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들 쿨러에 기대해도 되는 건 딱 하나입니다. 우와. 컴퓨터가 켜졌어. 그 이상은 안 됩니다. 낮은 온도, 낮은 소음, 그리고 높은 성능은 번들 쿨러로 안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구성이 단촐하거든요. 히트파이프까지 넣어 오우 쿨링 좀 하는 놈인가?라는 감탄을 자아내는 번들 쿨러는 AMD의 레이스 맥스와 레이스 프리즘 말고는 없었던 것 같고요. 바닥에 구리심이라도 박으면 그래도 얘는 성의 표시는 했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절대 다수의 번들 쿨러는 투박한 알루미늄 덩어리에 작은 팬 하나 얹어놓은 게 전부입니다. 심지어 인텔 정품 쿨러는 장착과 탈착을 반복하면 핀이 구부러지는 푸쉬 핀 방식을 고수하기까지 하지요. 이런 부실한 쿨러가 CPU 온도를 낮고 조용하게 유지해 줄 거라고 기대하면 양심이나 지능 둘 중에 하나는 없는 겁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번들 쿨러를 쓰는 시스템은 많습니다. 그 이유는 별거 아닙니다. 번들 쿨러는 CPU를 사면 공짜로 생기지만, 그보다 좋은 성능의 쿨러는 돈을 주고 사야 하거든요. 그리고 아직까지는 번들 쿨러도 쓸 만 하다고, 불필요한 지출을 아낀 똑똑한 소비자라고 내심 뿌듯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아직까지는'을 붙인 이유도 별거 아닙니다. 지금이 3월 초라 그렇습니다. 사계절이 뚜렷하지 못한 한국에선 이제 봄이 오는 척 했다가 금새 무더운 여름으로 바뀔테고, 그러면 번들 쿨러가 내뿜는 굉음과 뜨겁게 달아오른 CPU 사이에서 괴로워하게 될 테니까요. 다행인 건 그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 그리 많은 돈이 필요하진 않다는 겁니다. 배송료 포함해서 대충 치킨 한 마리 값이면 마이크로닉스 ICEROCK MA-410을 살 수 있거든요.
제품명 | 마이크로닉스 ICEROCK MA-410 |
형태 | 싱글 타워 쿨러 |
TDP | 220W |
전체 크기 | 120x73x155mm |
무게 | 0.93kg |
보증 | 2년 |
쿨링팬 크기 | 120x120x25mm |
풍량 | 최대 72.94CFM |
풍압 | 2.63mmH2O |
베어링 | 유체 베어링 |
팬 전원 | DC 12V 0.12A |
팬 속도 | 800-1800rpm, +/- 10% |
방열판 크기 | 120x48x158mm |
히트파이프 | 구리 재질, 6mm 4개 |
핀 | 알루미늄, 52개 |
베이스 플레이트 두께 | 16.2mm |
호환 소켓 | 인텔 LGA 1700/115x/1200/20xx AMD AM5/AM4 |
참고 | https://prod.danawa.com/info/?pcode=35953094 |
가격 | 20,900원(2024년 3월 다나와 최저가 기준) |
가성비 쿨러는 싱글팬 싱글타워가 국룰
120mm 구경의 쿨링팬과, 거기에 맞춘 크기의 싱글 타워 방열판으로 구성됐습니다. 싱글 타워 방열판은 다수의 알루미늄 핀으로 구성됐으며, CPU에 직접 닿은 구리 재질의 6mm 히트파이프 4개가 방열판 곳곳에 열을 전달합니다. 가성비 쿨러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검증된 구성이기도 합니다. 쿨링팬과 방열판의 크기를 키우고 갯수를 2개로 늘리면 성능은 당연히 오르겠지만, 그 즘 되면 주변 부품과의 간섭부터 성능 효율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 많고요. 무엇보다 2만 원이라는 가격은 못 맞추겠지요.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정돈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방열판이나 쿨링팬에는 불필요한 장식이 없고요. 다이아몬드 패턴의 커버로 쿨러 위를 덮어 방열판 위로 튀어나온 히트파이프를 가렸습니다. 또 상단 커버와 쿨링팬에 LED를 넣지 않았습니다. RGB LED를 남발해 정신 사납다며 일부러 케이블을 빼놓고 쓰는 분들이라면 오히려 좋아를 외칠 조건입니다.
박스 전면.
박스 뒷면.
쿨러를 보호하는 포장재와 설명서.
설명서에선 부품 구성과 조립 방법을 소개합니다.
쿨링팬, 방열판, 조립용 부품 박스.
쿨링팬입니다.
전면엔 마이크로닉스 로고.
뒷면엔 쿨링팬의 스펙이 표기됐습니다.
크기는 120mm.
두께는 25mm로 지극히 표준적인 크기입니다.
무게는 137g입니다.
4핀 케이블로 전원을 공급 받습니다.
방열판입니다.
다수의 알루미늄 핀으로 구성해 열을 반산하는 면적을 늘렸습니다.
좀 더 가까이에서.
옆에서.
4개의 히트파이프가 방열판 곳곳에 연결됩니다.
4개의 구리 히트파이프가 CPU에 직접 접촉하는 구조입니다.
히트 스프레더와 접촉하는 베이스 부분의 크기. 대략 35x35mm 쯤 되네요.
쿨러 상단을 커버로 덮어 깔끔하게 마무리했습니다.
방열판의 크기는 120mm 구경 쿨링팬에 맞춘 120x158mm
두께는 48mm입니다.
무게는 487g입니다.
조립에 사용하는 부품입니다. 각 플랫폼마다 사용하는 부품을 따로 포장하고, 지원하는 소켓을 붙여 놨기에 구분하기 쉽습니다. 써멀 그리스와 주걱을 함께 넣어 써멀을 곱게 펴 바를 수 있습니다.
메인스트림을 망라하는 소켓 호환성
지원 소켓은 인텔의 현 세대 플랫폼인 LGA 1700부터 구형인 1200과 115x 시리즈, 그리고 하이엔드 데스크탑인 LGA 20xx까지 있습니다. AMD는 AM4와 AM5에서 쓸 수 있는데 이것만으로도 지금 현역으로 쓸 수 있는 플랫폼은 거의 다 지원하는 셈입니다. 장착도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조립하는 방법은 매우 직관적이고, 최신 소켓인 LGA 1700과 AM5, AM4를 조립하는 데 쓰는 부품의 상당수를 공유하기에 부품 갯수가 너무 많아 현기증이 날 일도 없습니다. 주변 부품과의 간섭을 억제한 싱글 타워에 싱글 팬 조합 쿨러답게, 메인보드 전원부에 달린 대형 방열판이나 메모리 슬롯을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메인보드와 연결은 4핀 CPU 케이블 하나로 끝나고요. 써멀을 곱게 펴서 발라 주라고 주걱까지 넣어주는 센스도 잊지 않았습니다.
인텔 LGA 115x/1200/1700 소켓은 백플레이트를 메인보드 뒷면에 달아야 하는데요.
115x/1200 계열과 1700의 나사 홀 간격이 다르기에, 백플레이트의 나사 위치도 조정해 줘야 합니다.
LGA 1700 소켓에 맞춰 나사 위치를 확장하고 백플레이트를 장착했습니다.
그럼 이렇게 나사 구멍이 나오는데요.
여기에 원형 플라스틱 기둥을 꽂아주고.
쿨러 지지대를 4개의 나사로 고정합니다.
쿨러 플레이트의 보호 필름을 떼어내고 CPU에 써멀 그리스를 발라준 후.
2개의 쿨러 고정 나사를 조여줍니다.
2개의 스프링을 써서 쿨링팬을 쿨러 측면에 걸어줍니다.
그리고 4핀 쿨링팬 케이블을 CPU 팬 핀헤더에 꽂으면 조립이 끝납니다.
조립이 끝난 마이크로닉스 ICEROCK MA-410.
메인보드 전원부나 메모리에 달린 방열판과 간섭이 생기지 않습니다.
이제 AM5/AM4 소켓 차례입니다. 메인보드에 기본 장착된 가이드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4개의 플라스틱 기둥을 꽂아줍니다.
그 위에 쿨러 장착 가이드를 고정합니다. LGA 1700 소켓과 같은 부품을 사용하지만, 나사를 고정하는 위치는 다릅니다.
그리고 쿨러를 고정하고 쿨링팬을 장착하면 조립이 끝납니다.
알루미늄 덩어리랑 비교가 안됩니다
마이크로닉스 ICEROCK MA-410는 TDP 220W까지 커버합니다. 하지만 2만 원 짜리 싱글 타워 싱글 팬 쿨러에 그렇게까지 큰 부담을 지울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해서 보다 현실적인 조건인 라이젠 7 8700G에서 테스트했습니다. TDP 65W 안에서 8코어 16스레드의 넉넉한 구성에 고성능 내장 그래픽까지 탑재해, 별도의 그래픽카드를 장착하지 않는 단순한 구성의 시스템 구축에서 각광받는 프로세서입니다. 그 말인즉 CPU 쿨러에도 투자를 하지 않고 번들 쿨러를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소린데요. 라이젠 7 8700G에 번들 제공되는 쿨러는 신형 레이스 스파이어로, 히트파이프나 구리심 없이 알루미늄 방열판과 소형 팬으로만 이루어진 간단한 제품입니다. 이걸로도 라이젠 7 8700G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가능은 합니다. 그런데 쾌적하진 못하네요.
FPU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ICEROCK MA-410는 팬 속도를 극단적으로 낮추지 않는 한, 70도 초반~후반대에 머무르는데 비해 번들 쿨러인 레이스 스파이어는 90도를 넘어갑니다. FPU 스트레스 같은 극단적인 조건이 아니라, 그보다는 좀 널널한 시네벤치를 보더라도 그 차이는 극명한데요. 여기에서도 ICEROCK MA-410는 75도지만 번들 쿨러는 86도로 10도 이상 차이가 납니다. 여기에 소음까지 비교 대상에 넣는다면 ICEROCK MA-410의 압승입니다. 팬 회전 속도가 70% 이상에서는 ICEROCK MA-410도 다소 소음이 들리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선 크게 거슬리지 않는 수준입니다. 뭐 좀 실행하려고 마우스 커서라도 옮기면 둠칫둠칫하며 rpm을 올려대는 번들 쿨러와 비교하면 상대도 되지 않을 정도로 조용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테스트 시스템입니다.
CPU: 라이젠 7 8700G https://gigglehd.com/gg/15564043
MSI MPG X670E CARBON WiFi https://gigglehd.com/gg/14908890
메모리: DDR5-6400 32GB 듀얼채널
파워: MSI MEG Ai1300P PCIE5 80PLUS PLATINUM https://gigglehd.com/gg/13318499
삼성 970 EVO 512GB(운영체제 설치용)
마이크론 MX500 2TB SSD(게임 설치용)
비교를 위해 라이젠 7 8700G의 번들 쿨러인 레이스 스파이어를 사용했습니다. https://gigglehd.com/gg/15564043
MSI 메인보드의 설정 앱인 MSI 센터에서 팬 속도를 조절해 FPU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하고, 시네벤치와 3D마크는 극한 성능 모드에서 테스트했습니다.
FPU 스트레스 20분에서 온도 비교
'
팬 속도에 따른 소음 변화
아이들 시 온도
아이들 시 소음
시네벤치 2024의 온도
시네벤치 2024의 소음
시네벤치 2024의 멀티스레드 성능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의 온도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의 소음
3D마크 파이어 스트라이크의 CPU 점수
마이크로닉스 ICEROCK MA-410
싱글 타워, 싱글 팬으로 구성된 공냉 쿨러입니다. TDP 65W 급의 메인스트림 프로세서에서 나오는 발열을 처리하기에 충분한 성능을 지녔으며 소음 역시 특별히 거슬리지 않습니다. 또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하고 호환성이나 조립 난이도 역시 까다롭지 않아 사용이 편합니다. 2만 원만 투자하면 번들 쿨러보다 온도와 소음 모두에서 압도적으로 쾌적한 환경을 구축할 수 있으니, 저렴한 가격에 높은 효과를 이끌어내는 가성비 높은 쿨러라 생각됩니다.
<저작권자(c) 기글하드웨어(https://gigglehd.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