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느낀다 했다. 보는 눈이 있어야 가치를 알 수 있다는 의미일 게다.
비슷한 의미로 백락일고(伯樂一顧)란 사자성어도 있다.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에 얽힌 흥미로운 옛날이야기를 꺼내야 할 일이다. 다만, 결론만 간단히 정리하자면, “천리마는 언제나 있지만, 정작 없는 것은 그것을 알아보는 눈”이란 의미이다.
우리 조상이 남긴 다양한 문화유산을 감상할 때도 이 대원칙은 어김없이 적용된다. 크고 화려한 것 만을 좆다 보면 작고 세밀한 부분에서 깜짝 놀랄 디테일과 아름다움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놓치게 된다. 단아하지만 예술적인 감각으로 떨어지는 한복의 고운 선도, 직선으로 뻗는 듯하다 어느 순간 미묘한 곡선을 이루며 균형의 절정을 이루는 한옥의 처마도, 작은 당우 하나에도 불국토의 염원과 자연을 끌어안는 지혜를 담아낸 우리네 가람배치도 한 번 눈에 들어오면 그 아름다움에 감탄에 감탄을 더하게 된다.
◆ 마이크로닉스 WIZMAX 문 케이스 SPEC
규격: ATX, M-ATX, ITX 지원
저장장치: 최대 5개 (8.9cm 2개, 6.4cm 3개)
쿨링팬: 총 4개 (전면 120mm x3, 후면 120mm x1, LED 포함)
크기: 221mm(W) x 390mm(D) x 461mm(H)
호환성: VGA 길이 325mm, CPU 쿨러 높이 175mm, 수랭쿨러 전면 최대 360mm
포트: USB 2.0, USB 3.0, USB-C 지원
특징: 강화유리 측면, 메쉬 전면, 스윙도어 방식
#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 마이크로닉스 WIZMAX 문
조선왕조가 마지막까지 사용한 법궁인 창덕궁 구석엔 얼핏 왕궁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소담스러운 느낌의 한옥 몇 채가 자리잡고 있다. 낙선재로 불리는 이 공간은 헌종이 양반가의 사랑채처럼 소박한 집에서 검소한 삶을 실천하기 위해 짓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지어진 수강재 등 건물이 늘어나며 현재는 이 공간 전체를 낙선재라 부르고 있다.
글쓴이는 이 공간에 들어설 때마다 연신 감탄하게 된다. 궁궐의 거대한 건축물이 주는 위용도 없는 이 소박하고 작은 기와집 몇 채가 어쩌면 이렇게 위엄이 서 있을 수 있는지, 화려함의 극치라 할 만한 단청 하나 없이 세월의 흔적 고스란히 뭍은 낡은 나무기둥이 어찌 이리 아름다울 수 있는지.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儉而不陋華而不侈)”의 적확한 구현을 만나는 느낌이다.
낙선재를 둘러보면, 수많은 문의 창살이 모두 다르다는 점에 기이함을 느끼게 된다. 단 하나도 같은 것을 찾기 어려울 만큼 다양하고 예쁜,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느낌을 주는 신비함마저 느껴지는 그 창살에 한없이 빠져든다. ‘격’자, ‘만’자, ‘아’자, ‘정’자 등 그 다양함과 아름다움은 이루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리고 이 공간에 들어설 매마다 “이 아름다운 우리 문양을 다양한 제품에 녹여내면 분명 세계적인 제품이 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꽤나 오래전부터 느껴왔다.
바로 이런 제품 말이다. 글쓴이를 포함한 기성세대는 우리 것의 위대함을 모른 채 서양의 문물이 좋은 줄로만 알고 성장했다. 당시 우리의 처지가 어려웠던 만큼 우리가 물려받은 전통 역시 별 볼일 없을 거란 패배의식이 사회 전반에 팽배해 있던 이유도 있을 게다. 어쩌면 이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눈이 부족했을 수도 있고 말이다.
그러나, 이제 세상은 변했다. 한국적인 것은 전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 일으키고, 그것이 해를 거듭할 수록 더욱 맹렬히 타오르고 있다. 이런 현상의 기저엔 우리가 물려받은 유산이, 면면히 이어진 핏줄을 통해 물려받은 그 근성이 분명 남다르고 우수했기 때문이리라. 우리는 최근에 와서야 그것을 깨달았을 뿐이 아닐까?
마이크로닉스의 ‘WIZMAX 문’은 우리 전통 창호의 창살을 모티브로 베젤을 디자인한 제품이다. PC용 케이스인 만큼 구조나 조립 편의성, 마감 등 제품의 품질을 결정하는 여러 요소를 둘러보아야 하겠지만, 제품 평가를 위한 그 모든 요소들을 평가하기 앞서 이런 참신한 시도를 제품으로 내놓은 마이크로닉스에 박수! 아마도 한국 토종 브랜드이기 이런 시도도 가능했겠지…
한눈에 들어오는 요소는 아니지만, 한 번 눈길이 가면 그 아름다움에 흠뻑 빠지게 되는 우리 창살처럼, WIZMAX 문은 오래된 한옥에서나 만날 수 있는 창살 무늬를 PC 케이스에 적용했다. 세련된 것은 물론, 우리네 전통 문양의 아름다움을 매끈한 디자인으로 매우 잘 표현했다.
PC 케이스의 전면부는 외부의 공기를 내부로 유입시키는 흡기용 쿨링팬이 장착되는 위치이다. 때문에 예쁘기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전통적이지만 세련된, 여기에 쿨링팬의 원활한 동작이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까지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전통적인 창살 무늬가 이 기준에도 최고의 조합이 된 다는 걸 WIZMAX 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여타 제품보다 오히려 쿨링팬의 만들어내는 공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가 적어 보인다.
마그네틱 방식의 분리형 베젤을 적용한 부분도 분명한 장점이다. 필요할 때 간단히 떼어내 흡착된 먼지를 털어주거나 세척할 수 있다. 마이크로닉스의 마그네틱 베젤을 사용해 본 유저라면 그 편리함에 모두가 감탄하게 된다. 이보다 쉬운 베젤 구조가 있을까 싶은 느낌이다.
상단 모서리 부분을 살짝 깎아 놓은 디자인도 이채롭다. 창살의 문양을 케이스 디자인에 접목한 디자이너는 적어도 어떤 디테일이 창살의 아름다움을 결정하는 지 알고 있던 느낌이다. 이 사소한 모서리의 처리가 케이스 전반의 디자인에 ‘통일성’을 주고 있다.
편리하게 여닫을 수 있는 스윙도어 방식의 강화유리 사이드 패널도 편리한 부분. 넓은 공간이 필요한 조립 시에는 완전히 분리했다가, 조립이 끝난 후 실사용 시엔 가볍게 열었다 닫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사이드 패널의 모서리도 살짝 각을 준 것을 볼 수 있다. 창살처럼 8각형을 이루도록 의도한 부분으로 풀이되는데, 덕분에 전통 가옥 내부의 전통적 중창을 넘어 하드웨어를 살펴보는 듯한 느낌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저런 8각형의 중창 디자인은 한국보다 중국의 건축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는 요소였던가?
4만원 대의 보급형 제품이지만, C-Type USB 3.2 Gen2를 지원해 더욱 반갑다. 아직까지도 보급형 케이스 대부분이 이를 지원하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내부 쿨링팬의 LED를 제어하는 독립 버튼을 제공하는 것도 마찬가지. 대개의 경우 하나의 버튼으로 리셋과 쿨링팬 설정 중 하나를 선택해 사용하는 방식인 반면, WIZMAX 문은 리셋과 LED 조절 스위치를 모두 지원한다.
확실히 보급형 케이스 치고는 꽤나 알차게 I/O가 구성된 느낌이다. 필요한 모든 기능을 독립적으로 제공하므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아쉬움이 없다. 스위치와 포트류는 모두 케이스 상단에 집중돼 있어 책상 밑에 케이스를 놓고 사용할 때 가장 편리하다.
배기용 쿨링팬이나 수냉쿨러의 라디에이터가 장착되는 상단에도 마그네틱 방식의 먼지필터가 적용돼 있다. 거의 모든 보급형 케이스의 공통사항이지만, 빠트리면 안 될 요소이기도 하다.
WIZMAX 문은 부담스럽지 않은 크기의 PC를 구상하는 소비자에게 딱 어울리는 제품이다. 상단에 240~280mm 크기의 라디에이터까지 장착할 수 있다. 360mm 라디에이터 장착이 불가능한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공랭쿨러를 사용할 예정이라면 오히려 케이스 크기를 최소화할 수 있어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해당 위치에 쿨링팬을 장착하는 경우 두 개의 120mm 쿨링팬, 또는 두 개의 140mm 쿨링팬을 장착할 수 있다.
전면엔 3개의 120mm 쿨링팬이나 두 개의 140mm 쿨링팬을 장착할 수 있다. 해당 위치에 라디에이터를 장착하는 예는 많지 않고, 흡기용 쿨링팬을 설치하는 것이 최적이다. 마이크로닉스 역시 이를 알고 있기에 전통의 창살 문양과 잘 어울리는 3개의 120mm 화이트 LED 쿨링팬을 기본 장착했다. 물론, 360mm 라디에이터를 사용하려면 이 쿨링팬을 떼어내고 장착하면 된다.
이밖에 후면에도 배기용 120mm 화이트 LED 팬이 하나 더 제공된다. 조금 더 적극적인 쿨링이 필요한 환경이라면 바닥에 120mm 쿨링팬 2개를 추가로 장착할 수도 있다. 다만, 기본 제공하는 쿨링팬이 IDE 커넥터를 이용하게 되므로 속도를 조절하기는 어려운 구조이다. 가격이 약간 높아지더라도 PWM 팬을 장착하지 않은 것은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
반대편 패널을 열어보면 시원스레 넓힌 메인보드 장착 패널을 확인할 수 있다. CPU 부분의 공간이 워낙 넓어 메인보드 후면의 브래킷을 쿨러가 제공하는 것으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도 편리하게 작업할 수 있다. 선정리를 위한 홈도 큼직큼직해 확실히 조립 편의성이 꽤나 높다.
다소 작은 미들타워 케이스임에도 스토리지를 위한 베이의 지원이 충실하다. 전면 베젤 방향으로 2개, 후면 파워 방향으로 1개 등 3개의 2.5” 스토리지를 장착할 수 있으며, 파워 서플라이 전면으로도 두 개의 3.5” 스토리지를 장착할 수 있다. 3.5” 베이 중 하나는 2.5”나 3.5” 등 두 종류를 모두 지원하므로 지원하는 스토리지는 총 5개인 셈이다.
작지만, 내부 공간을 알차게 뽑아냈다. 덕분에 325mm 길이의 그래픽카드를 장착할 수 있으며, 최대 175mm 높이의 공랭쿨러까지 장착할 수 있다. 사용할 수 있는 PCI 슬롯은 총 7개이다.
파워 서플라이가 장착되는 챔버의 효과적인 냉각을 위해 하단에도 충분한 에어홀이 마련돼 있다. 착탈식 먼지필터도 장착돼 있어 먼지 걱정을 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어 챔버 상단에 쿨링팬을 장착하는 경우 이는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자주 접근하게 되는 위치는 아니라서 큰 불편은 없지만, 조금 더 편리한 방식이 있다는 점은 약간은 아쉬운 점이다. 물론, 가격을 고려하면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 테스트 환경
① CPU - AMD 라이젠7 PRO 7745 (라파엘)
② M/B - ASRock B650 LiveMixer 대원씨티에스
③ RAM - 마이크론 Crucial DDR5-6000
④ SSD - 마이크론 크루셜 T705 Gen5 2TB NVMe SSD 대원씨티에스
⑤ VGA - ASRock 라데온 RX 7600 CHALLENGER OC D6 8GB 대원씨티에스
⑥ 쿨러 - 마이크로닉스 ICEROCK MA-600T
⑦ 파워 - 마이크로닉스 Classic II 850W
⑧ OS - Windows 11 Pro 23H2
# 그 독창성만으로도 인정받아야 할 제품, 고급화 전략은 어떨까?
마이크로닉스 WIZMAX 문은 꽤나 독창적이다. 특히, 우리네 전통의 문양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제품에 적용한 것은 더욱 긍정적이고, 또 칭찬받을 일이다. 덕분에 웬만한 파노라믹 뷰 케이스보다 더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이런 다양한 시도는 그 자체로 인정받아야 할 부분이다. 우리의 전통 디자인 요소를 최신의 제품에 적용하고, 이를 발전시켜 나아가는 것은 분명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 편집자 주
새로운 스타일의 케이스를 부담 없는 가격에 제공하기 위해 가격을 낮춘 것도 긍정적인 부분. 덕분에 저렴한 가격에 이 독특한 케이스를 누구나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뻔한 디자인의 베젤에 식상함을 느낀 소비자라면 바로 이런 제품, WIZMAX 문이 꽤나 훌륭한 대안이 되어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 문양을 조금 더 고급스럽게 꾸며 보는 상상도 하게 된다. 보급형 제품은 이미 출시됐으니 반투명한 한지를 이용한 패널, 실제 목재를 이용해 창살의 디자인을 구현하는 등 고급화 전략도 시도해볼 만하지 않을까?
저렴한 가격을 위해 양보한 몇 가지 아쉬운 부분도 존재하긴 한다. RPM 조절이 불가능한 쿨링팬, 조금은 저렴해(?) 보이는 사이드 패널 개폐 손잡이, 약간은 불편한 하단의 먼지필터 등. 가격을 고려하면 더 바라기 어려운 게 사실이고, 실 사용에 큰 불편을 끼치는 부분은 아니지만 이런 디자인을 고급화한 제품을 기획하게 된다면 이런 부분들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아무튼, WIZMAX 문은 그 독특한 개성이 더욱 매력적인 제품이다. 창호지가 붙은 창문 너머로 떠오르는 햇살을 마주하듯 하얗게 빛나는 LED도 꽤나 조화롭다. 케이스 외부와 사이드 패널 등의 모서리를 깎아 전통의 8각형 등 공통의 디자인 오브제를 활용한 것도 긍정적이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라도 좋아할 디자인의 제품이므로 오히려 구성을 강화하고 가격을 조금 높여도 좋을 제품이 아닐까 생각된다.
By 오국환 에디터 sadcafe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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