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본타 데이비스의 충격
여러분들 중에 혹시 복싱을 즐겨 보시는 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나는 아직도 복싱을 본다. 복싱이라고 하면, 80년대까지 큰 이슈를 몰고 다녔는데, 최근에 급속하게 인기를 잃어버려서, 굳이 매니아를 자처하는 분들도 타이슨이나 슈가 레이 레너드 정도에 그치고 있다. 최소한 2000년대 들어와서 어떤 스타가 나왔고, 어떤 기술이 발전했는지 아는 분들은 거의 없다.
최근에 나는 저본타 데이비스(Jervonta Davis)라는 복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흡사 마이크 타이슨이 재림한 듯한데, 경량급 복서치고는 말도 안 되는 주먹과 맷집을 지녔다. 작년에 라이언 가르시아라는 복서를 잡을 때의 모습을 보면, 이제는 복싱도 어마어마한 전략과 기술을 구사하는 스포츠라는 인상이다.
특히, 상대의 움직임과 스타일을 읽고,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빠른 속도를 자세를 잡아서 한방! 마치 만화에나 나오는 기술을 구사하고 있다. 만일 저본타가 이노우에와 한 판 붙는다면, 파퀴아오-메이웨더 이후 최고의 매치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웰터급에 테렌스 크로포드라는 강자가 있는데, 거의 완전무결하다. 특히, 에롤 스펜스 주니어를 요리할 때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오소독스와 사우스 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테크닉에는 정말 할 말이 없다.
시애틀의 충격
작년에 우연히 시애틀에 간 적이 있다. 마침 MLB 스케줄이 맞아서 홈팀 시애틀 매리너스와 원정 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대결을 직관했다. 작년부터 룰이 대폭 개정되어서, 그 장면이 지금도 뇌리에 생생하다. 일단 피치 클락이라고 해서,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때 15초, 있을 때 20초 이내에 공을 던져야 한다. 시간을 어기면 벌로 볼 하나를 카운트하게 된다. 게다가 타이머도 큼직하게 보여서, 공을 던질 때마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경기를 보게 되었다.
사실 야구란 운동은 일단 투수가 공을 던져야 성립이 된다. 그런데 투수가 이런저런 핑계로 시간을 끌면,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는 게임이 된다. 이 부분을 손댄 것이다. 게다가 베이스를 좀 더 크게 해서, 주자가 나가면 도루에 대한 기대 심리도 높아졌다. 전반적으로 경기 자체가 박진감이 넘쳤다. 이게 내가 여태껏 봤던 야구가 맞아 싶었다.
또 한국으로 시선을 돌리면, 이제는 AI가 볼과 스트라이크 판정을 하는 ABS가 도입된 실정이다. 설령 마음에 들지 않는 볼 판정이 나와도 타자는 억울함을 호소할 데가 없다. 과거에는 심판에 항의했으나, 지금은 컴퓨터가 대상이다. 뭘 어쩌란 말인가? 한편 이날 본 시애틀의 2번 타자 훌리오 로드리게스는 정말 발군의 타격 실력을 보여줬다. 아니나 다를까? 2022년에 데뷔해서 불과 두 시즌을 뛰었을 뿐인데, 12년간 총 2억 달러가 넘는 계약을 이끌어냈다. 와우~~!
무슨 말을 하고 싶냐면, 이제는 어떤 분야든, 첨단 산업이나 의료 부문만이 아니라, 스포츠나 취미에조차 정말 극단적인 발전이 이뤄진 상태다. 그러므로 아무리 작은 디테일이라고 해도 그게 갖는 가치나 기술이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오디오에서 케이블이란?
과거 케이블의 효과나 결과물에 대해 말이 좀 많았던 것 같다. 사실 케이블 무용론에 대해 말씀하는 분들을 보면, 지나치게 방어적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절대 뭐는 뭐다, 라는 식의 결론을 미리 내고 논쟁에 참여하는 것 같다. 위의 사례를 굳이 든 이유는, 이제는 대부분의 분야가 극도로 기술이 개발되고 또 전략이나 전술도 세밀하게 발전했기 때문에, 오디오에도 이런 관점으로 한번 바라봤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다.
사실 이제는 아주 작은 변화에도 전체 시스템의 성격이 바뀔 정도로 오디오의 각종 컴포넌트와 액세서리는 진화를 거듭한 상태다. 물론 그것을 파악하려면 어느 정도의 가격대를 생각해야 한다. 저가의 컴포넌트 갖고는 솔직히 별 차이는 없다. 하지만 시스템의 그레이드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그 차이는 현격하다.
최근에 나는 랜 케이블과 분배기로도 스트리밍 오디오의 음질 차이가 극적으로 바뀌는 경험을 했다. 또 그라운드 노이즈를 제거했을 때 얼마나 통일성 있고, 정확한 음이 나오는지 귀로 확인한 바 있다. 디지털 시스템 전체를 보면 아주 작은 부분인데, 결과적으로 놀라운 차이를 이끌어낸 것이다.
그런 면에서 파워 코드라고 하면, 당연히 큰 영향을 끼친다. 이번에 만난 와이어 월드의 플래티넘 일렉트라 7은, 동사의 플래그십 모델인 만큼 단단히 각오하고 만든 제품이다. 여러 면에서 흠잡을 데 없는 성능과 만듦새를 자랑하며, 요즘 시세로 볼 때 가격도 착한 편이다. 특필할 만난 퍼포먼스를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요즘 케이블에 대한 유감
사실 가끔 오디오 쇼나 행사에 가면, 처음 보는 케이블을 보게 되고, 그 가격표에 놀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어떤 경우엔 스피커나 앰프보다 더 비쌌다. 그러니 케이블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는 분들이 나온다고 본다. 전적으로 이분들의 심정에 동감한다.
그런데 와이어 월드로 말하면, 뭐, 이 정도 가격표라면 사봐도 되지. 일단 납득이 된다. 개인적으로 싸고 좋은 케이블을 공급하는 회사로 오디오퀘스트, 텔루륨 Q 등을 꼽고 있는데, 당연히 와이어 월드도 들어가고 있다. 물론 이런 메이커가 저가의 제품들만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하이엔드 플래그십 모델도 있다. 하지만 엔트리 클래스의 실력이 만만치 않아서, 케이블에 많은 예산을 쓰고 싶지 않은 분들에게 어필할 만한 부분이 많다고 보는 것이다.
다행히 이번 모델도 플래그십이지만, 타사의 제품에 비하면 “0” 하나가 빠졌다고나 할까? 일단 안심이 된다. 그래서 더 관심도 간다.
와이어 월드의 미덕
“좋은 케이블이란 무작정 두껍고, 나름대로 목적을 가지고 만든 것 이상이 되어야 한다.”

약간 의역을 했지만, 이런 모토로 케이블을 연구하고 개발한 분이 바로 와이어 월드의 수장 데이빗 솔츠(David Salz) 씨다. 나는 솔츠라는 단어를 보고 좀 의아했다. 우리가 잘 아는 잘츠부르크(Salzburg)의 그 잘츠가 아닌가? 그렇다면 독일계 패밀리에서 나온 분으로, 소금이라는 의미를 가진 성을 쓴다는 말인가?
참고로 오디오에서 소금과 같은 존재가 바로 케이블이다. 또 오디오 시스템에서 케이블은 마치 인체의 혈관과도 같다. 인간의 모든 질병의 원인이 혈관에 있다는 말이 있다. 혈류가 느려지고, 혈관이 헐거워지면, 아무리 근육질을 자랑하는 분도 건강에 이상이 생긴다. 혈관이 튼튼해야 질병에서 해방된다. 즉, 양질의 케이블을 확보해야 시스템 전체의 사운드에 노이즈나 디스토션을 제거할 수 있는 것이다.
테스트에 목숨을 걸어라!
와이어 월드의 특징은, 숱한 리스닝 테스트를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을 케이블 폴리그랩스(cable polygraphs)라고 부른다. 이 말을 해석해 보면, 한 두 개의 그래프 같고 어떤 결론을 내기보다는, 음악을 청취하면서 다양한 요소를 동시에 체크한다는 뜻이리라.
사실 우리가 진지하게 오디오와 대결할 때엔, 정말 많은 요소들이 개입된다. 단순히 저역이 풍부하고, 고역이 부드럽고 ... 뭐 이런 부분만 체크하는 게 아니다. 전체적인 밸런스, 뎁스, 하이트, 질감, 공간감, 심지어 음반에 대한 정보, 악기나 보컬의 테크닉 등 여러 요소가 동시에 감안된다. 또 그렇게 인지할 수 있도록, 오랜 시간 자신도 단련시켜야 한다.
오디오란 것이 청각을 중심으로 한 기기라, 이런 감각적인 부분은 그냥 타고난 것이고, 척 들어보면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절대 그렇지 않다. 모든 감각적인 자극이나 정보는 결국 뇌로 들어오고, 그 판단을 내릴 때 숱한 훈련과 지식과 경험이 개재될 수밖에 없다. 한 마디로 오디오를 듣고 평가하는 데엔 왕도가 없는 것이다. 수도 없이 많은 기기를 섭렵하고, 이것저것 바꿔도 보고, 다양한 음악을 듣고 ... 그런 투자가 어느 정도 이뤄져야 음에 대한 기준이나 취향이 성립되는 것이다.
수많은 저널과 프로의 찬사
와이어 월드는 그리 비싼 제품을 내지 않는다. 그 점이 흥미롭다. 참고로 이 회사는 미국 플로리다의 마이애미 지역에 있다. 정확한 소재지는 데이비(Davie)다, 미국의 많은 회사들과 동떨어진 지역에 있어서 재미있다.
사실 마이애미라고 하면 돈 존슨이 출연한 ⟨마이애미 바이스⟩나 알 파치노가 열연한 ⟨스카페이스⟩가 연상된다. 코카인, 갱, 쿠바 난민, 총기 사건 등 영화 소재면에서 매혹적인 지역인데, 여기서 오디오용 케이블을 만든다? 아무튼 특이하다.
한편 앱솔루트 사운드를 주재하는 로버트 할리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각각의 케이블이 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 정확한 인사이트를 제공한 것이 바로 와이어 월드다.”
또 오디오 서적을 집필한 보비 오신스키는 이렇게 와이어 월드를 찬양했다.
“그간 비싼 케이블에 회의적인 나였는데, 와이어 월드를 듣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자, 그럼 이 회사는 어떤 기술로 무장했기에 이런 찬사를 받았나 궁금하지 않은가?
DNA HELIX
와이어 월드에 따르면, 케이블의 긴 역사에서 중요한 전기가 딱 세 번밖에 없다고 한다. 첫 번째는 1880년. 이때 코액셜 디자인이 나왔다. 중앙에 선을 모아놓고, 그 주변을 인슐레이션 처리하는 방식이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가전용 케이블이 이런 형태를 띠고 있다. 두 번째는 1892년. 이른바 트위스티드 페어(twisted pair)라고 해서, 두 가닥의 심선을 새끼줄을 꼰 것과 같은 구조를 지닌 것이다. 이것은 현재 많은 케이블 업체에서 활용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이제 세 번째는 2013년이다. 바로 이 해에 와이어 월드는 DNA HELIX라는 기술을 발표한 것이다.
도체에 전류가 흐르면 자연스럽게 주변에 자기장이 형성된다. 이것이 음질에 가장 큰 악영향을 끼치는 상황이다. 이것을 에디 커런트라 부른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플랫한 도체 여럿을 동원하는데, 중간에 꼬거나 마는 일이 없다. 그냥 패러렐 방식으로, 가장 다이렉트한 시그널 패스를 형성하게 만드는 것이다. 심지어 아날로그 케이블의 경우, 포지티브와 네거티브 신호를 나눠서 공급하기도 한다. 정확한 포커싱, 빼어난 3D 이미지, 풍부한 다이내믹스 등, 케이블이 가져야 할 미덕이 바로 이런 방식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밖에 어떤 기술이 있나 좀 더 설명해보자.
FLUXFIELD
파워 코드에 적용되는 기술이다. 24개의 인슐레이터 처리된 선을 플랫한 인너 코어 주변에 배치하는 방식이다. 이로써 특정 방향으로 신호가 유도되거나, 잔류 전기의 영향에서 벗어나 음성 신호의 순수성을 최대한 확보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고밀도 쉴드 처리를 두 겹이나 해서, 노이즈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내부 공진도 극력 억제되어, 선이 길어져도 별 영향이 없다고 한다.
SILVER TUBE PLUGS
케이블의 주요 요소 중 하나가 커넥터다. 아무리 선재를 훌륭하게 만들어도, 기기와 연결되는 부분이 부실하면 아무짝에 쓸모가 없다. 순은으로 하면 좋겠지만, 그럴 경우 단자가 물러진다. 좀 쓰다 보면 망가질 우려가 있다. 그래서 와이어 월드는 순동에 은 도금을 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한편 인슐레이터에도 신경을 써서 뒤퐁사에서 만든 델린 소재를 동원하고 있다. 실리콘 루버를 사용해서 단자를 보다 단단하게 지탱하는 것도 특기할 만한 사항이다.
최고의 도체를 활용하라!
아무래도 케이블에서 제일 중요한 도체를 보면, 와이어 월드는 아주 흥미로운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즉, 어떤 소재를 쓸 때 음성 신호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냐, 그 테스트 결과를 공개한 것이다. 놀랍게도 니켈은 25%에 불과하고, 황동은 28%, 로듐은 38%에 그친다. 금으로 오면 65%가 된다. 금이 정말 좋은 소재라고 보지만, 실제로 계측해 보면 이 정도밖에 안된다는 점이 놀랍다.
이제 순동으로 가면 100%에 이르고, OFC(무산소 동선)는 101%, OCC 7N Copper가 103%, 실버가 106%, 최종적으로 OCC 7N Silver가 108%에 달한다. 당연히 동사는 OCC 7N Silver를 플래그십 모델, 이번에 만난 플래티넘 일렉트라 7에 사용하고 있다. 사실 순은과 비교할 때 고작 2% 차이지만, 그게 이처럼 첨예한 케이블 분야에 오면 큰 차이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투수가 평소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던진다고 하자. 부상이나 어떤 후유증이 있어서 2% 감속된 147Km를 던질 때 어떤 결과가 나올까? 의외로 난타를 당하기 일쑤다. 얼마 안 되는 차이지만 실전에서는 그게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무섭다.
당연히 OCC 7N Silver는 만들기가 까다롭다. 특히, 일본의 오노 박사가 제안한 방식으로 만들어져서, 더욱 단가가 올라간다. 참고로 OCC는 “Ohno Continuous Cast”의 약자다. 7N은 순도를 말하는 것으로 정확히는 99.99999%를 뜻한다. 9가 무려 7개라는 점이다.
12 게이지 파워 코드
본 제품은 12 게이지의 두께를 갖고 있다. 이것은 AWG의 표준에 따른 스펙이다. 여기서 AWG는 “American Wire Gauge”의 약자로, 숫자가 내려갈수록 두꺼워진다. 통상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반대다. 파워 코드는 대전류를 흘려보내는 역할을 한다. 그 과정에서 임피던스를 낮춰야만 정확하게 신호가 전달된다. 이것은 쉽게 말해 수도관을 연상하면 된다. 관의 지름이 클수록, 물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은가? 12 게이지 정도라고 하면, 수돗물이 콸콸 쏟아지는 수준이라 보면 된다.
본격적인 시청
아무래도 케이블을 시청하려면, 비교 대상이 있어야 한다. 마침 시청실에 여러 모델이 있어서 총 세 종을 준비했다. 처음에 들은 것은 모 회사에서 나온 일반적인 모델. 꽤 안정적인 성능을 보여줬다. 이어서 두 번째로 들은 것은 같은 와이어 월드에서 나온 일렉트라 7이라는 모델. 이것은 에이징이 잘 되어 있어서 상당히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이제 마지막으로 본 기 플래티넘 일렉트라 7를 들었다. 시청 기기를 보면, MBL 제품으로 통일한 점이 특별하다. 스피커는 126, 인티 앰프로 N51 그리고 소스기는 N31 CD-DAC. 참고로 시청 트랙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1) 모차르트 ⟨교향곡 41번 1악장⟩ 칼 뵘 지휘
2) AC/DC ⟨Back in Black⟩
3)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E Minor 1악장⟩ 막심 벤게로프(바이올린)
4) Diana Krall ⟨Temptation⟩
지휘 Karl Bohm
오케스트라 Wiener Philharmoniker
곡 Symphony No.41 In C Major, K.551 - I. Allegro Vivace
앨범 Mozart: Symphonies No.41 "Jupiter" & No.40
우선 1)부터 보자. 처음 들은 케이블은 별 특징은 없지만, 그냥 무난하다고나 할까? 그래도 일반 막선과 비교하면 상당히 수준이 높다. 만일 케이블에 최소한의 투자만 한다고 하면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이어서 일렉트라 7을 들어보면, 잘 에이징된 케이블의 미덕을 확인할 수 있다. 기본기가 탄탄하고, 악기들의 질감도 잘 표현되고 있다. 이 정도라면 우등생이라 해도 좋다. 공부도 잘하고, 인성도 좋은 친구 말이다. 욕심을 내도 좋을 만한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본 제품을 들어봤다. 확실히 여러 면에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무대가 꽉 차고, 밀도감이 상당하다. LP를 듣듯 저역의 골격이 단단하고 또 확고하다. 그러나 우악스럽지 않다. 전체적으로 럭셔리하고, 달콤하다. 음악을 듣는 즐거움이 있다.
아티스트 AC/DC
곡 Back In Black
앨범 Back In Black
이제 2)로 가보자. 첫 제품의 경우, 악기 위치가 명료하다. 이것은 전적으로 MBL 시스템이 갖는 성격이기도 하다. 단, 약간 거칠고, 특히 저역이 좀 무르다. 임팩트가 좀 강렬했으면 싶다. 고역 끝도 좀 말린 것같아, 시원시원한 맛이 모자란다.
일렉트라 7으로 가면, 좀 더 생생하고, 밸런스가 좋은 음이 나온다. 보컬은 존재감이 더 부각되고, 기타 솔로는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듯하다. 전체적으로 거칠지 않고 매끄럽게 다듬어져서 확실히 기본기가 좋은 제품이라 느끼게 한다.
이제 본 제품으로 오면, 일단 힘이 충만하다. 똑같은 볼륨 레벨인데, 게인이 좀 더 올라간 듯하다. 또 음 하나하나가 꿈틀거리면서 살아 있다. 공격적인 맛이 있으면서도 부담스럽지 않다. 확실히 레벨이 높은 모델이구나 실감하게 된다.
지휘 Kurt Masur
바이올린 Maxim Vengerov
오케스트라 Gewandhaus Orchester Leipzig
곡 Violin Concerto in E minor Op.64 : I Allegro molto appassionato
앨범 Bruch & Mendelssohn : Violin Concertos
3)에선 다음과 같은 특징이 나왔다. 첫 제품은, 바이올린이 약간 가늘다고나 할까? 힘이 모자라는 느낌이다. 공간이 약간 비어있는 듯하다. 그냥 뭉퉁거려서 대충 넘어가는 듯하다. 배경이 어수선한 것도 귀에 거슬린다.
일렉트라 7은, 바이올린에 살집이 붙고, 힘이 살아 있다. 스케일도 더 크다. 전체적으로 따스하면서, 감촉이 풍부하다. 바이올린이 뿜어내는 깊은 슬픔과 멜랑콜리가 잘 드러나고 있다.
이제 본 제품에 오면, 곡에 담긴 비극적인 기운과 애잔한 느낌이 더 강화된다. 바이올린에 힘이 붙어서 제대로 보잉하는 인상이다. 고역으로 한껏 치솟아도 여유가 있다. 전 대역의 밸런스가 잘 잡힌 데다가, 확실히 풍부한 저역이 주는 쾌감이 있다.
아티스트 Diana Krall
곡 Temptation
앨범 The Girl In The Other Room
마지막으로 4)로 가보자. 첫 제품은 포지션 선정이나 보컬의 음색, 저역의 펀치력 등에서 기본은 하고 있다. 약간 힘이 없는 것이 흠이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선방한다고나 할까?
이어서 일렉트라 7으로 가면, 베이스가 탄력이 넘치면서 양감도 적절하다. 또 고역은 달콤하다. 크롤의 음색이 확실히 살아나고 있다. 약간 관능적인 느낌도 기분좋게 다가온다. 아주 예쁜 여성과 달달한 음료를 마시면서 기분좋은 시간을 보내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본 제품을 들어보면, 여러 면에서 확실한 수준 차를 드러낸다. 베이스의 워킹이 명료하고, 킥 드럼의 타격은 제대로 터지고 있다. 보컬도 그냥 목이 아닌 적절한 뱃심이 느껴진다. 고역이 자연스럽게 열려서 개방감 또한 일품이다. 정말 파워 코드 하나로 이런 매직이 연출되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결론
전술했듯, 이제는 모든 분야가 발전이 되고, 세밀한 부분까지 개량이 이뤄진 상태라, 그만큼 소비자측에서도 현명한 구매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이 정도의 가격에 이런 퍼포먼스라면, 하이엔드, 그것도 매우 비싼 시스템에서도 충분히 활약할 것이라고 본다. 가성비를 미덕으로 삼는 와이어 월드인지라, 이런 플래그십 모델을 냈다는 점이 흥미롭지만, 역시 들어보니 수긍이 간다. 럭셔리하면서, 스위트하고 또 품위 있는 음을 원한다면 좋은 선택이 될 것같다.
이 종학(Johnny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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