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대량 생산의 시대이다. 물론 다품종 소량 생산이라는 전략도 고개를 들고 있지만 적어도 디지탈 기기에 있어서는 대량 생산 쪽이 더 큰 비중을 가지고 있다.
물론 내부적으로 사용된 주요 칩셋들이 대량생산을 거친 것일 뿐 외형까지 완전히 동일한 제품은 없다. 바꿔 말하면 디지탈 기기는 외형만이 다를 뿐 내부적인 하드웨어는 유사한 제품들이 대부분이라 할 수도 있겠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지상파 DMB 수신기도 그렇다. 어떤 제품을 사용해도 주요 기능인 DMB 방송 시청에는 큰 무리가 없다. 그렇다면 DMB 수신기는 어떤 부분에서 제품간의 차별화를 이루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USB 타입의 지상파 DMB 수신기인 DMBO-1000 (이하 DMBO)를 살펴보면서 찾아보도록 하자.

박스 안의 구성물은 매우 단촐하다. 수신기 본체와 수신기를 노트북에 고정할 수 있게 해주는 클립, 마지막으로 조금 짧은 길이의 USB 연장선이 박스 안에 담겨있는 것의 전부이다.

본체는 iPOD 셔플 또는 USB 메모리를 연상시키는 스틱형 디자인을 사용하였다. 안테나가 본체 안으로 완전히 수납되는 모델 중에서는 부피가 가장 작은 축에 속한다.

한쪽 끝의 뚜껑을 열면 풀 사이즈의 USB 단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일부 모델의 경우 부피를 줄이기 위해 mini-b 타입의 USB 단자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별도의 케이블을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이 있기 때문에, 풀 사이즈의 USB 단자를 탑재했다는 점은 편의성에 상당한 도움을 준다.

안테나는 USB 단자의 반대편에 수납되어 있다. 사진의 회색 부분을 잡고 당기면 안테나를 꺼낼 수 있다.

안테나는 각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하나의 관절이 적용되어있다. 관절을 꺾은 상태에서 다시 360도 회전도 가능하기 때문에 자유롭게 원하는 각을 만들 수 있다.

위의 사진을 잘 보면 어렵지 않게 볼록 튀어나온 부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을 클립을 장착했을때 수신기 본체와 클립을 고정하는 역할을 한다.

클립에는 수신기 본체의 튀어나온 부분에 맞는 오목한 부분이 있음을 볼 수 있다.
클립의 안쪽에는 고정시키는 물체가 파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패드가 부착되어 있다.

클립의 기본적인 사용예제이다. 1m도 안되는 길이의 USB 연장 케이블은 클립을 사용하여 수신기를 노트북에 장착할 때 사용하라고 준비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제 프로그램의 설명으로 들어가보자.
전용 프로그램은 구버전의 미디어플레이어 같은 심플한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다.

기능적으로는 DMB 수신 프로그램에서 가져야 할 대부분의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프로그램의 완성도 면에서느 조금 뒤떨어지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5초가 조금 넘는 채널 변경 시간은 다른 제품들도 오래 걸리기는 마찬가지이니 그냥 넘어간다 하더라도 타임쉬프트 기능을 단순히 생방송을 멈춰 놓는 기능으로 구현한 점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다른 제품의 타임쉬프트는 방송을 보면서 지나간 장면을 저장하고 있다가 사용자가 원할때 다시 돌려보는 기능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타임쉬프트 기능은 재생과 일시정지의 기능 밖에 제공되지 않는다.

화면 확대가 자유롭게 가능하다는 점은 좋지만, 화면확대 기능도 역시 구현되다가 중단된 듯한 느낌이다. 화면 비율을 설정할 수 없기 때문에 사용자가 직접 창 크기를 변경할 경우에는 제대로 된 화면 비율을 맞추기가 매우 어렵다.

서문에서 말한 대로 지상파 DMB는 대량 생산된 주요 부품으로 만들어지는 비슷한 하드웨어들이 많다. 이러한 이유로 소규모 업체의 제품들도 많이 출시되고 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의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하지 못한 제품이 대부분이다.

DMBO의 전용 프로그램 역시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매우 많다. DMBO의 개발사인 온타임텍은 프로그램의 문제를 한번에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실행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유명한 동영상 플레이어인 곰플레이어를 DMB 시청 프로그램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곰플레이어의 최신버전을 다운로드 받아 설치한 화면이다. 기존의 동영상 플레이어에서 탈피하여 다양한 컨텐츠를 즐길 수 있는 통합 프로그램으로 변신한 것을 볼 수 있다.

화면의 중앙에 위치한 DMB라는 버튼을 누르면 DMB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곰 플레이어를 이용하여 DMB 방송을 시청 중인 화면이다.
오랜 기간을 거치며 개선된 곰 플레이어의 인터페이스와 화면 설정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음은 물론, DMB 방송의 편성표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제공한다.

전용 프로그램의 부실한 타임쉬프트 기능과는 달리, 곰플레이어를 사용하면 타임쉬프트로 버퍼링된 화면을 하드디스크에 저장되어 있는 동영상처럼 자유자재로 돌려가면서 시청하는 완벽한 타임쉬프트 기능도 제공된다.

그 외에도 TV 수신 프로그램에서는 꼭 필요한 기능이라 할 수 있는 예약 녹화 기능도 제공된다.

아쉽게도 화면을 표시하지 않고 백그라운드로 방송의 녹화만을 지원하는 기능은 제공되지 않는다. 그러나 곰플레이어의 빠른 업데이트를 생각해보건데, 조만간 다른 DMB 프로그램에서 제공되는 편의기능들이 빠르게 추가되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중소 제조사들이 많은 MP3 플레이어의 경우, 하드웨어적으로는 충분히 쓸만한 제품이지만 펌웨어나 전용 프로그램의 문제로 평가 절하되는 제품을 많이 보았다. 비록 한국 시장에서는 성공하지 못한 제품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iPOD의 비결 중에 하나는 바로 사용하기 편리한 프로그램의 제공이 아니었을까?

필자가 DMBO를 처음 봤을 때는 지상파 DMB 서비스의 시작과 함께 시장에 쏟아져 나온 USB 타입의 DMB 수신기 중에 하나였다. 스틱 형태의 깔끔하고 튼튼한 디자인과 안테나 처리 방식, 노트북의 액정에 수신기를 고정할 수 있는 등 하드웨어적으로는 분명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많이 채용된 제품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기능이 떨어지는 전용 프로그램이 하드웨어의 장점은 모두 깎아 먹는데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멋진 아이디어가 적용된 하드웨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인 곰플레이어의 인증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균형이 맞춰진 지금, DMBO는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제품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필자는 4~5 종의 DMB 제품을 테스트해 봤지만, 적어도 실외를 기준으로 했을때는 서울 시내 안에서는 제품간의 수신율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 하드웨어적인 성능이 동일하다면 디자인과 편의성을 고려한 하드웨어와 보다 사용하기 쉬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 아닐까?

온타임텍 DMBO는 그 두 가지를 모두 만족하는 제품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