이것이 상하운동을 하게 되는데, 상하운동을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냐면 사운드는 소밀파로, 공기가 자연스럽게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그런 운동을 하면서 소리가 360도 사방으로 퍼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구조로 소리를 만들어내는데, 문제는 뭐냐 하면 우리가 보통 스피커에서 1웨이, 2웨이, 3웨이, 4웨이 등 이렇게 얘기하는데, 예를 들어서 트위터는 어떤 형상이 되어야 하고 미드레인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형상이 되어야 하는가 등으로 이건 아주 쉬운 문제가 된다.
어떻게 되냐면 이 얇은 라멜라의 길이만 조정하면 된다. 짧으면 파장이 짧아지기 때문에 높은 소리가 날 것이고 조금 길어지면 그보다 파장이 큰 낮은 소리가 될 것으로, 그렇게 해서 소리를 내고 그 소리가 360도 방향으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소리가 360도 전방향 그러니까 무지향성으로 소리가 나온다는 것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는데, 도대체 왜 이렇게 360도를 강조하느냐? 하는 부분이 있다. 이것은 특히 하이파이 오디오를 접하고 들으시는 분들한테는 아주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나온다.
그것이 뭐냐 하면, 일반적인 통 스피커를 사용을 할 경우에는 우리가 흔히 하는 말로 핫스팟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핫스팟이라는 건 뭐냐 하면은 스테레오의 이미지, 스테레오의 이미지라는 것은 평면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가상으로 만든 입체 이미지이다.
가상으로 만든 입체 이미지이기 때문에 사실 우리가 하이파이 오디오를 감상한다고 하는 것은 단순히 소리만 듣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악기를 예를 들어 그 악기가 있는 지점 위치까지를 정확하게 포착해서 그 발음점까지를 보여주는 시각적인 것까지 동원이 되고 있는 것이다.
녹음이라는 것은 마이크에서 수음을 하는, 마이크에서 떨어진 거리의 위상차를 수록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피커 하나로도 좌우에 스테레오 이미지는 못 만들어도 깊이는 만들어 낼 수가 있다.
그래서 예를 들어서 오케스트라를 한번 생각해보면, 오케스트라 맨 뒤 가운데에 타악기가 있고 그다음에 금관악기들이 있다. 금관악기 앞에는 목관악기가 있고 그 앞에 스트링 섹션이 있다. 그러니까 녹음을 한다는 것은 결국 각각의 악기들이 떨어져 있는 위상차를 수록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재생을 하면은 금관악기는 저 멀리서 들리게 되고 목관악기는 그 가운데 앞에, 스트링은 그 앞에서 들리는 것이다. 제대로 된 하이파이 재생이라고 한다면 그 위치까지도 재생을 해내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단순히 스테레오 재생을 한다는 것은 소리를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 360도 사운드, 그러니까 무지향성 스피커와 일반 스피커를 사용했을 때의 차이점은 뭐냐 하면, 이 스테레오 이미지를 어느 자리에서 얻을 수 있느냐 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그것는 뭐냐 하면, 일반적인 통 스피커에서는 보통 두 개의 스피커를 양쪽에 두고 정삼각형을 그려서 삼각형의 꼭지점에 있는 자리를 바로 핫스팟 자리라고 한다. 아주 뜨거운 자리라는 뜻으로, 뭐가 뜨겁냐? 녹음이 된 조건과 발성이 되는 조건에 최적의 자리라는 뜻이다.
그 자리를 벗어나면 어떻게 될까? 바로 상이 흐트러진다. 소리는 들을 수 있을런지 몰라도 이 위상을 정확하게 잡을 수가 없는데 여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MBL 홈페이지의 연혁란에서 또 이런 얘기를 한다. 왜 핫스팟 또는 스윗스팟이라고도 하는데, 스윗스팟에서만 스테레오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가? 그 옆에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되는가? 혹시 사람이 두 명 또는 세 명이 있으면 어떻게 되는가?
아주 극단적으로 얘기해 본다면, 스피커를 리스닝 룸 가운데에 갖다 놓으면, 그 뒤에서는 소리를 들을 수 없고 그 위치를 파악할 수 없을까? 가능한 얘기다. 어떨 때? 무지향성 사운드일 때는 가능한 얘기가 된다. 이것이 핵심이다.
무지향성이라는 것은 단순히 소리가 전방향으로 나간다는 것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이냐 하면, 예를 들어서 멜레츠키도 홈페이지에서 설명하고 있듯이 음악을 듣다가 이쪽 저쪽으로 움직일 수도 있고 자리를 옮길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옮길 때마다 내가 얻는 음상이 바뀐다면 그건 좀 곤란한 얘기가 아니겠느냐? 참으로 맞는 얘기다. 여기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또 어디 있을까? 바로 라디알슈트랄러라고 하는 이 독특한 형상의 드라이브 유닛이 그 문제를 해결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얘기하고나면 조금 눈치 빠른 애호가들은 라디알슈트랄러 아래에 통에다가 우퍼들을 넣어놨는데 그건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어볼 것이다. 그건 왜 그럴까?
지금까지 한 얘기에 따르면 여기에는 분명히 어떤 지향성이 있다는 얘기가 이미 전제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재밌는 게 하나 있다. 보통 MBL에서 나오는 라디알슈트랄러 스피커들은 우퍼 개념이 일종의 서브우퍼 개념이다.
서브우퍼라는 건 여러분들 아시다시피 홈시어터에서 예를 들어 탱크가 굴러가는 소리라든지 아주 육중한 소리를 내기 위해서 액티브형으로 따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바로 그런 개념으로 접근을 하고 있는 건데, 재밌는 게 하나 있다.
대부분의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서브우퍼들은 주파수 설정이 어떻게 돼 있냐면 대략 60~70Hz로 설정이 되어있는데, 60~70Hz면 아주 낮은 소리다. 예를 들면 보통 작은 규모의 2웨이 스피커들은 대부분 아래쪽에 컷오프 주파수가 대략 70Hz 정도 된다.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냐? 70Hz 이상만 되면 음악 듣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예를 들어 베이스 기타는 주파수로 얘기해 보면 대략 150~250Hz 사이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베이스 악기 같은 것을 듣는 데는 아무 문제 없다. 다만 70Hz 정도 100Hz 이하의 소리들이라고 하는 것은 전체적인 분위기를 좌우한다.

그런데 또 하나의 특징이 있다. 이걸 우리는 흔히 초저음이라고 하는데 이 초저음은 지향성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통에다 넣어도 상관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통에 들어갔다고 해서 무조건 지향성을 갖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흥미로운 점은 뭐냐하면 홈시어터에서는 3D 시스템이라고 하는데, 서브우퍼를 하나 두고 새틀라이트 스피커를 두는 방식으로 가장 기본이 되는 스피커를 세 개를 사용하는 것으로, 5.1 채널, 6.1 채널, 7.1 채널 등 이런 식으로 채널을 늘려갈 수도 있다.
그렇게 해서 하나의 큰 음장을 만들어내는 데 비해서, 이 MBL은 정통 하이파이의 개념에 입각한 2채널 시스템을 가지고서 거기에 각각의 서브우퍼를 추가하면서 광활한 어떤 사운드 스테이지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가 왜 무지향성 음향에 주목해야 하는가 하는 부분이 여기서 나타난다.
그런데 물론 여기도 문제를 따지고 들어가자면 여러가지가 있다. 녹음의 역사를 살펴보면, 대략 1960년대 중반이 되면 음악을 녹음할 때 자연음을 받는 것이냐? 그런데 비틀즈의 화이트 앨범 같은 경우는 그런 것과는 다르다.
거기서는 음악의 아이디얼리즘, 우리가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그 이상적인 소리를 합성해 내는 것이냐? 그래서 내추럴리즘이냐 아이디어리즘이냐 이것을 가지고 아주 중요한 논쟁거리가 하나 있다.

예를 들어서 핑크 플로이드의 The Dark Side of the Moon은 자연음이라기보다는 스튜디오에서 인공적으로 합성한 소리이다. 또 이런 문제도 있다. 2000년대에 와서 롤랜드의 808 머신이라고 하는 흔히 리듬 박스라고 하는데, 주로 흑인 음악 중에서 펑크펑크라는 장르에서 많이 사용을 했던 악기로, 그건 언뜻 들으면 드럼 소리와 비슷하지만 실제 드럼 소리하곤 다르다.
바로 이런 아주 복잡한 문제, 오디오 재생이라는 것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 바로 이런 데서 나타나는 것인데, MBL은 그중에서도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냐면 필자가 볼 때는 내추럴리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그 내추럴리즘의 기준은 또 어디인가? 바로 아주 음향이 뛰어난 콘서트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그런 회사라고 얘기하면 좋을 것 같다.
이만하면 라디알슈트랄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설명을 한 것 같고 이번에 소개할 시스템의 스피커부터 먼저 소개를 하도록 하겠다.
MBL 116F

오늘 리뷰할 시스템에서 MBL 116F 스피커를 먼저 소개하려고 한다. 그 전에 현행 MBL의 스피커 라인업을 살펴보면 라디알슈트랄러 101 X-treme, 101E MKII, 111F, 116F, 120, 126 등 모두 6개의 모델이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MBL의 풀 셋업이 된 스피커는 거의 대부분 4웨이 구성을 취한다는 것이다.
보통 스피커를 설계하고 제작을 할 때 가장 힘든 것이 4웨이로, 4웨이 구성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저역을 담당하는 우퍼와 중역을 담당하는 미드레인지, 고역을 담당하는 트위터, 초고역을 담당하는 슈퍼트위터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구성 방식은 주로 하이파이 애호가들도 많이 쓰지만 보통 마스터링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할 때 거의 대부분 4웨이로 구성을 한다. 그 이유는 초고역까지 제대로 소리가 재생이 되지 않으면 마스터링 작업에 상당한 지장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사운드를 믹싱할 때는 2웨이 가지고도 얼마든지 믹싱이 가능한데, 마스터링을 할 때는 최소한 3웨이에서 4웨이는 가야 제대로 작업이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MBL이 항상 4웨이 구성을 선택하고 있다고 하는 것인데 다시 한 번 얘기하자면 스피커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데 있어서 가장 까다로운 것이 4웨이 구성이다.

제품을 보면서 설명을 이어가면 116F 스피커의 상단에 위치한 라디알슈트랄러가 각각 고역과 중역을 커버한다. 그 아래 인클로저에 수납된 드라이버가 중저역을 담당하고 제일 아래에 위치한 것이 저역을 담당하는 우퍼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될 것은 뭐냐 하면은 주파수를 어떻게 나누느냐 하는 문제이다. 이 MBL은 좀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다. 주파수를 어떻게 자르느냐 하는 것을 크로스오버 주파수라고 하는데, MBL의 구성을 보게 되면 우퍼가 170Hz까지 재생을 한다.
위에서 서브우퍼는 60Hz라고 했는데 170Hz까지 올라온다는 것은 상당히 커버하는 범위가 넓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니까 100Hz가 넘어가게 되면 우리가 실제로 음악 소리를 듣게 되는데, 예를 들어서 합창단의 낮은 쪽 저음의 배음 같은 것은 100Hz에서 충분히 나는 소리로 중량감을 담당하는 자리이다.
그 다음에 나오는 주파수는 650Hz이다. 피아노 건반에서 C4에서 C5 정도 되는 자리가 650Hz 자리가 되는데, 재미있는 것은 미드레인지 두 개를 가지고서 650Hz~3.5kHz까지를 자르고 난 다음에 트위터로 보내주는 것이다.
그런데 3.5kHz는 상당히 높은 소리이다. 3.5kHz에서 주로 담당하는 소리의 퀄리티라는 것은 뭐냐 하면, 소리가 반짝이고, 아주 소리가 예리하게 꺾이고, 사운드 자체의 표정을 담당하는 자리가 3.5kHz인 것이다.
그래서 위로 올라갈수록 두 개의 미드레인지가 담당하고 있는 수비 범위가 상당히 넓어지는데, 여기에 보통 설명을 잘 안 하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각각의 주파수를 잘라낼 때 우리가 n차 오더 그러니까 보통 dB/oct라고 하는데, 그게 1차, 2차, 3차, 4차가 있다. 그런데 MBL은 여기서 4차 필터를 사용하고 있다.
간단하게 설명을 하면, 1차 필터가 되면 슬로프가 위의 사진처럼 진행되며 6dB/oct이다. 2차는 6의 배수가 되어 12dB/oct가 되며 슬로프가 가팔라진다. 그다음에 3차는 18dB/oct가 된다. 그리고 4차 필터는 가장 고차 필터가 되는데 24dB/oct가 된다.
4차 필터가 된다는 얘기는 뭐냐 하면 그 밑에 소리를 버린다는 뜻이다. 만약 우리가 1차 필터를 사용하게 되면 어떻게 되냐면 몇 헤르츠에서 잘라놓기는 했어도 두 소리가 서로 섞이게 되는데,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섞인다고 해서 꼭 나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 사람이 어떤 설계 관점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섞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MBL에서는 4차 필터를 사용하면서 이것을 아주 명쾌하게 잘라내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이걸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냐 하면 참 독일 사람들 답다, 아주 아주 단호하네 하는 생각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로우 미드를 담당하는 유닛도 앞에다가 설치하지 않고 양옆에다 설치를 했는데 우퍼도 마찬가지로 양옆에 설치했다. 그런데 여기에 푸시-푸시라는 독특한 기술을 하나 더 집어넣었다.

푸시-푸시라는 기술은 양쪽에 있는 우퍼를 서로 연결해서 두 개의 우퍼의 움직임을 동기화시켜 놓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소리가 상당히 힘이 좋아지고 과도 특성이 좋아진다.
보통 우리가 흔히 트렌지언트라고도 하는데 과도 특성이라는 것은 뭐냐 하면, 예를 들어 군대에서 행진할 때 드럼 마치라고 해서 작은 북을 두드리는데, 이것을 얼마나 명확하게 잘라서 보여줄 수 있느냐? 이것을 과도 특성이라고 하는데 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동기화이다.
그다음에 얼마나 신호에 대한 절제력과 통제력이 뛰어난가 하는 것을 얘기한다. 그런데 과도 특성이 너무 좋아지게 되면 무슨 문제가 발생하냐면 소리가 아주 차가워지고 메말라진다. 그래서 모든 스피커 설계자와 앰프 설계자가 가장 고민하고 역점을 두는 부분이 과도 특성 부분이다.
재밌는 것은 MBL은 푸시-푸시 방식으로 우퍼를 서로 연결해서 그것을 동기화 시켜서 절대로 남는 소리도 없게 하고 두 개의 스피커가 서로 잘못 어긋나서 사운드가 지저분해지는 일도 없게 만들도록 철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지금까지 MBL Radialstrahler 116F 스피커의 설명을 마치고 2부에 계속해서 리뷰를 이어가도록 하겠다.
박성수
※ 본 리뷰는 유튜브 영상리뷰를 텍스트 버전으로 재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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