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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 컨트롤'(Ground Control)로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에 새 지평을 열었던 메시브 엔터테인먼트(Massive Entertainment)가 90년대 초반까지 지속되던 냉전 중 실제 전쟁이 발발하였다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채용한 신작 ‘월드 인 컨플릭트(World in Conflict)’를 내놓았다.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군가 한번쯤 상상해 봤을 법한 소재를 바탕으로 한편의 잘 만들어진 영화처럼 짜임새 있는 스토리 텔링과 화려한 영상미를 갖추고 있는 이 게임은 1989년 소비에트 유니온(지금은 사라진 소련)의 서유럽 침공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풀어 간다.
동맹이 침공당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대량의 지원군을 파견하게 된 미국은 전쟁이 발발한 지 4개월 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미 본토를 향한 소련군의 공격을 받게 된다. 모든 것이 평화로워만 보였던 시애틀의 아침이 수송선박으로 가장한 적의 대규모 전력 앞에 속수 무책으로 밀리게 되고 숫적 열세에 몰린 병력이 이에 맞서는 시점부터 캠페인이 전개되는 것이다.
게이머는 시애틀, 뉴욕, 서유럽에 걸친 14개의 싱글 캠페인을 통해 구 소련의 강력한 군사력을 물리쳐야 하는 숙명에 놓이게 되며, 얼핏 차갑고 딱딱할 것만 같은 전쟁 안에 소련의 침공을 대통령에게 알리는 보좌관의 결연한 모습, 어린 딸과 군인 아버지의 애절한 전화통화 등 때로는 숙연하고 때로는 유머가 넘치는 이야기들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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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미션은 게임 엔진으로 구현된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스토리를 구현하고 있지만 스케치한 사진 같은 스틸컷과 음성 그리고 동영상을 삽입하는 등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 표현력을 극대화 시켰으며, 인-게임 영상에서는 기존의 게임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실적인 동작을 구현한 탓에 마치 배우가 연기를 하는 것 같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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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시스템은 3D RTS의 기본적인 룰을 지키면서도 크게 지원군 포인트로 사용하는 ‘배치’와 전략 포인트로 사용하는 ‘포격 지원’, 그리고 ‘목표물’ 이란 세 가지 큰 컨셉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우선 배치의 경우 유저가 미션 도중에 획득하거나 혹은 미션 시작과 함께 얻어진 포인트를 사용해 중탱크, 경탱크, 장갑차, 보병, 스나이퍼, 헬기 등등에 이르는 지원군을 사서 전장 안 드랍 존에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한정된 포인트로 얻은 적은 유닛을 바탕으로 피 말리는 전투에 임할 상황이 자주 펼쳐지는 스타일임을 의미한다. 그래서 수리차량 등을 이용하고 뒤에 언급할 유닛별 각종 스페셜 어빌리티의 적절한 사용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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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유닛은 모두 서로 다른 이동 스피드와 공격력, 상성관계, 스페셜 어빌리티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탱크는 다른 탱크와 차량에 유리하나 바주카포 병사들엔 취약하고, 헬기는 보병과 탱크에 강하지만 AA건에 약하다. 또 같은 헬기라도 가격이 다른 경헬기, 중헬기, 중무장헬기 등으로 나뉘어져 각각 탐색과, 공중전, 지상전에 강력한 면모를 보인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전쟁 무기에 대한 지식이 조금만 있다면 연상되는 일반적인 특징을 만족시켜 준다. 게다가 주변 오브젝트를 이용할 수 있다는 시스템 특성상 만약 보병이 건물 안에 진을 치고 적과 싸우게 된다면 적이 건물을 무너뜨리지 않는 이상 은폐하며 게릴라 전을 펼치는 등 쉽게 죽지 않는 싸움을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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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장비가 좀 더 강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마치 RPG의 레벨처럼 경험이 쌓인 유닛이 좀 더 강한 능력을 얻게 되는 만큼 시나리오나 지형, 임무 등에 따라 게이머는 올바른 선택을 이뤄내 적은 손실로 적을 물리쳐야 함은 물론 아군 유닛을 오래 살아 남게 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 속에서 특정지역 점령, 사수, 획득 등 미션 도중 수시로 바뀌는 ‘목표’를 착실히 수행해 게임을 풀어나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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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어빌리티는 각 유닛마다 주어진 특혜 같은 것을 말하며 한정된 유닛을 가지고 미션을 풀어 가야 할 때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탱크가 적과 조우할 때 미사일 공격 어빌리티를 클릭하고 적을 지정할 경우 보다 강력한 데미지를 입힐 수 있으며, 보병의 러쉬는 일정 시간 동안 엄청난 이동 스피드를 가져다 준다. 하지만 게임 상의 지원이나 배치와 마찬가지로 시연 후엔 쿨타임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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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어빌리티의 개념을 듣게 됨으로써 인지하게 되었을 것이 있는데, 이 게임은 완연하게 사실적인 면만 부각시킨 게임이 아니다. 탱크의 포격을 정면으로 받은 적 장갑차가 한방에 부서지지 않으며, 여타의 RTS처럼 체력 게이지 같은 것을 모두 소모시켰을 때 폭파가 된다.
결국 진정한 사실성을 추구하는 게임이 아니라 사실적인 유닛의 모습, 이동, 포격, 지원 등등 다양한 전쟁의 요소를 갖춘, 그리고 적군이 무작정 아군 기지로 돌격하기도 하고 은폐나 엄폐가 불가능한 공간에서 다리를 사수하기도 하는 등 게임 본연의 즐기기 위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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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인 컨플릭트가 자랑하는 또 다른 시스템인 포격 지원이란 쉽게 얘기해서 후방에 자리잡은 아군의 곡사포나 전투기 등을 호출하여 특정 지역에 포화를 날리고 미사일 요격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적을 물리치고, 목표물을 탈취하며, 아군 유닛을 치료하는 등의 행동을 통해 얻어지는 포인트는 모두 다른 타격 범위와 파괴력(사용 시 그 범위가 표시)을 요청하는데 쓰이며, 일(一)자 모양으로 지정된 지역에 지속적인 타격을 가하는 방식, 넓은 범위에 랜덤 하게 포탄이 떨어지는 곡사포, 한 타겟에 집중하여 엄청난 데미지를 일으키는 미사일 이외에 네이팜탄과 최종적으로는 전략 핵무기에 이르기까지 시원시원한 재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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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 안에 존재하는 오브젝트들은 앞서 언급한 대로 보병이 점령하여 사용할 수 있고 파괴되기도 하는 등 단순한 배경 그림이 아니라 상호 연동 가능하게 되어 있으며, 넓은 전장을 표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곳에서 바라 볼 때의 디테일이 상당히 섬세하다.
이처럼 전장 전체가 3D로 구성되어 있는데다 다양한 오브젝트들 사이에서 각종 폭발과 광원효과 그리고 연기, 날씨 등의 이펙트가 난무하고 있는 만큼 구형 그래픽 카드 사용자에겐 게임 플레이에 다소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며, 필자가 테스트했던 8600GT OC모델로 미디엄 디테일의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했던 만큼 최근 모델의 그래픽 카드 유저라면 큰 무리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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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인 컨플릭트의 재미는 캠페인에서뿐만 아니라 전쟁의 포화를 멀티플레이를 통해서도 즐길 수 있도록 하며 만약 게이머가 보이스챗 장비를 가지고 있다면 친구와 함께 멋진 멀티플레이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소련측 플레이는 캠페인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대신 멀티플레이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다만, 가끔 억지스러운 몇몇 시나리오 장치와 세밀한 컨트롤을 통해 보다 전략적인 움직임 및 사실성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면에선 아쉬움이 남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땐 RTS의 팬이라면 놓쳐서는 안될 만큼 비주얼도 좋고 손에 땀을 쥐는 재미도 선사하는 현대전 RTS로 손색이 없다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