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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리메이크 된 적이 없었던 FF3의 3D 리메이크가 좋은 반응을 얻은 탓인지 FF4도 3D로 리메이크가 이루어졌다.
좋은 반응을 얻긴 했지만 스펙 활용 면에서 시스템의 한계를 보여주기도 했었던 FF3. FF4는 어쩌면 전작의 그런 문제를 해소해보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한 타이틀이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FF3의 판매 실적이 좋았기 때문에 이루어진 재빠른 후속 리메이크일 수 밖에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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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4는 패미컴에서 슈퍼패미컴으로 플랫폼을 전환한 후 내놓은 첫 타이틀이었던 만큼 비주얼의 강화가 가장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오프닝에 나오는 비공정 장면은 꿈에까지 나올 정도로 인상적이었으며, 전투 시의 화려한 배경들도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다. 플레이어블 캐릭터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은 없다고 보아도 될 정도였던 전작들에 비해 FF4에서는 각 등장인물들 사이의 드라마를 강조하고 있다.
그렇기에 3D 리메이크는 FF3 보다 FF4쪽이 오히려 더 절실했을 지도 모른다. 이런저런 등장인물들의 드라마를 보다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작에 비해 이벤트 신의 존재감이 더욱 거대해졌으며, 보다 극적인 작품이었기 때문에 FF4의 리메이크는 팬들 사이에서는 기대를 모을 수 밖에 없었다.
리메이크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기대가 되었던 것이 FF3라면, FF4는 연출을 기대하게 만드는 타이틀이었다. 컷신 이벤트가 FF3에 비해 다채롭기 때문에 유명한 장면들을 새로운 감각으로 만날 수 있다. 게다가 이번 작품의 경우는 음성 더빙도 있기 때문에 연출이 더욱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이 강점이다. 음성 추가는 전작과 구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비주얼 측면에서는 FF3 리메이크에서 이미 NDS가 보여줄 수 있는 상한선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FF4 리메이크가 결정되었을 때는 FF3가 다 차려둔 밥상에 숟가락을 다시 한번 올려놓는 것이란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생각은 잘못된 것이었다. 더 좋아지기 힘들 것 같은 비주얼은 최적화와 연출 덕분에 전작의 그것을 상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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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3의 경우에는 최적화에서 한계에 부딪혀 한 번에 출현하는 몬스터의 수가 적었다. 그 때문에 전체 공격에 능한 소환사의 입지가 줄어드는 등 전투 시 밸런스 유지가 안 되는 부분이 나타났다. 게다가 FF4에서는 기본 파티 인원이 5명이기 때문에 한 화면에 동시 등장하는 캐릭터 수 제한을 더욱 의식해야 했다. 또 FF4에서는 캐릭터별 직업이 정해져 있기에, 전투 밸런스가 바뀌면 게임 플레이 감각이 많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이는 전작에서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되었는데, 다향히 이번에는 최적화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한 화면에 등장하는 적의 수를 SFC판과 동일한 형태로 이식했다고는 보기 어렵지만, FF3처럼 나와야 할 다양한 적들이 안 나오고 대신 하나의 몬스터가 여러 몬스터 몫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전반적으로 적들의 공격력이 높은 인상이다. SFC판 FF4는 FF 시리즈로서는 이례적으로 난이도를 하향 조정한 버전을 따로 내놓을 만큼 다른 시리즈들에 비해 높은 난이도를 지닌 타이틀이었다. 그런데, 이번 NDS용 FF4는 그 이상으로 난이도가 높게 느껴진다. 물 흐르는 것처럼 무난하게 달릴 수 있는 요즘 RPG의 흐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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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 시리즈는 1-3편(특히 FF3)을 통해 특유의 세계관과 직업 체계를 어느 정도 구축해두었다고 할 수 있다. 직접 만든 캐릭터들을 이용하여 시나리오를 전개해나가는 것을 보면, 위저드리의 기운을 많이 느낄 수 있는 게임이기도 했다. 그런데, FF4는 전작들과 노선이 달랐다. 자신이 직업을 정할 수 없었고 도중에 직업을 바꿀 수도 없었다.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직업들을 이용할 수도 없다.
다양한 직업을 갖춘 이들이 시나리오의 흐름에 따라 들어오기도 하고 이탈하기도 했다. 그 덕분에 특정 시기에는 마도사 위주가 될 때도 있고, 어떤 때는 흑마법을 쓰는 이가 아무도 없을 때도 있었다. 그런 이유로 정규 파티 인원은 5명이 되었다. FF 시리즈들 중에서 가장 커스터마이즈가 안 되는 작품이 바로 FF4였다.
각 직업별로 해야 할 역할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플레이 패턴 역시 다들 비슷해 질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이 FF4를 시리즈 중 가장 이질적인 타이틀로 만드는 부분이라 할 수 있었다. 자신이 패턴을 만들어 낼 수 없는 타이틀. 그런 감각이었기 때문에 시나리오의 비중을 높이고 등장인물들 사이의 드라마를 강조할 수 밖에 없었다. 파티 구성원의 변화가 있어야만 전투 패턴에도 변화를 줄 수 있었으니까. 상황에 따라 자신만의 독특한 플레이를 즐기는 것이 힘든 타이틀인 만큼 드라마에 집중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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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번 리메이크에서는 시스템에 약간의 변화를 주었다. 각 캐릭터별로 어빌리티를 조금이나마 커스터마이즈 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준 것이다. 다른 시리즈들만큼 적극적인 커스터마이즈가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약간의 어레인지를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뭇 신선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단지 종류라던가 배치 방식에는 제약이 많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커스터마이즈가 생긴 덕분에 전투 난이도도 조금 더 올라간 것 같은 느낌이다. 난이도가 높았던 FF4였다고 하지만, SFC판을 즐길 때도 이 정도의 레벨 디자인은 아니었다고 기억된다. 방어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생각 보다 많지 않기 때문에 더욱 힘들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상당히 전형적인 감각의 게임이라 할 수 있지만, 새로운 마을에서 새로운 장비를 구입하여 캐릭터를 강화시킨다는 가장 전형적인 일본풍 RPG 스타일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들어오고 나가는 이들의 향연이 중반까지 이어지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덕분에 강력한 적들의 공격을 견디는 것이 그리 쉽지가 않다.
2화면을 통해 지도를 채워가는 감각은 NDS다운 좋은 시스템이긴 하지만, 덕분에 화려한 그래픽을 보여주는 메인 화면 보다 간략화 된 지도에 더 눈이 가간다. 게다가, 지도를 100% 채워 넣으면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에 더욱 지도 화면에 집중하게 된다. 지도를 전부 채웠을 때의 보상 때문에, 막힌 곳을 알면서도 가게 만드는 점은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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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3에서는 어떻게든 Wi-fi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 다른 유저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는, 다소 뜬금없는 시스템을 추가하기도 했다. 그에 비해 이번에 추가된 wi-fi를 위한 시스템은 보다 게임친화적인 느낌이다. 오리지널 환수를 키워 전투에서 활용할 수도 있지만, wi-fi를 이용하여 대전을 즐길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아무래도 전투용 캐릭터를 키우는 것이다 보니, 친구들 사이에서는 편지 주고 받기 보다는 더욱 적극적으로 즐기게 될 가능성이 높다. 환수 육성을 위한 미니게임은 NDS 특유의 인터페이스를 활용하는 것이 많으며, 어떻게든 NDS에 끼워 맞추려는 시스템이지만, 흐름을 깨지 않는 선에서 무난하게 본편과 연결시켰다.
드라마틱한 연출을 강조한 FF4이긴 하지만, 시스템 측면에서도 독특한 것이 있었다. Active Time Battle 시스템이 바로 그것. 페이즈 단위의 전투에서 벗어나 커맨드를 실시간으로 넣어줘야 하는 전투 시스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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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ATB라고 줄여서 부르는 이 시스템은 FF4 이후의 전투 시스템에서도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FF를 대표하는 전투 시스템이라 부를 만한 시스템이었다. 시간의 흐름이 전투에 스며들어 있는 ATB 시스템으로 인해 보다 긴장감 있는 전투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커맨드를 입력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시간이 멈추어 있는 것과도 같았던 전작들과는 달랐다.
시간의 흐름이 적극적으로 반영되어 있는 이 시스템 덕분에 특정 자세를 취할 때만 공격을 해야 하는 패턴이 생겨났으며, 슬로우, 헤이스트 같은 마법이 보다 체감하기에 좋은 형태로 바뀌었다. 그리고, 캐스팅 타임이 적용되었기 때문에, 강력한 마법들을 사용할 때는 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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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C판 원작에서는 각 캐릭터들의 행동 게이지가 없었기 때문에, 캐스팅 타임의 존재감이 상당히 거대했었다. 언제 원하는 기술을 사용할 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기도 했으니까. 그러나 NDS용 FF4는 행동 게이지를 도입하였으며, 캐스팅 타임 게이지 역시 존재하기 때문에, SFC판 보다는 행동 순서를 짜는 것이 수월할 것이다.
그리 넓지 않은 화면에 많은 캐릭터를 표시하다 보니, 커서의 위치가 그리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것 때문에 조작이 더디어지는 감도 있다. 액티브 설정일 경우에는 커서의 위치를 옮기는 도중에도 시간이 흘러가고 있기 때문에, 커서의 위치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점이 난이도 상승으로 이어진다. 전투 시 2화면을 그리 효과적으로 배분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많은 정보를 보여주려는 것 같은 구성이지만, 정작 정보가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실패한 인터페이스 디자인일 수 밖에 없다.
FF4는 총 12편까지 나와 있는 여러 FF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전형적인 감각의 게임이란 점에서 특이한 게임이었다. 전형적이기 때문에 특별할 수 밖에 없는 독특한 게임이랄까. 그 덕분에 FF 시리즈의 호불호를 가릴 때 가장 상위에 랭크 되기도 하고 혹은 하위권에서 맴돌기도 하는 극단적인 게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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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 시리즈를 전혀 접해보지 않은 이가 이 타이틀로 입문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감도 있지만, NDS용 FF3로 처음 FF의 길에 들어선 이들이나 SFC 시절의 FF4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이번 타이틀은 아주 좋은 게임이 될 것이다.
난이도가 이상하게 높은 느낌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지만, 유명한 이벤트들을 음성 더빙이 이루어진 상태로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타이틀의 가치는 충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