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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쿤 유형의 게임이 번성하던 시절, MS에서 발매해 상당한 인지도를 얻은 동물원 경영 게임 ‘주 타이쿤’. 이것을 닌텐도 DS에 맞게 구성한 게임이 바로 이것이다. 추가 동물팩이라든가 확장팩으로 동물의 종류를 확장할 수 있는 PC 버전에 비해 볼륨도 작고 확장 가능성 조차 없는 DS 버전에 확장팩으로 추가됐던 멸종 위기 동물과 공룡을 일부 추가해 전체적인 규모는 작지만 아기자기한 상황에서 다양함을 손쉽게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주 타이쿤 2 한글판 메인 메뉴
게임은 진행 중에 목표가 다양하게 설정되는 캠페인 모드와 최종 목표라는 것이 없이 자유롭게 끝없이 즐길 수 있는 자유 모드로 구성되어 있다. 캠페인 모드는 최종 목표에 필요한 여러 개의 중간 목표를 순차적으로 해결하는 식으로 진행되며 상당히 타이트하다. 목표로 설정된 것 외의 다른 일에 조금이라도 시간을 빼앗기면 '무엇을 잘못했는지 생각해보라'는 멘트와 함께 미션 실패 메시지를 보기 십상인 것이다.
캠페인 모드 진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점차 높아지는 동물원의 특정 등급에서 가능한 연구 작업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것. 캠페인 모드 진행 중에 기간 제한에 대한 언급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주로 연구 시기를 놓친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마다 재시도를 해야 했다. 잘못한 부분을 명확히 알려주지 않는 것이 불편하지만 재시도 중 하라는 것만 하면 진행에 문제는 없었다.
| 캠페인 선택 화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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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치할 모든 항목에는 간단한 설명이 |
캠페인 모드를 완료해서 얻을 수 있는 동물은 다섯 종류. 나머지는 진행 중 얻게 되는 다양한 요건을 만족시키면 얻을 수 있어 캠페인 모드보다는 자유 진행 모드가 더 편하다. 세이브 슬롯이 세 개 준비되어 있어 숨가쁘게 진행하는 캠페인 모드와 자유 모드를 병행할 수 있어 진행 강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그 외에 게임 내에 포함되어 있으면서 사용 가능하게 된 모든 동물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담긴 일종의 백과 사전 기능이라든가 동물을 한 마리씩 선택해 상태를 확인하는 화면에서 접근 가능한 미니 게임 등 학습 효과가 있거나 작은 즐거움을 제공하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어 동물원을 만드는 보다 직접적인 일이 아니더라도 꾸준히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 동물에 알맞은 음식을 재빠르게 제공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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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현실적인 동물 유니콘도 등장한다 |
하지만 이 게임에 대해 언급하면서 경영 시뮬레이션이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어쩌면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겠다. 주 타이쿤이라고 하면 '경영 시뮬레이션'을 떠올리는 것이 어렵지 않고, 준비된 구성 요소를 둘러보더라도 운영을 해야할 것처럼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마이너스 영향을 미치는 주요 원인이 된다. 게임 내 모든 부분에 대한 경영 요소가 세심하게 준비되어 있지만, 이러한 요소가 진행에는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동물원 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상품은 매장별로 한데 묶어 가격을 설정할 수 있는데 최고 가격으로 설정하더라도 판매율이 낮아진다거나 하는 문제가 없다. 심지어는 동물 우리 1개, 동물 두 마리와 사육사 한 명, 매점 3개, 그리고 입장료부터 모든 가격을 최고 수준으로 높여놓고 일정 시간 내버려두어도 동물원은 별 7개의 최고 등급 동물원이 되어 버린다.
| 동물원 내에 넣을 수 있는 모든 항목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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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담긴 |
시각적 표현의 부족도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세밀한 표현이 필요하다는 말이 아니라 뭔가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피할 수 있게 만들었다면 다른 부족함을 조금이나마 만회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돌고래 수족관 주변에 관객석을 배치하면 돌고래쇼를 관람할 수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하지만 관객석을 설치하더라도 사람이 채워지는 일이 없다. 항상 비어 있는 것으로 표시되는 것이다.
스타일러스로 조작을 하니 전반적으로 편하지만, 일부 작업은 버튼을 반복적으로 오가는 일이 있어 일관성 면에서 조금 아쉽다. 동일한 시설의 배치와 길을 놓는 일은 한 번 선택하면 추가 버튼 클릭 작업이 없지만 불도저로 사물을 제거한다거나 나무를 심는 등의 작업을 할 때는 한 개 작업하고 확인 버튼 누르기를 계속 반복해야 한다. 일부 메뉴에서는 B 버튼을 눌러야만 이전 화면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도 안타까운 부분이다.
원하는 스타일과 구성으로 동물원을 만드는 작업 자체에 의미를 부여한다거나 '경영 게임 형식으로 즐겨야겠다'는 선을 직접 그을 수 있다면 준비된 것이 많아 원하는 방향에 가까운 즐거움을 얻으며 진행할 수는 있다. 하지만 게임 내에 포함된 목표에만 집착한다면 동물원 만들기도 경영 게임이 아니라 여러 버튼을 끊임없이 오가는 클릭 게임처럼 보일 가능성이 있다. 경영 형식으로 준비한 요소의 반 정도라도 제대로 된 경영 형식을 띄었다면 타이쿤이라는 제목이 이처럼 어색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