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리뷰 : 드래곤볼 Z 진무도회 2 (PSP)

드래곤볼 프랜차이즈의 방대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대하다. 수십권 분량의 만화는 물론이고 다양한 애니메이션과 무비, 그리고 상당한 수의 게임에 이르기까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랄까. 더욱 놀라운 것은 새로운 작품이 등장할 때 마다 볼 수 있는 폭발적인 관심 그 자체로, 이러한 모습을 보면 절로 부러움을 느끼게 된다.

이번 주인공은 트랭크스

이번 ‘드래곤볼 Z 진무도회 2’의 주인공으로는 그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트랭크스가 내정되었다. 손오공이나 손오반 중심으로 흘러가던 드래곤볼의 세계관에 변화가 일어났다는 점에서 신선한 느낌을 받을 만 한데, 전작이 손오공과 베지터를 앞세웠다면 본작에서는 트랭크스와 오반이 주역이다.

즉 아버지에게서 아들들로 주연이 바뀐 것이다. 물론 그러한 점이 이 게임에 있어 크게 중요하지도, 스토리와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게임의 무대는 트랭크스가 살고 있는 미래의 시대, 기본적인 줄거리는 마도사 바비디가 마인 부우를 부활시키고 이를 막기 위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대전 게임에 있어 스토리가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니고, 어차피 한글화 되어 발매되는 것도 아닌 이상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아도 될 듯 하다(사실 스토리 자체도 그리 좋다고 하기 어렵다). 무대가 미래가 되다 보니 그간 게임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캐릭터들의 미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반가운 일이다.

전체적인 그래픽은 전작에 비해 조금 더 좋아진 듯 하다. 획기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나아진 것 같아’라는 느낌. 다만 오프닝에는 다소 불만이 있는데 멋진 애니메이션이 원작임에도 불구하고 컷 신의 카메라 이동과 실제 전투 화면만으로 얼렁뚱땅 끝나버려서 허전함을 남긴다.

진무도회 2가 오리지널 스토리를 채용했다는 점에서 이해는 가지만 아쉬운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시점에 있어서는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졌는데 전작의 경우 카메라 앵글이 사이드 뷰로 고정되어 있었지만 이번에는 옵션을 통해 사이드 뷰와 쿼터 뷰의 조정이 가능해져 자신에게 편한 쪽을 선택할 수 있다.

더 많은 캐릭터로 즐겨 보자

진무도회 2에서 가장 주목할 요소는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진 캐릭터들이다. 전작의 경우 캐릭터의 수가 좀 적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미래의 오반이나 트랭크스는 물론이고 마인 부우(선, 악)와 데브라, 손오공의 아버지인 버독을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각 캐릭터의 상태 역시 다양해져 손오공의 경우 ‘초사이어인4’가 될 수도 있다.

게임의 기본이 되는 ‘트랭크스 어나더 로드’는 전작의 스토리 모드에 비하여 많은 부분이 변경되었다. 특히 3인 1조 시스템을 취한 점이 색다른 즐거움을 주는데 각 스테이지마다 팀을 구성할 수 있으며 팀원이 어떻게 구성되는가에 따라 이벤트 내용은 물론이고 상대 캐릭터도 달라진다는 것이 독특하다.

스토리 모드의 진행은 3D로 구성된 맵을 이동하면서 스테이지 별로 준비된 몇 개의 미션들을 진행하는 형태로 이루어지는데, 전작에 비하여 미션 클리어 조건도 다양해졌고 난이도도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각종 캐릭터를 얻는 조건이 까다로워진 만큼 플레이 타임 자체는 더욱 늘어난 느낌이다.

조작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간단한 버튼 입력으로 이루어진다. 특별히 어려운 커맨드가 요구되지 않는 만큼 불편함은 별로 없으며, 약간의 숙달 만으로 화려한 콤보를 연출할 수 있다. 최근 드래곤볼을 소재로 한 대전형 게임은 스피디함을 살린 경우가 많은데 진무도회 2 역시 전작보다 스피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너무 빠르다’라고 느끼는 게이머들도 있을지 모른다.

새로 추가된 요소들

진무도회 2에 새로 추가된 부분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역시 오라 버스트 시스템의 강화이다. 새로 추가된 기술을 통해 보다 박진감 넘치는 전투가 가능해진 탓이다.‘오라 버스트 차지’ 는 일종의 캐릭터 별 특수 기술 개념이라 할 수 있는데 캐릭터에 따라 공격력이나 방어력이 상승되기도 하고 일정 시간 기가 소모되지 않기도 한다.

캐릭터 별로 강력한 기술이 하나씩 추가된 만큼 이를 실전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해졌다. 한 마디로 조금 더 연구할 가치가 생겼다고 할까. 다만 한 라운드에 한 번으로 사용 회수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쉬운 점이기는 하지만 말이다(하긴 이런 걸 계속 쓰게 놔두면 그것도 문제겠지만).

‘오라 버스트 가드’ 는 가드를 강화시키는 기술로 가드 버튼을 누르면서 오라 버스트를 발동시켜 사용한다. 전작의 가드 시스템을 어느 정도 보완하기 위한 기술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오라 버스트 가드를 사용하면 상대의 필살기를 막는 경우에도 부상 데미지를 입지 않는 장점이 있으며 가드 게이지도 감소되지 않는 만큼 유사 시에 유효한 기술이다.

물론 이처럼 좋은 점만 있을 리는 없는 법, 오라 버스트 가드 사용 중에는 지속적으로 기력이 소모되기 때문에 무작정 사용하면 말 그대로 방어만 하고 공격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될 수도 있을 뿐 더러 오라버스트 스매시 공격은 가드 자체를 날려버리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전작에도 존재하는 기술이기는 했지만 추가타의 경우 2편으로 넘어오면서 보다 강력한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에도 주목할 만 하다. 진무도회 2에서는 추가타를 3번 성공할 경우 캐릭터 별로 자신만의 고유한 기술이 발동되면서 더욱 강력한 공격을 펼칠 수 있게 된 것이다.

새로운 기술과 더불어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부스터 카드다. 부스터 카드를 장비함으로써 캐릭터의 능력을 강화시킬 수 있으며 카드 조합을 통해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

어느 정도 커스터마이징 개념을 추가했다는 느낌인데 초반에 조금 버거운 미션일지라도 다양한 부스터 카드를 모아 캐릭터를 강화하면 쉽게 클리어를 할 수도 있다. 부스터 카드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입수할 수 있고 상점을 통해 구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새로운 기술이 추가되고 보다 많은 캐릭터와 초사이어인 4 같은 다양한 상태를 지원함에 따라 전투 자체는 더욱 파워풀 한 모습이며, 이펙트도 화려해진 듯 하다. 어찌 보면 PS2의 스파킹 시리즈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 애드혹 모드를 이용한 대전도 가능해 친구들과의 대전도 즐거움을 준다.

드래곤볼의 매력

한 마디로 ‘드래곤볼’이라는 소재를 잘 살린 좋은 게임이다.

눈도 즐겁고 조작은 간담하며, 많은 캐릭터들의 추가로 볼륨도 커졌고 아케이드 모드, 타임어택, 서바이벌 모드 등 다양한 즐길 거리도 제공하고 있다. 물론 게임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재미’ 측면도 우수하고 말이다. 적어도 캐릭터와 비주얼만을 강조한 게임은 아니라는 뜻이다.

단지 게임을 즐기는 데 있어 크게 애로 사항은 없다고 해도 한글화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지만, 어쨌든 진무도회 2는 드래곤볼 시리즈의 팬은 물론이고 가볍게 즐길만한 대전 게임을 원하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좋은 게임이다. 이제는 다소 지겨울 법도 하지만 그래도 언제나 즐거운 것이 바로 드래곤볼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