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S는 Ring DAC이라는 독자적인 디지털-아날로그 컨버팅 설계로 디지털 소스기기 부문에서 일가를 이룬 영국 제작사다. 또한 플레이어, DAC, 업샘플러, 클럭, 이런 식으로 디지털 음원 재생에 관련된 모든 것을 철저히 독립시켜 극한의 성능을 뽑아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금은 APEX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된 이들의 플래그십 비발디(Vivaldi)나 차상위 로시니(Rossini)가 바로 그러하다.


이러한 dCS가 헤드폰 앰프 쪽에도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2018년에 나온 바르톡(Bartok)부터다. 기본적으로는 룬을 지원하는 네트워크 스트리밍 DAC이지만 헤드폰 앰프와 2개의 헤드폰 잭을 내장해 dCS 사운드를 헤드폰으로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2채널 시스템에 집중했던 dCS가 처음으로 커스텀 디자인한 헤드폰 앰프를 내장했다”는 것이 당시 내한했던 dCS 임원의 이야기다.
헤드파이에 대한 dCS의 관심은 결국 이번 시청기인 LINA System으로 이어졌다. 네트워크 DAC, 클럭, 헤드폰 앰프, 이렇게 3피스로 이뤄진 헤드파이 시스템이다. 3개 컴포넌트 모델명도 직관적이어서 LINA Network DAC, LINA Master Clock, LINA Headphone Amplifier다. LINA System은 지난 8월 유럽 최고 권위의 유럽영상음향협회(EISA)가 주관하는 ‘2023 EISA 어워드’에서 하이엔드 헤드폰 솔루션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최근에는 LINA 네트워크 DAC의 디지털 프로세싱 플랫폼을 LINA 2.0으로 업데이트, 디지털 필터라든가 업샘플링 주파수 등을 대폭 업그레이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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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파이클럽 시청실에서 처음 실물을 접한 LINA System은 똑같은 하프 사이즈(폭 220mm, 높이 121.5mm, 안길이 339mm)의 기기들이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물론 옆으로 놓아도 되고, 개별 구매도 가능하다. LINA 네트워크 DAC만 구입해서 일단 라인 출력의 디지털 소스기기로 활용하다가 추후 LINA 마스터클럭을 추가해 음질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아니면 LINA 헤드폰 앰프만 단독으로 구매해 처음부터 본격 헤드파이를 시작할 수도 있다.
Network DAC
LINA 네트워크 DAC은 룬(RAAT)과 UPnP/DLNA, 에어플레이2 프로토콜을 지원하고 USB를 비롯한 각종 디지털 유선 입력이 가능한 네트워크 스트리밍 DAC으로 dCS Mosaic 앱이 마련됐다. 네트워크 플랫폼은 오스트리아 스트림 언리미티드(Stream Unlimited)의 S800, DAC는 dCS가 자체 개발한 Ring DAC이 투입됐다. Ring DAC에 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외관부터 본다. LINA 네트워크 DAC은 LINA 시스템의 3개 기기 중 유일하게 터치 디스플레이와 터치 버튼이 전면에 마련됐다. 디스플레이에는 입력소스, 필터 및 클럭 상태, 음원 스펙, 재생 곡명, 재생 시간, 아티스트 이름, 세팅 아이콘 등이 뜬다. 그 아래쪽에는 4개의 LED와 함께 터치 버튼이 마련됐다. 패널 앞쪽 하단에는 파워 버튼이 마련됐다.

후면 인터페이스를 보면 오른쪽에 디지털 입력단자, 왼쪽에 아날로그 출력 단자가 있다. 디지털 입력은 동축 2(RCA, BNC), USB-A, USB-B, RJ45, AES/EBU 2, 광 단자가 있고, 외부 워드클럭을 받기 위한 2개(44.1kHz 계열, 48kHz 계열)의 BNC 단자도 마련됐다. 아날로그 출력은 RCA 1조, XLR 1조 구성.
짐작한 대로 디지털 입력단자에 따라 처리할 수 있는 음원 스펙이 다르다. AES/EBU는 PCM은 192kHz, DSD는 DoP 포맷으로 DSD64까지 컨버팅하지만 듀얼 AES/EBU가 되면 PCM은 384kHz, DSD는 DoP 포맷으로 DSD128까지 된다. 듀얼 AES/EBU를 통해 비발디, 로시니 트랜스포트로부터 DSD 데이터를 가져올 수도 있다.
동축은 PCM은 192kHz, DSD는 DoP 포맷으로 DSD64, 광은 PCM 96kHz까지 받아들인다. USB-B는 PCM은 384kHz, DSD는 DoP 포맷으로 DSD128까지 된다. USB-A는 최대 32GB 스토리지 재생용으로 PCM은 24비트/384kHz, DSD는 DSD128까지 재생할 수 있다.
네트워크 인터페이스를 보면 LINA 네트워크 DAC은 dCS Mosaic 앱을 통해 스포티파이, 타이달, 코부즈, 디저 같은 각종 스트리밍 서비스와 인터넷 라디오를 즐길 수 있다. UPnP/DLNA 프로토콜도 지원하기 때문에 범용 UPnP 앱으로 자신이 가입한 스트리밍 서비스나 NAS 음원을 이용할 수 있다. 애플 유저라면 에어플레이2 프로토콜을 이용하면 된다.

이 밖에 LINA 네트워크 DAC은 룬 레디(Roon Ready) 인증을 받았고, 또한 스포티파이 커넥트를 지원해서 스포티파이 앱을 다이렉트로 이용할 수 있다. PCM과 DSD 필터도 다양하게 마련됐다. PCM이 6개, DSD가 5개다. 최근 LINA 2.0 플랫폼 업데이트로 그 가짓수가 더 늘어났다.
PCM F1 필터는 주파수 도메인에서 고역대 롤오프를 가파르게 진행시켜 디지털 음원 샘플링 작업 시 끼어든 나이퀴스트 주파수 노이즈(Nyquist image)를 최소화시킨다. 예를 들어 가청 영역대 상한인 20kHz를 디지털 음원으로 만들기 위해 동원되는 나이퀴스트 주파수는 44.1kHz인데, 이의 절반인 22.05kHz 이후 주파수를 노이즈로 보고 이를 최대한 없앤다(롤오프 = 로우패스)는 얘기다.
하지만 세상은 역시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는 법. PCM F1 필터는 임펄스 특성을 알 수 있는 시간 도메인에서 임펄스 앞뒤로 원음에는 없던 링잉(ringing)이 많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 주파수 도메인에서 디지털 로우패스 필터링 작업을 너무 많이 한 탓이다. 롤오프(주파수 도메인)와 프리/포스트 링잉(시간 도메인)은 일종의 제로섬 게임이다.
PCM F2 필터는 F1에 비해 나이퀴스트 주파수 노이즈 제거는 조금 양보했지만, 프리/포스트 링잉은 대폭 줄였다. dCS에서는 오케스트라 음악 재생에 추천하고 있다. PCM F3은 F2 필터보다 프리/포스트 링잉을 더욱 줄인 필터로 그 성향상 음이 재빨리 치고 빠져나가야 하는 록 뮤직에 최적이다.

PCM F4 필터는 나이퀴스트 주파수 노이즈는 많이 줄이지 못하지만 임펄스 특성은 지금까지 언급한 4개 필터 중 최고다. PCM F5 필터는 176.4kHz, 192kHz, 352.8kHz, 384kHz 음원 재생 시 링잉 현상을 박멸시킨다. PCM F6 필터는 일종의 비대칭(asymmetrical) 필터인데 176.4kHz, 192kHz, 352.8kHz, 384kHz 음원을 대상으로 프리 링잉만 없앤다.
DSD F1은 DSD 재생 시 디폴트 필터로 -3dB 범위에서 플랫하게 재생되는 밴드위쓰(bandwidth)가 가장 넓은 대신 이 범위를 넘어선 주파수 대역에서는 노이즈(아웃 오브 밴드 노이즈)가 가장 높다. DSD F2는 이 노이즈를 줄인 대신 밴드위쓰도 양보했고, DSD F3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아웃 오브 밴드 노이즈도 줄이고 밴드위쓰도 좁혔다.
DSD F4는 dCS에 따르면 문제 발생 시에만 사용하는 필터로 아웃 오브 밴드 노이즈를 줄이고 밴드위쓰도 25kHz로 제한한다. DSD F5는 고주파 대역을 완만히 롤오프 시키고 아웃 오브 밴드 노이즈도 대부분 제거한 필터다. 이 밖에 PCM 음원의 경우 업샘플링 모드를 DXD, DSD, DSD x2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DXD 모드는 말 그대로 입력 PCM 신호를 352.8kHz(44.1kHz 계열), 384kHz(48kHz 계열)라는 DXD 주파수로 업샘플링한다.
DSD 모드는 DXD가 44.1/48kHz 음원을 최대 8배 업샘플링하는 것과 달리 최대 64배 업샘플링한다. 즉, 44.1kHz 계열 PCM 신호는 2.8224MHz, 48kHz 계열 PCM 신호는 3.072MHz로 업샘플링한다. DSD x2 모드는 128배 업샘플링 모드. 44.1kHz 계열 PCM 신호는 5.6448MHz, 48kHz 계열 PCM 신호는 6.144Hz로 업샘플링한다.
Master Clock
LINA System이 돋보이는 것은 dCS 제품답게 별도 클럭 제네레이터를 마련했다는 것. 이 클럭을 연결할 경우 모델명 그대로 LINA Master Clock이 전체 시스템의 마스터 클럭으로 작동하게 된다. 하지만 출력 클럭은 44.1kHz 계열과 48kHz 계열을 위한 워드 클럭(Word Clock)이며, 2개의 BNC 단자를 통해 각각 슬레이브 기기인 LINA 네트워크 DAC으로 전송된다.


외관을 보면 전면에는 조그만 LED, 패널 앞쪽 하단에는 파워 버튼이 마련됐다. 짧게 누르면 슬립 모드인데 이 경우 LED는 불빛이 약해진다. 후면은 전원 인렛과 스위치, 클럭 출력을 위한 2개(44.1kHz, 48kHz)의 BNC 단자, 그리고 LINA 시스템 기기들과 연결을 위한 일종의 전원 트리거 단자(Power Link)가 2개 마련됐다.
정밀도 +/-1ppm(100만 분의 1)의 44.1kHz, 48kHz 클럭을 생성하는 주인공은 2개의 크리스털 오실레이터(XO). 금속 케이스 안에 수정 발진자(crystal resonator)와 앰프 회로(amplifier circuit), 그리고 일종의 피드백 회로를 구성하는 트랜지스터 오실레이터(oscillator)가 들어간 패키지다. 수정 발진자 스펙은 공개되지 않았다.
Headphone Amplifier

LINA 헤드폰 앰프는 누가 봐도 헤드폰 앰프다. 전면에 무려 4개의 헤드폰 잭과 큼지막한 볼륨 노브가 있기 때문이다. 헤드폰 잭은 맨 왼쪽부터 6.35mm 잭, 4핀 밸런스 XLR 잭, 3핀 밸런스 XLR 잭 2개(왼쪽 채널, 오른쪽 채널) 순. 전면 패널 하단 중앙에 전원 및 입력 선택 버튼이 있고, 오른쪽에 게인 선택 스위치(Low gain, High gain)가 있다.

후면은 왼쪽에 RCA 입력단자 1조(입력 임피던스 48k옴), XLR 입력단자 1조(입력 임피던스 24k옴)가 있고, 그 옆에 버퍼단이 마련된 XLR 입력단자가 1조(입력 임피던스 96k옴) 있다. 버퍼 옵션은 헤드폰 앰프의 게인을 확보하는 전압 증폭단을 추가한 것으로 똑같은 헤드폰을 좀 더 쉽게 드라이빙 하고 싶은 경우 사용하면 된다.
버퍼 XLR 입력 단자 이용 시 전면 하단 입력 버튼을 눌러 LED를 자홍색(Magenta)으로 바꿔야 한다. 버퍼단을 바이패스하는 일반 XLR 입력 시에는 LED가 흰색(White), 일반 RCA 입력 시에는 파란색(Blue)으로 바꾸면 된다.
dCS에 따르면 LINA 헤드폰 앰프는 8옴부터 600옴 헤드폰까지 드라이빙 할 수 있으며 출력 임피던스는 0.090옴 이하, 주파수응답특성은 -3dB 기준 1Hz~100kHz를 보인다. 출력단은 채널당 4개의 바이폴라 트랜지스터가 2개씩 푸시풀 구동하며, 볼륨단은 알프스(ALPS) 포텐셔미터를 쓴다. THD+N은 0.005% 미만, 채널 분리도는 100dB 이상, SN비는 가청 영역대에서 110dB에 달한다.
dCS Ring DAC에 대하여
이제 dCS의 트레이드 마크인 Ring DAC에 대해 살펴보자. 결론부터 말해서 Ring DAC은 기존 R2R 래더 멀티비트 DAC과 델타 시그마 싱글비트 DAC의 단점을 없애기 위해 개발됐다. 각 저항의 가중치를 없애 ‘컨버팅 에러’라는 멀티비트 DAC의 단점을 없애고, 1비트 대신 5비트 코드를 통해 ‘고주파 노이즈’라는 싱글비트 DAC의 단점을 없앤 것이다.

하나하나 따져보자. 먼저 R2R 멀티비트 DAC은 저항 R(예를 들어 100옴 저항)과 2R(예를 들어 200옴 저항)을 조합해(24비트 설계 시 R 23개, 2R 25개) 아날로그 전압 값을 얻는다. 전제는 2R은 R보다 그 저항값이 정확히 2배여야 하고, R이든 2R이든 모두 그 저항 오차가 0이어야 한다는 것. 왜냐하면 24비트 R2R DAC의 경우 최저 LSB(Least Significant Byte) 값은 최대 MSB(Most Significant Byte) 값의 0.000000119209289550781이어야 정확한 아날로그 전압 값이 출력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R2R 래더 DAC은 이러한 저항의 크고 작은 오차로 인해 그 아날로그 변환 값이 항상 에러(converting error)를 포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dCS의 설명이다.
이에 비해 델타 시그마 싱글비트 DAC은 최종적으로 1비트 비트스트림(bit stream, PDM) 신호에서 아날로그 신호를 뽑아내기 때문에 컨버팅 에러는 있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1비트 PDM 신호는 풀(full. 1)이거나 제로(zero. 0), 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비트 데이터 스트림 신호는 워낙 고주파 신호이기 때문에 이 노이즈를 가청 영역대 밖으로 밀어내야(노이즈 셰이핑) 하는 문제가 있다.
정리하면 멀티비트 DAC은 고주파 노이즈는 없지만 컨버팅 에러가 항상 존재하고, 싱글비트 DAC은 컨버팅 에러는 없지만 고주파 노이즈가 골치거리다.

이 두 DAC 진영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dCS가 1987년에 개발한 것이 Ring DAC인데, 핵심은 이것이다.
- 입력 신호(PCM, DSD)를 5비트 고주파 신호로 바꾼 후,
- 이에 맞춰 채널당 투입된 48개 래치(커런트 소스)를 열고 닫아,
- 각 래치에 연결된 저항에 전류를 흘려보내
- 최종 아날로그 전압 값을 얻는다(V = I x R).
- 그런데 저항마다 가중치를 부여한 멀티비트 DAC과 달리,
- 가중치가 없는 저항 5개 중 임의로 선택한 하나의 저항에만 전류를 흘려보내
- 저항값 오차를 평균적으로 줄인다.
한마디로 멀티비트 DAC은 컨버팅 에러가 계속해서 발생하지만 Ring DAC은 컨버팅 에러를 평균적으로 최소화한 아키텍처로 보면 된다. 그리고 매 컨버팅 때마다 저항 5개 중 하나를 임의로 선택하는 것이 바로 매퍼(mapper)로 dCS가 30년 넘게 축적해온 알고리즘에 의해 최적화돼 있다. 이번 LINA 2.0 업데이트에서도 이 매핑 알고리즘이 개선됐다. 그리고 이 매핑과 5비트 업샘플링을 수행하는 것이 자일링스(Xilinx) Artix-7 FPGA 칩이다.

한편 Ring DAC은 5비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바꾸기 때문에 싱글비트 DAC의 난제였던 고주파 노이즈 처리 문제도 함께 해결했다. 왜냐하면 비트수가 낮아질수록 고주파 노이즈가 많이 끼어들고 이 노이즈를 가청 영역대 바깥으로 밀어내는 노이즈 셰핑도 더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1비트 시스템의 노이즈는 16비트 시스템의 노이즈보다 90dB 높다).
요약컨대, dCS가 5비트 Ring DAC을 선택한 것은 싱글비트 DAC의 고주파 노이즈 문제와 멀티비트 DAC의 저항 오차 문제를 동시에 줄이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시청
dCS LINA System 시청에는 필자의 오디지 LCD-2 Classic 평판 헤드폰을 동원했다(6.35mm 잭). 음원은 룬을 이용해 코부즈와 타이달 스트리밍 음원을 들었다. 디지털 필터는 PCM F1 필터를 사용했고, LINA 네트워크 DAC과 LINA 헤드폰 앰프(언버퍼드)는 XLR 케이블로 연결했다. 시청 중 몇 곡은 LINA 마스터 클럭을 슬리핑시켜 AB 테스트를 해봤다.
아티스트 Sonny Rollins
곡 I’m An Old Cowhand
앨범 Way Out West
헤드파이에서 간만에 느낀 최강의 SN비다. 이렇게 배경이 적막할 수가 있나 싶다. 게다가 뒤통수 부근에서 펼쳐진 헤드스테이지가 생각 이상으로 넓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음과 무대를 만나니 평상시에는 있는지도 몰랐던 연주자의 추임새 소리까지 생생하게 들린다. 드럼의 하이햇과 심벌, 색소폰, 베이스, 각 악기들의 해상력도 대단하고 특히 베이스 솔로 대목에서는 기분 좋은 둔중한 저음이 슥슥 나온다. 네트워크 플랫폼과 Ring DAC, 외장 클럭, 바이폴라 헤드폰 앰프가 각자 제 몫을 한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LINA 마스터클럭을 슬리핑시킨 상태에서 들어봤다. 헤드스테이지가 갑갑한 느낌이 들 정도로 좁하지고 색소폰의 입자가 약간 거칠어진다. 이것이 지금 큰 차이인가 싶어 다시 LINA 마스터클럭을 작동시키며 확실히 드럼 사운드가 깨끗하고 색소폰의 윤곽선이 선명해진다. 무엇보다 상쾌한 기분이 들 정도로 헤드스테이지의 개방감이 늘어난다. 디지털 오디오에서 클럭은 스테이지까지 바꿀 수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아티스트 Katie Melua
곡 Wonderful Life
앨범 Wonderful Life
먼저 LINA 마스터클럭을 끈 상태에서 들어봤다. 일단 잔향감이 장난 아니다. 녹음 공간에서 울려 퍼지는 미세한 떨림음을 끝까지 들려준다. 이는 스피커로 들었을 때는 도저히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확실히 Ring DAC은 기존 ESS 칩 등을 사용한 델타 시그마 싱글비트 DAC보다는 R2R 래더 멀티비트 DAC에 가까운 질감이다. 그러면서도 멀티비트 DAC보다는 예리한 구석이 있다. 전체적으로 음의 탄력감과 온도감, 해상력이 돋보인다.
LINA 마스터클럭을 투입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기타 이미지가 또렷해지고 저음도 더 많이 부각된다. 무대 앞이 보다 투명해진 것도 큰 변화. 클럭 투입 후 음의 촉감이 보다 고급스럽고 입자가 아주 고와졌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이 둘의 조합을 필자의 시스템(패스 XP-12, 일렉트로콤파니엣 AW250R, B&W 801 D4)에 디지털 소스기기로 투입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전용 헤드폰앰프로서 LINA 헤드폰앰프는 견고한 헤드스테이지와 묵직해진 음의 밀도가 특징이다.
지휘 Philippe Herreweghe
앙상블 Collegium Vocale
곡 Cum Sancto Spiritu
앨범 Bach Mass in B minor
LINA 마스터클럭을 투입한 완전체 상태에서 먼저 들어봤다. 처음부터 오디지 평판 헤드폰의 진동판이 사라지고 머리둘레에 그냥 합창단과 오케스트라의 무대가 펼쳐진다. 음의 이탈감과 전체적인 SN비가 상당하다. 기본적으로 음수가 많은 네트워크 DAC이자 헤드폰 앰프로, 고정밀 워드클럭 입력의 이득은 분명해 보인다. 남녀 합창단원들의 목소리가 평상시보다 개운하고 현악기와 목관악기 소리도 더 잘 들린다.
LINA 마스터클럭을 슬리핑시키면 음이 갑자기 둔해지고 굼떠지며 입자까지 거칠어진다. 처음부터 안 들어봤으면 모를까, 한번 LINA 마스터클럭 효과를 체험하면 쉽게 빼지는 못할 것 같다. 무대 자체가 정리 정돈이 안돼 어수선한 느낌마저 준다. 다시 LINA 마스터클럭을 투입하면 무대가 환해지고 색채감이 늘어난다. 마치 피톤치드 향 가득한 숲속에 들어간 것 같다. 음의 입자도 고와졌다.
아티스트 Olafur Arnalds, Alice Sara Ott
곡 Nocturne in C Minor
앨범 The Chopin Project
외장 클럭을 포함한 완전체 상태에서 먼저 들어보면 칠흑처럼 펼쳐진 무대 배경이 압권이다. 지금 오버이어 평판 헤드폰이 귀를 완전히 덮고 있는데도 이렇게 무대가 적막할 수 있나 싶다. 덕분에 이 곡에 함께 녹음된 각종 노이즈와 활과 현의 접촉 음이 모조리 포착된다. 무엇보다 바이올린 독주가 시작될 때의 몰입감이 장난이 니다. 진성과 가성을 오가는 듯한 바이올린 연주에는 그야말로 숨이 넘어갈 것만 같다.
LINA 마스터클럭을 빼버리면 포커싱이 어긋나고 무대 앞에는 막이 낀 듯하다. 다시 클럭을 투입하면 피아노 도입부부터 윤곽선이 또렷한 것이 남다르다. 그러고 보니 외장 마스터 클럭이 없었을 때에는 피아노 건반의 타건도 약했던 것 같다. 선명하고 깨끗하고 투명하고. 웰메이드 외장 클럭의 효과다. LINA 네트워크 DAC에만 집중해 보면 심심할 정도로 플랫한 DAC이라기보다는 약간의 달콤한 향이 가미된 느낌이 있다.
총평
dCS의 Ring DAC 아키텍처와 마스터 클럭은 비발디와 로시니 시스템을 통해 여러 번 접해봤지만 헤드파이를 통해서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필자의 고막에 근접한 평판 헤드폰으로 들으니 Ring DAC이 얼마나 조용하고 원음 재생능력이 뛰어난 DAC인지 새삼 확인이 가능했다. 무엇보다 매핑 알고리즘과 업샘플링 모드 같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계속해서 음질을 우상향시킬 수 있는 점이 디지털 소스기기로서 큰 장점이다.
LINA 헤드폰 앰프도 본격파 헤드파이를 겨냥한 dCS의 야심작이라 할 만하다. 필자가 4년 넘게 쓰고 있는 오디지 평판 헤드폰을 처음부터 바싹 정신 차리게 만들었다. 진동판에서 나오는 물리적인 주파수가 아니라 그냥 머리 위에서 펼쳐진 음과 무대였다. 헤드폰 앰프로서 무엇보다 중요한 SN비는 물론 출력, 출력 임피던스, 채널 분리도 등이 일정 수준을 넘어선 덕분이다.
개인적으로는 한정된 예산을 감안할 때 LINA 네트워크 DAC을 먼저 선택해 dCS Ring DAC과 여러 디지털 필터링의 세계에 푹 빠져들고 싶다. 이 제품이 필자의 거치형 스테레오 시스템에서는 또 어떤 존재감을 보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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