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리뷰 : 월드 사커 위닝 일레븐 DS - 한글판 (닌텐도 DS)

작년 9월 필자는 도쿄게임쇼에서 NDS로 개발 중이던 위닝 일레븐을 볼 수 있었다.

프레스 참관일이고 많은 사람들이 PS3 부스에 몰려 한산했던 탓에 그 자리에서 부스걸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게임을 해볼 수 있었는데, 약 7개월의 시간이 흐른 뒤에 정식 라이센스를 받아 한글화 된 게임이 발매된다는 소식에 감회가 새로웠다.

 개인적으로, 아니 NDS 유저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실황야구, 위닝, 삼국무쌍과 같이 타 기종에서 많은 명성을 얻고 있는 게임의 이식은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3D 처리의 한계가 있는 플랫폼 탓에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인데, 그 기대와 우려의 현장 속으로 함께 떠나보도록 하자.

거친 그래픽 & 느린 모션

일단 게임을 시작하면 이 게임이 정말 위닝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난해한 그래픽에 충격을 받게 된다. 갓 위닝에 빠진 필자의 친구에게 이 게임을 보여주니 자신을 놀리냐면서 모바일 게임이라고 우기며 필자의 멱살(?)을 잡기까지 했는데, 그 옛날 PS1의 J리그 실황 위닝일레븐을 보는 듯한 퀄리티에 아찔함까지 느껴졌다.

게다가 프레임이 매우 떨어지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느리고 끊기는 느낌을 지울 수 없고, 이로 인해 조작감도 상당히 떨어진다. PSP로 나온 위닝은 PS2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주는 반면, NDS용의 경우 일단 외양부터 위닝이라고 부르기엔 애매한 퀄리티를 보여준다는 면에서 많은 감점 요인이 되고 있다.

물론, 지난 번에 필자가 리뷰 했던 같은 회사의 ‘파워풀 프로야구 비긴즈’처럼 기기의 특성상 3D 기능을 어느 정도 제한하고 자신만의 독특함을 살린 작품을 모토로 제작되었을 수도 있지만, 일단 PS2 버전의 위닝만을 생각하고 게임을 시작한다면 큰 실망을 하게 될 여지가 농후하다. 만약 PS2 퀄리티의 위닝을 야외에서 하고 싶다면 PSP로 플레이 할 것을 권하는 바이다.

게임 밸런스

단적으로 말해 기존의 위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3D 충돌 체크가 애매했던지 드리블 시 수비가 조금만 접근해서 프레싱을 가해도 쉽게 볼을 빼앗기는 모습이었고, 숏 패스보다는 스루패스와 원투 패스를 조합하여 공간을 가르는 것이 유리한 것처럼 보인다.

슈팅의 경우 십자키의 특성상 대각선 슈팅이 유리하며, 중거리슛도 은근히 잘 들어가는 편이라 찬스가 나면 시도해 볼만 하다. 페인트를 넣기가 어렵고 위닝 만의 섬세한 공중 볼 자리 다툼이나 공방전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순간적으로 수비를 제치거나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AI는 꽤 괜찮은 편이다.

게임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논하자면, 기존의 위닝과 아무 관계 없이 단순히 NDS용으로 나온 새로운 축구 게임이라고 생각할 경우 크게 나쁘지 않고 좋지도 않은, 어느 정도 조작이 까다로운 면은 있지만 충분히 해볼 만한, 그리고 약간의 재미를 느낄 만한 수준이라고 말하고 싶다.

터치펜으로 UP! UP!

닌텐도 DS만의 특징인 터치 스크린을 활용한 다양한 기능이 있어, 리플레이 화면에서 터치 스크린으로 카메라를 조작한다거나, 시합 중 공수 밸런스를 공-수 버튼을 눌러 강약을 조절하고, 포메이션 수정도 터치펜을 이용하여 마치 자석판의 말을 조정하듯 재미있게 조작할 수 있다.

펜을 이용하여 위치를 수정하면 위치에 맞는 포지션으로 자동적으로 바뀌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포메이션에 대해 조금 더 언급하자면 기존의 위닝과는 달리 공격 방향을 지정하는 것은 따로 없었으며, 공격적 수비적으로 밸런스 있게 움직이는 수준을 결정하고, 수비의 경우 존이나 커버 플레이를 결정할 수 있다).

이 밖에 자신만의 오리지널 팀 엠블렘을 직접 몇가지 컬러가 등록된 컬러 팔레트를 통해 자유롭게 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오리지널리티를 느낄 수 있었다.

게임 모드 설명

기존 위닝과 크게 다른 점은 없었으나 마스터리그 대신 삽입된 월드 투어가 상당히 재미있다.

월드 투어란 우리에게 친숙한 코나미맨들이 등장하는 오리지널팀으로 시작하여 실력 별로 분류된 그룹의 나라들과 대결을 펼치는 것으로, 승리를 하면 동전이 주어져서 이를 이용하여 가챠폰으로 자신이 물리쳤던 나라의 선수들 중 하나가 랜덤으로 튀어나와 자신의 팀원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드이다. 가챠폰 특유의 랜덤의 묘미와 선수 운영이라는 두 가지 맛을 제대로 녹여냈다.

네트워크 모드는 근거리 통신을 이용한 멀티 플레이와 선수 교환, 그리고 WI-FI를 통한 플레이가 지원되며, 조만간 한국 닌텐도에서 WI-FI를 본격적으로 도입한다고 하니 이 쪽도 많은 기대를 하는 바이다. 에디트 모드에선 라이센스 계약을 통해 에디트가 불가능한 팀을 제외하고 팀 명만을 수정할 수 있다.

한글화 그리고 사운드

가장 칭찬해주고 싶은 면은 모든 부분을 한글로 풀어 내어 유저의 접근을 돕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기본이라고 할 수 있지만 PS2나 PSP, Xbox 360 소프트의 경우 매뉴얼만 한글화 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바이며, 앞으로 나올 소프트들 역시 꾸준히 한글화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아쉬운 점은 용량의 탓인지 실황이 지원되지 않는다는 것. 그나마 배경음악은 위닝 고유의 발랄하고 흥겨운 음악들이 준비되어 있어 위안이 된다.

팀 명단

각 지역을 선택하는 것 외에도 몇 개의 클럽팀이 라이센스를 취득하여 제공되고 있다. 먼저 프리미어리그의 아스날과 맨유, 세리에A의 인터밀란과 AC밀란(호나우두의 이적이 반영 되어 있지 않다), 파르마와 AS로마,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과 기타리그로 자주 등장하는 셀틱과 레인저스 등이 있는데, 최신의 명단이 아니라 개발 당시의 명단인 듯 싶다.

언제나 시작이 어려운 법

필자는 PSP와 NDS를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위닝을 밖에서 즐기고 싶다면 PSP를 이용하게 될 것 같다. 왜냐하면 NDS판은 전반적인 그래픽 퀄리티 저하 뿐만 아니라 선수가 몰리면 느려지는 등 태생적인 문제를 안고 있고, 밸런싱이나 조작 면에서도 많이 틀려 아예 다른 게임을 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단순 이식이 아닌 오리지널리티를 살린 점은 높이 평가할 만 하다. 월드 투어의 경우 기획적인 면에서 가챠폰을 이용했다는 점이 흥미로웠고, 터치 스크린을 이용한 실험들이 앞으로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고 생각한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고, 언제나 시작은 어려운 법이다.

앞으로 꾸준한 노력과 기획을 통해 유저들이 자랑스럽게 NDS에는 이런 면이 있어서 즐긴다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만들어주기를 기대하며 리뷰를 마칠까 한다.

SEE YOU NEXT TROU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