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밍 헤드셋 시장은 큰 변화가 없다.
인기 있는 유명 브랜드가 후속 제품을 내놔도 그렇게 확 바꼈다는 인상을 받기 어렵다. 수치로 표시하는 스펙이나 기능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그 만큼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크지 않은게 문제다.
거기다 대부분 오디오를 전문적으로 설계하고 생산하는 기업도 아니라서 혁신적인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운데 그나마 기대를 걸 수 있는 것이 오늘 소개하는 오디지(Audeze)다.
오디지는 프로와 컨슈머용 헤드폰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기업으로, 이미 게이밍 시장을 위한 모비우스와 펜로즈를 출시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최근에는 새로운 게이밍 헤드셋, 맥스웰(MAXWELL)로 게이머의 귀를 즐겁게 하고 있는데 오늘 바로 그 제품을 소개할까 한다.
■ 오디지의 최신 게이밍 헤드셋, 맥스웰
오디지는 다른 게이밍 헤드셋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오디지가 주력으로 생산하는 평판형 드라이버가 게이밍 헤드셋에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 평판형 드라이버는 다른 게이밍 헤드셋이 채택한 다이나믹 드라이버와 구조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일정 크기의 얇은 필름에 자체 개발한 금속 패턴을 인쇄하고 이 패턴에 전류를 흘러 보내 자력에 따른 진동을 만들어 내는 것이 평판형 드라이버다.
이 드라이버는 다이나믹 드라이버 보다 해상력이 높고 음의 분리도나 선명도가 좋다고 알려져 있으며 오디지를 포함한 유명 헤드폰 메이커들이 주로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금속 패턴의 소재나 두께, 모양은 천차만별이지만 오디지만 하더라도 최소 500만원이 넘는 헤드폰을 만들어 낼 만큼 기술적으로 성숙했고 검증도 완료된 기술이라고 보면 된다.
오디지는 이 드라이버를 게이밍 헤드셋에도 사용해 타사 보다 해상력이 좋고 소리의 방향성이나 분리도가 좋기로 유명한데 그 최신 버전이 바로 맥스웰인 것이다.
맥스웰은 이전 모델과 다른 평판형 드라이버를 사용한다. 펜로즈나 모비우스에 사용된 드라이버 보다 작은 90mm 드라이버가 사용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드라이버 사이즈가 크면 그 만큼 진동하는 면적이 넓고 그로 인해 더 크고 정교한 소리를 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어 90mm 드라이버에 대한 아쉬움도 없지 않을 텐데 크기 하나로 소리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기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드라이버는 오디지가 개발한 가장 최신 버전이며 24bit/96kHz 이상의 고음질 사운드를 재현하기에 충분한 해상력을 제공한다는 것이 오디지 측 설명이다. 그리고 결국 소리의 완성은 어떻게 튜닝하는가에 따라 달라지기에 드라이버 크기가 작아졌다고 소리까지 나빠졌다고 고민할 필요는 없다.
물론, 순수 아날로그 입력만 가능한 헤드폰 쪽에서는 그런 우려를 무시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게이밍 헤드셋 처럼 내부 디지털 회로에서 최종 사운드가 결정되는 제품에선 그런 고민은 기우일 뿐이다.
디지털 회로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오디지 맥스웰은 이 부분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앞선 모델도 2.4GHz 무선 연결(펜로즈)이나 블루투스 무선 연결을 지원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오디지 맥스웰은 이 부분에서 거의 최초라 할 수 있는 변하가 있었다.
일단, 블루투스 부분에서 지원되는 오디오 코덱이 앞선 모델 보다 확장 됐는데 사실 상 최고의 음질로 평가 받는 LDAC 뿐만 아니라 차세대 블루투스 오디오의 무손실 음원 재생을 위한 LE Audio와 LC3, LC3plus까지 모두 지원한다.
퀄컴의 aptX 계열만 빠졌을 뿐 차세대 코덱까지 모두 지원하는 제품은 오디지 맥스웰이 최초라 할 수 있다.
무선 헤드셋의 생명과 같은 배터리 시간도 크게 증가했다. 펜로즈가 제공하는 15시간 보다 5배 이상 증가한 80 시간 이상의 배터리 시간이 보장되는 것인데 이 정도면 최소 2주 정도는 충전하지 않고 연속해서 사용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매일 10시간씩 사용해도 일주일 이상 충전하지 않아도 된다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배터리 관련 소식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이전 모델에는 지원하지 않던 급속 충전을 드디어 지원하게 됐다.
5v 1.8A 기준 USB-C 충전을 지원하기 때문에 20분만 충전해도 25%를 채울 수 있고 완충까지 2시간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스마트폰 만큼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펜로즈가 완충까지 4~5시간 걸렸던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발전인건 분명하다.
■ 분리도와 거리감에 최적화된 사운드
오디지 맥스웰의 소리는 분리도와 거리감에 최적화 된 소리라 말할 수 있다.
게임에서 재생되는 다양한 소리가 일정 거리를 두고 분리된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믹싱된다. 하이파이 헤드폰 중에서는 이 분리도가 너무 명확해 위치나 거리에 대한 방향성이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맥스웰은 그 정도로 심하진 않다.
적당히 분리되고 적당히 거리를 두고 소리가 재생된다. 분리도만 빼면 소리 자체는 평판형이 아니라 다이나믹 드라이버로 재생되는 것 처럼 생각될 정도다. 그 만큼 소리가 자연스럽고 빈 느낌이 없다는 뜻이다.
솔직히, 밀폐형 게이밍 헤드셋으로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소리는 맥스웰이 끝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고중저역의 밸런스도 꽤 잘 잡혀있고 밀폐형 특유의 단단하게 파워풀한 저역도 매력적이라서 게이밍 헤드셋에 필요한 최적의 사운드가 실현 됐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참고로, 이런 경험은 AUDEZE HQ로 설정한 몰입(immersive) 모드를 사용한 것이며 Audeze나 다른 세팅과는 차이가 좀 있다. Audeze 모드는 immersive 만큼 분리도가 향상되진 않지만 자극적인 소리가 불편하다면 추천하고 싶다.
■ 음감도 꽤 좋다
오디지 맥스웰의 분리도와 거리감은 음감을 더 재미있게 한다.
밀폐형 특유의 단단한 저역도 매력적이지만 고가의 평판형 헤드폰에서나 경험한 분리도가 합쳐지면서 음감이 더 즐겁고 흥겹게 만든다.
저역의 과함도 없고 고역의 쏘는 느낌도 없다.
처음 오디지 맥스웰을 경험했을때 약간 쏜다는 느낌도 없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번인 시간이 지나고 다듬어진 느낌이다.
이 느낌은 클래식에도 꽤 어울린다. 주로 대규모 공연 보다는 작은 규모의 클래식 공연 느낌을 매우 잘 살려준다. 마치 그 공연장에 있는 느낌을 주고 그런 공기가 느껴진다.
대신, 하이엔드나 하이파이 헤드폰 같은 그런 질감이나 현은 잘 표현하지 못한다. 보컬도 마찬가지다. 그 작은 디테일 하나로 최고를 논하는 자리에는 어울리지 않는 제품이다. 어차피 태생이 게이밍 헤드셋이니 이 정도만 해도 기대 이상이라 할 것이다.
■ PS와 XBOX 버전, 무엇이 다른가?
오디지 맥스웰은 PS와 XBOX 버전이 따로 있다. 두 가지 다 블루투스를 지원하고 2.4GHz USB 동글이 제공되지만 XBOX 버전에는 돌비 애트모스가 기본으로 제공된다.
PS 버전은 플레이스테이션5에서 제공하는 자체 공간음향 사운드 기술이 있어 따로 돌비 사운드를 제공하지 않게 기획 됐는데 오직 PC로 오디지 맥스웰을 사용할 생각이라면 필요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필자는 PS 버전으로 PC에서 사용도 해보고 돌비 애트모스가 아닌 DTS 헤드폰X를 적용해 보기도 했는데 돌비 애트모스는 모르겠지만 DTS 헤드폰X 보다는 없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됐다. DTS 헤드폰X를 사용하면 분리되었던 소리가 가운데로 살짝 몰리는 느낌이 난다.
돌비 애트모스를 원한다면 XBOX 버전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쉬운 선택이지만 PS 버전 가격이 더 저렴하기 때문에 굳이 XBOX 버전을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PS 버전을 구매하고 윈도우 스토어에 들어가서 돌비 엑세스 앱을 통해 애트모스 기능을 구매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추후 오디지 맥스웰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다른 헤드셋이나 헤드폰에도 돌비 애트모스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 오디지 맥스웰, 게이밍 헤드셋 종결 가능할까?
솔직히 오디지 맥스웰 정도면 게이밍 헤드셋은 종결해도 된다도 생각한다. 음역의 밸런스도 좋고 음질도 좋다. 블루투스로 연결하는 소리도 LDAC이라서 2.4GHz 무선 만큼 좋다.
추후 고음질 오디오 코덱으로 활성화 될 LE Audio와 LC3, LC3plus까지 모두 지원하니 여러 모로 종결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80시간이나 버티는 배터리도 그렇고 착용감 또한 준수하기에 진짜 거의 모든 면에서 이 만큼 만족도가 높았던 제품은 없었다고 자신한다.
딱 하나만 빼면 말이다.
오디지 맥스웰은 무게가 400g도 아닌 490g이다. 저울로 실측했더니 499g이 나왔다. 거의 모든 게이밍 헤드셋이 300~350g에 맞춰졌고 맥스웰 이전 모델도 여기에 속했었는데 490g은 선을 넘어도 너무 세게 넘은 것이다.
필자처럼 600이나 700g이 넘어가는 하이파이 헤드폰을 경험하고 적응했던 사람이 아니고서는 선택 자체를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조건이라 신중한 선택을 고민 할 수 밖에 없다. 만약, 그 고민의 끝이 무게를 견디는 쪽이라면 오디지 맥스웰은 최고의 게이밍 사운드를 제공할 것이며 신세계를 맛 볼 것이라 장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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