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디지털 소스기기를 주력으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필자의 전공과 기술 기반이 디지털 프로세싱 기술을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디지털을 선호하고 있지만, 때때로 필자가 경험하는 아날로그 사운드는 디지털이 가지지 못한 매력이 있는 것 같아 선망의 대상이 되곤 했다. 특히 작정하고 감상한 것이 아닌, 우연찮게 훌륭한 아날로그 사운드를 접하게 될수록 그 여운은 오래 남는 듯했다. 디지털이 가지지 못한 오디오적인 쾌감이나 매끄러운 질감 표현 등등, 몇 가지로 한정하여 언급하기엔 상당히 많은 장점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평소 디지털만 줄곧 즐겼던 필자에게 아날로그 사운드는 때때로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오곤 했다. 필자도 분명 언젠가는 아날로그를 도전할 날이 오겠지만, 아직까지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그날이 오기 전까지 아날로그 사운드에 대한 필자의 동경은 한동안 계속될 듯싶다.
이런 아날로그에 대한 환상은 필자로 하여금 때때로 엉뚱한 생각에 잠기게 하곤 했는데, 근사한 아날로그 사운드를 들려주는 회사가 디지털 소스기기를 만들면 어떤 소리가 날까?라는 생각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동작 방식이 엄연히 다른 제품이기 때문에 상당히 뜬금없는 발상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임은 필자도 잘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시야를 넓혀서 생각을 전환해 보기로 했다.
턴테이블을 넘어서 완성도 높은 아날로그 프리/파워앰프나 포노앰프를 제조하는 능력이 있는 회사라면, 분명 디지털 소스기기도 잘 만들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가질만한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된다. 디지털 소스기기에서 DAC의 변환 방식이나 칩셋을 어떤 것을 사용했는지가 중요하긴 하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가는 기기일수록 DAC 칩셋 이후의 아날로그 회로단의 성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날로그 회로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이 디지털 소스기기를 만들 때에서도 전체적인 제품의 완성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므로, 필자가 하는 상상이 엉뚱하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생각되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오늘 리뷰의 주인공인 Nyquist Mk II DAC는 필자의 궁금증을 정확하게 해소시켜 주는 제품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 턴테이블을 주력으로 하고 아날로그 프리-파워 제품 라인업을 갖춘 브링크만 오디오(Brinkmann Audio)가 야심차게 발매한 디지털 소스기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번 리뷰를 통해서, 턴테이블과 아날로그 전문 회사 독일의 브링크만이 들려주는 디지털 소스기기의 특징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지금부터 차근차근 소개해 드려 보도록 하겠다.
외관 및 내부 적용 기술 살펴보기


Nyquist Mk II의 외관은 동사의 프리앰프인 Marconi Mk II, 파워앰프인 Mono와 패밀리룩을 이루고 있다. 전면 중앙에는 조그만 디스플레이가 위치하며 파란색 백라이트와 흰색 글씨로 빛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에 표시되는 항목은 현재 재생 중인 형식과 샘플링레이트, 디지털 입력 종류 선택, 게인, 헤드폰 볼륨, 위상 정보를 표시하게 된다.

재생 지원하는 형식으로는 PCM과 DSD를 모두 지원하며, MQA 방식도 디코딩을 지원하는 최신 제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원하는 샘플링레이트로는 PCM과 MQA의 경우 44Khz에서부터 384Khz까지 지원하며, DSD의 경우 1x(DSD64)에서부터 4x(DSD256)까지 USB 단자에서 지원하고 있다. 전면 좌측의 게인 조절 노브를 통해 다양한 디지털 입력 신호에 대해 게인 값을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게인 조절 레벨은 0dB에서 10dB까지 게인 증폭이 가능하다. 위상 조절은 좌측에 위치한 Phase 버튼으로 설정이 가능하며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0에 놓고 사용하면 된다. (0 과 180도 설정 가능)

헤드폰 단자의 경우 헤드폰을 연결하게 되면 Gain 노브가 헤드폰의 볼륨을 설정할 수 있도록 변경되는데, 볼륨 조절 레벨은 0에서부터 99까지 조절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오른쪽의 Input 노브를 통해 디지털 입력단자 간 입력신호를 선택할 수 있으며, AES/EBU와 Coax, USB, Toslink, 유선랜(Ethernet) 중 하나를 선택 가능하다.

제품의 상판은 내부 구조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투명한 유리로는 마감되어 있어 제품 내부에 대한 브링크만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내부 회로 기판은 빨간색으로 되어 있어서 검은색 섀시와의 대비가 눈에 띄며, 중앙부의 디지털 입력 모듈을 중심으로 정확히 대칭형으로 설계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좌/우 측에 아날로그 회로부가 존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각종 부품들이 가지런하게 자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중앙 디지털 모듈 내에 존재하는 메인 DAC 칩셋으로는 ESS9018s Sabre DAC 칩셋이 2개 사용되었으며, MQA 디코딩을 위한 추가 신호처리 프로세서가 존재하여 업샘플링 처리되어 디지털-아날로그 변환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DAC 주변에는 고정밀 클럭이 인접하여 배치되어 지터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했으며, 중앙부의 디지털 입력 모듈은 모듈식으로 교체가 가능하기 때문에, 최신 포맷이 등장하거나 최신 칩셋이 등장할 때 디지털 입력 모듈만 교체하면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도 추후 기술 변화에 대해 상당히 편리하게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현명한 설계 방식이라고 생각된다.

디지털 입력 모듈 좌/우에 존재하는 아날로그 회로부는 제품 상판의 좌/우에 2개씩 방열판 사이에 존재하는 진공관을 통해 출력 스테이지의 아날로그 게인을 조절할 수 있도록 회로가 설계되어 있다. 사용된 진공관은 텔레풍켄사의 PCF803 진공관으로 60년대에 컬러 TV를 위해 개발된 진공관으로 유명한 제품이다. 진공관의 수명은 컬러 TV에 사용될 경우 최소 10년의 동작을 보증한다고 하는데, 이는 컬러 TV에서 사용할 때의 수명이고, Nyquist Mk II DAC에서 사용하는 아날로그 게인 조절 용도로는 TV에 사용할 때 대비 진공관에 훨씬 더 약한 부하로 작용하여 훨씬 더 긴 수명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60년대에 제조된 신품 진공관을 브링크만에서는 많은 물량을 선별하여 확보하고 있으며, 제품에 적용할 때 페어로 선별되어 매칭된 진공관을 사용하게 된다. 따라서 진공관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브링크만에 연락하여 매칭된 진공관으로 교체하는 것이 중요하며, 동일한 진공관이 있다고 해서 임의로 함부로 교환하면 재생음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다고 제품 매뉴얼에 경고하고 있다.

이어서 후면을 살펴보도록 한다. 전면과 상판에서 살펴보았듯이 출력 단자도 중앙 모듈을 중심으로 정확하게 대칭형으로 존재한다. 디지털 입력 모듈의 경우 하판에 위치한 2개의 나사를 제거하고 손잡이를 당기면 제거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유선랜(Ethernet)-광입력(Toslink)-USB-Coax(RCA타입)-AES/EBU(XLR)타입의 연결 단자를 각각 1개씩 입력받을 수 있다.

디지털 입력 포트 중에서 유선랜(Ethernet) 포트의 경우 다양한 기술을 지원하는데, Roon과 UPnP에 대응하여 상당히 다양한 방식으로 제품을 활용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Roon Ready 인증을 마친 제품이기 때문에, Roon 앱을 띄워서 출력 장치로 Nyquist Mk2 DAC를 지정하면 재생이 가능하며, Roon이나 UPnP 앱 내에서 지원하는 Tidal 메뉴를 통해 Tidal 스트리밍이 가능했다. 그 밖에도 Qobuz나 Deezer, vTuner, Audirvana와 같은 다양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즐길 수 있으며, UPnP 방식을 지원하기 때문에 MConnect HD나 MControl과 같은 범용 UPnP 앱으로 NAS에 저장되어 있는 파일을 재생할 수 있다.

아날로그 출력은 언밸런스(RCA)와 밸런스(XLR) 타입 모두 대응하고 있으며, 외장 전원부로부터 DC 전원을 입력받아 동작할 수 있도록 전용 7핀 단자를 통해 DC 전원을 입력받을 수 있도록 되어있다. 외장 전원부는 네모난 디자인으로 기기 사이즈 대비 아담한 크기를 하고 있었으며, 3.2Kg의 무게로 전원부에도 신경을 썼음을 알 수 있었다.
제품 동작시의 방열판의 온도는 미지근하여 발열에 대해 잘 대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제품의 나머지 스펙을 살펴보면, 밸런스(XLR) 단자 기준으로 출력 임피던스는 10옴, SNR은 100dBA 이상, 왜율은 0.01% 이하의 특성을 갖는다. 무게는 12Kg으로 묵직하며, 제품 구입 시에 기본으로 제공되는 화강암 베이스(받침대)의 무게도 본체와 동일하게 12Kg으로 묵직한 무게를 갖는다.
이상으로 제품 설명을 마치도록 하고, 지금부터는 Nyquist Mk II DAC를 들어보면서, 본 기의 재생음 특성에 대해서 설명드려보도록 하겠다.
제품 들어보기

리뷰를 위한 시청은 하이파이클럽 제 1 시청실에서 이루어졌다. 시청에 동원된 시스템으로는 CH Precision의 I1 인티앰프를 동원하였으며, 스피커로는 피에가의 Coax 611을 사용하였다. 기본적으로 네트워크 플레이 방식으로 재생을 진행하였으며, 유선 이더넷 케이블을 Nyquist Mk II DAC를 연결하고 Roon을 통하여 Tidal 스트리밍 방식으로 선곡하여 제품 시청을 진행하였다.
브링크만 Nyquist Mk II DAC를 들어본 소감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상당히 예쁘장한 소리를 내주는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디지털 소스기기이지만, 아날로그 전문 회사답게 자극적이지 않고 깔끔하고 세련된 성향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특히 고역이 부드럽게 순화되어 표현되면서 중역대의 울림 표현이 매우 유연하고 부드럽게 울려 퍼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피아노 소리와 같은 악기 소리는 매우 감미롭고 울림이 영롱하게 표현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저역은 양감이 많지는 않아서 어떤 면에서는 조금 허전하다고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자세히 계속 들어보면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우수하며 정교한 저역의 해상력을 느낄 수 있어서 매력적인 소리로 여겨졌다. 이런 재생음 특성으로 인해 디지털 소스기기이지만 마치 LP를 통해 음악을 듣는 듯한 느낌을 받았으며, 자연스럽고 부드러우면서 유연한 표현력이 일품인 기기라고 생각되었다.
디지털 소스기기 특유의 과도하게 탄탄하거나 자극적인 느낌은 일체 느껴지지 않았으며, 여유롭고 부드러운 표현이 일품인 제품으로 음에 여유가 느껴지며 낭만이 있는 재생음을 들을 수 있어서 감상하는 내내 즐거운 마음이 들었다.

또한 전면에 위치한 게인 조절 스위치로 다이나믹스 특성을 조절할 수 있어서, 다양한 장르를 감상할 때 재밌는 포인트가 되었다. 필자의 경우 시청할 때 +3dB까지는 곡에 따라서 올려주는 경우 좀 더 선명하고 힘 있는 표현력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게인을 주게 되면 녹음 레벨이 높은 곡의 경우 특정 피크 구간에서 포화되거나 음이 깨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게인 조절을 낮추는 방식으로 이용할 것을 권장 드리며, 일반적인 상황에서 대부분 0dB에 놓고 감상하였음을 밝혀둔다.
그럼 지금부터는 어떤 곡을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구체적인 감상 사례를 통해서 Nyquist Mk II DAC의 재생음 특성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드려 보도록 하겠다.
아티스트 김현수
곡 슈베르트: Nacht Und Träume (밤과 꿈)
앨범 Sogno
첫 번째로 들어본 곡으로는 포르테 디 콰트로에서 활동 중인 김현수 테너의 첫 솔로 앨범(Sogno)에서 2번 트랙 슈베르트, 밤과 꿈을 들어보았다. 피아노 연주의 울림이 매우 풍부하면서도 아름답게 묘사된다.
마치 아날로그 사운드에서 느낄 법한 부드럽고 매끄러운 느낌이 들며, 김현수 테너의 목소리도 풍부한 울림음을 머금고 시청 위치로 아름답게 표현되고 있다. 특히, 이런 아름다운 표현력은 곡이 가진 아늑한 분위기가 더욱 멋지게 묘사되는 것으로 다가왔다. 특히 중역과 고역의 묘사가 상당히 아름답게 표현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며, 유연한 재생음이 장기인 본 기에서의 재생음은 이 곡에서 빛을 발했다. 마치, 추운 겨울날 매서운 바람을 피해 따뜻한 실내로 들어와 아름다운 선율을 감상하면서 위로받는 느낌마저 들기도 했다.
함춘호의 기타는 선명하면서도 또렷한 이미징 특성을 들려주었고 피아노와 잘 어우러져 아름다운 선율을 완성해 주었다. 낭만이 있는 재생음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며 첫 곡 감상을 마쳤다.
아티스트 Wynton Marsalis
곡 Feeling Of Jazz, You And Me
앨범 The Magic Hour
장르를 재즈로 바꾸어 감상해 보기로 한다. 두 번째로 감상한 곡으로는 Wynton Marsails의 The Magic Hour 앨범에서 Feeling Of Jazz와 You And Me를 연달아 감상해 보았다.
저역이 많지는 않지만, 섬세하고 정교하게 표현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디지털 음원 소스이지만 자극적인 느낌이 전혀 없으며, 부드러우면서도 예쁜 재즈 선율로 표현되고 있어 매우 인상적이다. 전면에 있는 게인 조절 노브를 0으로 낮추고 들으면, 올려서 들을 때 보다 저역 표현력도 좋아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전반적인 재생음은 적당하게 절제된 저역 위에 부드럽고 유연하게 표현되는 중고역이 일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중저역이 살짝 물러나 표현되고 있어 상대적으로 고역이 자극적으로 들릴 수도 있을 법 하지만, 전혀 자극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고역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런 특성은 아날로그 소스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으로도 여겨졌고 이 곡에서도 아날로그 사운드를 들을 때 느꼈던 특징이 잘 드러났다.
하지만 마냥 부드럽기만 한 것은 아니고, 심벌즈 소리가 예리하게 잘 묘사되고 있었으며 중역의 박수소리도 약간은 절제되어 있지만 잘 표현해 주었고 트럼펫의 번쩍이는 느낌도 조금은 순화되어 있지만 잘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런 특징 덕분에 볼륨을 마음껏 올려도 전혀 자극적이지 않았고, 되려 충분한 음량을 확보하며 감상할 수 있어서 전반적으로 좋은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아티스트 Jane Monheit
곡 Tonight You Belong To Me
앨범 Home
마지막 곡으로 여성 보컬 곡을 들어보기로 한다. Jane Monheit의 Home 앨범 중에서 4번 트랙 Tonight You Belong To Me를 들어보았다. 매우 달콤하게 들리는 제인 모나잇의 목소리가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부드럽고 감미롭게 시청실을 가득 메운다.
남자 보컬과 어우러진 제인 모나잇의 보컬은 매우 매혹적인 톤으로 묘사되고 있으며, 유연한 느낌의 재생음은 이곡에서도 장점으로 잘 드러나는 듯하다. 오른쪽에 위치한 기타 연주도 기타 금속 현의 느낌이 순화되어 있지만 매우 예쁘게 묘사되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Nyquist Mk II DAC가 가지고 있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재생음 성향이 곡의 분위기가 맞물려서 더욱 예쁘게 들리는 매력적인 재생음이라고 평하고 싶다. 낭만적인 음에 심취하며 즐거운 기억을 가진 채 시청을 마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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