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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많은 인기를 누리며 후속편까지 발표된 '쿠킹마마'가 지난 12일 한글화를 거쳐 정식 발매되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요리'를 주제로 아기자기한 그래픽까지 제공하는, 그야말로 '여자 아이를 위한 타이틀'이라는 느낌이 물씬 나는 쿠킹마마에 어떠한 즐거움이 숨어 있을지, 필자가 느낀 쿠킹마마의 맛(?)을 전해 보도록 하겠다.
정말 요리를 하는 듯한 느낌
쿠킹마마의 그래픽은 메인 메뉴에 들어가는 순간 척 보기에는 모바일 게임같지만, 요리를 하는 순간부터 진가를 발휘한다. 결코 단순하지 않은 생김새의 요리재료와 요리도구들은 물론 완성된 요리의 모양은 정말 먹어보고 싶을 정도이다. 그리고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지글지글', '보글보글', '통통통통'같은 효과음. 쿠킹마마에서 들을 수 있는 다양한 효과음은 그야말로 실제 요리를 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켜 플레이어의 뇌속에 자리잡고 있는 그 음식의 냄새(!)가 나는 듯 만들기도 한다.
극도의 단순함이 아쉽다
그러나 이렇게 생생한 현장감에 비해 게임 자체는 정말 단순하다. 만들고 싶은 요리를 메뉴에서 선택하고 썰기, 볶기, 끓이기 등과 같은 여러 가지의 행동을 각각 주어진 시간내에 완수하면 요리가 완성되는 것으로, 처음에는 썰기나 볶기 같은 조리법이 실감나고 재미있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게임을 플레이 하지만, 시간이 갈 수록 같은 행동 패턴에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물론 위에 설명한 것들 외에도 고기를 두들겨 연하게 만들거나, 고기를 굴려 튀김옷을 입히거나, 생선을 익히려 부채질을 하는 등 다양한 조리법이 있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라는 것이다.
다양한 요리가 준비되어 있다
요리할 수 있는 메뉴는 가정식은 물론 양식까지 망라하여 매우 다양하고 그에 따라 조리법이 조금씩 달라 '이런 요리는 이런 방법'이라는 차이에서 오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결국 게임을 플레이 하며 느낄 수 있는 재미는 썰고 끓이고 하는 조리법에서만 느낄 수 있으니, 요리 메뉴가 천만개가 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 그저 요리 방법이 몇 개 더 많아지게 하는 역할 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정말 그 요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고 한다면 모를까 요리 시 들어가는 재료의 양이나 조리 시간 같은 실제 레시피는 전혀 표시되지 않아 그냥 '마마'가 준비해 주는 재료로 길면 몇분, 짧으면 몇십초와 같이 주어진 시간 내에 자르고 볶고 하다 보면 끝이다. 실패를 한다고 해도 용기를 북돋아주는 차원에서 눈을 번뜩이며 "괜찮아 마마가 해줄게!"라고 하는 마마 덕분에 어떻게든 요리는 완성되고 끝내 맛있는 모습을 드러낸다.
뭐, 대충해도 '마마가 해주니까'라고 넘기게 되니 결과물에 집착을 보일 수 없고, 정확히 말하면 '내가 만든 요리'가 아닌 '내가 도와준 마마의 요리'가 되는 셈이다. 이는 이 게임의 대상 연령이 스스로 요리를 할 수 없는, 혹은 하기엔 위험한 '여자아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동시에 정말로 요리를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에 구매한 20대 이상의 여성에게는 그다지 탐탁치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좌: 시간 내에 초록 게이지를 채워 고기를 연하게 하고,
우: 언제 고기를 뒤집으라는 마마의 지시를 따라 구워서 요리를 완성한다
물론 요리를 따라 만드는 것 외에도 두 개의 요리를 섞어 퓨전 요리를 만들 수도 있고, 자르기나 두드리기 같은 조리법을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많이 할 수 있는지 실력을 뽐낼 수도 있다.
다만, '퓨전 요리'라고 해서 거창하게 생각할 것은 없고 1차적으로 밥을 선택하고 2차적으로 스파게티를 선택하면 스파게티가 밥위에 얹혀져 있는 모양의 '스파게티 밥'이 되는 식이다. 퓨전이라면 퓨전이지만 왠지 작위적인 '퓨전 요리'를 만들 수 있게 되니 큰 기대는 금물이다. (극단적인 예로는 1차 스파게티 2차 된장국을 들 수 있겠다. 무엇이 될까..)
좌: 칭찬 해주는 마마
우: 퓨전요리 떡밥!! 무슨 맛일까..
소꿉놀이 세트 혹은 요리 친화 프로젝트
간단하게 정의하면 쿠킹마마는 '소꿉놀이 세트'라고 할 수 있겠다. 식칼이며 필러며 갖가지 도구도 있고 요리를 하기 위한 재료도 무한으로 제공되며, 가벼운 마음으로 열심히 하면 다양하고 멋진 요리가 완성되는 '아동용 소꿉놀이 세트'말이다. 또한, 대상연령을 조금 높여 생각한다면 요리에 한 치의 관심도 없는 (필자같은) 여성에게 요리의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요리 친근 프로젝트'도 될 수 있겠다.
'단순'은 쉽게 해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쉽게 지루해진다는 단점도 무시할 수 없다. 차라리 요리책처럼 실제 요리에 적용 될 수 있는 레시피를 기재했더라면 아동뿐만 아니라 20대 여성과 주부들을 포함한 전연령층이 가까이 할 수 있는 타이틀이 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드는 한편으로 11월 15일 일본에 발매 되는 후편에서는 어떤 새로운 맛을, 혹은 진실한 맛을 느낄 수 있을지 살짝 기대해 본다.
[Cooking Mama Trai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