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ASUS(에이수스) 만우절 이벤트처럼 등장했던 윈도우 기반 휴대용 게임기가 결국 공식 출시되어 게이밍 핸드헬드 UMPC는 물론 밸브의 스팀 덱(Steam Deck)까지 위협할 만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ASUS 게이밍 브랜드 ROG(Republic of Gamers)를 달고 출시한 ROG Ally(엘라이)는 AMD가 핸드헬드 게임 콘솔용으로 새롭게 내놓은 라이젠(Ryzen) Z1 시리즈 프로세서와 마이크오소프트의 윈도우 11 및 Xbox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휴대용 게이밍 PC 시대를 열 수 있을지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늘은 ASUS ROG Ally가 이러한 게이머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다.
ROG 감성 돋보이는 게이밍 UMPC 디자인
윈도우 기반 휴대용 게임기는 키보드가 달린 작은 노트북 같은 UMPC(Ultra-Mobile Personal Computer)를 게임용으로 최적화하기 위해 게임 컨트롤러 기능을 내장한 디자인에 전용 UX를 탑재하면서 게이밍 UMPC라는 새로운 시장을 형성했다.
ASUS ROG Ally도 기존에 출시된 ONEXPLAYER, AOKZOE, AYANEO 같은 게이밍 UMPC 디자인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이지만, ASUS 특유의 ROG 디자인과 조작성을 고려한 버튼 배치가 눈에 띈다.
컨트롤러를 위로 올리면서 전면 하단에는 듀얼 스마트 앰프 스피커를 배치했는데, Dolby Atmos 및 Hi-Res Audio 인증을 받았으며 양방향 AI 노이즈 캔슬링 기술이 적용되어 음성 채팅 시 배경 소음을 줄이고 선명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본체 전면에는 게임 컨트롤러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온 좌우 양쪽 스틱과 좌측 방향 버튼, 우측 A/B/X/Y 버튼이 자리잡고 있으며, 일반적인 메뉴 버튼과 보기 버튼 외에 ROG Ally 전용 커맨드 센터(Command Center) 버튼 및 아머리 크레이트(Armoury Crate) 버튼이 추가로 들어갔다.
좌우 상단 쪽에는 일반 게임패드에서 L1/L2/R1/R2 역할을 하는 범퍼 및 트리거 버튼이 각각 달려있으며, 후면 좌우 그립부 가운데 매크로 버튼이 하나씩 마련되어 있다. 스팀 덱과 비교하자면 기본적인 버튼 구성은 비슷하고 후면 매크로 버튼 숫자가 하나씩 줄었다고 보면 된다.
본체 상단에는 지문인식 센서가 들어간 전원 버튼이 달려있어 기기 On/Off는 물론 윈도우 11 운영체제의 생체인식 로그인도 간편하게 할 수 있다. 그 옆로는 2가지 컬러 배터리 충전 표시기와 볼륨 조절 버튼 모습이 보인다. 본체 상단으로 뜨거워진 내부 공기를 배출할 수 있는 2개의 배기구가 마련되어 있다.
기기 충전 및 주변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USB 3.2 Gen2 Type-C (USB-C) 포트와 ASUS 독자 규격으로 GeForce RTX 4090 모바일 GPU 또는 Radeon RX 6850 XT GPU가 들어간 외장 그래픽 모듈 ROG XG Mobile 전용 인터페이스가 들어갔다.
외장 그래픽 모듈 가격이 ROG Ally보다 비싸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꼴이지만, ROG Ally에서 플레이 가능한 게임 및 성능 옵션이 크게 올라가고 ROG XG Mobile을 지원하는 다른 ASUS 노트북 등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후면에는 양쪽 그립 안에 편하게 쓸 수 있는 매크로 1, 2 버튼이 달려있고 듀얼 쿨링 팬용 통풍구와 ROG 감성을 느낄 수 있는 홀로그램 라인이 눈에 들어온다. 양쪽 공기 흡입구에는 먼지 필터가 적용되어 이물질이 쿨링 팬에 유입되는 것을 방지한다.
ASUS에 따르면 ROG Ally 쿨링 시스템은 조용한 환경을 유지하면서 쿨링 성능을 높이기 위해 유체 역학 베어링이 들어간 듀얼 팬과 무중력 히트 파이프, 0.1mm 초박형 알루미늄 핀, 그리고 디스플레이 패널과 배터리 브래킷에 경량 알루미늄을 적용하여 무게와 두께를 줄이면서도 쿨링 성능은 향상시켰다.
ASUS ROG Ally 구성품은?
ASUS ROG Ally 제품 구성은 기존 ASUS 노트북을 보는 것처럼 본체와 전원 어댑터, 간단한 제품 설명서 등을 포함하고 있다. 밸브 스팀 덱의 경우 외부 패키지가 배송용 포장 박스의 역할을 하고 기기 수납을 휴대용 케이스에 하는 방식을 썼는데, ROG Ally는 발수 코팅 PU 패브릭이 적용된 전용 케이스(ROG Ally Travel Case)가 별매 액세서리로 구성됐다.
휴대용 케이스 뿐만 아니라 ROG Ally를 지원하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무선 이어폰, USB-PD 3.0 고속 충전 지원 게이밍 충전 독, 3가지 모드로 연결 가능한 게임 패드 등도 액세서리로 출시된다.
윈도우 11 홈 운영체제가 사전 설치된 ROG Ally는 제품 설명서 및 보증 카드만 제공되고 OS 초기화나 재설치는 다른 ASUS 게이밍 노트북과 마찬가지로 MyASUS 복구를 사용한다.
ROG Ally 구매자들이 궁금해했던 스팀 덱과 같은 내부 M.2 SSD 교체 시 A/S에 대해서는 국내 공식 총판 에스라이즈에서 해당 부품에 대한 보증만 제외하고 1년간 AS를 지원한다. 물론 고객 과실로 인한 파손시에는 무상 처리가 되지 않고 고객이 직접 구매한 SSD를 AS 센터에서 교체해주지 않는다.
만약 제품 주문시 SSD 업그레이드를 선택할 경우 판매처에서 SSD를 교체하고 윈도우 및 전용 소프트웨어까지 동일하게 설정해서 용량이 업그레이드 된 모델로 받을 수 있지만, 이 경우 기존에 장착된 512GB SSD는 따로 보내주지 않으므로 교체 및 설치 비용으로 512GB SSD를 지불하는 셈이 된다.
기존 노트북의 SSD 업그레이드 정책방식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ROG Ally용 AC 전원 어댑터는 65W (DC 20V/3.25A) 출력을 지원한다. 게이밍 노트북에 비교하면 어댑터 크기는 작은 편이나 전원 케이블만 분리된 형태라 휴대하기에는 부담이 된다.
별도의 USB 충전기나 외장 배터리팩을 사용하려는 사람은 65W 이상의 초고속 충전을 지원하는 모델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65W 미만 제품이나 단독 출력이 떨어지는 멀티 충전기의 경우 ROG Ally에서 최대 성능(터보 모드)으로 동작하지 못할 수도 있다. 기본 어댑터는 30W 터보 모드를 지원하지만 사양이 낮은 충전 케이블을 연결하면 배터리 상태일 때와 마찬가지로 25W 터보 모드로 동작하게 된다.
본체 박스 상단에는 ROG 로고로 장식된 ROG Ally 전용 스탠드가 들어있는데 재활용 소재 같은 얇은 재질에 본체에 닿는 부분만 미끄러짐 방지 패드가 붙어있다. 친환경 컨셉인지 원가 절감 차원인지 모르겠지만 책상 위에 두고 쓴다면 잘 모르는 사람이 쓰레기로 착각해 버리기 쉬운 재질이라는게 살짝 아쉽다.
윈도우 11 OS와 Armoury Crate로 게임 최적화
ASUS ROG Ally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11 홈 운영체제가 설치되어 있다. 스팀 덱이 리눅스 기반 스팀OS로 스팀 게임을 즐길 때만 편리하고 다른 게임 플랫폼으로 구매한 게임을 설치하려면 데스크탑 모드로 복잡한 과정과 호환성 확인이 필요한데, ROG Ally는 일반 윈도우 PC에 게임을 설치할 때와 똑같이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윈도우에서 게임을 실행할 때는 7인치 작은 화면에서 메뉴나 바탕화면 아이콘을 일일이 찾아서 눌러야 하므로 키보드/마우스가 없는 ROG Ally의 컨트롤러 버튼이나 터치스크린으로 이 작업을 하는 것은 불편하다.
그래서 ASUS는 ROG Ally 전용으로 아머리 크레이트 SE(Armoury Crate Special Edition) 버전을 만들어 윈도우 실행 직후 바로 아머리 크레이트 SE가 실행되어 게임 라이브러리에서 이미 설치된 게임을 빠르게 실행할 수 있도록 했다. 개별 설치된 게임은 물론 스팀이나 Xbox, 에픽 게임즈 스토어와 같은 게임 플랫폼으로도 바로 넘어갈 수 있다.
아머리 크레이트 SE 설정 항목에서는 ROG Ally 조작을 게임 패드 중심의 컨트롤 모드로 할 것인지 호환성이 높은 데스크탑 모드로 할 것인지 정할 수 있으며, 자동 전환 모드도 지원한다. 또한 라이젠 Z1 익스트림 APU 소비 전력을 3단계로 직접 설정할 수 있고 각종 장치의 기능 조작도 가능하다. 아머리 크레이트 SE와는 별도로 게임 실행을 비롯해 어떤 화면에서도 빠르게 주요 기능을 바꿀 수 있는 커맨드 센터에서 사용할 기능 편집도 설정 항목에서 지원한다.
그 밖에 미디어 갤러리 보기, 시스템 정보, 업데이트 센터, 사용자 센터 등의 장치 업데이트와 도움말 등을 콘텐츠 항목에서 보여준다. ASUS 데스크탑 및 노트북 PC용 아머리 크레이트에서 ROG Ally에 필요한 기능들을 잘 구성한 느낌이다.
아머리 크레이트 SE의 콘텐츠 항목에서 게임 플랫폼을 선택하면 윈도우 11에 기본 탑재된 Xbox를 비롯해 EA 앱, 스팀, 에픽 게임즈 스토어, 유비소프트 커넥트, GOG 갤럭시 등 다른 게임업체들의 전용 플랫폼은 한 자리에서 확인 및 설치할 수 있다. 블리자드의 배틀넷이나 그 외에 다른 게임 플랫폼도 ROG Ally가 윈도우 11 OS로 돌아가기 때문에 설치만 한다면 문제없이 아머리 크레이트 SE에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커맨드 센터는 디스플레이 밝기를 비롯해 APU 작동 모드, 컨트롤 모드, 게임 프로필, 실시간 모니터, FPS 제한, 디스플레이 해상도 및 재생률, AMD RSR 등 각종 설정을 빠르게 바꿀 수 있으며, 게임 플레이 도중에도 실시간으로 변경할 수 있다. 게임 프로필 기능을 통해 게이머 플레이 취향에 맞게 ROG Ally의 모든 버튼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매핑을 지원한다.
다만 커맨드 센터 옵션을 실시간으로 계속 만지다 보면 게임 옵션과 충돌이 발생하거나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므로 가급적이면 미리 설정을 완료하거나 플레이 데이터를 안전하게 저장한 상태에서 조작하는 것이 좋다.
ROG Ally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Xbox Game Pass 3개월 무료 이용권을 제공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소니나 닌텐도와 달리 Xbox를 기반으로 하는 휴대용 게임기를 만든 적이 없기 때문에 ROG Ally를 윈도우 PC에서 Xbox Game Pass를 사용하는 것처럼 동일하게 어디서나 수백 가지 타이틀에 액세스 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Xbox Game Pass 지원은 ROG Ally 뿐만 아니라 기존 윈도우 기반 게이밍 UMPC도 동일하므로, ROG Ally만의 장점을 내세운다면 3개월 무료 이용권과 향상된 최신 AMD 라이젠 Z1 익스트림 칩셋을 탑재했다는 것을 꼽아야 할 것이다.
일반 윈도우 11 홈 OS가 설치된 PC와 마찬가지로 ROG Ally도 윈도우 업데이트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최신 윈도우 기능 및 버그 수정, 보안 패치 등을 받을 수 있으며, 장치 관리와 고객 지원, 장치 초기화 등은 ASUS 노트북과 동일하게 MyASUS 앱을 통해 제공된다.
cTDP 9-30W AMD Ryzen Z1 Extreme 탑재
ASUS ROG Ally는 AMD가 휴대용 게임기용으로 별도로 구분한 라이젠 Z1 시리즈의 상위 모델 라이젠 Z1 익스트림 프로세서와 16GB LPDDR5-6400MHz 듀얼채널 메모리, 512GB PCIe 4.0 NVMe M.2 SSD, 그리고 1920x1080 FHD 120Hz 7인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와 Wi-Fi 6E 무선 연결 기능, 윈도우 11 홈 운영체제를 탑재했다.
게이밍 UMPC 가운데 ROG Ally와 비슷한 스펙을 구현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나 출시 가격이 훨씬 올라가게 되고, 반대로 비슷한 가격대의 스팀 덱과 비교하면 최신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높은 성능과 윈도우 기반의 뛰어난 게임 호환성을 제공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512GB 내부 스토리지도 필요하다면 M.2 2230 규격의 SSD를 별도로 구해서 용량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도 가능하고, 노트북처럼 아예 SSD 용량이 업그레이드 되는 구매 옵션도 제공한다. (다만 사용자가 직접 교체한 SSD는 품질 보증 대상에서 제외되고 A/S 센터에서 사용자가 직접 구매한 SSD를 교체해주진 않는다)
AMD 라이젠 Z1 익스트림은 최신 Zen4 아키텍처 기반 8코어 16스레드 CPU와 AMD RDNA3 아키텍처 12 컴퓨팅 유닛(Computing Unit)이 적용된 내장 그래픽(GPU)이 들어갔다.
CPU 및 GPU 기본 스펙은 AMD 노트북용 모바일 프로세서 라이젠 7 7840U를 기반으로 구성 가능한 열 설계 전력(Configurable TDP, cTDP)을 휴대용 게임기에 맞춰 9-30W로 설정한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라이젠 Z1 익스트림을 공급받지 못한 중국 게이밍 UMPC 제조사들은 라이젠 7 7840U를 기반으로 제품을 내놓는데, 고성능 모드에서는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ROG Ally에 탑재된 512GB PCIe 4.0 NVMe M.2 SSD는 쓰기 성능보다는 읽기 성능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게임을 설치하거나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보다 게임 데이터를 로딩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은 게임기 특성에 맞는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NVMe SSD는 성능이 올라가면 그만큼 발열도 높아지기 때문에 내부 쿨링으로 적절한 발열 제어가 가능한 수준에서 최적의 성능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해외의 ROG Ally 분해 영상에서는 M.2 SSD에 어떤 방열 솔루션도 달리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성능/고용량 M.2 SSD로 교체하려는 사람은 SSD 쿨링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비록 ROG Ally에 UHS-II microSD 카드라는 또 다른 선택지가 존재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 UHS-II 규격의 microSD 카드는 매우 비싸기 때문에 원하는 용량의 제품을 구입하는 비용이면 차라리 M.2 2230 SSD를 사는 쪽이 더 경제적이다.
ROG Ally에 탑재된 AMD 라이젠 Z1 익스트림 프로세서는 모바일용 라이젠 7 7840U와 달리 조정 가능한 TDP가 9W 저전력까지 확대됐기 때문에 ASUS 커맨드 센터의 작동 모드에서 저소음(Silent), 성능(Performance), 그리고 터보(Turbo)까지 3가지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이 가운데 터보 모드는 65W 이상의 PD 고속 충전이 가능한 충전기에 연결했을 때 최대 30W까지 올라가고 배터리 모드이거나 65W 미만 충전기를 사용하면 25W로 동작하게 된다.
3DMark 벤치마크의 FireStrike 점수를 측정해보면 스팀 덱에 들어가는 AMD 커스텀 APU 작동 모드(15W) 기준으로 5700~5900점 가량을 보여주고 30W 터보 모드로 동작할 때는 7,200점대 이상을 기록했다. 전력 대비 성능으로 비교해보면 15W 성능 모드일 때가 가장 괜찮은 와트 당 성능을 보여준다.
25W 터보 모드의 배터리 시간 및 발열 테스트
APU 소비 전력이 최대 15W인 스팀 덱과 달리 ASUS ROG Ally는 AC 전원을 연결했을 때 30W 터보, 배터리로만 동작할 때는 25W 터보 모드로 동작한다. ASUS 커맨드 센터의 실시간 모니터를 보면 GPU 사용률이 올라가는 게임에서 AC 전원 어댑터를 연결했을 때 APU 소비전력이 40W까지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스팀 덱과 ROG Ally 모두 40Whr 용량의 배터리가 들어갔고 APU 소비 전력이 최대 15W인 스팀 덱의 배터리 사용 시간은 이미 어느 정도인지 알려진 상황에서 25W 터보 모드가 탑재된 ROG Ally 배터리 시간은 당연히 그보다 짧을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얼마나 짧아질 수 있는지다.
ROG Ally의 25W 터보 모드에서 3DMark의 Time Spy 스트레스 테스트를 연속 실행하고 5분 간격으로 실시간 모니터의 배터리 잔량을 측정했을 때 32분 만에 남은 배터리 용량이 절반으로 떨어졌고, 20%까지 내려가면 화면 최대 밝기가 약간 줄어들면서 APU 소비전력이 21-23W 정도로 낮아지고 장치 소비전력도 36W로 하락했다. 그리고 배터리 테스트를 시작한지 58분 만에 잔량이 6%까지 내려오면서 배터리 주의 알림이 떴다.
터보 모드의 배터리 사용 시간은 약 1시간 안팎이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15W 성능 모드나 9W 저소음 모드로 게임을 플레이했다면 배터리 사용 시간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스팀 덱보다 더 성능도 높고 소비 전력도 많은 AMD 라이젠 Z1 익스트림 프로세서를 사용했기 때문에 배터리만큼 걱정되는데 발열이었는데 다행스럽게도 기기 발열은 생각보다 심하지 않았다.
3DMark 스트레스 테스트 약 45분이 경과했을 때 FLIR 열화상 카메라로 ROG Ally를 찍어보니 손에 잡히는 그립부에는 발열이 거의 없고 양쪽 손가락으로 감싸쥘 수 있는 후면 중앙부도 흡기구가 있어 오히려 서늘하게 느껴진다. 발열이 주로 발생하는 곳은 듀얼 쿨링 팬으로 뜨거워진 내부 공기를 배출하는 2개의 상단 배기구와 최대 밝기로 테스트 중인 디스플레이였다.
다만 AC 전원 어댑터를 연결한 30W 터보 모드에서는 때때로 쿨링 팬이 빠르게 회전하면서 높은 소음을 내기도 했는데 마치 게이밍 노트북에 전원을 연결하고 게임을 플레이 할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스팀 덱과 ROG Ally, 장단점은?
필자는 스팀 덱을 국내 공식 출시할 때 1차 물량으로 구매해서 지금까지 잘 쓰고 있고 ASUS ROG Ally 역시 스팀 덱의 상위 호환 버전으로 생각해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다.
스팀 덱은 이름처럼 스팀 게임을 하기에는 무척 편리하지만 다른 게임 플랫폼을 이용하려면 스팀OS 데스크탑 모드로 꽤 복잡한 설치 및 설정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윈도우를 기반으로 하는 ROG Ally는 배틀넷이나 EA 앱, 에픽 게임즈 스토어, 유비소프트 커넥트 등 다양한 게임 플랫폼도 바로 이용할 수 있다.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디스플레이 품질이다. 스팀 덱은 512GB 상위 모델에 프리미엄 반사 방지 에칭 유리가 적용됐다고 하지만 대다수는 저렴한 64GB eMMC 모델을 선택해 SSD를 업그레이드하는 방법을 선택했을 것이고 커버 유리 변화로는 1280x800 HD급 해상도에 60Hz 재생률, 400nit 최대 밝기를 가진 디스플레이 스펙에 변화를 줄 수 없다.
반면 ASUS ROG Ally에 들어간 7인치 디스플레이는 1920x1080 FHD 해상도에 게이밍 모니터에서나 볼 수 있는 120Hz 재생률, 야외 시인성이 좀더 올라간 500nit 최대 밝기, 그리고 AMD FreeSync Premium과 코닝 고릴라 글래스 빅투스 강화 유리와 고릴라 글래스 DXC 코팅을 적용했다.
무엇보다 스팀 덱 디스플레이 색재현률은 sRGB 60%대로 알려진 만큼 게임 화면에서 뭔가 물 빠진 색감을 보여준다면, sRGB 100% 색재현력을 가진 ROG Allly는 훨씬 생동감 있는 화면을 출력한다.
스팀 덱에 들어간 AMD 커스텀 APU와 ROG Ally에 탑재된 라이젠 Z1 익스트림의 스펙 차이만큼 실제 게임 성능도 훨씬 뛰어나다. 스팀 버전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처음 출시됐을 대 스팀 덱에서 도저히 플레이 할 수 없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스팀 덱 전용 옵션과 밸브의 최적화에 힘입어 720p HD급 중간-낮음 옵션에서 30프레임을 안정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ROG Ally는 고성능 라이젠 Z1 익스트림과 30W 터보 모드에 힘입어 스팀 덱과 비슷한 1280x720 중간 옵션에서 스팀 덱의 거의 2배에 달하는 56프레임을, 1920x1080 FHD 해상도에서도 스팀 덱보다 높은 38 프레임 가량을 기록했다.
또한 기기 발열도 게이밍 노트북을 비롯해 다양한 제품의 쿨링 설계 경험이 있는 ASUS의 ROG Ally가 스팀 덱보다 발열 제어에 안정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스팀 덱은 싱글 쿨링 팬에 히트파이프와 히트싱크(커버)가 후면 좌측에 치우친 형태여서 게임을 하다 보면 오른쪽 그립을 잡은 손가락에서 발열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백 커버나 M.2 히트싱크 등을 따로 커스텀한 상태다.
반면 ROG Ally는 듀얼 쿨링 팬이 위치한 곳으로 바로 외부 공기를 빨아들여 위로 배출하는 노트북 같은 방식이라 발열이 심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컨트롤러와 UX는 오직 스팀 게임에 최적화된 스팀 덱이 ROG Ally보다 조작감이 뛰어나다. ROG Ally는 윈도우 11 기반의 다양함 게임 플랫폼을 모두 지원해야 하고 OS 자체도 게임에 최적화된 버번이 아니라 게임 컨트롤러만으로 조작하기 어렵다.
아머리 크레이트 SE는 컨트롤러 버튼에 맞게 직관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세부적인 설정이나 게임 설치는 터치스크린과 가상 키보드만으로 조작하기 불편하기 때문에 블루투스 키보드/마우스를 사용해야 답답함이 사라진다. 그런데 또 마우스를 연결하면 터치스크린에 맞춰 싱글 클릭이 기본 설정된 윈도우 설정을 바꿔야 하니 애매하다.
게임 컨트롤러도 스팀 덱은 OS 차원에서 게임별 최적의 프로필이 자동으로 적용되지만 ROG Ally는 아머리 크레이트 SE를 통해 컨트롤러 기능을 관리하므로 윈도우와 게임 플랫폼, 게임, 그리고 아머리 크레이트 사이에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컨트롤러 입력이 중단되는 현상이 간혹 발생한다.
이 때는 커맨드 센터에서 컨트롤 모드를 게임-데스크탑-자동으로 변환하다 보면 다시 정상적으로 입력이 되는데, 컨트롤 모드 뿐만 아니라 APU 성능, 디스플레이 해상도 및 재생률를 비롯해 게임 중 실시간으로 바꿨을 때 영향을 줄 수 있는 옵션이 ROG Ally와 아머리 크레이트 SE 사이에서만 동작한다는 것이 염려되는 부분이다.
다만 밸브 역시 스팀 덱 출시 이후 오랜 시간에 걸쳐 꾸준히 최적화를 진행해서 지금의 모습을 완성했고 현재도 매주 새로운 베타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ASUS에게도 ROG Ally를 최적화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윈도우이기에 가능한 확장성과 한계
ASUS ROG Ally는 스팀 덱 사용자인 필자의 입장에서 APU 성능, 디스플레이, 스토리지, 쿨링, 게임 플랫폼 지원 등에서 한 층 더 업그레이드 된 휴대용 게임기다.
오직 스팀 한 우물만을 판 사람에게는 스팀 덱이 가성비 있는 선택일 수 있지만 대다수 윈도우 PC를 쓰는 게이머들은 스팀 뿐만 아니라 배틀넷, EA 앱, 유비소프트 커넥트, 에픽게임즈 스토어, GOG 갤럭시 등 무료 또는 할인 등을 이유로 다른 플랫폼에도 최소 몇 개 이상의 게임을 가지고 있을텐데, Xbox Game Pass를 비롯해 ROG Ally에서는 윈도우 11로 실행 가능한 이런 게임 플랫폼을 모두 아머리 크레이트에 등록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스팀 게임 역시 필요하다면 윈도우 PC용 런처에서 빅 픽쳐 모드를 쓰면 스팀 덱과 거의 동일한 UX로 게임을 할 수 있고, 성능 문제로 스팀 덱에서 플레이하기 어려운 게임이나 보안 프로그램 설치 등 윈도우가 아니면 실행 불가능한 게임까지도 ROG Ally에서 즐길 수 있다.
512GB 스토리지 기준으로 스팀 덱과 같은 가격에 거의 모든 면에서 향상된 하드웨어 스펙을 갖췄으니 지금 새로운 스팀/윈도우 휴대용 게임기를 구입한다면 ROG Ally를 두고 다른 옵션을 생각할 이유가 전혀 없다.
다만 향상된 성능 만큼 소비 전력이 높아졌기 때문에 터보 모드로 플레이하면 배터리 사용시간은 스팀 덱보다 훨씬 짧아지고, 스팀 덱과 비슷한 수준으로 작동시키면 체감 성능 차이가 줄어든다. 필자는 어차피 스팀 덱도 외부 전원을 연결한 상태로 플레이하기 때문에 이 점은 크게 불편하지 않으나 제 성능을 내려면 65W 이상 고속 충전을 지원하는 충전기가 필요하다.
정작 필자가 불편하게 느낀 것은 이 제품의 본질도 결국 윈도우 기반 게이밍 UMPC라는 점이다. ASUS가 윈도우를 백그라운드로 돌리고 아머리 크레이트 SE와 커맨드 센터를 통해 최대한 스팀 덱 같은 UX를 제공하지만, 주어진 사용 시나리오를 벗어났을 때는 마치 키보드와 마우스가 고장난 게이밍 노트북을 게임 패드만으로 컨트롤하는 느낌을 받는다.
터치스크린만으로 윈도우를 편하게 쓸 수 있는 것은 윈도우 8 시절이었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를 실패로 인정하면서 PC 데스크탑 UX 체제로 돌아왔을 때부터 다시 키보드와 마우스가 없으면 사용하기 불편한 OS가 됐다.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시리즈도 태블릿 형태로 구매할 수 있으나 편하게 쓰려면 키보드 커버를 사야 한다.
결국 ROG Ally를 배터리 걱정없이 최고 성능으로 편하게 사용하려면 AC 전원 어댑터를 연결한 상태에서 블루투스 키보드/마우스를 옆에 두거나 USB-C 독을 사용해야 한다. 좀더 오버하면 ROG XG Mobile 같은 배보다 배꼽이 큰 외장 그래픽 독을 구입하고 그 성능을 제대로 만끽하기 위해 외부 디스플레이를 연결할 수도 있다. 그쯤 되면 과연 윈도우 게이밍 데스크탑·노트북 PC에 무선 게임패드를 연결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혼동되기 시작한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ASUS ROG Ally를 마이크로소프트가 Xbox처럼 게임에 최적화된 OS를 제공하고 윈도우 데스크탑 모드를 따로 구현한 Xbox Series P(Portable) 전략으로 밀어줬다면 어땠을까 상상해보지만, 마이크로소프트에게는 그럴 의지가 없고 ASUS에겐 그럴 권한이 없으니 ROG Ally는 가성비가 매우 뛰어난 게이밍 UMPC지만 스팀 덱과 헤어질 결심에 이르지 못했다.
반대로 아직 스팀 덱을 만져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굳이 번뇌에 몸을 던지지 말고 ROG Ally로 가는 것을 권장한다. 때로는 처음부터 그냥 파란약을 먹고 매트릭스에 남아 부자에 유명인으로 사는 것도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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