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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부터 게임을 즐겨 왔던 20-30대 게이머라면 어린 시절 한 번쯤은 접해 봤을 게임이 바로 알타입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렇게 알타입 시리즈를 알고 있는 게이머라면 ‘코어를 이용한 슈팅 게임’을 떠올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리라. 하지만 이제는 생각을 조금 바꾸어야 할 때가 온 듯싶다. 시뮬레이션 장르로 새롭게 탄생한 ‘알타입 택틱스’가 등장했으니 말이다.
재탄생한 알타입의 모습
알타입 택틱스(이하 택틱스)는 턴제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거 알타입 시리즈와 전혀 관계 없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슈팅 게임에서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장르가 달라진 만큼 게임 자체의 스타일이나 분위기는 기존의 슈팅 게임과 사뭇 다르지만 비주얼적으로는 제법 그럴싸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눈에 익은 코어라던가 각종 기체들, 그리고 등장하는 적들의 모습이 닮아 있기 때문이다.
게임 초반의 멋진 오프닝은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멋진 우주를 배경으로 박진감 넘치는 3D 영상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게임으로 들어가면 2D 화면이 플레이어를 맞이한다. 일단은 우주선이 등장하는 게임인 만큼 3D를 원한 사람도 많았겠지만 아쉽게도 그렇지는 않다.
단, 이는 맵과 유닛의 모습에 국한되는 것이고 전투 시에는 3D로 구성된 멋진 화면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조금 시시해 보일 수 있지만 보다 강력한 유닛들이 등장하고 다양한 공격이 이루어지면 꽤 화려한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또 풀스크린이나 미니 윈도우는 물론 전투 장면 자체를 아예 꺼버리고 결과만 살펴볼 수도 있어 편리하다.
사운드 파트에서는 기존 알타입 시리즈의 분위기를 내려고 한 흔적이 느껴진다. 통상적인 턴제 시뮬레이션 게임 스타일의 음악이라기 보다는 슈팅 게임에 어울릴 법한 음악들이 도처에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기존 알타입 팬들의 향수를 살리기 위한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랄까.
비록 실제 게임으로 들어가면 원작의 느낌이 살아 있는 부분은 코어를 기체의 앞 뒤에 붙이는 등의 몇 가지 요소뿐이지만(물론 이는 원작이 슈팅 게임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 적어도 그래픽과 사운드에서는 원작의 감각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택틱스는 이렇게 진행된다
최근 등장하는 턴제 시뮬레이션 게임의 경우 나름대로 실시간에 가깝게 만들어진다거나 새로운 요소들이 추가되는 반면 택틱스는 팬층 자체가 올드 게이머가 다수이기 때문인지 지극히 정상적인 방식으로 진행된다. 턴은 아군 턴과 적군 턴으로 나뉘며 아군 턴에는 참전한 모든 유닛을 순서에 관계 없이 한번씩 사용할 수 있다. 커맨드 역시 이동 후 공격(이동을 하지 않으면 공격이 불가능하다)이라는 노멀한 형태이다.
적의 이동 범위를 체크할 수 있다거나 자신의 이동 경로를 화살표로 보여주는 등 데이터 관련 부분은 친절한 모습이지만 형식은 역시 표준적이다. 무언가 복잡해 보이는 시스템을 싫어하거나 과거의 정형화된 방식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나름대로 메리트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플레이 스타일은 조금 다르다. 격파 당한 유닛이 사라지는 것은 여느 게임과 다를 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해당 유닛을 다음 스테이지에서 다시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며, 각 유닛은 다양한 사거리와 위력을 가진 무기를 장비하고 있지만 탄수 개념이 존재하기 때문에 보급 유닛으로 적절히 보급을 해 주어야 한다(단 보급으로 체력을 회복할 수는 없다).
통상 전투에는 함선이 참여하게 되는데 이러한 함선에 체력이 손상된 유닛을 넣어 두면 다음 턴에 완벽하게 회복된 상태로 전투에 다시 참여시킬 수 있는 만큼 이를 이용하면 효과적인 전투가 가능하다. 전투의 승패에 있어서도 자신이 선택한 기함이 파괴되면 패배하는 경우가 많고 말이다(물론 승리 조건 역시 그렇다).
코어는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조금 독특한 시스템으로 운용되는데 슈팅 게임과 마찬가지로 앞이나 뒤에 붙일 수 있고 개별적인 사용도 가능하다. 코어를 장착할 경우(코어 장착이 가능한 기체는 한정되어 있다) 새로운 공격 형태가 추가되는 등 추가 요소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 정도의 규칙과 약간의 상성 시스템이 전부인 만큼 전투 시스템 자체는 꽤 심플하다. 하지만 전투 방식에 있어서는 조금 아쉬움이 느껴지는데 전반적으로 공격의 성공률이 조금 낮은 편이고 어느 정도 데미지를 입어도 함선을 이용해 수리가 가능한 만큼 은근히 전투가 길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적의 기함을 파괴하거나 파동포와 같은 강력한 무기를 사용한다면 해결되는 문제라고 할 수도 있지만, 시원시원한 느낌이 떨어진다는 것은 나름대로 단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각 유닛에는 성장 요소가 없어 소모품이라는 느낌을 준다는 것도 육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쉬운 부분일 것이다.
이렇듯 유닛 성장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게임을 진행하면서 다양하게 입수할 수 있는 설계도를 통해 각종 함선과 유닛을 만들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이로 인해 성장의 재미는 느낄 수 없더라도 자신의 입맛에 맞추어 다양한 유닛을 섞어서 사용하는 재미가 있다. 제작에는 일정한 자원이 필요한 만큼 무턱대고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여기에 얻는 수치에 따라 게이머 자신의 계급이 올라가는 요소가 있기도 하고… 재미있는 것은 전투가 벌어지는 맵이 마치 슈팅 게임 같은 식으로 구성된 것이 많고 그 곳에서 보스전 형식의 전투가 벌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존 알타입의 느낌을 살리면서 게임을 즐긴다는 느낌이 강하다.
조금은 아쉬운 보너스 요소
시뮬레이션 게임의 경우 본 게임 이외의 요소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보니 택틱스에서도 별다른 즐길 거리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원작 자체가 슈팅 게임이다 보니 동영상이나 갤러리, 데이터 등을 감상할 수 있는 보너스 요소를 제공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PSP의 특징인 무선 랜을 이용한 통신 대전은 색다른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요소다.
비록 1대 1 대전 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쉽지만 자신만의 유닛 구성으로 친구들과 자웅을 겨루어 볼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한 장점이다. 아쉬운 점은 기존 슈팅 게임과 다른 형태라고는 해도 알타입을 사랑하는 게이머들을 위해 과거 게임 센터 버전의 알타입을 보너스 형식으로 넣었더라면 어떨까 하는 점이다.
이러한 보너스가 있었다면 올드 게이머에게는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었을 테고 본 게임이 지루해졌을 때 짬짬히 즐겨 보는 재미도 쏠쏠했을 법 한데 말이다. 물론 앞서 언급한 몇 가지 보너스 요소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통신 대전 외에는 감상용에 불과한 만큼 빅 보너스의 부재가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아쉬움은 남지만…
기존 시리즈의 형태를 벗어나 새로운 스타일로 재창조된 모습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과거 알타입의 자취도 많이 녹여냈다는 점을 칭찬하고 싶다. 원작이 슈팅 게임이었던 만큼 차용할 수 있는 소스나 시스템이 적은 것이 사실이기에 많은 부분에서 연관된 모습을 찾기는 어렵지만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한 모습이 엿보인다고 할까.
다만 원작과의 연관성을 떼어 놓고 본다면 재미적 측면에서 조금 미진한 감이 있기도 하고 중독성이나 박진감도 약하다는 느낌이 든다. 다양한 유닛을 조합해 전투를 하는 것은 좋지만 회복이나 보급 등 자잘하게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고 말이다. 과거 슈팅 게임에서 알타입이 차지했던 비중을 생각할 때 그 이름값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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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알 타입의 다양한 기체나 코어를 색다르게 즐겨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에 과거 알타입을 좋아하던 게이머에게는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아쉬운 부분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알타입의 외전격인 게임’이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다면 한번쯤 해볼만한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