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오디오 기기들이 그렇지만 헤드폰도 프로와 컨슈머 제품이 따로 존재한다. 여기서 말하는 프로는 제작자를 위한 제품을 말하고 컨슈머는 소비자, 즉 음악을 감상하는 측면에서 최적화 된 제품을 말한다.
서로 목적은 다르지만 원음 그대로를 만들고 재생한다는 목표는 다르지 않기 때문에 프로와 컨슈머를 구분할 의미가 없지 않냐는 질문들도 많다.
하지만, 이 질문은 모든 오디오 기기가 원음 그대로를 재생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야만 성립이 가능하기에 현실성이 없다. 특히, 컨슈머 시장에서는 브랜드 마다 추구하는 음색이나 톤 밸런스가 다른데다 기기나 가격대 별로 소리 특성을 다르게 셋팅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그래서 컨슈머가 아닌 프로 오디오 시장용 헤드폰에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들도 있는데 이런 분들이 관심 있어 할 제품이 얼마 전 소니에서 출시 됐다.
스튜디오 모니터 헤드폰으로는 매우 드문 구조인 오픈형 헤드폰, 소니 MDR-MV1이 바로 그 제품이다.
■ 기존 모니터 헤드폰과 다르다
스튜디오 모니터 헤드폰은 레퍼런스다. 음역대별 원음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목표이자 조건인 헤드폰들이다. 특정 음역이나 취향을 반영하지 않고 뉴트럴한 사운드를 재현해야만 스튜디오 모니터 헤드폰이라 인정 받을 수 있었다.
소니는 이 기준에 조건 하나를 더 추가했다.
돌비 애트모스 같은 객체 음향 사운드나 소니가 밀고 있는 360 리얼리티 오디오 같은 공간 오디오를 헤드폰에서 구현할 수 있느냐가 추가된 것이다. 그것도 일반 컨슈머 헤드폰이 아닌 프로용 스튜디오 모니터 헤드폰에서 말이다.
그래서 만들어낸 것이 오늘 소개하는 MV1이다.
■ 공간에 특화된 사운드, 어떻게 만들었나?
소니의 스튜디오 모니터 헤드폰들은 많은 전문가들이 사용하고 있다. 스튜디오에서 음반을 녹음하는 가수들도 소니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이 자주 발견된다. 고가의 컨슈머 제품 대비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서 몇몇 제품은 거의 기본 옵션 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소니의 스튜디오 모니터 헤드폰은 모니터링 용도가 주 목적 였다. 음역대의 밸런스나 음의 분리도는 좋았지만 공간에 대한 느낌은 한계가 있었다. 콤팩트하고 가볍고 착용감을 우선한 구조로 설계하다 보니 밀폐형 구조로 만들 수 밖에 없어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소니 MDR-MV1은 이 한계를 넘기 위해 밀폐가 아닌 오픈형 헤드폰으로 설계됐다. 그것도 오픈형과 밀폐형의 장점을 결합한 구조로 말이다.
이 구조는 헤드폰 하우징(커버) 형상을 밀폐형으로 만들고 커버 자체를 타공한 것을 말한다. 이렇게 하면 커버 안쪽에 소리가 울릴 수 있는 공간이 많아져서 풍성한 저음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면서 오픈형과 같은 공간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물론, 내부 공명 현상을 억제하는 것이 어려운 기술이라서 어느 메이커나 쉽게 도전할 구조는 아니다. 소니는 커버 안쪽에 어쿠스틱 필터를 적용하여 착색 없는 자연스럽고 풍부한 저음을 실현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소니 MDR-MV1에 사용한 HD 드라이버 유닛에도 후면 덕트 구조를 적용했다는데 덕분에 풍성한 저역이 특징인 헤드폰에서 흔히 느껴지는 중저역 마스킹 현상을 최대한 억제했다고 소개했다.
■ 자연스럽고 풍부한 베이스, 이게 맞아?
소니 MDR-MV1은 저역의 양감이 많이 강조된 음색을 가지고 있다.
저역의 강한 슬램이나 타격감도 매우 좋으면서 넘쳐나는 양감을 동시에 재현하는 소리를 들려준다. 그렇다고 너무 과해 부담을 느낄 수준은 아니고 이 정도면 딱 좋을 만큼이라고 표현할 정도라고 하면 될듯하다.
그래도 좀 과한 느낌은 사실이니 소니 MDR-MV1에 적응하다 일반 오픈형 헤드폰을 듣게 되면 상당히 심심하다고 느낄 수 있다.
이 저역의 과함이 다른 음역을 침범하거나 마스킹한다는 느낌은 하나도 없다. 소니가 말한 대로 중역과 저역이 확실하게 분리된 상태에서 각각의 소리가 확실히 구분되는 소리를 재현한다.
소리의 레이어링이 뚜렸하고 악기의 위치까지 정확히 구분된다. 16년전 QSound 데모로 제작되어 유튜브에 등록되어 있는 Virtual Barber Shop을 들어봐도 다른 오픈형 헤드폰 보다 거리나 방향, 분리도 측면에서 보다 사실적인 경험이 가능하다.
하지만, 공간의 넓이는 작다.
소니 MDR-MV1은 모든 소리의 분리도는 매우 좋지만 공간 그 자체는 작은 편이다. 그래서 소리의 분리도가 중요하고 각각의 위치 구분이 필요한 작업에는 매우 적합한 소리를 들려주지만 공간의 넓이를 경험하면서 느껴지는 감동은 크지 않은 편이다.
클래식이나 오케스트라 연주의 감동은 좀 덜한 편이다. 보컬의 질감이나 현의 울림 같은 미세한 표현도 잘 느껴지진 않는다. 원래 이 제품이 스튜디오 모니터 헤드폰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지만 그런 느낌까지 기대했다면 아쉬울 수 있다.
■ 장시간 사용해도 편안한 무게와 착용감
스튜디오 모니터 헤드폰은 장시간 사용이 기본이다. 만들어진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소리를 만드는 용도로 사용하는 제품이니 더 오랜 시간 사용하는 건 기본이다.
그래서 착용감이나 무게로 인한 피로가 최소화 되야 하는데 이 목적은 충분히 달성했고 이 정도면 최고라 해도 아깝지 않을 정도라 생각한다.
헤드폰의 거의 모든 부분을 가벼운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다 보니 그런 부분의 고급화는 아쉬울 수 밖에 없지만 대신 223g이라는 말도 안 되는 가벼운 헤드폰이 만들어지게 됐다.
케이블 무게를 다 포함해도 300g이 최대라 무게로 인한 피로는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어패드도 벨벳 소재라 촉감에 대한 이질감도 전혀 없고 쿠션도 적당히 소프트한 편이라서 귀를 압박하지 않는다. 헤드밴드 장력도 아주 적당한 수준이라 헤드폰의 착용감만 따진다면 진짜 탑 클라스에 넣어도 아깝지 않은 수준이다.
■ 목적에 맞는 헤드폰, 음감도 가성비는 인정
소니 MDR-MV1은 스튜디오 모니터 헤드폰이다. 그것도 공간 음향을 작업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제품이고 그런 목적에 충분히 부합되는 성능을 가지고 있다.
음의 분리도나 레이어링, 정위감까지 공간 음향을 구현하기 위한 모든 조건이 아주 잘 구현되어 있으면서 장시간 작업에 필수적인 가벼운 무게와 편안한 착용감까지 뭐 하나 아쉬울 게 없는 헤드폰이다.
가격도 499,000원이면 요즘 처럼 비싼 물가에선 혜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소니 MDR-MV1을 스튜디오 모니터가 아닌 일반 컨슈머 제품으로 평가한다면 장점만 있는 제품으로 소개하긴 어려운 한계도 있다.
앞서 설명한 좀 과한 저역의 양감도 그렇고 공간의 넓이에 대한 아쉬움, 보컬이나 현의 질감과 디테일에 대한 아쉬움도 없지 않으니 말이다.
물론, 이 가격대로 이 정도라고 하면 가성비는 충분히 인정 받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하지만 가격 보다 더 큰 성능과 소리를 기대를 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으니 미리 경험해 보고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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