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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게임이 발표될 때 공개됐던 스크린샷으로 가슴을 설레게 만든 이후 약 1년 동안 쉴 새 없이 시각적인 공세를 펼쳐온 RTS 게임 ‘월드 인 컨플릭트’의 실체가 공개됐다.
과거 호평을 받았던 ‘그라운드 컨트롤’ 시리즈 덕분에 제작사에 대한 기대감과 시각적 충격, 그리고 화면 상으로 보이는 거대한 맵에서 과연 게임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호기심과 약간의 두려움 등은 이 게임을 RTS 게임계의 또 하나의 기대작으로 부상시켰다.
화면을 수놓는 아름다운(?) 폭발 장면
월드 인 컨플릭트(이하 WIC)의 기본은 제작사가 과거에 만들었던 그라운드 컨트롤의 그것과 많이 비슷하다.
마우스와 키보드로 화면을 움직이는 방법이라든가 지원 병력 낙하 지점 설정, 유닛 생산이 아니라 유닛을 공수한다는 설정, 그리고 유닛이 갖고 있는 특수 능력과 그것을 이용하는 방법 등이 그렇다다. 덕택에 과거 그라운드 컨트롤을 즐긴 경험이 있다면 오랜 만에 친구와 재회한 듯한 느낌을 받게 될 수도 있다.
필자는 윈도우 비스타를 사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DirectX 10의 그래픽을 경험할 수 없었지만 DirectX 9 기반이라고 하더라도 ‘대단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입에서 튀어나올 정도의 화면을 경험했다.
개별 유닛들의 세밀한 모델링과 움직임, 빠르게 질주하다 파괴되는 탱크의 부서진 잔해가 관성에 의해 이동 방향으로 튀어나가는 모습, 화면을 가득 채우는 다양한 폭발 효과, 건물 파손/파괴 표현 등 어느 하나 놀랍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래픽 옵션 조정을 위한 벤치마킹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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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진행 중 자주 보게 되는지원 |
워낙에 넓은 맵을 사용하다 보니 카메라의 이동이 매우 중요한데 최근 FPS나 액션 게임에서 흔히 사용하는 WASD를 방향키 대신 사용하게 만들고 각 유닛 조작에 필요한 키를 그 부근에 적당히 배치해 키 조작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FPS를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이다.
마우스는 높낮이와 방향 전환에만 할당되어 있고 카메라를 자유롭게 움직이는 기능은 휠 버튼 클릭으로 제공된다.
임무는 컷신에서 지휘관의 이야기를 들으며 대략적인 개요를 파악하게 되고 게임이 시작되면 해야 할 일 목록이 어딘가에 저장된다거나 하는 형식이 아니라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1-2개씩 주어진다. 기본 미션은 노란색 원형 버튼으로 위치와 내용을 제공하고, 이차적인 임무는 주황색으로 순서대로 주어지는데, 급변하는 전장의 상황을 분위기에 맞게 지휘관의 목소리로 전달하는 것이 재미있다.
개별 유닛의 디테일이 상당한 수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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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유닛이 지나간 자리에는 흔적이 남는다 |
플레이 중에는 게이머가 직접 제어하는 부대와 제어할 수는 없는 아군 부대들, 그리고 주어진 임무 수행 중 처리해야 하는 적군의 세 진영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게이머가 전투에 관여하지 않더라도 항상 전투가 진행되는 전장의 분위기가 유지된다.
두 번째 특징은 특정 지역 또는 건물을 확보하려면 이들 지역에 적이 접근하는 경로를 막아서는 거점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확보해야 하는 거점의 수는 해당 지역에 접근 가능 경로 수에 따라 달라진다).
포인트를 기반으로 두 가지 일을 할 수 있는데 하나는 지원 병력 요청이고 다른 하나는 포격 또는 폭격 요청이다. 지원 병력을 요청할 수는 있지만 양적으로 항상 충분한 상황을 만들 수는 없다. 이를 보완하는 것이 바로 포격 또는 폭격 요청이다.
다시 사용하게 되기까지 지연 시간이 있고 근접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등 제약이 많긴 하지만 부족한 화력 극복에 큰 도움이 된다. 물론 요청을 해도 지연 시간이 있기 때문에 이동 중인 적을 공략하려면 경로 등을 파악하고 예측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지원 병력 투입 지점 설정 시 보게 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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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지점 사수 중 사정거리 바깥은 장거리 |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앉아 있는 보병 유닛을 탱크가 밀고 지나가는 듯한 어색한 표현이라든가, 이동 경로 상에 있는 장애물을 피해 지나가는 AI 등이 눈에 띄었고, 선택한 유닛을 그렇지 않은 유닛과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으며, 지원 병력 투입 지점을 설정하는 메가맵(미니맵을 화면 가득 확대한 맵) 상에서 아군의 현재 위치를 쉽게 구분할 수 없다는 점 등은 불편했다.
맵이 상당히 넓고 서로 다른 방향에 있거나 조금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이동하는 일이 잦아 이동 중 지루함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일단 전투가 본격화 되면 그것이 행복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정도로 바빠지는 것이 인상적이다.
WIC의 특징들이 다른 게임에서 전혀 볼 수 없는 새로움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흔치 않은 특징임에는 틀림이 없고 적당하게 조이고 풀어주는 잘 구성된 레벨 디자인도 매력적이다. 이 매력을 끝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