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오디오 시장의 헤드폰은 거의 다 밀폐형으로 제작된다. 레퍼런스 사운드를 추구하지만 오픈형의 장점인 넓은 스테이지와 입체감은 굳이 필요성을 못 느껴 왔던 것인데 그 흐름에 변화가 생겼다.
하이엔드 헤드폰 시장이 추구하는 완벽한 밸런스와 넓은 스테이지를 스튜디오 믹싱 단계에서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고 다채널 사운드가 극장과 OTT의 기본이 되면서 여기에 특화된 헤드폰 들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오픈 백을 추구했던 메이커 뿐만 아니라 젠하이저에서도 프로 오디오용 신형 오픈백 헤드폰을 출시하게 됐다.
오늘 소개 할 젠하이저 HD490 프로 플러스가 바로 그 제품이다.
■ 완전한 오픈백, 시대가 바꾼 프로 오디오 헤드폰
지난해 S사에서도 오픈백 모델을 프로 오디오 시장에 투입한 바 있다. 이 제품은 프로 오디오 시장에서 뿐만 아니라 컨슈머 시장에서도 인기가 높았는데 그 변화에 대응한 것이 오늘 소개하는 젠하이저 HD490 프로다.
참고로, 젠하이저 HD490 프로 플러스는 젠하이저 HD490 프로에 악세서리가 추가된 풀패키지 모델이다. 헤드폰 자체는 둘 다 동일하다.
젠하이저 HD490 프로는 기존 프로 오디오 헤드폰과 디자인도 차별화 했다. 솔직히 디자인에 대해 논할 만큼 가치가 있다고 보긴 어려운 수준 였는데 젠하이저 HD490 프로는 컨슈머 시장에서도 눈이 갈 만큼 신경써서 만들었다.
HD600 시리즈 같은 대표 모델 보다는 보급형인 느낌이 없지 않지만 기존 프로 오디오 모델 보다는 훨씬 나아졌다.
오픈백 구조는 앞서 말한 HD600과 비슷하다. 내부 구조가 훤히 보일 정도의 메쉬 그릴 커버만 있는 형태고 세미 오픈백 같은 그 어떤 미세 필터도 없게 만들어 놨다. 내부 구조도 HD600 시리즈 처럼 방사 형태의 구조물을 드라이버를 결합하여 정재파를 최소화 하고 오픈백의 장점인 스테이지 구현에 최적화 되게 만들어 놨다.
드라이버도 네오디움 자석과 저주파 실린더로 소개된 멤브레인의 결합으로 저역의 정확도를 높인 것이 특징인데 선명도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을 찾아내고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게 젠하이저의 설명이다.
이어패드도 특별하다. 젠하이저 HD490 프로에는 패브릭과 벨벳 소재의 하이브리드 패드가 기본으로 제공된다. 이 두가지 패드는 오픈백 구조의 약점인 음의 밀도와 초저역 양감 증가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원래 목적인 정확하고 넓은 스테이지 구현에 장점이 있다.
그래서 벨벳 소재의 이어패드는 저역의 따뜻함과 장시간 사용시 발생하는 귀의 피로를 줄이기 위한 용도로 추천되고 패브릭 소재는 보다 분석적인 소리 재생에 추천되며 젠하이저는 1K 대역의 중요성에 특화된 패드로 설명하고 있다.
두 가지 이어패드의 실제 주파수 대역별 특성도 설명처럼 저역 중심으로 차이가 발생하는데 이 차이는 젠하이저의 HD490 프로 소개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젠하이저 HD490 프로에 제공되는 이어패드 2가지 모두 물 세척이 가능하다. 세탁기에 넣고 돌려도 된다니 장시간 사용으로 땀냄새나 다른 냄새가 나면 세척해 사용하기 바란다. 간단한 안내는 설명서에 나와 있다.
■ 젠하이저 HD490 프로의 착용감과 무게
모든 헤드폰이 마찬가지지만 젠하이저 HD490 프로도 착용감과 무게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특히나 장시간 사용이 빈번한 프로 오디오 시장에선 이 부분이 더 민감할 수 밖에 없는데 다행히 착용감과 무게 모두 문제가 될 수순은 아니다.
케이블 없는 젠하이저 HD490 프로 본체 무게만 약 253g 정도고 케이블을 연결해 놔도 300g이 넘지 않는다.
헤어 밴드의 압박도 심한 편이 아니다. 전혀 없다고는 말하기 어렵고 살짝 있는 수준이다. 필자처럼 밴드 길이를 최대한 늘려 사용해야 한다면 약간 거슬리긴 할 것 같은데 그래도 착용감 자체에 불만을 가질 수준은 아니었다.
대신, 헤어 밴드 안쪽에 부착된 쿠션은 처음 착용시 거슬릴 수 있다. 쓰다보면 금방 적응되지만 정수리를 누르는 것 같아 처음에는 좀 불편하다고 느껴질 것이다.
착용감에 더해 장거리 이동 시 필요한 케이스는 젠하이저 HD490 프로 플러스 선택 시 기본으로 제공된다. 이 케이스는 헤드폰과 악세서리를 수납하는 공간이 분리되고 공간적으로 여유가 있게 설계되어 충격으로 인한 헤드폰 파손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젠하이저 HD490 프로에 케이블을 연결한 상태로도 수납이 가능한데 3M 케이블과 헤드밴드 쿠션이 추가로 제공된다.
■ 입체적인 스테이지, 더 현실적인 소리
젠하이저 HD490 프로의 소리는 확실히 컨슈머 제품과 다르다. 레퍼런스로 모든 소리를 재현해 내는 느낌이 강하고 소리 하나 하나의 입체감도 너무 잘 표현한다.
영화를 볼때 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는 모든 소리를 그대로 듣는 것 같아 입체감과 현장감이 매우 좋게 느껴졌는데 이 정도면 하이엔드 급 컨슈머 헤드폰에 견줄 수 있을 정도다. 소리의 질감이나 정확도도 레퍼런스 답게 매우 정확하고 선명했는데 이런 소리는 패브릭 소재로 된 이어패드를 사용해야 경험할 수 있다.
예전의 레퍼런스 사운드 처럼 부드럽고 따뜻한 소리를 원한다면 벨벳 소재의 이어패드를 사용하면 된다. 취향이나 작업에 따라 그에 맞는 패드만 바꿔 쓰면 되기에 젠하이저 HD490 프로 하나만 있으면 다양한 작업에 활용할 수 있다.
젠하이저 HD490 프로의 컨슈머 시장 진입은 좀 조심스럽다. 젠하이저 HD490 프로의 장점인 넓은 스테이지와 현장감은 게임이나 영화 같은 컨텐츠엔 최적이지만 더 큰 시장인 음감의 영역으로는 좀 아쉬울 수 있다.
고역이 쏘거나 저역이 부족하거나 음역대가 마스킹 되는 문제도 없을 만큼 매우 정확한 소리를 내는 헤드폰이지만 거기까지다. 그 이상의 섬세함과 매끄럽고 윤기 있는 소리는 경험할 수 없었고 전반적으로 건조한 느낌였다.
물론, 이것도 패브릭 소재 이어패드를 사용할 경우이며 벨벳 패드 사용 시 저역의 풍성함이나 밀도감 있는 음압을 경험하기엔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 프로 오디오 헤드폰의 새로운 표준
젠하이저 HD490 프로는 기획된 의도도 좋고 그 의도에 맞게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넓은 스테이지와 입체감, 거기다 프로 오디오의 정확도는 모두 갖추고 작업자를 위해 착용감과 디자인까지 신경 썼으니 새로운 시대의 프로 오디오 헤드폰으로 모범생 같은 제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프로와 컨슈머 사이에서 양쪽 시장을 모두 가져갈 제품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다. 어차피 그런 목적으로 개발된 제품이 아니라서 이에 대한 평가는 무의미 하지만 기대하는 소비자들이 있을 것 같아 하는 말이다.
젠하이저 HD490 프로는 게임이나 다채널 사운드가 필요한 콘텐츠 환경에선 제대로 된 오픈백 헤드폰을 경험하게 만들어 주지만 음감으로는 가격 만큼 감동을 주긴 부족하니 잘 판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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